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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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정리라니 큰일 날 소리를.
“이 주변의 부족들만 흡수하도록. 지원을 해 줄 터이니.”
“그 말씀은…….”
“이곳에서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려라.”
지금 북방의 최강자는 누가 뭐라 해도 홍타이어.
약해질 때로 약해진 즁 대륙을 칠 때까지 초읽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조선국을 쳐서 후방의 안전을 도모할 것이고.
이 작은 부족으로 그런 그와 부딪히는 것은 자살 행위다.
“일단 주변 몇 개의 부족을 복속시키는 것은 내가 도와주지.”
“가… 감사드립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agsnhh는 실망했다.
다만, 그는 리안이 가진 힘을 보았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이 근방의 부족 둘만 흡수해도 옛날의 힘을 훨씬 상회한다.
거기다 힘을 키우란 말은 더 크게 쓰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 * *
agsnhh 부족의 기병과 리안의 보병이 함께 움직이며 주변의 부족들을 빠르게 복속하기 시작했다.
-내가 살면서 이런 무구를 걸칠 줄이야.
그뿐만 아니라 리안은 기병에게 갑옷과 무구를 하사했다.
전투력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만으로도 주변 부족들에게 상당한 위협이었지만.
타다다당!!
마총병이 적을 압박하고. 적들이 돌격하면 옆구리를 치는 식으로 적들을 제압했다.
야인들 중에서도 변방에 겨우 빌붙어 사는 족속들에게는 과한 전력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사사사삭!!!
소드마스터인 가순신의 압도적인 무력.
그걸 보는 순간 저항하지 못하고 모두 무릎을 꿇었다.
“스… 승전을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가순신에게 대족장의 직위를 내릴 것이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들을 정예로 만들어 놓도록.”
“알겠습니다. 주군!”
가순신은 그냥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전략/전술에도 능하며 훈련 또한 기가 막혔다.
만능형 장수.
“식량과 보급은 걱정하지 말라. 이곳에 주기적으로 밀라노정의 상선들이 찾아올 것이다.”
항구이자 거점은 조금 더 남쪽에 새로 만들어야 했다.
고잉미샤호가 아니라면 겨울에는 운항이 불가하기에.
“출항한다.”
그렇게 가순신만 덩그러니 남겨 놓고 떠났다.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너무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저들은 절대 배신하지 못한다.
일단 가순신의 장악력은 둘째 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식량과 물자들 때문이라도 말이다.
만약 가순신을 배신했다가는 물자는커녕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
‘절대. 그분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족장에서 부족장이 된 agsnhh는 리안을 생각하기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마총이라 불리는 물건도 대단했지만, 더 무서운 것은 리안의 전술이었다.
‘알고 싸워도 못 이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는 agsnhh뿐만 아니라 모든 야인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철썩. 철썩.
고잉미샤호와 밀라노정의 선단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종종 율 대륙의 배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하나같이 고잉미샤호를 보고는 깃발을 반쯤 내렸다.
존경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럴 것이 리안을 따라나섰던 모든 배들이 각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
“전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보급차 인디짜잉나 반도에 도착하자 스랑 제국 선단의 책임자가 리안을 반겼다.
“하시는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네. 잉글슨의 배도 이곳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전하의 뜻을 전달하니 그들도 항구만 쓰게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덕분에 안심하고 개항을 하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잉글슨은 이곳 인디짜잉나 반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니. 관심도 없다.
그들은 지팡구와 명국을 오가며 돈이 복사되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물론 곧 있으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명국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계속 돈이 새고 있음을 눈치챌 테니.
거기다 계속 은이 유입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은의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율 대륙에선 서로 적이지만, 머나먼 이 땅에선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지요.”
“그 말씀을 깊이 새기겠나이다. 전하.”
그렇게 인디짜잉나 반도를 벗어나 남쪽으로 잡으니 그곳에는 이벨 왕국이 열심히 분투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향신료에 관심이 많았다.
남쪽의 수많은 섬들은 향신료를 수급하기 딱 좋은 기후 조건.
“전하. 덕분에 우리 이벨 왕국에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그들도 만족하고 있었다.
가장 은을 많이 벌어들이는 나라가 어디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이벨 왕국이다.
남신대륙을 홀로 독식하여 그곳에서 나오는 부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항상 돈에 허덕이는 이는 나라가 이벨 왕국이었다.
경제 구조가 부실하여 지출도 천문학적이었다.
또한 귀족들의 사치와 향략이 심하여 부가 계속 다른 나라로 빠져나갔다.
거기다가 다른 국가가 식민지를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20%만 세금으로 걷을 뿐 모든 것을 자유에 맡겼다.
식민지임에도 총독제가 아닌 봉건제를 허용한 것이다.
어쨌든 리안을 따라 항로를 개척한 덕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네. 건투를 빕니다.”
그렇게 좋게 인사를 한 리안은 복잡한 섬들을 빠져나와 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인디아가 있었다.
사실 율 대륙이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인디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율 대륙과 인디아 사이에 오스 대제국이 자리 잡으며 동방으로의 무역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
행성이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서쪽으로 가면 인디아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행성이 더 컸다는 것.
“환영합니다. 공왕 전하.”
인디아에 도착하니 총독이 직접 나와 맞이해 주었다.
반란은 이제 잠잠해진 모양.
그 반란 때문에 북신대륙에 주둔 중인 잉글슨의 함대가 빠졌었고. 그 공백으로 북신대륙의 제해권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덕분에 리안이 신대륙에 가게 되었고. 공왕까지 힘들이지 않고 오르게 된 것이다.
리안의 입장에선 반란을 일으킨 자들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이교도들은 어떤가요?”
“여전히 물불 가리지 않고 우리 배만 보이면 공격하고 있습니다. 검은 땅의 동부 지역은 대부분 그들의 손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렇군요.”
마음 같아서는 정리를 해 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잉글슨의 힘은 인디아라는 거대한 식민지에서 나온다.
북신대륙보다 인디아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식민지다.
그러니 북신대륙의 함대를 빼내어 이곳에 투입했다.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네. 정말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본섬으로 보내는 물자들이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항로가 길어진 탓이다.
오스 대제국이 검은 땅의 동북부를 완전히 장악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것을 빙 둘러 이동하려니 몇 배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희 함대를… 맡아…….”
총독의 눈빛은 간절했다.
리안의 명성은 이미 자자했다.
혹시라도 리안이 이곳의 함대를 맡아 준다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리안은 곧장 거절했다.
분명 개선 혹은 운이 좋다면 검은 땅의 동북부의 제해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고생을 하세요.’
다만, 그것은 리안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하긴… 함대의 차이가 심하게 나기는 합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전하.”
“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요. 이해합니다.”
리안은 총독을 다독거려 주고는 인디아를 떠났다.
고잉미샤호는 인디아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와 서쪽으로 향했다.
희망봉을 지나 검은 땅의 서쪽 항로를 따라 항해했다.
그러다가 거대한 배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벨 왕국의 배입니다. 가문 깃발은 칙 공작가의 것으로 보입니다.]
뒤따라오던 밀라노정의 배에서 고잉미샤호에 알려 주었다.
거대한 함선들도 리안을 발견하고는 통신을 걸어왔다.
[이거 공왕님을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인사드립니다. 나페리카 칙 공작입니다.]
“만나서 반갑네요. 그보다 뭘 실고 다니기에 그리 큰 배를 몰고 다니나요?”
살가운 상대의 목소리와 달리 리안의 목소리는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별거없습니다. 그저 이곳 검은 땅에서 난 가축들을 북신대륙에 팔려고 하는 것이니.]
리안은 저 가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검은 땅의 원주민들이다.
‘나 때문에 시기가 앞당겨졌네.’
진토닉 덕분이다.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식민지를 개척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원래라면 깊게 들어갈 수 없던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눈앞의 것이 그 결과이다.
“물건을 확인해 봐야겠군요.”
[그… 건. 조금 곤란합니다. 공왕 전하. 월권입니다.]
“나는 이벨 왕국의 공주이신 므요 님과 사위가 될 사람입니다. 증표로 코파나 영지도 받았지요. 그런 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렇게 나오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리안의 말에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전달되었다.
나페리카 칙 공작이 저러는 이유는 노예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율 대륙의 관습법상 이교도를 노예로 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양이 꽤 되어 보이는데, 세금은 제대로 내셨는지요.”
[나중에 낼 생각입니다.]
“제가 몰랐다면 내지 않을 생각이셨군요.”
남신대륙에서 밖으로 반출되는 모든 것은 20%의 세금이 붙는다.
당연히 관리하기가 힘들었기에 남신대륙의 항구에 있는 관리인에게 내야 한다.
그런데, 저 노예들은 무슨 돈으로 샀을까?
당연히 남신대륙에서 나온 은으로 값을 치렀을 것이다.
[네. 그러니 계속 모르시는 것으로 해 주셔야겠습니다.]
거대한 상선은 뒤로 빠지고 잘 무장된 군함들이 전진해 왔다.
남신대륙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세력을 가진 나페리카 칙 공작.
그가 거느린 함대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나 기함은 2급 전열함으로 그 한 척만 해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선장. 저놈. 진심 같은데……?”
“코파나 영지가 탐이 나서겠죠.”
아무리 탈세를 좀 저질렀다고 해도 어찌 무마시킬 수 있을 거다.
방금 전 변명한 것처럼 어떤 규모로 거래가 될지 예상할 수 없어 나중에 후불로 세금을 낼 생각이었다고 한다면 강하게 몰아붙일 사람은 없다.
그는 엄청난 세도가로 이벨 왕실에서도 척을 지고 싶지 않을 테니.
“어차피 한 번은 꺾어 줘야 할 상대였어요.”
운하 개통으로 코파나 영지의 가치가 수직으로 치솟았다.
바로 아래에 있는 탐욕스러운 칙 공작가는 침을 좔좔 흘리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다면 바보다.
그런 찰나에 검은 대륙의 서쪽 바다에서 이렇게 조우한 것이 천운이라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상대의 전력이…….”
항법사가 조금 부담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저쪽은 군함이고 전열함까지 끼어 있었다.
반면 이쪽은 철갑선 한 척에 밀라노정 소속의 상선이 전부.
“싸움은 체급으로 하는 게 맞지만, 이 몸은 규격 외라고요.”
리안은 자신 있게 외쳤다.
밀라노정의 상선들도 도망치지 않고 리안의 명에 따라 움직였다.
당연히 도망갈 수 없다.
리안을 두고 도망쳤다가는 리안이 발주한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테니까.
“거참. 몇 번 승리한 것 때문에 기고만장해하는구나. 도망치지 않는다면 나야 좋고. 크흐흐.”
나페리카 척 공작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동안 막대한 돈을 퍼부으며 함대를 키운 것은 헛된 일이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하다.
“공작 전하. 그보다 상대가 서쪽으로 항진합니다.”
“뭐?! 싸울 생각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원해를 향해 도주를 시작하는 고잉미샤호와 밀라노정의 상선들.
한 대라도 놓치면 곤란하기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쯧. 저런 겁쟁이가 율 대륙의 영웅이라 칭송받는다니.”
“누구라도 이 함대의 앞에 서면 그럴 것입니다. 막상 싸우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밀려왔겠지요.”
“하긴. 어서 쫓아라. 한 놈도 놓쳐서는 곤란하다.”
물론 한두 척이 빠져나가 이 사실을 알린다 해도 공작의 입장에선 딱히 상관이 없었다.
리안은 잉글슨의 연방인 알바 공국의 공왕이라 외교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정치적 부담은 이벨 왕국의 왕실에서 질 것이다.
자신이야 신대륙으로 물러나면 그만.
만약 왕실과 잉글슨이 싸운다면 칙 공작가는 그거 나름대로 좋았다.
이벨 왕국이 약해지면 독립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최소한 저 싸가지 없는 어린 공왕 놈은 잡아야지. 몸값이 제법 두둑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