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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3화 (83/253)
  •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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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척의 배가 항구를 떠나 흐르는 강에 몸을 맡겼다.

    그걸 지켜보던 샤로트는.

    “하으음~!”

    하품을 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샤로트 조심해서 따라와.]

    세 번째 배에는 샤로트만이 타고 있었다.

    원래라면 기관실의 승무원없이 장거리 운항은 불가능하다.

    엔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해 조정을 해 줘야 하기 때문.

    다만. 리안은 샤로트가 운항하는 배를 신뢰 하지 않았고.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가 볼까나!!”

    그녀는 조종구를 움직여 항구에서 배를 이탈했다. 다만.

    쏴아아아~~~!!

    급출발했기에 바닷물이 항구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서… 성하!!!”

    결국 배 근처에 있던 교황은 그 바닷물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대처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 무슨!”

    교황의 머리에 씌워진 모자는 반쯤 벗겨졌고. 그 안에서는 반짝반짝한 머리가 반쯤 노출되었다.

    자세히 보니 교황의 머리는 가발이었던 것.

    “성하! 저기 우리 함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때 투우 추기경이 급하게 말했다.

    교황은 급히 모자를 바로 잡아 썼지만, 가발은 미역처럼 붙어 있었다.

    함대만 아니었다면 곧장 교황청으로 돌아갔을 텐데, 아무래도 그들을 맞아 주어야 할 것 같다.

    촤아아아~!!

    그런데. 함대는 항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워낙 강폭이 좁다 보니 항구에 있던 사람들은 또다시 물 폭탄을 맞았다.

    “서… 성하!!!”

    이번에는 완전히 생쥐꼴이 된 교황.

    어설프게 붙어 있던 가발이 목에 걸쳐지며 목도리가 되었다.

    샤아아아~

    함대는 빠르게 샤로트가 모는 배 뒤로 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샤로트가 조종하는 배가 빠르게 항구를 벗어났고.

    좌우로 춤추듯 움직이는 것이 대단히 산만해 보인다.

    “호오~ 이거 조금 색다른 기분인데?!”

    오토호스와 다른 감각에 샤로트는 콧김을 내뿜었다.

    그리고는 속도를 마구 내며 좌우로 미친듯이 배를 흔들어 댔다.

    “재밌어!!”

    그러다 문듯 리안이 가끔씩 보여 주던 것이 떠올랐다.

    정면으로 가던 배가 급격히 회전하며 옆으로나 뒤로 방향을 바꾸던 것을.

    “한 바퀴를 도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샤로트의 머릿속에 번뜩이며 떠올랐다.

    실패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다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스스스스~ 툭!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강이라는 사실.

    강폭이 일정하지 않았고. 하필이면 샤로트가 회전하려던 곳의 강폭이 미묘하게 좁았다.

    특히나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강속의 수심은 일정하지 않았다.

    끼리리릭!! 첨벙!

    결국 배는 가로로 강에 툭 하고 걸려 버렸다.

    강폭이 넓었다면 강의 유속에 쓸려 내려갔겠지만, 배가 조금 더 길었다.

    콰아아앙!

    그때 뒤를 따르던 교황청의 함대가 다가와 처박혔다.

    쾅! 쾅!! 콰아아앙!

    한 척도 아니고 무려 다섯 척이나.

    덕분에 샤로트는 선교 안에서 몇 번이나 뒹굴었다.

    “꺄아아악~~~!! 너어어어어무~ 재밌어!”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매우 즐거워했다.

    목재로 된 배라 그런지 금방 선교에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콰아아앙!!

    한쪽 벽면을 터뜨리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푸우우우~!

    리안이 준 마법 아이템인 afasgiah에 입김을 불었다.

    2차 각성까지 해서 그런지 손가락 마디만하던 오리 장식품이 빠르게 사람보다 커졌다.

    고무보트 같은 느낌이었는데…….

    “히잉~ 많이 혼나려나…….”

    그걸 강위에 던지고 올라탔다.

    목을 부여잡고 오러를 흘려보내니.

    촵촵촵!!

    배 아래에 달린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뒤따라오던 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재밌어.”

    이미 오리배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 * *

    리안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광음에 뒤를 돌아봤고. 샤로트가 몰던 배가 자빠지는 장면에 이마를 턱하니 쳤다.

    “배 한 척 날렸네…….”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니 어이가 없었다.

    재능이 능사가 아님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꼬맹이. 저걸 예상하고 샤로트에게 지시를 한 거야?”

    다만, 부선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리안을 쳐다봤다.

    그럴것이 교황청 소속의 함대들이 샤로트의 배를 연달아 처박고 강둑에 전복되었기 때문.

    “당연하죠. 흐흐흐.”

    당연히 리안은 예측하지 못했다.

    “그보다 다치진 않았겠죠?”

    “저기. 오리배가 보이네.”

    다행히 샤로트는 무사히 빠져나와 내려오고 있었다.

    만약 저 배에 승무원들이 타고 있었다면 끔찍했다.

    “흐리아 민의 배에게 샤로트를 건져 올리라고 명령하세요.”

    “알겠어. 선장.”

    명령을 내리고 다시 수정구에 집중하는 리안을 보며 부선장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저 배는 왜 챙긴 거야?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데. 팔려면 여기 중해에서 팔아야 하는 거 아니야?”

    오스 제국의 해적선들은 대부분 노가 달린 배를 썼는데, 중해의 바다가 워낙 잔잔해서였다.

    다만, 그들의 배는 거친 외부 바다로 나가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리안이 받아 낸 배 두 척은 노가 없다지만, 그 배들도 그다지 내구성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수송선으로 써야죠… 나중에는 어선으로 활용해도 되고.”

    중해에선 전투함으로 사용한다만, 거친 바다에서 전투함으로 쓰기엔 아쉬웠다.

    더군다나 저 배를 계속 운항하면, 어렵게 구한 흐리아 민이 의미가 없어진다.

    반짝!

    때마침 강 하류에 도착하니 갈대밭에서 무언가 빛이났다.

    “오래 안 기다려도 되네.”

    이미 세이나가 동생을 구출하고선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배를 세워 그들을 태웠고. 곧장 출발했다.

    세이나는 동생과 함께 곧장 선교로 찾아왔다.

    “공자님. 돌아왔습니다.”

    “동생이 똑똑해 보이네요.”

    그녀의 동생 또한 주교급 재능을 가졌다.

    데리고만 있어도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전력으로 쓸 수 있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우리 남매가 재회할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공자님 덕분입니다. 우리 남매는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세이나가 인사를 하며 동생의 머리도 살포시 눌렀다. 그러자 동생도 덩달아 리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리안은 손을 흔들며 세이나의 동생 카슈리에에게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 내가 가질 영지들의 종교는 탱글교가 될 거니까. 주교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고.”

    리안의 말에 세이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간이 날때마다 사제의 숫자를 늘리겠습니다. 공자님이 황제가 되어도 사제의 숫자가 모자르지 않게.”

    “감사하네요. 그만 쉬러 가세요. 여기 강하구까지 강행군 하느라 동생도 지쳤을 테니.”

    “배려 감사합니다. 공자님.”

    세이나가 공손히 인사를 하며 물러나자 부선장이 말했다.

    “설마. 진짜로 황제가 될 생각이야?”

    “에이~ 황제라니요.”

    “역시. 그렇지? 하하하.”

    “네. 당연하죠. 황제로는 안 되죠. 대황제라면 모를까.”

    그 말을 하는 손간 부선장의 얼굴이 굳었다.

    율 대륙에서 대황제는 없었다.

    사실 고대 시대에도 황제는 있어도 대황제란 존제는 없었는데, 고대와 현재의 황제를 차별하기 위해 고대시대의 황제를 대황제라 불렀다.

    다시 말해 대황제란 명칭은 율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자를 뜻했다.

    “차라리 해적왕이 현실성 높지 않을까?”

    예전에 매일같이 해적왕이 될 거라며 농담을 내뱉던 리안.

    그런데, 이제는 해적왕의 꿈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리안이 모은 자금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이 정도 금액이라면 충분히 리안의 영지인 레온 백작령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

    거기다가 신센롬 제국이라는 거대한 뒷배도 두게 되었다.

    “흐흐흐. 해적왕은 곧 사라질 이름이에요.”

    “음? 설마. 해적왕은 거의 국가에 맞먹는 해군력을 가졌다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해전.

    거기에 용병으로 고용된 해적왕과 수많은 해적들.

    “음… 지금쯤 많이 줄었긴 하겠지만… 돈을 받았잖아.”

    “그러니 반토막 아니 그보다 더 나려나…….”

    리안 때문에 해전은 더욱 격해졌고. 서로 본전을 생각하며 더 치열하게 싸웠을 거다.

    두 나라의 해군 전력뿐만 아니라 해적들까지 상당한 피해를 받았을 터.

    “그게 무슨 말이야?”

    “해적은 국가가 아니에요. 배를 건조할 능력은 없고. 이번 해전으로 배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을 거예요.”

    “그럼 배를 사면…….”

    “충분히 돈을 벌었는데, 계속 해적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

    건조할 능력은 둘째 치고 그 비싼 배를 다시 사서 해적질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꽤 많은 해적들이 이번 기회에 은퇴를 할 것이다.

    해적들은 해적왕의 부하 따위가 아니니.

    “그런…….”

    “그들은 해적이 아닌 해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잉글슨 왕국에서 해적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해적들도 규모가 작아지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국가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로 들어갈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부하들을 생각하는 현 해적왕도 그리 판달할 것이다.

    “젠장.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리안이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다.

    “이제 곧장 해적섬으로 들어가는 거야? 용병을 고용한다며.”

    “네. 뭐. 그전에 잠깐 들를 데가 있긴 하지만요.”

    리안은 품속에 손을 넣고 목걸이를 살살 만졌다.

    아무래도 이 목걸이의 주인에게 물건을 맡겨야 할 것 같다.

    “교황청 함대가 좀 걱정이었는데, 이제 걱정도 없어졌고.”

    * * *

    아펜니노 반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대한 섬 코르시카.

    그곳은 자주 소속이 바뀌었는데, 최근에는 스랑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너폴레옹!! 이 녀석! 또 바다에 다녀온 거야?!!”

    옷에 묻은 흙투성이를 보며 어머니는 나무랐다.

    “어쩌려고 그러니. 아직 밖이 흉흉하단다. 하인이라도 대동을 하고 가든가.”

    “보호받아서는 모험을 즐길 수 없어요! 어머니.”

    “어이구. 언제 철이 들려고!! 어서 씻고 오거라. 밥을 먹게.”

    “네. 알겠어요.”

    꼬마 너폴레옹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철컥!

    욕실의 문이 닫히자 천천히 품속에 있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기하학적인 문양의 아름다운 형상의 목걸이.

    누가 봐도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닌 것을 눈치챌 것이다.

    “역시 난. 하늘에 선택받은 거야!”

    어떻게 해서 대피라미드 왕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인 그 목걸이가 변방의 코르시카 섬에 사는 꼬마에게 들어가게 된 것일까?

    * * *

    얼마 전.

    코르시카의 섬 해안에 고잉미샤호가 정박했다.

    “여긴 왜……!”

    “물건을 전해 주려구요.”

    리안은 해변가 숲의 나무 위에 올라가 기다렸다.

    당연히 무작정 기다린 것은 아니고. 소년 한 명을 기다린 것이다.

    “나는 크게 될 사람이야. 틀림없어.”

    어떤 자의식이 강해 보이는 소년이 터덜터덜 숲을 지나 해변으로 향하고 있었다.

    툭!

    그때를 맞춰 소년이 지나갈 자리에 미리 목걸이를 떨어뜨려 놓았다.

    그냥 목걸이만 떨어뜨려 놓은 것은 아니고 실력 좋은 해병대에 시켜 함정도 설치해 놓았다.

    -다치게는 해선 안 돼요.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지게.

    해적들의 솜씨 덕분에 꼬마는 목걸이 앞에서 넘어졌고.

    “아악!! 어어어????”

    자빠짐과 동시에 목걸이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물건이…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역시 난 선택받은 사람이었어!!”

    매우 놀라워하며 자신이 넘어졌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목걸이에 심취했다.

    리안은 너폴레옹이 떠나고 한참이나 있다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 귀한 걸 왜……?!”

    당연히 부선장은 황당해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어차피 꽝이에요. 그보다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 것뿐이죠.”

    “원래의 주인이라니?”

    원래 스토리대로라면 저 목걸이는 SSR급 악몽인 7ㅐ복치 너폴레옹의 손에 들어간다.

    그때는 완전한 목걸이었지만, 지금은 부속 하나가 빠져 있다.

    “여기 주인이 있는 곳을 가리키네요.”

    리안은 손바닥 위에 작은 바늘을 올렸다.

    목걸이에 있던 부속품이었다.

    그 바늘은 신기하게도 미세하게 방향을 바꾸며 움직였다.

    “음?”

    “위치 추적이에요. 목걸이의 거리와 방향을 알 수 있죠.”

    “굳이? 맡기거나 숨기려면 방법도 많은데?”

    “맡기기보단 재앙에게 감시를 붙여 놓은 거예요.”

    아군이 되면 개복치가 되고 적이 되면 재앙이 되니…….

    그렇다고 죽여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그는 최고의 사고뭉치이니까 리안 자신이 분탕질에 실패했을 때 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보험으로 말이다.

    “꼬맹이 네 생각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군.”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왕 온 김에 찾아갈 사람이 또 생각났네요. 지금쯤이면 마르세유에 있으려나.”

    시민 혁명의 아버지인 몽키 외 테스키.

    그를 잘 구슬리면 스랑 제국 내에 있는 분쟁 지역에 소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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