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98)화 (97/148)

하지만 아힐은 그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아꼈다.

자신과 달리 자신을 구하고 살린 것마저 그녀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는 게 조금 충격이었지만.

그 생각만 하면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눈을 둥글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걸 보면 과거 자신이 알던 샤르망 노엘 켄더스인지 헷갈리곤 한다.

말을 할 때도 경청하며 문장 하나가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다른 곳도 데려다 달라며 서슴없이 부탁하는 것도.

과거의 아힐이 봤던 샤르망과는 달랐다.

이렇게 생생한 그녀인데 과거에는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그녀의 감정을 죽여놓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그가 이상했던 건지 샤르망이 아힐을 불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다른 곳도 가볼까?”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위해 아힐이 손을 내밀자 샤르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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