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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27화 (127/253)

1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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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고 아트로네 백작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끼익!

나이는 좀 있어 보이지만, 건장한 체구를 보아하니 마치 현역 기사처럼 보였다.

실제로 중견급 대기사였기에 그는 각국의 대표들이 있는 곳에 들어오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할아부지~~!”

리안의 돌발 행동에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표독스럽기 짝이 없는 꼬마 악마 같았는데…….

“어… 어… 그… 래.”

당황하기는 아트로네 백작도 마찬가지.

“할아부지. 저 아저씨들이 괴롭혀요. 혼내 주세요오~”

도대체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지금까지 건방진 태도를 취해 오다가 이제 와서 자신의 나이대의 아이처럼 돌변했다.

‘때쓰겠다는 거군.’

참관인단 중 누군가는 눈치를 챘다.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으니.

솔직히 잉글슨 국왕이나 자신의 외할아버의 말을 무시하긴 힘드니 저런 전략을 쓰는 것일 터.

“그러지 말고 리안아 들어 보거라. 네가 여기 땅을 차지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해하잖니.”

“그건 제 사정이 아닌걸요. 여긴 내 동생 줄 거라고요.”

리안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모두가 질겁을 했다.

그때 입구를 지키던 기사가 다급히 보고를 했다.

“이벨 왕국의 와도마베 후작께서 방문하셨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리안이 안하무인처럼 굴고. 외조부가 오니 떼를 쓰기까지 한 것은 시간을 끈 것이다.

‘설마. 이걸 예상했다고?!!’

그때 참관인단 중 한 명은 온몸의 털이 서는 것을 느꼈다.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이벨 왕국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 도착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리안은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 땅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그걸 중재해줄 제3자까지 요청까지 하며.

“만나서 반갑소이다. 코도모 와도마베 후작이외다. 우리 부마께서 곤란하단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왔소.”

리안과 와도마베 후작은 초면이지만,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미세하게 웃음을 띠었다.

리안은 든든한 아군이 와서 좋은 것이고. 와도마베 후작은 평소 눈엣가시같은 놈들이 당황하는 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부마께서 참여한 전쟁인데, 우리 이벨 왕국 측에서 참관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무려 참관인단으로 후작을 보내왔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작위를 가진 것이다.

애초에 급 자체가 맞지 않았다.

“아니요.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는걸요. 내일쯤 오실 줄 알았더니.”

지원군이 도착해서일까? 방금 전까지 떼를 쓰던 꼬마의 때가 조금씩 벗겨졌다.

눈은 냉정해졌고. 입술을 살짝 뒤틀렸다.

어린아이가 짓기 힘든 표독한 표정.

그럼에도 끝까지 연기를 했다. 이번엔 티가 나는 발연기를.

“이 아저씨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설마 마나석 광산 때문에 그런 건가?”

그때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마나석 광산?

이 지역은 특성상 마나석 광산과 매우 거리가 먼 곳이다.

덕분에 브루타뉴 공국을 포함한 서북부 지역에선 마나석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만약 이 근방에 마나석 광산이 있다면?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독점 공급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황금을 긁어모을 수있다.

“에휴~ 저는 마나석 광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니까요.”

리안의 말에 모두가 귀를 쫑긋했다.

“우리 할아버지께서 이 땅에 마나석 광산이 있다는 걸 아셨지만,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시고 돌아가셨거든요.”

브루타뉴의 귀족이라면. 어쩌면 다른 이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지도 모른다.

뭔가 신빙성이 더해졌다.

“그래서. 레온 백작. 그 광산이 어디에 있단 말이오?!”

누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입을 열었다.

“세바스 남작!”

“네?!!”

리안이 세바스를 남작이라 부르니 평소 리액션이 없는 그도 순간 움찔했다.

쿡!

슬쩍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인다.

“이런 자리에서 이름만 부르면 없어 보이잖아요.”

솔직히 남작 나부랭이 따위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작이라 해도 세바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자는 없을 것이다.

“네. 각하!”

“지도 가져와서 펼쳐 봐요.”

“알겠습니다.”

세바스는 이곳을 점령한 뒤 마맨 백작의 재산들을 직접 찾아내었고.

당연히 커다란 지도도 발견할 수 있었다.

휘리리릭!

지도는 회의실의 테이블 위에 활짝 펴졌다.

리안은 기억을 더듬으며 한 곳을 찍었다.

마맨 백작령의 끄트머리에 있는 황무지.

정말이지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땅.

“저… 정말. 그곳에 마나석 광산이 있단 말이오?!”

“그렇다니까. 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확인하고 오시든가.”

리안이 건방진 말투로 내뱉었다.

“가 봅시다!! 진짜인지 아닌지.”

“좋소. 리안 백작. 만약 이게 거짓이라면, 우리를 기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맞으면?”

그 말을 한 자의 눈을 피하지 않는 리안.

“그… 그게… 어쨌든. 말이 그렇다는 거요. 계속 시간을 끄니까.”

“다녀와서 말하세요. 다들 마법사 정도는 데려왔잖아요.”

참관인단은 나름 고위급 인물들이라 마법사를 대동하고 왔을 거다.

작정하고 마나석 광산이 있는 곳을 알려 줬으니 탐색이 어렵지 않을 거다.

우르르르!

잉글슨과 스랑의 참관인단들은 질세라 밖으로 달려나갔다.

마석 광산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해전에서 입은 피해를 모두 복구하고도 남을 것이다.

“리… 리안아. 정말이더냐?”

더 놀란 것은 외할아버지인 아트로네 백작이었다.

“부마님. 그런 게 있다면 우리 이벨 왕국에 도움을 청하면 될 것을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잠채를 하면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인데…….”

와도마베 후작도 의구심을 품었다.

아무도 모르는 마나석 광산의 위치를 안다면 이득을 취할 방법은 매우 많다.

“그거 꽝이에요.”

“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리안은 그곳에 있는 마나 광산을 잘 알았다.

초심자들이 한 번쯤은 꼭 낚인다는 마나석 광산.

“1년 치? 정도 캐면 끝이에요. 그 밑에 있는 것들은 캐내 봐야 질이 나빠서 정제하고 나면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마진을 남기려나.”

“아니. 그걸 어찌… 알고.”

“우리 가문의 비밀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욕심이 과하면 화근을 낳을 뿐이지요.”

초보들은 마나석 광산이 발견되고 나면 미친 듯이 돈을 퍼붓는다.

비밀이 새어 나가면 여기저기서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막상 엄청난 피해 끝에 행복 회로를 돌리며 광산의 뚜껑을 열어 보면? 그 행복은 1년이면 끝난다.

-아아. 내가 이러려고…….

결국 무리해서 광산을 개발한 초보 유저들은 얼마 가지 않아 게임 오버를 당한다.

물론 이후 다시 게임을 시작할 땐 그 깡통 광산을 적절히 이용하며 이득을 얻지만.

“어차피 저들이 원하는 건 전쟁이니. 그거 하나 던져 주고 이 땅을 굳히는 게 좋겠지요? 양국에서 대표로 보낸 귀족들이 인정한다면 정통성 하나는 확실하겠네요.”

리안의 말에 외조부와 후작 모두 입을 쩍하니 벌렸다.

설마 이런 것까지 계산하고 이 땅을 먹은 것인가?

* * *

“진짜다! 진짜야! 마나석이야!!”

“이런 곳에 마나석 광산이라고?!!”

참관인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자신의 나라로 급히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엄청난 순도입니다!”

양측의 마법사들이 질세라 답했다.

참관인들은 입가에 귀가 걸렸다.

‘이 광산에 관심이 없다고?!’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일단 리안이 그리 말했으니 명분이 생기긴 했다.

“레온 백작부터 만나 보시죠.”

“흥!! 그럽시다.”

참관인단의 기류가 천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받아 내리라.

어차피 전쟁이 벌어지겠지만, 처음 인정을 받고 점유한 쪽이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일단 이 지역을 차지한 리안의 병력이 가장 많으니 그의 말이 곧 법이니까.

우르르르~~!

그들은 경주를 하듯 리안을 찾아왔다.

알고 있었다는 듯 리안은 서류를 준비해 두었다.

“어서들 오세요. 생각보다 빨리들 오셨네요.”

“레온 백작!! 정말 그 광산에 관심이 없는 것이오?!”

“기만술이라면 절대 우리 제국이…….”

“거참. 아까도 그러더니. 사람 우습게 만드네요.”

리안이 노려보자 눈을 슬며시 까는 스랑 제국의 참관인단 대표.

“자자. 조건은 간단해요. 내 동생은 광산 일대의 땅을 포기합니다. 그 대신 양측 국가는 이곳 마맨 백작령을 내 동생의 땅임을 확실히 선포해 주시죠.”

리안의 말에 참관인단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동안 리안 본인이 아니라 친동생에게 이 땅을 주어 독립시킨다는 말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영향력이 있겠지만, 직접 가지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한결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리안이 직접 이 땅을 가진다는 것보다 훨씬 본국에서 승인이 빠를 것이다.

아니. 애초에 형제라도 독립 귀족이 된 이후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법.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안전을 보장해 주시지요. 그 광산을 누가 가져가든 상관이 없지만. 만약! 전투 도중 이 땅에 군사를 끌고 들어온다면 선전 포고로 알겠습니다.”

리안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낭랑한 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언사였다.

‘우리?!’

저 말에는 뼈가 있었다.

‘조심해야겠군.’

일단 ‘우리’에는 레온 백작가, 푸제흐 백작가 그리고 이제 리안의 동생의 것이 된 마맨 백작가, 이 세곳은 당연했고.

가장 거슬리는 것은 이벨 왕국이다.

“걱정 마시오. 레온 백작. 단 한 명의 병사도 이곳 마맨의 땅에 발을 들일 일이 없으니.”

“그렇소. 우리는 저 간악한 놈들과 싸울 뿐.”

모두 오해를 하고 있었다.

이벨 왕국은 지금 이 전투에 참여할 여력이 없었다.

만약 진짜 마나석 광산이라면 무리해서라도 전쟁에 참여하겠지만, 실익이 없다.

차라리 리안에게 이 땅을 포기하게 하고 대가로 다른 땅을 내어 주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그럼에도 참관인단들은.

‘건덕지를 잡아서 이벨 왕국에게 넘길 생각이야.’

‘사령관에게 조심 또 조심시켜야겠어.’

실수라도 마맨 땅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 어부지리가 될 수도 있었다.

양측 모두 이벨 왕국만큼은 참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자. 다들 사인하시고. 혹시 본국의 허락이 필요한 분 계시나요?”

“그럴 리가. 전권을 위임받았소.”

“에헴. 나도 그렇소.”

양측 참관인단은 자신의 인장과 함께 서명하기에 바빴다.

비록 백작들이었지만, 나름 각자의 군주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받아서 온 중앙 귀족들이다.

“이 땅을 포기하는 일시는 일주일 후. 그 뒤로는 알아서들 하세요.”

“걱정 마시오.”

“그대의 현명한 결단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양측 참관인단은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본래의 목표인 전쟁을 진행할 건덕지가 생긴 것도 모자라 해전에서의 손해까지 메울 수도 있었다.

만약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공의 일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내가 이벨 왕국의 참전을 막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라며 뻥카를 칠 것이다.

무려 이벨 왕국의 후작까지 왔음에도 이벨 왕국은 마나석 광산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엄청난 공이었다.

“거참. 아찔하네. 아찔해.”

리안이 밖으로 나가는 참관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것이 마나석 광산의 존재로 인해 양측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병력을 때려 부을 것이다.

물론 조금 있으면 신센롬 제국 방면도 전쟁이 커질 테니…….

‘세계 대전이 따로 없겠네.’

율 대륙 사방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나 잉글슨 왕국은 이곳과 신센롬 제국 방면 모두 신경을 써야 하니 허덕거리기 시작할 거다.

‘딱이네. 아일리 섬을 내 발밑에 두기엔.’

물론 대놓고 점령하여 잉글슨 왕국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은 없었다.

아일리 섬은 잉글슨과 겨우 좁은 해협을 두고 떨어져 있다.

아무리 허덕인다 해도. 아무리 리안이 고인물이라 해도. 잉글슨과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웠다.

잉글슨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허덕이기 시작할 것이니 외교전을 펼칠 수도 없다.

“외할아부지. 이만 갈까요?”

리안이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그래.”

어설픈 리안의 애교가 적응되지 않는 아트로네 백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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