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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29)화 (29/148)

라칸은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오히려 샤르망을 처음 봤을 때 눈빛보다 훨씬 더 그녀 행동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쫓았다.

쌕쌕 숨을 쉬는 소리가 거칠었다.

“이걸 구하고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

라칸이 샤르망 앞에 주머니를 툭 하고 던졌다.

쓰레기 같은 취급에 샤르망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백 배를 주지.”

뭐? 백 배? 미친놈인가.

샤르망은 온 힘을 쏟아부은 터라 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미친놈 앞에서는 절대 의식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입술을 짓깨물었다.

“아니, 네가 원하는 만큼 주마. 명예도 주마.”

“…….”

“나는 황제가 될 몸이다. 네가 갖지 못한 걸 누리게 해주지. 그러니 날 따를 테냐?”

척박한 륀트벨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핏빛 장발.

단단한 석고 같은 피부, 그와 어울리지 않는 시원한 웃음, 야망으로 들어찬 눈빛.

그게 륀트벨의 황제 라칸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산더미처럼 쌓인 금괴와 보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샤르망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까 봐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보물을 뒤로 하고 나가면 자신을 죽일 자들도 문 앞에 쌓여 있었다.

기척으로 보건대 적어도 20명 이상이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결정이 난 지 오래지만 선택권도 없다는 뜻이었다.

샤르망은 헛웃음을 지으며 금괴 하나를 집어 올렸다.

앞으로 그녀가 가질 힘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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