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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6화 (196/253)

< 196화 >

##196

황금색으로 둘러싸인 방.

그곳에는 황금 관. 황금 옷. 황금 지팡이로 치장한 대제사장이 있었다.

“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왔습니다.”

21번째 제사장은 즉시 대제사장에게 리안 측의 요구를 전달했다.

“허··· 거참.”

요구 조건을 들은 대제사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놈의 황금이 뭐라고. 정말이지 이방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족속들이군.”

황금은 물러서 어디 쓰지도 못하는 금속.

다만, 녹이 슬지 않아 무언가를 장식할 때는 좋았다.

아즈 제국에서 황금은 딱 그 정도.

물론 세공이 필요하기에 상류층만 쓰는 사치품이긴 했다.

귀하긴 했지만 목숨을 걸 정도로 귀하진 않았다.

“그럼 그놈들이··· 저렇게 광기에 젖어 쳐들어온 이유가······.”

“황금이랍니다. 그리고 황금 산맥을 자신들이 가진다고 하는데······.”

“그건 그냥 전설이지 않은가?”

지금 아즈 제국에 있는 황금은 대부분 고대에 황금 산맥에서 나온 것이라 전해진다.

어떤 방식으로 채굴되었는지는 전해 오지 않았다.

어차피 황금은 가치가 높지 않은 사치품이라 아즈 제국에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냐 옛날엔 거기서 그런 게 많이 나왔지 하는 수준이고 당연히 개발을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그놈들이 그곳으로 물러나 준다면······.”

대제사장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다시 이곳으로 쳐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 우리 정예 전사들과 제사장들만 돌아온다면 그딴 놈들은!”

리안이 요구한 황금 산맥 주변으로는 제법 큰 강들이 혈관처럼 뻗어 나가 있었다.

지금이야 임시 뗏목으로 다리를 만들며 수도까지 당도한 리안의 용병 부대지만, 아즈 제국의 정예 병사와 제사장들만 있었다면 이리 허무하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즈 제국이 믿는 신이 바로 강의 신이었기에.

다시 말해 그곳을 넘어 이곳 아즈 제국으로 오는 것이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아즈 제국 측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

아니. 너무 잃을 게 없어 어이없는 조건이다.

***

대제사장이 황금을 보내온 것은 금방이었다.

이전 사자로 온 제사장이 다시 돌아왔다.

“여기 요구한 황금이오. 군대를 그대가 요구한 황금 산맥까지 철수한다면 이 정도의 황금을 다시 주겠소.”

“음······.”

리안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었다.

“생각보다 너무 적은데?”

리안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삐딱하게 서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 좋소. 두 배를 더 주겠소. 수도에 있는 황금을 다 긁어모아야만 하는데 그게 시간이 좀 걸린다오.”

“그걸 어떻게 믿지?”

“여기. 우리가 믿는 강의 신님을 걸고 이행하겠소.”

그는 커다란 악어 가죽에 뭔가가 적힌 것을 건네줬다.

“황금을 넘겨주는 날 이 악어 가죽을 도로 가져갈 테니 그리 아시오.”

아마도 약속은 이행될 것이다.

지켜지지 않아도 딱히 상관이 없다.

‘이거 남는 장사인데?’

황금의 양은 상당했다.

지금 여기 있는 황금들만 처분해도 용병을 고용하고. 무기와 각종 보급 물자에. 이후 논공행상으로 지출될 보너스와 그 밖의 부대 비용을 처리하고도 남는다.

옆에 있던 대설 남작의 입이 바닥에 닿을 것처럼 쫙 벌어졌다.

“모기 들어가겠네.”

“죄··· 죄송합니다. 영주님!!”

“됐고. 철수 준비하세요.”

그리고 제사장에게 경고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율 대륙의 모든 국가들에게 그대들은 거짓말쟁이라 소문을 내도록 하지.”

“흥!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대 이방인들이오.”

하긴. 율 대륙 열강들에게 세게 데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스랑 제국이 가장 컸고.

물론 지금은 그 스랑 제국에 신나게 복수를 하고 있겠지만.

“가자!!”

군대는 곧장 황금 산맥으로 향했다.

“도대체 그곳에 무엇이 있는 것이옵니까? 영주님.”

“황금보다 귀한 것. 100년간 우리 코파나 영지를 먹여 살릴 먹거리가 있는 곳.”

대설 남작은 가슴을 탕탕 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정말이지 상관이 아니었다면 면상을 후려갈겨서라도 알아내고 싶달까.

“오오. 다른 부대들도 오네.”

전령을 보내 다른 두 용병 부대들도 이곳으로 집결을 명령했다.

아즈 제국 측에서도 저 두 부대를 공격하지 말라는 소식을 각 도시들에게 전달했다.

“영주 대리님.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딱 봐도 고생 꽤나 해 보이는 무관장이 달려왔다. 그러다 리안을 발견하고는.

“여··· 영주님?!”

“고생이 많았어요. 무관장님.”

“송구하옵니다. 전권을 주셨는데··· 제대로 전진을······.”

“아니요. 나름 잘 싸워 줘서 우리가 아즈 제국의 수도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겁니다.”

그 말에 무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 수도라니요.”

무관장이 슬쩍 영주 대리인 대설 남작을 바라봤다.

끄덕.

긍정하는 대설 남작.

“허······.”

“저기 보시면 전리품도 한가득입니다.”

황금을 보고서 또다시 놀라는 무관장.

“저것의 두 배에 해당되는 양을 더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들이 믿는 신을 걸었으니 아마도 이행될 겁니다.”

“그런······.”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뜯어낼 수도 있었다.

아즈 제국에는 황금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미 이벨 왕국에게 한번 속아 저것의 다섯 배나 많은 황금을 준 적이 있다.

스랑 제국에도 대충 세 배. 거기에 영토까지 잃었다.

신대륙이 발견된 초기에 호구 짓이란 것은 다한 아즈 제국.

그러고도 수도가 아닌 다른 도시에 꽤 많은 황금들이 있을 거다.

“수익을 두둑이 올렸으니 이제 탐사를 해 볼까요. 무관장은 용병들에게 이곳에 주둔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시세의 세 배를 불러요.”

“세··· 세 배나······.”

용병들을 고용해 수비병으로 쓰는 일은 흔하다.

식민지를 개척할 때는 상비군보다 용병이 훨씬 효율적이니. 다만.

“이곳에 아무것도 없죠. 코파나 영지와도 좀 떨어져 있으니. 그리고 대설 남작님.”

“네. 말씀하십시오. 영주님.”

“이곳에 군사 도시를 세우세요. 이주민들도 최대한 받아들이고.”

“예산만 넉넉히 주시면······.”

“저기 황금이 보이지 않나요?”

“빠르게 이행하겠습니다.”

아즈 제국은 이렇게 대단한 황금을 예쁜 돌 취급이나 하다니.

어쨌든 저 돈 덕에 그동안 계획했던 것을 이행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조선이 어디냐고?

이 게임은 묘하게 지구의 역사와 닮은 듯 닮지 않은 곳.

“네?! 거기가 어딥니까?”

“동방의 끝에 있는 선비들의 나라.”

“지팡구는 들어 봤는데······.”

“아. 그 나라 위에 있는 곳이에요.”

그 말에 눈을 꿈뻑이는 대설 남작.

“우리가 사는 땅은 둥글답니다.”

“큰일 나실 소리를 하십니다. 영주님!! 자칫하다간 이단으로 찍힐지도 모릅니다.”

아직 신대륙 서부는 개척이 되지 않은 상태다.

남단을 돌아갈 정도로 매력적인 땅은 아니니.

“일단. 나는 이 산맥을 기준으로 신대륙을 관통시켜 버릴 겁니다.”

“네에에?!! 그··· 그게 가능합니까? 설마 영주님은 인간의 탈을 쓴 신의 화신이라도······.”

그러다 다시 입을 꾹 다문다.

이 또한 자칫 이단으로 몰릴 수 있는 말이니.

“자자. 하루 쉬고. 탐사를 하죠.”

“······?”

아까는 신대륙을 반으로 갈라 버린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더니 이번에는 또 탐사란다.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인물이다.

“전 병력에 전달하세요. 이렇게 생긴 나무를 찾는 사람에게 큰 포상을 내리겠다고.”

리안은 대충 팬으로 슥삭슥삭 그려서 배설 남작과 무관장에게 보여 줬다.

뿌리로 커다란 바위를 감싸고 있는 나무.

“이런 나무가 존재할 리가······.”

“일단 찾아보라고 하세요. 상금이 꽤 두둑할 겁니다.”

리안이 금화 한 주먹을 쥐었다.

그걸 본 무관장이.

“당장 저부터 찾아보겠습니다!!!”

***

한 무리의 남자들이 푸른 수정구로 환한 곳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는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는데.

“여자는 우리의 적! 우리에게 여자란 대지의 여신 가이아 님뿐!!!”

“가이아 님뿐!!!”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남성들이 모여 저런 말 따위를 뱉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해 보였다.

누구보다 여자를 좋아할 것처럼들 생겨서는.

“바지를 벗어라! 우리의 신성한 의식을 시작할······.”

그때.

쿵!

뭔가 강한 충격으로 땅이 흔들렸다.

순간 사색에 빠진 족장.

“설마!! 여자들이 쳐들어온 것인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거야.”

“어떻게 합니까. 족장님!! 저는 일하는 노예가 되기 싫습니다!!”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이 겁에 질려 호들갑을 떨었다.

여자가 무슨 악귀라도 되는 것처럼.

“싸··· 싸운다. 우리에게 온 자유를 빼앗길 순 없다! 곡괭이를 들어라!!”

그 말에 다들 뒤뚱뒤뚱 연장을 챙겼다.

그런데, 이들의 생김새가 조금 이상했다.

상체에 비해 다리가 짧고 두꺼웠다.

***

상금을 걸자 나무를 찾는 데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황금 산맥이라 불리는 곳은 생각보다 넓었다.

리안이 특정 지역으로 좁혔는데도 말이다.

“어어어?!!!”

마포로 나무의 바위를 쏴 버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바위가 터져 나갔고 즉시 그 아래 지면이 무너져 내렸다.

나무가 쏙하고 구덩이 아래로 떨어진다.

“계··· 계단입니다!!”

누군가 달려가 확인을 해 보더니 외쳤다.

“무관장님. 기사급을 먼저 내려다 보내세요.”

“아··· 알겠습니다.”

“아참. 죽이면 안 됩니다. 몽둥이만 사용하세요.”

“네?!”

“거기. 난쟁이들이 꽤 많을 겁니다.”

리안의 말대로 기사들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엄청난 수의 난쟁이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그들은 코를 벌렁이더니.

“아··· 암컷의 냄새가 섞였어······!!”

“혀··· 현기증이.”

“으악. 역겨워!!!”

이들은 여자를 멀리한다며 여자들의 냄새를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했다.

대대로 여성의 체취가 묻은 무언가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며.

“노예가 될 수 없다!! 프리덤! 자유를······!!!”

난쟁이들은 미쳐서 기사급 용병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용주가 몽둥이로 때려잡으라고······.”

“저 많은 수를? 게다가 그냥 난쟁이가 아니잖아.”

인간 중에도 저 정도의 팔뚝을 가진 사람은 잘 없다.

“모르겠습니다. 죽이면 보너스 없답니다.”

“에잇!! 가자!!!”

결국 두 세력이 격돌했다.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각성을 한 자들답게 전투 기계에 가까웠다.

난쟁이들은 힘이 좋았지만 싸우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잡아라!! 난쟁이들을 잡아라!!!”

잠시 후 일반 용병들도 투입이 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도 역시나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퍽!! 퍽!!! 퍼어어억!!!

용병들은 동굴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난쟁이들이 보이는 족족 때려잡았다.

그러다 도착한 곳.

“뭐야? 저것들은.”

아무리 봐도 남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 밖에 특이한 것은 주변에 작은 알들이 제법 많다는 것. 그리고 다른 곳에 비해 기온이 조금 높다는 것.

“이놈들!! 이곳은 안된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곳이다!!”

웬 노인이 용병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퍽!! 퍼어어억!! 퍼어억!

“아이고. 나 죽는다.”

몽둥이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했다.

용병들의 눈에는 이것들이 도무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잡고 보는 것이다.

“무슨. 늙은 난쟁이가 맷집이 왜 이렇게 세!”

지금껏 만난 어떤 난쟁이들보다 몸이 좋긴 했다.

특히나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의 근육이 가장 발달했는데, 전완근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만!”

그때 리안이 뒤에서 나타났다.

용병들은 고용주가 나타나자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그들에게 그동안 이런 물주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고용주님. 최대한 상품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조정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때려 가지고 되겠냔 말이죠.”

리안이 용병의 방망이 하나를 뺏어 들고는.

“왜··· 왜 이러시오!!!”

리안은 다짜고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퍼어어억!!

“아이고~~ 나 죽는다.”

곡소리가 한 참이나 퍼져 나갔다. 그러나 리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때렸다.

퍽퍽퍽!!!

“그마아아안!!!”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몸에서 수증기를 뿜어 댔다.

펑~!

그리고 무언가로 변했는데.

“헙!!! 드레곤?!”

대략 체고만 4미터가 넘어 보이는 크기의 용이었다.

노란색 소름 끼치는 눈으로 아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들. 죽고 싶어서 온 것이더냐. 모두 잡아먹기 전에 물러나라. 이것이 내 마지막 자비니라.”

리안은 콧방귀를 꼈다.

“지랄! 다들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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