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이라면 전 대륙에서 드워프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면 뭐든 배척하는 엘프들보다도 까다로운 게 그들이었다.
샤르망도 이미 그들과 대화를 하는 데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라칸의 명을 받아 거래를 위해 접촉한 것이었지만 아주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은 명을 이행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물불 가리지 않았었지. 그땐 정말 왜 그랬을까.’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자괴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드워프의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샤르망이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뭐 있어? 이거나 살펴봐. 마음에 들 거야.”
그는 자신의 몸만 한 금고를 들고 오고 있었다.
샤르망은 정교한 금고를 보고 감탄하며 줄 달린 인형처럼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금고인데도 이렇게 정교할 수 있구나!’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옆에서 드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에 들어 하는 티가 팍팍 나는구먼! 자물쇠까지 달려면 설치는 내일 해야 할 거야. 별일 없으면 내일 아침에 가져다주지. 가게 문 열거지?”
“예. 아, 아니. 응. 이거 혹시 당신이 직접 만든 건가?”
그러자 드워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쉰 빵이라도 먹었어? 당연하지! 이곳에 내가 만들지 않은 물건이 어디 있다고! 알렉산드로가 안 그래도 네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다더니 정말이었군!”
그 말에 샤르망은 또 아차 싶었다.
“치, 침대에서 떨어져 기억을 좀 잃어서 그래.”
“멍청하긴! 의원은 찾아가 본 거야?”
샤르망은 깜짝 놀라 충격을 받은 얼굴로 드워프를 쳐다봤다.
지금껏 자신에게 대놓고 비속어에 가까운 말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전장을 구르다 보면 몸만큼이나 입도 거칠어지는 법이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모두 순한 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샤르망이 눈을 깜박이며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샤르망 페페가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계, 계산은 잘 되니까 문제없어.”
그러자 드워프가 혀를 차며 쳐다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뭐 멀쩡하구먼. 너답다, 너다워. 그래도 돈 아낄 생각하지 말고 가봐. 그거 다 늙어서 고생한다고.”
“아, 안 그래도 그러려고.”
거짓말이 발작처럼 또 튀어나왔다.
드워프가 걱정까지 해주는 존재라니.
드워프는 그 뒤로도 한참 걱정으로 포장한 잔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