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원래 몸으로 돌아갈 거야.”
“그래?”
“응.”
“영 기뻐 보이지가 않는데.”
“기분 탓이야.”
샤르망이 작게 웅얼거렸다.
“떠돌이 용병이라도 할까?”
뜬금없는 엘타인의 말에 샤르망은 실소를 터뜨렸다.
“떠돌이 용병?”
“응. 우리 넷이 하면 돈도 금방 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다 버리고?”
“못할 게 뭐 있어. 몸만 있으면 되지.”
하기야 이미 륀트벨에 두고 온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허무맹랑한 말이지만 어쩐지 또 그렇게 되면 그런대로 열심히 살 것 같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습게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차라리 펄펄 열이 끓고 죽을 만큼 아팠다면 생각조차 안 했을 텐데.
페페의 약한 몸은 이럴 때는 또 아프지도 않고 강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엘타인은 더 궁금해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그 큰 문제가 어떤 것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그게 또 샤르망은 편했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옆에 있어줘서.
그래서 이들이 사고를 쳐도 미워할 수가 없는 이유였다.
오늘만 땅굴 파고 내일부터는 다시 정신 차려야지.
정말 이 골목을 떠나더라도 벌여놓은 일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내일은 정말 멀쩡해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안 가.”
“다리가 저려서.”
“풉…….”
다시 웃음이 터졌다.
뒤돌아 있어도 그가 어떻게 앉아 있는지 훤했다. 다리 펴고 바닥에 앉아 있는 거 다 아는데.
하여튼 엘타인도 꽤 괴짜인 구석이 있다.
아니, 사실 알고 보면 다들 괴짜일지도.
이마와 벽이 절친이라도 된 것처럼 콱 박고 있던 샤르망이 열심히 웃음을 참았다.
“녀석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어.”
그러고 보면 어지간한 비밀은 꼭 엘타인에게 먼저 들키는 것 같았다.
샤르망은 자신의 허술함을 탓하는 한편, 속으로 자신에게도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며 힘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