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허울뿐인 약혼녀로 살아온 엘레나 카스타야는 가문이 반역에 휘말리며 유폐된다.
구차하게 생을 연명하기보다는 죽음을 택했는데 눈을 떠보니 웬 고아 소녀 ‘이벨린’의 몸이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황태자비 시절 배운 외국어들. 번역 일을 도우며 고료를 받아 살아가던 그녀의 앞에 에스페다어에 능통한 젊은 여자를 구하는 사람이 찾아온다.
“유폐된 2황자 전하를 지근에서 보필할 사람이 필요해. 2황자가 누굴 만나는지, 누구와 편지를 주고받는지, 하다못해 시종들이 시시콜콜 나누는 수다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보고해 줄 수족이.”
“…….”
“넌 제법 예쁘장하고 머리도 좋아 보여. 나는 네가 마음에 드는구나.”
다시 깨어난 후 일부러 에스페다의 소식은 듣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를 시해한 죄로 2황자 비센테가 유폐되었다고?
“할게요. 제가 하게 해 주세요.”
비센테. 나는… 네가 나를 죽여도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나를 구원했으니, 이번 생은 너를 위해 살게.
일러스트: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