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85)화 (84/148)

“대검을 저렇게 빠르게 다룬다고?”

“미쳤군.”

“괴물 아니야? 무슨 힘이 저렇게 세고 빨라?”

펠릭의 대련을 관람하는 기사들이 웅성웅성했다.

2기사단에서 대검을 쓰는 자는 없었다.

대검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따르는 힘이 받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검을 들고 휘두르는 것만 해도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하기에 어지간한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펠릭과 검을 맞댄 기사는 집채만 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치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보통은 대검을 몸에 익히는 데만 해도 장시간이 걸리기에 다루고 싶어도 포기하고 장검으로 눈을 돌리곤 했다.

그런데 파괴력과 속도 그리고 기술까지 갖춘 실력자를 목도한 것이다.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대련을 보며 기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타인의 대련에서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퍼부어지는 마법을 엘타인은 간단히 파훼해 버렸다.

그러고는 상대가 술식을 다시 외울 시간도 주지 않고 거대한 얼음산을 만들어 상대를 그대로 가둬버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자신을 찌를 날카로운 얼음에 둘러싸인 채 마법사는 울먹이며 백기를 들었다.

“마법사라고 얕볼 게 아니었군. 륀트벨의 핵심 인물들이었다더니.”

“샤르망 노엘 켄더스의 제자들이라고 했나? 대련 한 번 살벌하네.”

“저들이 저 정도면 그 괴물은 어느 정도라는 거야?”

“단장은 샤르망 노엘 켄더스와 겨뤄본 적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

그렇다고 엘리움 기사들의 실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단 한 명 승리자가 있었다.

그리고 무승부도 몇 명 있었다.

그 중 두 명은 판정 상 무승부였지만 승리에 가까웠다.

아마 두 합 정도를 더 했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제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한, 훗날 부기사단장이 되어 케니즈의 목숨을 구했던 기사와 무승부로 대련을 끝낸 다섯 명이 샤르망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 말고도 엘리움 기사단원 모두 실력이 출중했고 대단했다.

하지만 샤르망의 세 제자에게 맥없이 진 자들의 패배 이유는 명백했다.

실전을 경험한 횟수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기사 몇몇은 전형적인 훈련법에만 몰두해 틀에 박힌 검법을 썼다.

서른 명의 대련이 모두 끝이 났다.

기사들은 한 번의 대련이었지만 셋은 열 번의 대련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다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숨소리마저도 편안해 기사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건 뭐…… 여지가 없군.”

케니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샤르망이 미소를 지었다.

“이왕 계획했는데 가르칠 틈이 있으면 좋지.”

“훈련은 차주부터 가능하겠나?”

샤르망이 고개를 돌려 쉬고 있는 제자들을 쳐다봤다.

마탑에서 며칠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훈련은 자신이 없어도 될 것 같았다.

“응, 그렇게 전달하도록 할게.”

“오늘 고생 많았네. 정말 고마웠어. 그대 가게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도록 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지.”

“말만이라도 고맙게 받을게.”

케니즈가 샤르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뒤에서 쉬고 있던 세 명의 시선이 단박에 샤르망의 뒤통수에 꽂혔다.

“1기사단에는 최대한 시간을 늦춰서 가줬으면 해. 이왕이면 한 달이나 그…… 좀 더 걸려도 되고.”

샤르망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왜곡과 핍박과 협박 그리고 부조리에 대해서 보고서 올리려던 거 맞지?”

샤르망이 말하자 케니즈가 끙 소리를 냈다.

“그럼 일주일만이라도.”

애원에 가까운 부탁에 샤르망이 마지못해 끄덕였다.

“뭐, 일주일 정도는.”

“아주 좋아!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페페 후작.”

“나야말로. 오늘 기사들 사기는 네가 열심히 올려줘.”

케니즈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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