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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3)화 (3/148)

평화의 상징이었던 엘리움은 200년을 채우지 못하고 천 년의 세월을 지켜온 제국 륀트벨의 손에 허무하게 사라졌었다.

어쩐지 이상하리만큼 평화롭긴 했다. 전쟁 따위는 모르는 나라처럼.

시간이 역행한 것이다.

‘어째서? 대체 이런 일을 벌일 자가…….’

샤르망의 머릿속에 불현듯 뭔가 떠올랐다.

설마 제자들이……? 정말 제자들이 날 위해서 이런 짓을 벌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곁에 둔 자들이라곤 제자들뿐인데.

제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제자들이었다.

물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도 자신의 제자들이었다. 비록 주군의 명이긴 했지만.

“대체 이게 어떻게…….”

어쨌든 여긴 엘리움 한복판이고 아직 전쟁이 발발하기 7년 전이라는 것.

그럼 륀트벨이 대륙 전쟁을 선포하기도 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륀트벨과 엘리움이 적대관계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는 대륙 전쟁 발발한 이후만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적국 한복판. 7년 전. 평화.

샤르망은 그 세 단어를 몇 번이고 빠르게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정말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라고?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샤르망은 전쟁이 싫었다. 애초에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주군의 명을 따르는 개였을 뿐.

하지만 분명 그녀에게도 전쟁의 책임이 있었다.

만약 막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전쟁을 막았을 거라고 그런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수천의 피를 묻히고 났을 땐 이미 이지를 잃은 사람처럼 되어버렸긴 했지만.

샤르망은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되돌릴 수 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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