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의 보답으로 돌아온 것은 처절하고 볼품없는 죽음. 세기의 천재 마검사, 륀트벨의 괴물, 륀트벨의 보물— 그리고 륀트벨의 충실한 개. 샤르망 노엘 켄더스는 나라에 충성을 다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주군의 배신과 죽음이었다. ‘어째서……?’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후 다시 눈을 떴을 땐 어째선지 적국 한복판에 있는 낡은 가게 안이었다. 그것도 전쟁이 발발하기 전 평화로웠던 모습 그대로. *** ‘이 가게를 내가 운영해야 한다고? 내가 할 줄 아는 건 사람을 죽이는 일뿐인데!’ 거기다 이 무해하게 생긴 생명체는 뭐지? 원래 몸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남의 몸에 들어와 있는데, 이름이 같은 샤르망이다. 심지어 이 정체 모를 가게는 샤르망이 쓰러뜨렸던 마탑주가 단골인 데다, 말하는 너구리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적군일 뿐이야. 내 손에 이들의 피가 묻었어. 나는 죄인이나 다름없다. 가까이해서는 독만 될 뿐.’ 그래서 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푸짐한 정이었다. 왜지? 이 사람들은 그저 적군이었을 뿐인데.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