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35)화 (35/148)

이유라.

진심을 내보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서 답답했다.

“……지키고 싶어서. 반드시 지키고 싶어서.”

샤르망이 고개가 저절로 떨어졌다.

어떻게, 뭘 더 말해야 하지?

머리가 새하얘졌다.

왕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대가 그 누구보다 엘리움을 아낀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

샤르망이 얼떨떨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군. 그들을 그대에게 맡기도록 하지. 다만 어려운 게 있다면 뭐든 말하게. 위험할지도 모르니 마탑주에게도 말을 해놓도록 하지.”

샤르망은 요청이 흔쾌히 받아들여진 점에 감사하며 편안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아힐 더프가 엘리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모양이다.

“혹시 마탑주가 어디까지 알고 있어?”

“음?”

왕이 생소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굴었다.

샤르망이 빠르게 말을 바꿨다.

“아, 아니. 마탑주도 다 알고 있는 거지?”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는군. 룬힐의 주인이 우리를 지원해주는 대가로 신뢰를 원했잖나. 그러니 당연히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지. 누구보다 그대가 잘 알지 않나.”

왕은 자신이 마탑주를 속이거나 진실을 감추는 순간 룬힐이 엘리움에 대한 지원을 즉시 철회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까지 말했다.

“아, 그렇지. 그냥 갑자기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싱겁기는. 그럼 일이 진행되는 대로 그대에게도 전갈을 보내도록 하겠네. 오늘 찾아와 줘서 고마웠네.”

샤르망은 왕에게 인사한 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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