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망은 잉겔로와 엔조 다음으로 라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라칸이 황태자였던 시절부터 봐왔다.
게다가 그가 황제로 군림하는 동안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며 ‘사용’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라칸이 단순한 유희를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도 안다.
잉겔로와 그의 부하들이 그간 보여준 행동만 봐도 그렇고.
며칠 머물며 제자들을 다시 마주하고 있자니 확실해졌다.
오히려 이들을 닦달한 게 우스워질 지경이다.
“륀트벨의 황제에겐 샤르망 노엘 켄더스가 없다.”
샤르망이 확실하게 결론을 지었다.
세 명의 시선이 일제히 샤르망을 향했다.
“오히려 륀트벨의 황제도 그녀를 찾고 있는 중이지. 너희는 그저 희생되었을 뿐이야.”
사실 륀트벨이 왜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까지 벌여가며 자신의 몸을 찾는지 이유까지는 모른다.
국가 기밀을 빼돌릴까 봐 그러는 건지.
단순히 배신감 때문이라면 굳이 사절단까지 보내는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륀트벨의 황제가 샤르망 노엘 켄더스를 돌려주겠다고 하던가? 그것도 무사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엘타인이 말했다. 부정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샤르망의 말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셋 다 당황이라도 했는지, 저번까지만 해도 이름을 올리기만 해도 죽일 듯이 째려보더니 지금은 서로 머리를 굴리느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게 눈에 다 보였다.
샤르망은 그런 그들을 보다 물었다.
실은 궁금하다기보다 충동에 가까웠다.
“만약 너희들이 찾는 인물이 이곳에 있다면 어떡할래?”
“뭐?”
라디는 저도 모르게 대답하다 화들짝 놀라 경계했다.
다시 날카로운 눈빛이 샤르망을 향했다.
“헛소리 집어치워. 장난 할 기분 아니니까.”
엘타인은 금방이라도 샤르망을 끌어낼 것처럼 굴었다.
펠릭은 샤르망을 고요하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너희 왕도 찾지 못하는 판국에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왜 아니라고만 생각해?”
그들은 침묵했지만 인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펠릭이 단언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펠릭은 샤르망이 알던 대로 세 제자 중에서는 가장 정중했지만 그렇다고 샤르망에게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은 크게 날을 세우지 않고 대화가 조금 오고 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잔뜩 털을 세운 고양이를 길들이는 것도 아닌데 이 무슨 고생인지.
매번 조금씩 대화를 하고 경계와 적대심을 낮추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샤르망도 꽤 답답한 차였다.
원래대로라면 경계니 적대심이니 집어치우고 정신이 번쩍 들 때까지 체력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자신의 스타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우선은 이곳에 좀 더 머물게 해야 하니 샤르망은 이쯤 해야겠다며 조금 더 참고 철창으로 향했다.
더 늦었다간 또 가게 문을 늦게 열게 될 테니 말이다.
샤르망은 서둘러 감옥을 나가며 말했다.
“어쨌든 잘 생각해봐. 감옥에서 계속 그렇게 버티면서 죽어가든지. 아니면 내 말을 따르면서 이곳에서 스승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든지. 선택은 너희들에게 달렸으니까.”
“…….”
“…….”
“…….”
철컹.
다시 한 번 굳게 철창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