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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2)화 (2/148)

죽기 전 샤르망은 엘리움 총사령관과 엘리움에 소속된 마탑주의 목숨을 동시에 가져다 주군에게 바쳤다.

그 나라의 한복판이라니.

죽어서 미친 것은 아닐까 샤르망은 생각했다.

샤르망을 이상하게 쳐다본 알렉산드로는 안 되겠는지 샤르망을 옆으로 밀어내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키가 엄청나게 작은데도 평범한 인간의 키에 맞춰진 물건들을 다루는 행동은 어찌나 능숙한지, 너구리는 샤르망이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기다란 봉을 이용해 커튼을 치고 먼지를 털었다.

“어이구, 먼지 봐라! 손님이 오다가 다 도망가겠네그려.”

샤르망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알렉산드로를 따라다니다 넌지시 말했다.

“나는 샤르망이 아니오.”

“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배고파서 헛소리한 거지?”

“샤르망이긴 하지만…… 당신이 찾는 샤르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가 정말 엘리움이 맞습니까?”

그러자 알렉산드로가 걸음을 멈추고 샤르망을 빤히 쳐다봤다.

“…….”

샤르망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너구리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이 찾는 샤르망은 지금 없습니다. 절대 이 몸에는 해를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정말 미친 겨?”

“예? 그것이 아니라. 아니…… 말씀대로 미친 것 같기도 한데…….”

너구리가 쯧 혀를 찼다.

“거 맨날 밤새 마법이니 뭐니 이상한 짓만 하면서 또 낮에는 그렇게 잠만 늘어지게 자고, 날개를 달았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헛된 상상이나 하니까 그런 거여. 어여 저 삶은 고구마나 먹고 정신 차려! 나는 바빠서 가야 하니께. 버리지 말고 다 먹어!”

알렉산드로는 귀를 후비며 그대로 나가버렸다.

텅—!

나무문이 반동으로 닫히고 샤르망은 그 자리에 목석처럼 박혀 섰다.

“이게 무슨.”

하지만 이미 너구리 수인은 가버렸고 제게 남은 것은 삶은 고구마가 수북하게 쌓인 바구니뿐이었다.

“어떡하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했다.

그녀의 일생일대 가장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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