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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2화 (82/253)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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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 추기경은 리안이 준 신물을 들고 교황에게로 곧장 향했다.

집무실에 있던 교황은 혼자 온 투우 추기경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그대만 왔는가.”

“그것이… 일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성하.”

추기경은 급히 가짜 신물을 교황에게 바쳤다.

“흐으음…….”

교황은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 신성력에 반응하는 이상한 금속으로 된 목걸이 때문이다.

이런 식의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금속은 본 적이 없었기에 특별한 물건은 맞다.

“이게 전설의 그 열쇠라고?! 피라미드 왕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러하옵니다…….”

투우 추기경도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다.

그렇다고 가짜라고 하기에는…….

“문양을 보니 확실해. 다만… 왜 아무런 기능도 없는 것이지?”

중요한 물건에는 사소한 권능이라도 넣는 것이 고대였다.

무려 신의 무기라 불리는 롱기루스의 창이 보관된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

그럼에도 아무런 권능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체온 유지와 같은 사소한 것까지도.

물론 진품에는 체온 유지와 위치 추적이라는 권능이 있지만…….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물건이라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음… 그런 것일지도. 그래서 이 물건을 레온 백작이 줬다고?”

“맞습니다.”

“그걸 모두가 지켜보았고?”

“네…….”

교황은 머리를 감쌌다.

“폭탄을 떠넘겼구나. 영악한 놈 같으니라고!”

오스 제국에 넘기자니 롱기루스의 창이 무섭고.

넘기지 않자니 자신들 교황청으로 인한 전쟁이 일어날까 무서웠다.

“일단. 공을 세운 것은 맞으니 계획대로 명예 성기사에 임명을… 하심이…….”

“좋다. 그리하지. 그런데 그놈은 왜 오지 않았는가?”

“그것이…….”

리안의 사정을 교황에게 설명해 줬다.

교황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한 것과 외조부에게 빨리 가 봐야 하는 것 그리고 명예 성기사를 거절했던 것.

“아주 썩을 놈은 아니군. 그런데 그 전쟁 신 주교는?”

“그것이 배에서 전쟁 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투우 추기경은 품에서 나침판 같은 것을 꺼냈다.

그것은 신성력을 추적하는 권능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잘 숨었다 해도 이 성물이 반응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하긴. 그럼 그놈의 장단에 어울려 주지 못할 건 없지. 함대가 돌아온다면 튀니스로 가서 세이나를 추격하라 지시해야겠군.”

설마 하자니 적지인 이곳 롬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튀니스에서 헤어졌단 것이겠지.

* * *

그 시각 세이나는 검은 탑에 침입을 했다.

그것도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서.

“세이븐 추기경님. 여긴 어떻게…….”

지금 세이나는 추기경 중 한 명으로 변장을 한 상태였다.

검은 탑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당연히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럴 것이 리안이 달의 가면을 빌려줬기 때문.

“성하의 명령으로 왔다. 이곳의 호위를 멀리 물리도록.”

“저희는 이곳을 지키라는 명령을…….”

“이제부터 비밀 임무다. 그대들은 멀리 퍼져서 이곳을 훔쳐보는 자들이 없는지 감시하도록.”

“알겠습니다. 세이븐 추기경님!!”

흑색 탑을 지키던 성기사들은 명령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당연히 내부를 지키던 성기사들까지도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러다가 전투 한 번 못 하고 끝나는 거 아니야?”

일반 사제로 변장한 부선장은 툴툴거렸다.

정예로만 뽑은 다른 해적들도 불만이 있어 보인다.

그럴 것이 흑색 탑은 감옥 겸 연구실과 같은 모습이었고. 귀해 보이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

“전투를 피하는 것은 탱글께서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레온 공자님께 피해를 끼칠 수는 없지요.”

“물건을 좀 챙기면 안 되나…….”

“나갈 때 조금씩 챙기는 것은 허락할게요.”

그녀가 걸음을 옮길수록 얼굴 윤곽과 머리 색이 점점 바뀌었다.

그리고 다다른 꼭대기.

끼이익.

문이 열렸고. 안에는 작은 소년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모든 신은 태양 신 쥬의 아래이며, 다른 신을 모시는 사제도 교황의 명령을 받아야 한다.

그러한 내용들이 바닥에 한가득 적혀 있었다.

글씨체로 봤을 때 소년이 모두 적은 것으로 보인다.

“어어…….”

소년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고…….

“카슈리에.”

“누… 누나아?!!”

“그래. 누나야.”

“흐으으으윽!!!”

커다란 눈의 검은 흑발 소년은 누가 봐도 세이나와 남매로 볼 법한 외모였다.

다만 매우 수척해 보였는데, 불끈 쥔 손이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누나아아아!!”

카슈리에는 달려가 세이나의 품에 안겼다.

몸에는 상처가 나은 듯한. 학대를 당한 흔적도 드문드문 보였다.

세이나는 당장에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말 누나 맞아?”

“응. 누나야. 여기서 나가자.”

“아… 안 돼. 역서 나가면 호… 혼나.”

“걱정 마. 누나 믿지?”

세이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 동생과 눈을 맞췄다.

흔들리는 카슈리에.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가.

샤아아아.

패도적인 신성력과 함께 주변으로 청명한 공기가 맴돌았다.

“가자.”

“알겠어. 누나.”

다른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녀는 무려 전쟁 신을 모시는 주교였으니.

우르르르!

세이나와 해적들은 카슈리에를 감싼 채 탑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비싸 보이는 물건을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너무 많아요! 밖에 나가면 티가 날 겁니다.”

“후… 애들아. 적당히 해라.”

해적들은 눈치를 스윽 보더니 품에서 주섬주섬 큰 것들을 내려다 놓았다.

심한 사람은 사제복 안이 어찌나 부풀었던지, 덩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아! 저건 챙기는 것이 좋겠어요.”

세이나는 조금 부피가 큰 물건 하나를 보며 말했다.

뭔가 신기하게 생긴 양탄자였는데.

“비싸 보이긴 한데. 이거 비싼 거요? 사제님.”

“네. 믿음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네요. 물론 신앙심보다 세뇌를 시키는 데 쓴 모양이지만.”

“흠… 빅 존슨 그놈에게 주면 좋아하겠군.”

흑색탑은 세뇌를 시키거나 죄수를 심문하는 곳으로 쓰이는 것처럼 보였다.

꼭대기에는 세이나의 동생 카슈리에가 갇혀 있었지만, 다른 층에는 일반 죄수들도 갇힌 듯 보인다.

물론 이곳에 갇힌 죄수들 중 평범한 자는 없을 것이다.

“잠시만요.”

세이나는 다시 달의 가면으로 변장을 한 다음 문 하나를 열었다.

특이하게도 따로 열쇠가 없어도 죄수방을 열 수 있었는데, 밖에서만 문이 열리는 구조인 것으로 보였다.

“너… 너는!!!”

방에 갇혀 있던 죄수 중 하나가 화들짝 놀랐다.

세이나가 변장한 사람은 무려 일곱 명의 추기경 중 한 명이었기 때문.

홍염의 마녀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그럴 것이 어린 여자애이지만, 엄청난 실력으로 추기경에 오른 천재였기 때문.

“나를 죽이러 온 것인가?”

비쩍 마른 죄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보였으나. 마녀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흘러 나왔다.

“죽이다니요. 탈출하세요. 이왕이면 다른 방의 죄수들도 함께.”

“뭐… 어!!”

“내가 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 그럼.”

탑에는 많은 죄수방이 있었고. 방 하나당 한 명의 죄수만 갇혀 있는 상태였다.

“자… 잠깐.”

죄수가 급히 마녀를 불렀지만, 마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럴 시간이 없을 걸이요. 괜히 혼자 탈출하다 잡히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서 탈출하세요.”

“왜… 이런!!”

“율 대륙 모든 종교의 표본인 태양교는 썩었어요. 당연히 여기 붙잡힌 사람들 대부분은 죄가 없을 테고.”

그렇게 한마디를 하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역시. 홍염의 마녀…….”

빠르게 사라진 그녀를 본 죄수는 감탄했다.

홍염의 마녀도 대단하지만, 사실 방금 전 마녀는 세이나.

전투에 특화된 전쟁 신 주교인인 그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어딜 다녀온 거요. 사제님.”

“조금 소란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죄송해요. 부선장님.”

“아니요. 사제님같이 유능한 사람이 우리 배에 타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

그리고 말하고는 빠르게 탑의 밖으로 나갔다.

“자… 잠시만요. 세이븐 추기경님!!”

흑색 탑을 완전히 벗어나려던 찰라.

한 명의 고위급 성기사가 급히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무엇이죠?!”

홍염의 마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세이나의 기세는 대단했다.

단지 앞을 가로막는 것만으로도 단검으로 마구 난도질당하는 기분.

“그 아이는 특급으로 관리되던 아이입니다.”

“그래서요?”

“성하의 명령 없이는…….”

“닥치세요! 지금 성하의 말씀을 수행 중이니.”

성기사의 말을 단번에 끊는 세이나.

“그… 그렇다면… 명령장이라도…….”

“분명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을 텐데요?! 그대는 지금 내 앞을 막은 것을 책임질 수 있나요?”

세이나가 노려보자 고위급 성기사는 곧장 물러섰다.

그럴 것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눈앞의 붉은 머리의 소녀는 교황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일곱 명 중 한 명이었으니.

솔직히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거짓말을 하거나 사고를 일으키겠는가.

“그대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요.”

“그… 그게 무엇입니까?! 시키실 일이라도…….”

고위급 성기사는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몸이 달아올랐다.

“흑색 탑 주변의 흔적들을 지우세요.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흑색 탑은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아무도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 그것도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통제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조아리며 온몸으로 명령을 잘 수행하겠노라 의지를 표현했다.

사실 고위 성기사만큼 고지식한 자들이 어디에 있을까만은. 이곳 탑을 지키는 자는 그렇지 않았다.

특수한 죄수들을 다뤄야 하다 보니 융통성을 발휘할 인물들이 적합했다.

또한 이런 자들이 출세는 더 빨랐고.

“그럼 수고하세요.”

세이나 일행은 리안과의 약속대로 곧장 빠르게 움직였다.

‘n’ 자로 흐르는 강의 하류를 향해서.

* * *

리안은 교황을 만났고. 교황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명예 성기사를 임명하는 약식 의식을 치렀다.

원래라면 태양신을 상징하는 롱소드를 하사하지만, 리안의 체격 때문인지 레이피어를 줬다.

그래도 교황이 직접 축복을 때려 박은 것은 다를 것이 없었다.

급하게 신성력을 썼는지 교황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이에. 그대를 쥬 님의 명예 성기사로 임명하는 바이다.”

와아아아아!!!

구경을 하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기자들은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득탬했네.’

리안은 레이피어를 보며 싱글벙글했다.

무려 교황이 자신의 신성력 대부분을 쏟아부어서 축복을 내린 물건이다.

검에는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 때문에 불굴의 정신이란 신성 마법을 반영구적으로 적용된다.

교황급 신성 마법인지라 웬만한 정신 마법에는 저항력이 생기고. 맨탈이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으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물론 ‘+’가 아니라 ‘x’ 형태라 소유자의 정신력이 엉망이면 소용없겠지만…….

“너무 오래 붙잡아 놓은 것이 아닌가 싶군요. 레온 백작.”

“아닙니다. 성하께서 직접 명예 성기사에 임명해 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외할아버지께서는 섭섭해하지 않으실 겁니다.”

리안의 표정에 교황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에는 전쟁 신 주교를 숨겨 주는 고약한 어린놈으로 생각했는데, 이리 보니 딱히 나쁜 아이처럼은 느껴지지 않았다.

폭탄처럼 넘긴 목걸이도 생각해 보면 교황청의 권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그럼. 꼭 시간 내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시오. 레온 백작. 그대의 앞길에 쥬 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그렇게 교황은 리안을 떠나보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제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 할 것 같다.

리안에게 줄 레이피어에 신성력을 너무 많이 쏟아부은 것 같다.

원래 성기사에게 내리는 검은 주교급 사제들이 검 하나씩을 맡아 일 년 동안 수시로 신성력을 부어 축복을 완성 시키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리안의 명예 성기사 건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

샤아아아~!

세 척의 부유선이 하나씩 부두를 떠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구가 있는 강폭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서 강을 벗어나기 전에는 항상 조심을 해야 했다.

가장 먼저 고잉미샤호가 떠났고.

잠시 후 한 척. 또 잠시 후 한 척이 떠나간다.

다만, 마지막 남은 한 척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 * *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사람은 다급해졌다.

‘n’ 모양으로 흐르는 강의 입구 쪽에 있는 다섯 함대의 선두.

“샴 추기경님!! 고잉미샤호입니다.”

“빌어먹을!! 속도를 높여라!!”

하필이면 강에 진입하는 순간 고잉미샤호가 떠날 줄은 몰랐다.

물살이 한쪽 방향으로 강하게 흐르기에 바다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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