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륵.”
듬직한 버키가 대답하며 날개를 한 번 더 퍼덕였다.
“아.”
여린 페페의 몸은 새의 가벼운 몸짓 하나에도 갈대처럼 휘청였다.
빛을 모조리 흡수할 것처럼 새카만 눈과 깃털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시무시했지만 샤르망에겐 사랑스럽기만 했다.
“버, 버키, 미안한데 좀 내려와 줄래?”
예전 몸으로는 버키를 팔에 올리고도 끄떡없었는데, 지금은 팔이 파들파들 떨리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구르륵.”
버키가 낮은 울음을 내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네가 다칠까 봐 그래.”
“……꾸륵.”
이번만 봐주겠다는 듯 버키가 얌전히 바닥에 착지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무게에 샤르망이 또 한 번 휘청했다.
다행히 집에 버키가 좋아하는 과일이 있어 바로 버키에게 먹을 것을 챙겨 줄 수 있었다.
거기다 외출한 사이 누군가 가져다 놓았는지 문고리에 촘촘하게 짠 그물주머니가 걸려 있었는데, 그 안에 잘 익는 사과가 여섯 개나 들어 있었다.
어찌 이렇게 다들 귀신같이 삼시 세끼를 챙겨주는 것인지 샤르망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수많은 사람에게 샤르망 페페는 대체 어떤 존재였던 걸까.
어딜 가나 반기고, 어딜 가나 걱정이 달라붙는 존재.
길을 걸어가기만 해도 평범한 사람은 눈길을 피하기까지 했던 샤르망에게는 정말 생소한 감각이었다.
샤르망은 들어와 버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자신도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제법 출출해진 느낌에 사과를 하나 꺼내 소매에 대충 닦은 뒤 한입 베어 먹었다.
아삭하고 달짝지근한 과즙이 주르륵 입술 아래로 턱을 타고 흘렀다.
평생 식탐이라곤 없었는데 어제오늘 먹은 음식은 먹어도 먹어도 탐이 났다.
“……맛있다.”
“구르륵?”
순식간에 사과 하나를 해치운 버키가 집을 살펴보려는지 고개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연신 바쁘게 움직였다.
집은 좁고 버키는 커서 날개를 다 펴지도 못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샤르망은 그런 버키를 흐뭇하게 보다 작은 거울 속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은하늘빛 머리카락이 로브 후드에 쓸려 흐트러져 있었다.
등불 빛으로 인해 코랄 빛으로 변한 연한 분홍색 눈동자는 약간 피곤해 보였다.
한쪽 볼이 부푼 모습은 마치 야생 햄스터가 먹이를 먹는 모습과 흡사했다.
샤르망은 괜히 민망해져 으적으적 씹던 사과를 삼키기도 전에 또 한 번 베어 물고 꿀꺽 삼켰다.
“버키.”
“구륵.”
“소로 숲에 다녀와 줄 수 있을까?”
“구륵.”
버키에게 길을 찾는 일이란 어렵지 않다.
더구나 세이아크인 버키라면 소로 숲의 엘프에게도 큰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세이아크는 엘프들이 귀히 여기는 영물 중 하나이니까.
그냥 편지만 보냈다간 그들이 내용을 읽어 보지도 않고 갈기갈기 찢을 테지.
샤르망도 아무것도 몰랐던 때 그들을 무작정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도 모자라 미움마저 살 뻔했다.
그런 소로 숲 엘프라도 세이아크인 버키가 가져간다면 오히려 환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을 것이다.
샤르망은 아까 사 온 종이에 빠르게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