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143)화 (142/148)

샤르망은 뭐가 쓰여 있을지 기대하며 두루마리를 열었다.

“별거 없지?”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던 샤르망은 두루마리 안에 적힌 것들을 보고 기대감이 푸시식 식는 것을 느꼈다.

안에는 귀족 가문의 명칭과 문장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한 해 동안 이어진 그들의 외부 행적에 대해 나열되어 있었다.

인장을 찍은 것을 보니 가문에서 직접 보내온 듯한데, 왜 이런 것이 페페의 손에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진 않은데…….”

샤르망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다른 두루마리도 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일까?

“그런데 왜 이런 게 여기 있습니까?”

“상을 주기 위해서지.”

“상이요?”

“음, 신전에서 하는 축복 같은 거려나? 엘리움을 위해 많이 베푼 가문들은 그에 맞게 대우를 해주는 거야.”

“페페가 직접요?”

페페가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속삭이듯 샤르망에게만 작게 말했다.

“아니, 진짜 상은 노스가 주겠지 뭐. 나는 진실을 말한 사람을 골라주기만 하면 돼. 이래 보여도 그런 자잘한 능력이 꽤 되거든. 뭐 이들에게는 딱 한 번 있는 깜짝 선물 같은 거지. 되게 기대하는 눈빛을 하고 있길래 보여준 거야.”

“아…….”

“마음이 내키면 정말 축복을 내리기도 해. 재단에서 제물을 바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샤르망은 입을 꾹 다물었다.

페페가 제물 대신 제단에 무엇을 바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엘리움의 저주를 누르고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도 모자라 그런 축복까지 내리면 몸이 더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축복을 좀 많이 내려줄까 생각 중이야.”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페페가 두루마리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샤르망이 탐탁지않은 눈빛으로 눈을 찡그렸다.

꼭 마지막으로 엘리움에 선물을 주고 가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전혀 없는 걸 아는데도 샤르망은 불퉁하게 뱉었다.

“이런 건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음?”

“이런 수고는 하지 않아도 엘리움은 잘 유지되고 있잖아요. 굳이 더 몸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샤르망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럼 이제 제가 뭘 할까요? 다 주세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좀 더 의욕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달리 먹었기 때문이다.

“좋아! 예쁜이가 도와준다니 나도 기뻐. 그럼 제대로 준비해 볼까?”

“저도 있어요!”

멜피네가 이에 질세라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제스퍼는 두 손을 다 들고 외쳤고 그걸 본 페페는 환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넷은 머리를 맞대고 저녁까지 거르며 열심히 의논하며 축제 준비를 했고, 먼발치에서 보다 못한 미야가 저녁 거리를 들고 와 매섭게 잔소리를 하고 나서야 일을 멈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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