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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33화 (133/253)
  • 133화

    ##133

    울창한 숲으로 변한 섬.

    그곳에 소수의 선원과 독왕 형제 중 베아티에와 베츠를 섬에 남게했다.

    배에도 의사가 필요했기에 일단 베지미르는 배에 머무르게 했다.

    “도대체…….”

    섬과 주변 바다가 변한 것을 가장 놀라워하는 이는 또 있었다.

    바로 리안을 따라나선 인어였다.

    “마치 옛날의 바다 같아.”

    인어의 수명은 매우 길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주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마치 여왕님이 자유롭던 그 시절…….”

    확실히 리안이 주장한 것처럼 뭔가 달라 보이긴 했다.

    직접 따라가진 못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백작가 하나를 얻어 냈다.

    그것도 자신의 부하들 대부분을 두고서 열세인 다른 이의 병력을 이용해서 말이다.

    ‘탐이 난다 말이지.’

    인간은 먹이 그 이상도 이하로도 보지 않는 인어였지만, 리안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특이하다.

    ‘아직 설익었지만…….’

    섬에 다녀온 리안이 달리 보였다.

    “뭘. 그렇게 봐요?!”

    “음. 츄릅.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어의 시선을 감지한 리안이 따지자, 인어는 고인 침을 닦았다.

    ‘조심해야지.’

    리안은 인어를 빙빙 둘러 배에 올라탔다.

    묘하게 눈빛이 위험해 보였다.

    ‘각성한 걸 눈치챘나 보네.’

    돌아온 리안이 달라진 것을 유일하게 알아본 것 같았다.

    “출항합니다! 흐리아 민에게 조타를 맡기세요.”

    “알겠습니다. 선장님.”

    부선장을 대신해 세바스가 명령을 받았다.

    츠아아아~!

    고잉미샤호가 섬을 떠났고. 바다는 더욱 잠잠해졌기에 흐리아 민이 조타를 잡아도 문제가 없었다.

    ‘샤워나 해야지.’

    각성을 하느라 땀이 온몸을 적셔서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뭔가 간지럽기도 했고.

    “키도 조금 큰 것 같기도…….”

    욕실의 거울을 보며 자신을 이리저리 살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어색했는데, 이제는 이 육체가 확실히 적응이 되었다.

    쏴아아아~!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구석구석 씻는 도중.

    ‘이거 왜 이리 간지럽냐.’

    사타구니를 박박 긁었다.

    뭔가 아주 오래전 기억 중 이 비슷한 일을 겪었었던 같기도…….

    “으에어으아아?!!”

    자세히 사타구니 쪽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뭔가 까만 것이…….

    ‘성장 효과도 있는 건가?’

    열매의 부작용 때문인지 원래 이 나이쯤 되면 이차 성징이 일어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성조숙증인지 알 수 없었다.

    게임에 빙의하기 전의 몸이 몇 살 때 이차 성징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아나…….”

    그러고 보니 최근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전쟁 신의 가호 때문인지 감정도 들쭉날쭉하기도 했다.

    거울 속 자신이 유난히도 잘생겨 보이는 것이 자신감이 쭉쭉 오르다가도.

    “고독하구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사춘기일 리가 없어!! 이건 그냥 부작용이라고!”

    가슴속 아래에서 뜨거운 흑염룡이 끓어오르는 것을 겨우 누른 리안.

    “잡아먹혀선 안 된다!”

    이 세계에서도 흑역사를 쓸 수 없었다.

    “그래. 다른 생각을!!! 나는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샤워를 하고 나니 출출해졌고 거기에 신경을 쏟기로 했다.

    “배고프다. 배고프다. 배고프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오자.

    “서… 선장님! 배가 고프십니까? 샤워를 하시기 전에 말씀을 하시지 그랬습니다!!!”

    주변을 서성거리던 요리장 쿠커가 혼잣말을 들은 모양이다.

    이상하게 쿠커 녀석도 요즘 부쩍 리안의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크흐흐흠! 음식을 내어 오세요!!”

    리안은 팔짱을 끼며 쿠커에게 말했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쿠커는 후다닥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 난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 다들 내게 뻑이 가지.”

    쿠커의 과도한 행동에 리안은 자신감을 뿜뿜 얻었다.

    난간에 한쪽 발을 올리며 과도함을 포즈로 승화를 시켰다.

    “도련니이임!!! 멋져요!!!”

    찰칵! 찰칵!

    그때 갑판 위를 뛰어놀던 샤로트가 리안에게 다가와 사진 마도구를 찍어 댔다.

    평소 같으면 비싼 필름구(영상을 담는 메모리 마도 소모품)를 낭비한다며 핀잔을 줬겠지만.

    “흐함!! 으하함!!”

    포즈를 바꿔 가며 스스로에게 심취했다.

    ‘젠장!!!’

    그러다 문듯 현타가 오는 것을 느꼈고.

    자세를 점잖게 바꿨다.

    “이리 줘 봐.”

    “넵!”

    샤로트가 마도구 사진기를 넘겼다.

    “흠…….”

    사진기를 받아 조작해서 방금 찍은 사진들을 보던 리안은.

    “으엡!!!”

    중2스러운 포즈들과 표정을 보고선 필름구를 꺼내 바다로 던져 버렸다.

    “으에에에아아~~!”

    돌발적인 리안의 행동에 샤로트는 놀라서 소리쳤지만, 이미 필름구는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아쉬운 표정을 짓는 샤로트.

    “흐흐흐흥. 역대급으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그… 그래?”

    “네. 엄처어엉~ 잘 나왔다고요.”

    스스로 너무 과도하게 경계했나 싶기도 했다.

    참고로 샤로트의 예술 잠재력도 높은 편이라 그녀가 찍은 사진은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 그래. 미안.”

    “사과할 것까진 없어요. 그보다. 킁킁.”

    샤로트가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리안의 가까이에 붙었다.

    “이 좋은 냄새는 뭐죠?!”

    “응? 방금 샤워했는데… 샴푸 냄새겠지.”

    “보급품이라 다 똑같은 샴푸를 쓴다고욧! 이건 뭔가 다른 냄새! 원초적으로 달라요. 킁킁.”

    샤로트가 리안의 면상을 두 손으로 잡아 고정시키더니 정수리의 냄새를 맡았다.

    “아… 아… 고향에 온 듯한 그리운 이 냄새…….”

    “샤로트!”

    “네?”

    “떨어져. 뭔가 변태 같아.”

    “히잉~ 너무해욧!!”

    “너무하면 그만 떨어지시든가.”

    “조… 조금만요!!”

    샤로트는 정수리에 코를 박고 부비적거렸고. 리안은 겨우 발악을 하며 벗어났다.

    때마침 바람을 쐬러 나온 기관장 헤르미는 그 장면을 보고.

    “청춘이군. 청춘이야~!”

    “아니에요!!”

    리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미래가 촉망받는 샤로트였지만, 너무 왈가닥이라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 리안이었다.

    ‘에효~ 언제 철이 드려나.’

    그러는 사이 소란스럽게 갑판에서 취사병이 후다닥 튀어나왔다.

    “선장님. 식사는 어디로 드릴까요?”

    “음? 날씨도 좋으니 갑판에서 먹는 것이 좋겠네.”

    “알겠습니다. 요리장님에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 말하고는 후다닥 갑판 아래로 튀어 들어갔다.

    취사병의 행동은 마치 전시를 방불케 했다.

    하긴. 그들에겐 식사 준비가 전투나 다름이 없으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선장님!!”

    요리장이 접시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뭔가 표정을 보니 혼신의 힘을 쏟은 것 같이 피로해 보였다.

    “애피타이저입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요리입니다. 때마침 해적 섬에서 나올 때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이기도 했다.

    “기대되네요.”

    요리장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끄으으렁~~!

    접시의 뚜껑이 열리고 몇 개의 주황색 덩어리들이 보였다.

    애피타이저라기엔 양이 조금 많았기에.

    “샤로트. 너도 와서 먹어.”

    “네엡!!”

    샤로트는 후다닥 달려와 식탁에 앉았다.

    “먹어 볼까나.”

    리안은 덩어리 하나를 조심스럽게 입안으로 넣었다.

    “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맛.

    달콤한 것이 샤르르 입속에서 녹아내렸다.

    확실히 맛있었다.

    요리장이 괜히 자신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홍시?”

    “홍시 맛이네.”

    샤로트와 리안의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요리장 쿠커가 많이 놀란 모양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왜 홍시 맛이 나냐고 물으면… 이거 어디서 들어 본 말 같은데…….”

    리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 역시! 선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제 스승님의 비기인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은 많지만, 홍시가 들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 있다고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음식의 재료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눈앞의 두 소년, 소녀만이 눈치를 챈 것이다.

    ‘샤로트의 감각과 맞아떨어졌다고?’

    그보다 리안은 다른 곳에서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 보니 감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본인의 몸이었다.

    게임에 떨어지기 전의 몸보다 더 둔감하달까.

    그런데, 열매를 먹음으로써 체질이 변한 것이다.

    ‘역시 환상의 식물. 만가.’

    처음 땅에 뿌리를 내렸기에 황금 열매를 얻긴 했는데, 원래 황금 열매를 얻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얻기 힘든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크흠. 앞으로 미식가라 불러 주세요. 후후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미식왕님!!”

    “그럼 전 미식 여왕으로 불러 주세요오~”

    샤로트도 손을 들며 말했지만.

    “…….”

    쌩하니 다음 요리를 가지러 가 버리는 요리장.

    뭔가 묘하게 샤로트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음.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데, 보상을 좀 해 줘야 하나.”

    솔직히 귀찮을 법도 한데, 리안의 식사만큼은 손수 챙기는 요리장이었다.

    ‘뭐가 좋으려나.’

    생각해보니 환상의 열매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샤로트. 베지미르를 불러 줘.”

    “네에~~”

    샤로트는 그대로 일어나 빠르게 사라졌다.

    불의 정령과 계약했음에도 마치 바람의 정령을 계약한 대전사의 움직이랄까.

    확실히 민첩하긴 했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이번에 수확한 열매가 얼마나 있지?”

    “음… 그게… 많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숫자를 세기 힘들 만큼 많은 모양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모든 열매가 하등품들이었다.

    부선장과 아트로네 백작이 먹었던 중등품도 없었다.

    아마도 모든 영양분을 황금 열매에 몰빵이라도 한 모양.

    “아쉬운 대로 하나만 만들어 줄래?”

    “레시피는 그대로 하면 될까요?”

    “응.”

    베지미르의 얼굴이 살짝 질색을 했다.

    그 맛이 어떤지는 샘플을 조금 맛봤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소량만 먹었었을 뿐인데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느낌.

    “아… 알겠습니다.”

    베지미르가 떠나고 쿠커가 메인 요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맛있어!”

    특별히 쿠커가 신경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각 세포들이 10배는 늘어난 느낌이었다.

    먹는 즐거움은 10배가 아니라 20배가 늘어난 기분.

    “아아. 잘 먹었어요. 요리장.”

    “선장님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제 하루의 보람입니다.”

    요리장은 리안이 음식을 먹을 때까지 근처에 기립해 있었고. 칭찬을 하자 두 손을 비비며 겸양을 떨었다.

    삼자가 보기엔 간신배 같은 느낌이겠지만, 리안의 입장에선 고마운 느낌이랄까.

    솔직히 얼굴이 좀 간사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람을 외모로 평가해선 못썼다.

    딱히 배신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충성이 너무 과도해서 나타나는 현상 같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선물을 드릴까 해요.”

    “꼬옥… 그리 안 하셔도 되지만. 감히 거절하는 것을 옳지 않으니…….”

    쿠커는 기쁨을 겨우 억눌렀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영약을 하사할 모양인 것 같았다.

    샤로트와 부선장 그리고 아트로네 백작이 각성을 하는 걸 보고 얼마나 부러웠던가.

    그도 요리인이기 전에 무인이었다.

    조리실에 있느라 수련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 그였다.

    생각보다 삼시 세끼 선원들의 음식을 챙기는 것은 고되고 바쁜 일상이다.

    ‘진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하급에서 중견급으로 넘어가는 벽은 결코 낮지 않았다.

    정말 그 조금이 알프 산맥보다 더 높게 느껴졌다.

    “베지미르!”

    “네. 도련님.”

    베지미르는 급조한 나무상자를 열어서 내밀었다.

    거기엔 영롱한 빛을 내는 작은 단약이 들어 있었다.

    조합을 하며 약효가 발현되었고. 자연계에서 보기 힘든 색상으로 변한 것이다.

    “드세요. 직접 제조한 영약입니다.”

    “평생토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선장님!!”

    쿠커는 과도한 몸짓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상자를 받들었다.

    그의 민머리가 태양에 반짝이며 눈이 부셨다.

    호롭!

    그는 공손하게 상자를 받아 약을 먹었고.

    “우오오오홋혹흐호고혹!!”

    온몸을 비틀며 바닥을 굴렀다.

    그 고통을 이해하는 베지미르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자신이 샘플로 경험한 것에 비하면 저건 지옥일 것이다.

    “제… 제가 뭐얼…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독살을…….”

    “입 열지 말고 집중해요. 내성이 심한 영약이라 다시 섭취하면 효과가 반감하니까.”

    “크허헙?! 아… 하하핡합!!”

    리안의 말에 약효가 돌고 있단 사실을 알아차린 쿠커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옥과도 같은 경험이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나도 슬슬 계약을 해야겠네.”

    배도 채웠겠다 쿠커의 각성이 끝나면 계약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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