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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32화 (132/253)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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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섬이 가까워질수록 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배가 요동쳤다.

리안을 신봉하는 선원들도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설마 더 들어갈 건 아니지?”

항법사가 리안을 힐끔 바라봤다.

“더 들어가면 자살이죠. 여기서 하루 묵을 거예요.”

할리쉣.

배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섬.

어떤 이는 지옥으로 가는 관문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럴 것이 섬 주변에는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듯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음?”

“내일 섬으로 들어갑니다.”

그 말에 항법사는 기가 질린 얼굴을 했다.

평생을 바다에서 보내다시피 했지만, 섬으로 들어갈 만한 길은 도저히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던 소용돌이에 휩쓸려 바다의 바닥을 구경하기 딱 좋았다.

“걱정 마세요. 내일이 되면 잠잠해질 테니.”

리안은 웃으며 흐리아 민에게 조종구를 건네고는 자러 갔다.

섬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배를 조종해야 했다.

찰싹~ 찰싹~

다음 날.

어제보다 훨씬 안정된 바다.

여전히 소용돌이는 치고 있었지만, 몇 개는 소멸을 했다.

리안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섬으로 진입하고도 남았다.

“고생했어.”

흐리아 민은 눈이 충혈된 채 밤을 새웠다.

“재밌었어요.”

그럼에도 표정은 나쁘지 않은 모양.

바다가 거치니 조종하는 맛이 났을 것이다.

“이제 너도 들어가서 쉬어.”

“섬에 들어가는 것만 보구요.”

배울 것이 많다고 느낀 것이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종구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방송으로.

[모두 꽉 잡아요~~!]

말하는 동시에 조종구를 꺾었다.

쏴아아아~!!

“으어!! 뭐 하는 지이이잇?!!”

항법사가 깜짝 놀라 외쳤다.

그럴 것이 소용돌이의 사이에 잔잔한 길을 두고 소용돌이에 타고 올랐기 때문.

“우웨에에에에~~~!”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촤아아아~!

고잉미샤호는 소용돌이와 소용돌이를 마구 옮겨 다니며 섬에 가까워졌다.

오른쪽으로 회전했다가 왼쪽으로 회전했다가.

베테랑 선원들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도착~!!”

리안이 싱글벙글 웃었지만.

우에에엑!!

조종한 본인도 결국엔 바닥에 주저앉았다.

리안뿐만 아니라 모든 선원이 동시에.

우에에엑!!

주저앉았고. 잠시 후 배는 대청소를 해야만 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들어온 거야? 저기 멀쩡한 길을 두고.”

정신을 차린 항법사가 리안에게 항의를 했다.

“저거 페이크예요. 날씨가 좋은 날에 저것보다 길이 좋을 때도 있는데, 그 누구도 이 섬에 못 들어온 이유가 있죠.”

리안도 게임을 할 땐 여러 번 실패했었다.

그러다 공략 사이트에서 섬에 들어오는 방법이 공유되었고 의외로 들어오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적당한 타이밍에 소용돌이에 올라타서 조종구를 회전 반대 방향으로 꺾으면 된다.

물론 무조건 한쪽 방향만 유지해선 안 되고 소용돌이를 바꿔 탈 때마다 바꿔 줘야 했다.

‘아아… 이런 경험은 다시 못할 것 같아.’

그걸 모르는 흐리아 민은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종하는 것을 끝까지 보지 못한 터라 그저 리안의 조종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래… 그렇다 치고 나갈 땐 어떻게 할 거야?”

“나갈 때쯤 되면 잠잠해질 거예요.”

“오늘만 해도 잠잠한 편인데 여기서 더 잠잠해진다고?”

“네. 앞으로 영원히요.”

리안은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그건…….”

“앞으로 이걸로 재미 보긴 글렀네요.”

환경을 바꿔 주는 신물인 야누스의 심장.

해적왕을 구할 당시 해무를 끼게 만들었던 물건이기도 했다.

“그걸 이 섬에 고정해서 쓴다고?”

“네. 이곳을 제 영지로 선포하고. 신대륙으로 가는 경유지가 될 거예요. 한 달만 지나도 바다의 해류가 바뀔 겁니다.”

이 또한 어떤 유저가 공략으로 쓴 내용이기도 했다.

순위는 높지 않았지만, 엽기적인 공략을 잘 올리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들 쓸데없는 짓이라고 뭐라 했지만, 무과금러인 리안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꽤 많았다.

“그럼…….”

“통행료가 쏠쏠할 거예요.”

섬은 하나가 아니고 두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에 항구를 지어 개방할 생각.

“이 섬을 지나고 안 지나고는 일주일 이상 항해 시간이 차이 날 거예요.”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야누스가 신은 아니지만, 신급이죠. 그 신수의 거의 모든 힘이 여기 담겨 있어요.”

신의 힘이 분산된 신물과 달리 야누스의 물건은 이것 하나가 전부.

“그런데, 통행료는 어떻게 받으려고? 섬에 굳이 안 들르면 그만 아닌가?”

“저기 봐요.”

리안이 점점 바뀌고 있는 해류를 가리켰다.

“신대륙으로 가던. 율 대륙으로 가던. 이 근방을 지나려면 섬 사이를 지나쳐야 해요.”

섬을 중심으로 바다가 양쪽으로 뱅글뱅글 돌았다.

“지금은 여기 근방만 이렇게 돌겠지만, 결국엔 대서양 전체의 중심이 이곳으로 변할 거예요.”

물론 이 섬을 거치지 않고도 항해는 가능하다.

이 섬과 멀리 떨어져 항해를 한다면,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특히나 부유선은 동력이 존재하기에 해류의 움직임과 반대로 항해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했다.

다만, 해류를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은 일주일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시간의 가치는 황금과 비견되며, 일주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어쨌든 통행료는 부수적인 거고.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죠. 일단 상륙이나 해요.”

이 섬에 방문한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가자! 베지미르.”

“네. 도련님.”

리안이 말하자 미리 채비를 했던 독왕 형제가 환상의 식물 만가를 끌어안고 따랐다.

“설마…….”

“네. 저걸 심으러 온 거예요.”

리안이 싱긋 웃어 줬다.

돈도 좋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 위해선 기후가 중요했는데, 이 섬이 딱이었다.

“보자. 저쯤이 좋겠네.”

이 또한 그 엽기적인 유저에 의해 알려졌다.

물론 보통의 유저들은 이 식물을 그냥 북신대륙의 해안에 대충 심었다.

굳이 힘들여서 이 섬에 야누스의 심장까지 써 가며 공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

특히나 처음 섬에 진입할 땐 SSR급 조타수를 써도 실패하기에 수동 조종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수동 조종은 유료 아이템으로 스킵해 버리는 것이 당연했기에 시도를 하는 사람도 적었다.

그 시간과 노력으로 다른 것을 해서 점수를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에.

“일단 여기에 야누스의 심장을 묻어야겠네.”

리안은 땅에 야누스의 심장을 묻었다.

그 즉시 바다는 더욱 잠잠해졌다.

기후 역시 안정적으로 변해 갔다.

땅에 묻는 것이 야누스의 심장을 가장 확실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도난당하면 어쩌려고?”

항법사가 불안한 얼굴을 했다.

“이 섬은 통제할 거예요.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두 개의 섬중 하나만 항구로 쓸 예정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지키는 사람을 둬야죠.”

“하긴. 그리 중요한 걸 허술하게 관리할 순 없겠지.”

“그냥 대충 놔둬도 훔쳐 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아니 불가능하죠.”

“음…??? 아……!”

항법사는 뒤늦게 이해를 한 모양이다.

“야누스의 심장을 훔치는 순간 섬에 갇힐 거예요. 흐흐.”

리안이 아니고서야 야누스의 심장이 없이 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땅에서 꺼내는 즉시 바다는 돌변할 것이다.

도둑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땅에 묻을 것이다.

“거참…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애송이 넌 신의 자식이라도 되는 거냐.”

“신의 자식이면 군대를 면제받았겠죠.”

“또 무슨 개소리를… 에휴. 말을 말자.”

이번에도 이상한 소리를 하며 빠져나가는 리안.

물론 리안은 진심으로 한 소리였지만.

“자. 다들 섬 곳곳에 뿌려요.”

리안의 명령에 따라 선원들은 코를 막고서 검은 물고기를 거름으로 뿌렸다.

섬 전체에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이제 심어.”

“네! 백작님.”

리안의 지시에 따라 베지미르는 야누스의 심장 위에 만가를 심었다.

솔직히 방금 전 도둑 이야기를 했지만, 아마도 훔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드르르르르륵!!!

땅에 심는 즉시 묘목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댔다.

넘치는 야누스의 기운을 전달받은 것이다.

타라라라락!!

환상의 나무 만가는 동화 잭과 콩나무처럼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돌섬에 가깝던 섬이 나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본다면 숲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단 하나의 나무로 인해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눈으로 이상 현상을 목격한 항법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다른 선원들도 감탄하긴 마찬가지.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보자. 열매가 하나쯤은 열려야 하는데…….”

“많이 보이는데?”

“저런 저급한 것 말고요. 특급 열매요. 다들 황금색 열매가 있는지 뒤져 봐요.”

리안이 선원들에게 지시하자 다들 흩어져서 찾기 시작했다.

“찾았습니다!! 여깁니다!!!”

선원 중 하나가 소리쳤고 리안은 반가운 마음에 작은 다리를 놀려서 달려갔다.

거기에는 자두만 한 황금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오오오!!”

참고로 이 나무의 열매는 앵두 정도의 크기였기에 큰 편이었다.

“좋아!!”

리안은 즉시 점프를 해서…….

“안 되네. 세바스 아저씨.”

“네. 선장님.”

결국 세바스의 도움을 받아 황금색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세바스 아저씨만 남고. 다들 배로 돌아가요. 내일까지 휴식입니다.”

오오오오!!

선원들을 믿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세바스는 믿을 만한 인물.

“이건 모두에게 비밀로 하세요. 나중에 봐서 세바스 아저씨도 드릴 테니.”

“뭔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선장님.”

아마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견급이었던 부선장이 순식간에 경지가 상승한 것을 직접 보았다.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독왕 형제가 연구하던 이 나무와 관련되었을 터.

“후흐흐! 드디어! 나도!!!”

리안은 황금색 열매를 그대로 입에 넣고 씹었다.

“우오오오오오옵!!!!”

시고. 달고. 쓰고. 떫고. 짜고. 담백하다가도 고기처럼 육즙이 터졌다가 과즙답게 상큼하면서도 익힌 것처럼 구수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세상에 모든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천상의 맛!’

괜시리 부선장과 아트로네 백작에게 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세상이 느껴진다.’

마나의 저주라도 받은 것 같던 리안의 체질이었다.

둔재 중에 둔재.

솔직히 마나 유저로서 마나를 쓰면서도 마나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던 리안이었다.

그런데, 마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구나.’

마나와 오러의 차이도 알 것 같았다.

미끌거리는 성질이 마법사들의 마나. 끈적거리는 것이 전사들의 오러.

둘 다 마나였지만, 편의를 위해 다르게 불렀다. 그리고 고효율을 위해 하나의 마나만 사용하는 것을 1차 각성이라 부른다.

‘전사 쪽이네.’

배우면 어러 가지로 몸이 편할 것 같아서 마법사가 되고 싶었지만, 직관성은 오러가 좋았다.

미끌거리는 마나를 쓰려면 뭔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할 것 같았다.

가뜩이나 머리 쓸 일이 많은 리안에겐 독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 미끌거리는 마나.

‘에잇!’

몸이 편하면 머리가 힘든 것이 마법사였다.

평소 포트가 왜 얼빵해 보이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포트는 특히나 암호나 통신에 관해서는 세계적인 권위자였다.

스사사사사!!!

어느 방향으로 몸을 각성시킬지 정하자 주변의 마나들이 요동쳤다.

황금 열매는 주변의 마나들에게 외쳤다.

이리 온~!

리안의 몸뚱이는 마치 강남에 몰리는 투기꾼처럼 마나들을 끌어모았다.

거기서 미끌거리는 것은 내보내고 끈적이는 것들만 유치했다.

“부선장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군.”

옆에서 리안을 지키던 세바스도 놀란 눈치.

단번에 몇 단계나 끌어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에효효효효…….”

리안의 각성은 너무도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음?! 끄… 끝인가요?”

오히려 평소 감정 변화가 적은 세바스가 당황할 정도.

“뭐. 아는 게 있어야. 뛰어넘는 각성을 하죠. 하급만 해도 어디예요. 이게 아니었음 평생 마나 유저로 살았어야 하는데.”

“그… 그런긴 하죠.”

옆에서 지켜보던 세바스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자신이 방금 전의 마나 유동이었다면…….

‘상급을 건너뛰고 최상급까지 단번에 갔을지도…….’

물론 꼭 그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지가 낮을 땐 두 단계를 올리는 것이 가능할진 몰라도 산 너머엔 산이 있단 말이 괜히 있겠는가.

“흐흐. 드디어. 나도 대전사가 될 수 있닷!!”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신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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