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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41화 (141/253)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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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의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줄리아.

머리는 살짝 산발이었고. 옷도 흐트러졌지만 바로잡아 주는 이 하나 없었다.

워낙 몸매의 비율이 좋은 데다가 미인이어서 남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놈들이!!!’

음흉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트로네 백작가의 두 후계자.

생전 처음 이런 시선을 그냥 견뎌야 하는 줄리아는 분함에 울컥 눈물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제발. 저놈들에게는…….’

저들의 탐욕스러운 눈은 분명 자신의 오러를 폐할 것이 분명하다.

자손을 번식함에 있어 도움보단 방해가 될 테니.

물론 오러를 가진 임산부는 건강하게 출산이 가능하겠지만, 딱 그뿐이었다.

대부분의 귀족 남자들은 순종적인 여인을 원했다.

아니. 정정하자면 노리개를 원하는 것이겠지.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을…….’

줄리아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위 귀족인 주변의 남작들만 해도 여자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았으니.

물론 그땐 갑의 입장에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처지가 바뀐 것이다.

“하하. 두 형님들. 이렇게 싸우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니… 그게……!”

‘네가 싸우라고 부추겼잖아!’

“사이 좋게 지내려 해도 저놈이……!”

‘손을 봐 줘야 한다는 건 리안 네놈인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갔다.

두 형제는 곧 깨달았다.

리안이 이 일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걸.

“이제 곧 외할아버지가 돌아오실 건데, 지금까지 싸우고 있으면 혼난다고요!”

“미… 미안하구나."

"면목이 없다."

두 형제는 서로 자신에게만 조언을 해 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시간 내에 일을 끝내지 못한 자신의 탓이지 않은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형제가 아니랄까 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형님들. 서로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원래 형제끼리는 싸우고 지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 안 싸우는 형제가 없다니까요. 형님들이 작위만 아니었으면 누구보다 우애가 좋을지도 몰라요.”

두 형제는 리안을 말을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추억들이 떠오른다.

첫째는 동생을 귀여워했던 기억이.

둘째는 형을 따랐던 기억이.

갑자기 둘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쟁쟁하던 형님들이 신대륙에 가서 죽어 버린 바람에 후계자가 공석이 된 것 때문이지 않은가.

“일단 두 분 화해 하세요. 이렇게 가다간 외할아버지에게 단단히 혼날지도 몰라요. 진짜 잘못하면 방계 중에 한 명을 후계자로 삼아 버릴지도 몰라요.”

그 말에 두 형제는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할아버지인 아트로네 백작은 둘을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직계 혈육이라고는 둘밖에 남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오냐오냐하고 있는 중이다.

“두 분 그만 화해하세요.”

리안이 능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만, 상대는 능글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럴 것이 아무리 어린아이라 해도 리안이 가진 병력은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 래.”

“화해를 하마.”

모양이 빠지지만 둘은 어정쩡하게 손을 맞잡았다.

손을 맞잡는 순간 묵은 나쁜 감정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소곤소곤.

리안의 부하 두 명이 배에 오르더니 리안의 귓속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두 형제는 매우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허…….”

리안의 표정이 갑자기 매우 심각하게 변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매우 매우 좋지 않았다.

“혀… 형님들…….”

“어?”

“응?”

불안한 마음에 겨우 대답하는 형제들.

“도대체 얼마나 죽은 거예요?”

“뭐가… 말이더냐.”

“그렇게 많이 죽지는…….”

두 사람은 긴장한 듯 몸이 굳어 차렷 자세와 비슷해졌다.

마치 자신들의 할아버지에게 갈굼을 당하는 느낌이랄까.

“이거 아시면 외할아버지가 가만 안 있을 것 같은데…….”

리안의 말에 두 사람은 잔뜩 쫄아 붙었다.

일단 일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리안에게 선동당해 ‘에라 모르다’라는 심정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어쩌면 좋으냐.”

사실 리안도 얼마나 죽었는지는 잘 몰랐다.

대충 보아하니 견적이 나와서 두 사람을 기를 죽이는 중이다.

리안의 귀에 속삭인 부하들의 말은.

-좀 죽었답니다.

-100명은 넘게 죽었다는뎁쇼?

- 네. 수고들 하셨어요.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돼먹지 않은 병사들이라도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전투 직접, 그것도 처음 보는 이에게 술술 말할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이렇게 화해하셔서… 두 분 사이가 좋아 보이니까 기분이 좋네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아트로네 백작가의 평화는 제 마음의 평화이기도 하죠.”

두 형제는 가식적인 리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형식적인 말인 것을 둘은 알고 있었다.

결론은 싸움을 부추긴 사람이 리안이 아니란 티조차 내선 안 된다.

“그래. 우리가 네게 못 볼 꼴을 보였구나.”

“이 전쟁은 그만 멈추마.”

“전쟁이라뇨. 그냥 두 형님들은 무를 숭상하는 우리 아트로네 백작가의 기질답게 실력을 겨룬 것뿐이지요. 제가 외할아버지께 그리 전해 드릴게요.”

리안이 그리 말하자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두 형제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후작에 오른 리안이 아트로네 백작에게 그리 전달해 준다면 조금은 한시름이 놓였다.

“그보다 형님들. 이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리안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줄리아를 발로 툭툭 쳤다.

‘어찌… 데르 백작가의 여식을…….’

가장 의문스러운 점이다.

데르 백작가는 더블린이란 항구 덕분에 아일리 섬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가문이다.

그럼에도 그 가문 자체가 무를 숭배하기에 웬만한 다른 아일리 섬의 백작가보다 강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그런 가문의 여식이 지금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리안에게 저항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영애에게… 너무 심한 것 같은…….”

첫째가 리안에게 겨우 말을 했다.

“하하하. 너라면 해낼 줄 알았다. 데르 백작가를 장악한 것이더냐!!”

다만, 약은 구석이 있는 둘째가 리안의 눈치를 보며 손뼉을 쳤다.

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말 그대로 눈치로 한 행동이었다.

“큼. 역시 내 동생이다.”

뒤늦게 이상하게 생각한 첫째가 말을 바꿨다.

“대충. 사정이 있어 데려왔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두 형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잉글슨의 국왕이 리안에게 후작 위를 내렸다는 것은 뭔가 있단 말일 터.

둘은 리안의 숨소리조차 놓칠까 귀를 쫑긋했다.

“그런데 저는 여기 아트로네 백작령이 이렇게나 개판이 되었을지 몰랐어요.”

리안의 말에 두 형제는 뜨끔했다.

싸움은 거의 같은 장소에서 비슷하게 했지만, 결국 아트로네 백작령에 있는 하위 귀족들을 쥐어짜 내서 벌였다.

다시 말해 아트로네 백작령 전체를 보면 제 살 깎아 먹기랄까.

“형님들. 일단 여기 데르 백작가의 여식하고 우리 아트로네 사람이 이어지긴 해야 하는데… 너무 곤란하네요.”

리안의 말에 두 사람은 머리가 번쩍 뜨였다.

아직까지도 아일리 섬의 유일한 후작 자리가 눈에 아른거린다.

어쩌면 리안이 가진 후작 위가.

‘줄리아만 가지면 리안이 가진 후작위를 넘기는 건가? 일종의 소유 개념인가?’

두 사람은 여전히 오해 속의 바다에서 출렁였다.

애초에 리안이 후작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렇다면 리안에게 내린 후작위는 눈앞의 아리따운 줄리아와 세트로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리안은 그저 중간에 임시로 맡고 있을 뿐이고.

‘저거다!’

이제야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한 두형제.

그저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 싫어 발을 빼려는 것처럼만 보였지만, 이제 보니 리안은 어떻게 보면 약속을 지킨 것이 아닌가.

“네게 너무 고생만 시키는구나. 리안아.”

“내가 저놈의 버른장머리만… 고쳤더라면 네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게 했을 텐데…….”

“형님. 지금 나에게 한 소리요?”

“너도 주제를 알아야지!”

갑자기 리안이 가진 후작 자리를 자신들이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두 형제의 경쟁심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형님!!”

“미안하다.”

“하하. 우리 둘이 이렇게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이가 좋단다. 리안아.”

리안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이 입 한쪽이 살짝 올라가는 것은 도저히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럼. 형님들. 이렇게 된 김에 여기서 정하죠.”

“뭐가 말이더냐.”

“설마…….”

확실히 다혈질이 첫째 보다 두 번째가 눈치가 빠른 것 같긴 하다.

당연히 오해의 오해를 하도록 리안이 판을 짠 것이지만.

두 사람은 리안에게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내일까지 두 분은 O와 X를 가져오세요.”

“갑자기 OX라니?”

리안의 뜬금없는 말에 두 사람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말이던가.

“여기 우리의 발밑에 형수님이 있어요.”

리안은 줄리아의 머리를 발로 꾹꾹 눌렀다.

그걸 본 두 형제는 거의 경악했다.

줄리아가 누구던가. 아일리 섬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었다.

“그… 그래…….”

뭔가 두 사람은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게 왜 그런지 이해를 하진 못했다.

‘자신의 여자라 이거지?’

이미 두 사람은 줄리아가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김칫국물을 마시고 있기에 기분이 복잡미묘해진 것이다.

“두 분이 사이가 좋은 것을 외할아버지께 그나마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욕심에 눈이 먼 두 사람은 가장 큰 걱정인 아트로네 백작이 언급되자 다시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리안과 마주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벌써부터 정신의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욕심 그 자체 때문이었다.

“그래서 형님들께 제안을 할게요.”

“제안이라니.”

“네가 무슨 제안이든 따르마.”

리안은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2서클의 주문이 담겨 있었다.

리안이 무난하게 만들 수 있는 양피지였다.

통신반장이 2서클이었기에.

“무슨 제안이길래. 거창하게 양피지씩이나.”

사실 양피지를 이용한 마법 서식은 마법사가 꽤 노력해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리안이 양피지를 이렇게 남용할 수 있는 이유는 마법사를 수하로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양피지 자체가 서약이 될 수는 없다.

통신 마법사 포트의 서클이 2서클이니 이를 조금이라도 손상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2서클 위인 4서클의 마법사가 일주일 이사의 시간을 들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4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애초에 조작은 불가능하고 겨우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개입하는 것 자체가 낭비였다.

“아트로네 백작가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는 분께 여기.”

꾸우욱!

리안이 줄리아의 머리를 밟았다.

물론 그 전에 줄리아의 마음을 밟아 놓긴 했다.

-해적 섬에 요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단 말이지. 들어는 봤을 거야. 해적이 아니라도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윤락촌을 말이야.

협박을 야무지게 해놓은 상태다.

아무리 아트로네 형제가 싫어도 정부는 아니라도 첩의 자리는 보장된다.

그런데, 리안은 해적 섬의 성노로 팔아 버리겠단 협박을 한 것이다.

그러니 발로 밟아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진짜 형수님의 남편이 되는 것이죠.”

리안은 바닥에 굴복하듯 엎드려 있는 줄리아의 머리를 툭툭 쳤다.

이미 이것은 귀족 취급도 안 한다는 말.

두 형제의 오해는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저년을 가지는 순간 데르 백작가를 가진단 말인가?’

‘그렇군. 무슨 마법을 부린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문이 후작이 되기로 했구나.’

두 사람의 오해와 달리 줄리아는 패배자였다.

아니 아무리 가문의 형제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지질이 볶아도 저렇게 거지 취급하게 두지는 않는다.

그것이 가문의 체면과 관련이 있기에.

그런데, 리안이 저렇게 줄리아를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데르 백작가를 이미 굴복시켰다는 말.

“그러니 아트로네 백작가의 후계 자리를 포기하는 분께 줄리아 데르 영애를 넘겨 드리겠습니다.”

리안이 말을 끝내니 두 사람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동시에 있지도 않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구나!!

이미 둘째는 나름 모든 것을 분석하고 답을 내렸다.

‘후작의 본진은 데르 백작가다.’

그 말은 즉신 직할지는 데르 백작가일 뿐.

다시 말해 후작이지만, 힘은 다른 백작가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후작이다. 아트로네 백작가를 포기해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 봉신이 되는 것이다.’

사과 박스에 든 사과는 하나다.

그런데, 사과가 아니라 사과 박스를 가진다면? 결국 사과를 가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여기 양피지에 아트로네 백작가에 대한 명분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내일 아침까지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리안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왜 그러냐.”

“뭐가 또 있더냐?”

“그런데, 두 분이 너무 우애가 좋아서 문제이기도 해요. 이 양피지의 허점이… 두 분 다 포기해 버리면 보상이 오류가 되어 버리니까…….”

이들도 바보가 아니다.

마법 결재가 어떤 원리인지 알고 있었다.

“걱정 말거라.”

“우리 형제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다. 리안아!”

두 형제는 정말로 오랫동안 사이가 좋았던 전설의 친한 형제처럼 행동이 변했다

불과 방금 전 벌레에 몸을 문지르는 것 같은 행동은 온데간데없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훨씬 컸지만, 외부에서 볼 땐 정말 우애가 깊은 형제처럼 보였다.

“그럼 걱정을 겨우 덜어 낼 수 있게 되었네요.”

과연 두 사람은 내일 아침 어떤 사인이 담긴 양피지를 내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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