“제 남편이 죽어서도 저만 사랑하게 해주세요.” 소원을 들어준다는 조각상, 르니예는 바람난 남편의 사랑을 원해 소원을 빌었다가 그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르니예는 소원을 빌던 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필이면 ‘제 남편이,’까지 말한 그 순간으로. 소원은 중간에 바꿀 수도, 무를 수도, 그만 둘 수도 없었다. 결국 르니예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소원을 빌어버렸는데……. “제 남편이, 제 남편이 되어주세요!” 조각상에게 남편이 되어달라니, 이런 소원도 이뤄지긴 하는 걸까 하는 찰나 “나 벨데메르, 이 순간부터 너의 남편이다.” 조각상이 깨지고 끝내주게 잘생긴 남자가 튀어나왔다. 그것도 나체로. 르니예의 시선이 그의 위험하고 위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얼굴을 따라 넓은 어깨로, 그 아래 빚은 듯한 복근, 그리고 단단한 허벅지와 남자다운……! “소원이 이뤄졌는데 왜 기뻐하지 않지?” “그, 그게, 옷을 안 입고 계셔서.” “그럴 필요 없다. 이제 넌 나의 부인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가 르니예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였다. “원하는 만큼, 마음껏 보아도 된다.” 보라고 하니 보긴 보겠는데……. 벨데메르 님은 모르시겠죠, 저에게 남편이 또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벨데메르 님은 제 두 번째 남편이고, 이 사실이 밝혀지는 날에 저는 감옥에 가 10년을 썩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그 전에, 두 집 중 한 집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바람난 남편과 이혼을 하거나, 벨데메르를 다시 조각상에 봉인시키거나. 《두 집 살림을 하는 중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