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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97화 (197/253)

< 197화 >

##197

리안이 명령을 내렸음에도 다들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드래곤의 거대한 몸집에 다들 기가 죽어 버린 것.

“에효~”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혼자 몽둥이를 들고 돌진했다. 그리고 점프.

샤락!

등에 있던 호랑나비 날개가 펼쳐졌다.

머리가 한참 위에 있던 드래곤의 머리에.

퍽!!!

몽둥이가 작렬한다.

쿠오오오오~!

드래곤은 리안이 휘두른 몽둥이에 머리가 돌아갔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격을 하지 못했다.

퍽!! 퍽!!!

리안은 아예 드래곤의 정수리에 올라가 계속해서 몽둥이로 찜질을 했다.

대전사 중에선 리안이 약한 축이었지만, 그래도 대전사.

몽둥이에 실린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고··· 고용주의 명령을 따르자! 가자!!!”

리안을 보고 용기를 얻은 용병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지켜만 보다간 리안이 보너스를 지불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퍼버버버벅!!

용병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몽둥이로 드래곤을 내리쳤다.

결국에 드래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해 주세요. 반항하지 않겠습니다.”

“반항은 처음부터 못 했잖아. 반항이 아니라 협조라 해야지.”

리안이 말하자.

“네. 협조하겠습니다아아아.”

그렇게 말하자 리안이 용병들을 물려줬다.

드래곤도 다시 폴리모프를 해서 인간의 모습을도 돌아갔다.

“어어어?!!”

그런데, 자신들의 촌장이 드래곤이었단 사실보다 다른 것에 난쟁이들이 모두 놀라했다.

“여··· 여자다아아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난쟁이들도 그 소리에 난리를 치며 구석에 몰려 덜덜 떨었다.

이들이 본 것은 다름 아닌 인어.

“저들이 왜 사제들을 두려워하는 겁니까?”

대설 남작이 리안에게 물었다.

“별거 아니고. 저 난쟁이들도 원래 인어였어요.”

아주 오래전 고대의 인어는 원래 일부일처제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남자 인어도 있었다는 것.

그런데, 남자 인어들이 모종의 이유로 모두 육지로 이주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인어치고는······.”

우락부락한 모습에 짜리몽땅한 것이······.

인간으로 변한 인어는 인간들에 비해 다리가 약간 긴 편인데, 남자 인어였다는 난쟁이들은 그 반대였다.

“상체가 발달해서 그래요. 육지 그것도 지하에서 생활하다 보니 점점 다리가 꺼진 거죠. 어쨌든 이제는 인어가 아니에요. 저들은 이제 바다의 여신이 아닌 땅의 신 가이아를 믿거든요.”

“갑자기 왜······.”

“저 늙은 용 때문이죠.”

리안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 늙은 대지의 용은 마지막 남은 드래곤이란다.

자신이 죽으면 이 세상에 드래곤이 사라진다.

뚝뚝!

드래곤 그러니까 난쟁이 촌장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온 것이 이제 물거품이 되어 버릴지도.

“인어 여왕이 보낸 것입니까?”

촌장이 말했다.

“내가 인어 여왕의 남편이긴 하죠.”

그 말에 촌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뭐. 딱히 드워프들을 잡아 가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저들은 이제 다른 생물이 되어 버려 인어들에게 가치가 없거든요.”

“네?! 정말이십니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인어로 만들.

다만, 오염이 너무 많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노력에 비해 얻을 것이 없다.

“그 대신 협조가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최대한 이들을 설득하겠습니다.”

이미 드워프족은 지룡에게 정신이 장악당했다.

오랜 시간 가스라이팅을 당해 왔으니 당연하달까.

“그쪽도 나쁠 게 없을 겁니다. 아직 드래곤이 멸종한 것은 아니니까요.”

“네? 그럴 리가요. 오래전 인간과의 전쟁으로 저를 뺀 나머지 드래곤들은 모두······.”

인간들의 입장에서 드래곤들은 나쁜 종족이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저들은 보험이다.

고도로 발달했던 고대 인류가 자멸할 뻔한 것을 저들이 막아 준 것이니.

자연의 균형자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화룡의 알이 남았지요.”

“그런!!”

“그 알이 부화하면 드워프들에게 정기를 착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역시 인어 여왕은 남편··· 이라서······.”

촌장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과는 상관없어요. 어쨌든 인어들이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고대 시절 인어들은 남자 인어들이 모든 것을 했다.

여자 인어들이 하는 것은 육아가 전부였는데, 사실 바다에서 인어를 위협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육아도 인간들에 비하면 할 게 없었다.

그럼에도 육아를 제외한 모든 노동은 남자 인어들이 해야 했다.

게다가 여자 인어들은 성욕이 아주 왕성했다.

남자 인어들은 허리가 휠 때로 휜 것이다.

-여자 인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육아를 못 하게 하면 되지 않는가?

저 말이 어떻게 퍼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리안은 알고 있었다.

선동한 것은 바로 눈앞에 드래곤이란 것을.

“그래도 아이만 태어나면 돌려보내 줄 생각이었습니다. 한동안 떨어져 지내면 여자 인어들도 반성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기엔 늦어도 너무 늦어 버렸다.

“원래는··· 다른 생물에게서도 가끔 드래곤이 태어나기도 하는데······.”

드워프들의 신성한 의식은 드래곤의 알에 정기를 넣는 것이었다.

격의 차이가 커서 한두 명으로는 안 되고 거대한 의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알에서 깨어난 것은 웃기게도 드워프였다.

“그럴 거면 인간을 썼어야죠.”

“시도는 해 봤는데······.”

인간들은 나약하고 수명도 짧다.

수천 단위의 인간을 먹여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패쇄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러다 인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됐고. 지금부터 바로잡으면 되죠. 고룡 안티스.”

“힘을 찾게 되면 꼭 보상을 하겠습니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드워프족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은 여기쯤 있을 겁니다.”

지도에 대충 표시를 해 줬다.

“이곳은 저희의 영역인데······.”

“아래로 좀 많이 파 내려가야 할 겁니다. 그곳에 화룡의 알이 보관되어 있을 것인데, 그걸 빼내면 대륙이 갈라질 겁니다.”

“설마······?!!”

뭔가를 아는 눈치다.

대륙이 갈라진다고 했지만, 진짜로 갈라지는 것은 아니고 고대 시절에 존재하던 운하를 떠올린 것이다.

“물길을 막기 위해 매체로 화룡의 알을 쓴 것이지요.”

“그런······.”

어쨌든 지룡에게 정보는 줬고.

“혹시. 모아 둔 금은 좀 있습니까?”

“···헙!”

참고로 이 세계의 드래곤도 황금을 좋아했다.

***

잉글슨 왕국 본섬의 수도.

그곳의 분위기는 참으로 묘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북신대륙에서 대승이라니.”

“바다 건너 율 대륙에선 죽을 쑤고 있다던데?”

노르망 공작령에선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스랑 제국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주인공은 바로 이황자였다.

“에이. 그 땅이 우리에게 뭔 도움이 된다고. 차라리 없는 게 나을걸.”

“그래도 스랑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대륙에 땅이······.”

“그 소식 못 들었어? 우리 왕국이 지원한 로이센 왕국이 연전연승을 하고 있다는 거.”

“하긴. 스랑 제국을 굳이 우리가 피를 흘려서 견제할 필요는 없지.”

여론은 노르망 땅을 포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땅을 가지고 있어 봐야 좋은 것은 국왕밖에 더 있는가.

사실 국왕도 아주 이득은 아니었다.

그 땅을 유지하기 위해선 귀족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거기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땅에 엄청난 부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나 보네.’

주점에 들어선 리안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주점 주인은 리안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젖은 옷을 입은 걸 보니 바다에라도 빠진 걸까?

“따뜻한 우유 한 잔이요.”

“아직 어린데 부두에서 일하나 보군.”

“아니요.”

“그럼. 뱃사람인가? 여기 있네.”

주점 주인은 우유를 끓여 리안에게 건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테이크아웃 되나요?”

“스테이크? 아웃? 우리 가게엔 스테이크는 팔지 않는다네.”

“그게 아니라 컵값 드릴 테니 가지고 나간다고요. 보자··· 돈이 없네······.”

리안은 주머니를 뒤져 아주 작은 황금 알갱이를 올렸다.

“꼬치가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주점 주인은 황금 알갱이를 곰곰이 지켜보다가 손톱으로 자국을 내 봤다.

“사금이군. 이 값어치의 꼬치를 만들려면 좀 걸리네.”

“그냥 하나만 주세요. 나머진 팁.”

그 말에 주점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안을 어린 뱃사람으로 오해했기에 심부름을 온 줄 알았다.

“고··· 고맙네.”

잠시 후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넣은 고기가 나왔다.

리안은 그걸 챙겨 들고는 밖으로 나와 궁전으로 향했다.

대충 궁전까지의 거리를 일직선으로 머릿속으로 긋고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이. 꼬마. 가방은 두고 가.”

주점에서 리안을 관찰하던 이들이 뒤따라 온 것이다.

딱히 강도 같은 것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만, 이 세상은 참으로 살기 팍팍했다.

“아오, 이놈의 인기란. 이젠 사생팬들까지. 속옷까지 달라고는 안 하겠지?”

“뭐라는 거야?! 맞아야 정······.”

신을 차리는 것은 그들이었다.

리안의 움직임을 전혀 보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대자로 뻗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쪽으로 코피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기사 종자였다니······.’

그들은 운이 좋았다.

리안은 기사 종자가 아니라 대기사에 후작이었으니.

“멈춰!!”

얼마후 리안을 붙잡는 또 다른 이들.

“무슨 용건이지? 여긴 궁전이다.”

병사들이 궁전으로 다가오는 추레한 소년에게 주의를 줬다.

꿉꿉한 옷에는 하얀 가루가 묻어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제대로 말리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것 같다.

거기에 옷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얼룩이 묻어 있어 더럽기 짝이 없었다.

“알아요. 궁전인 거.”

“뭐?!”

“대 잉글슨 왕국의 후작 레온이 국왕 전하께 알현을 요청하니 알려 주시겠어요?”

그 말에 경비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제야 리안은 자신의 꼴이 말이 아닌 것을 알아차렸다.

복장에 너무 신경을 안 쓴 것이다.

거기다 신발도 가방에서 꺼내 신지 않아 맨발이었다.

양말을 깜빡해서 신발을 신지 않았던 것이다.

스르르륵!

리안이 순간적으로 정령 갑옷을 입었다.

“엇?!”

경비병들이 놀라서 무기를 겨누었다.

그냥 부랑아처럼 보였던 소년이 무려 대기사였다.

저 나이 때에 기사만 해도 대단한데, 대기사라면 평범한 인물일 리가 없다.

그제야 모두의 머릿속에 리안의 정보가 주르륵 흘렀다.

아일리 섬의 지배자.

신대륙의 구원자.

신센롬 제국의 사위.

이벨 왕국의 사위.

이교도들을 박살 낸 명예 성기사.

“시···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경비병들이 더듬거렸다. 그러자 리안은 갑옷을 해제하고 가방을 주섬주섬 뒤졌다.

“아. 여기 있네.”

가방이 크지 않아서 많은 물건을 담지 못했다.

리안이 꺼낸 것은 양피지.

“확인해 보고 금방 오겠습니다.”

경비병 하나가 그 양피지를 들고 급히 궁전으로 뛰어들어 갔다.

리안이 왔다는 것은 보통 사안이 아니다.

지금 그는 잉글슨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니.

***

대전은 오늘도 회의가 한창이었다.

“전하! 그냥 포기하시는 것이 옳은 줄 아옵니다.”

“아닙니다. 아직 포기해선 안 됩니다!”

두 파로 갈라져 있었다.

포기를 하자는 쪽은 전쟁이 지속되면 손실을 보게 될 자들.

반대파는.

“우리가 철수하는 순간 그 병력들은 로이센 왕국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잉글슨과 스랑 제국이 싸우는 동안 로이센 왕국과 신센롬 제국이 싸우고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하아······.”

국왕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때.

“전하!! 스스로 레온 후작이라고 불리는 자가 알현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뭐?! 레온? 그렇지 내 고르작 공작을 보내며 레온 후작을 소환하긴 했는데······.”

“가장 빠른 배로 출발했다 해도 벌써 도착했을 리가 없습니다. 전하.”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귀족 사칭, 그것도 레온 후작을 사칭하는 자는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다들 믿지 않는 눈치였다.

“이걸 증명으로 내놓았습니다.”

양피지가 국왕의 앞에 대령되었다.

국왕은 양피지를 펼쳐보더니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거기다 바람 속성의 대전사였습니다.”

“허어···!! 진정 레온 후작이란 말인가? 어서. 어서 대전으로 데려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의 문이 열리고 한 소년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하얗게 핀 옷에 맨발.

원래라면 복장을 갖출 시간을 주었을 텐지 지금은 워낙 사안이 급박했다.

“레온 후작!! 안 본 사이에 많이 늠름해졌구려.”

국왕이 벌떡 일어나 리안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이차 성징이 일어난 터라 키가 제법 커졌지만, 얼굴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내 제대로 지원도 하지 않고 그대를 머나먼 땅에 보내 얼마나 걱정이 많았던지··· 그대를 부른 것은 절대 질책을 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네.”

국왕은 리안에게 구구절절 변명을 했다.

“혹여 그대의 건강에 문제라도 있을까 봐 사람을 보낸 것이라네.”

“그보다 전하께서는 안 좋아 보이십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물론 무엇 때문에 국왕이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이게 다 리안이 신대륙 해전에서 제국의 이황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낸 까닭 아닌가.

S급 지휘관 잠재력을 지닌 그가 슬슬 그 재능을 꽃피울 때가 되었을 것이다.

“하··· 그것이.”

국왕은 대략적으로 리안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 줬다.

“내 땅에서 스랑 제국의 촌놈들이 설치는군요.”

“음?! 그래. 그렇지. 그곳은 이제 자네 땅이네!”

국왕의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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