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56화 (56/253)

<56화>

로이센 왕국의 예술 대학.

그곳은 각 나라에서 몰려온 예술계의 명사들로 북적였다.

푸루루~ 푸루~ 푸룻!

공연장에선 아름다운 플룻 연주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그 소리를 감상했다.

수준급 독주를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 나라의 국왕 프리들.

푸르르~ 푸루루롯!!!

연주가 끝나자.

"와아아아!!"

짝짝짝짝!!

함성 소리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국왕 프리들은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온다.

-저분은 예술계에 대왕이시다.

-어릴 때 전대 국왕에게 학대만 당하지 않았어도…….

전대 국왕은 아이가 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신생아를 데리고 마포 훈련을 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당연히 신생아는 심장 마비로 죽었다.

그게 지금 국왕의 형이었다.

-맞아. 저 예술을 사랑하는 순박한 국왕께서 전쟁을 일으킬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군인왕이라 불리던 로이센 전대 국왕이 군비를 올리자 율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긴장을 했었다.

평소에 군복을 입고 병사들의 전투식량을 함께 먹고 생활하는 그 또라이 같은 자가 무슨 사고를 치지 않을까.

(전쟁에는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음.)

그러다가 그가 죽고 조부를 닮아 예술에 두각을 내며, 평화를 사랑하는 순박한 프리들이 왕위를 이어받자 율 대륙의 국가들은 안심과 동시에 환호했다.

-이제 되었다. 북쪽 율 대륙에 평화가 찾아올 거다.

모두의 그런 예상을 깨고 그는 무려 신센롬 제국의 슐 지역을 기습적으로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30년 동안 벌어진 왕위 계승 전쟁으로 바쁜 시기에 말이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신센롬 제국은 지금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상태.

"전하~~! 국왕 전하!"

단상을 내려온 프리들 국왕을 향해 외무장관이 달려왔다.

"무슨 급한 일이길래. 그러오."

"첩보입니다. 네르데르가 핫라인을 통해 신센롬 이 황자가 어디로 이동할지 열려 왔습니다."

"그래. 어디라고 하던가요. 역시 스랑 제국의 내륙이겠지요?"

"아닙니다. 작살 왕국을 경유해서 보헴 지역으로 갈 예정인가 봅니다."

그 말에 프리들의 젊은 왕의 커다란 눈이 더 커졌다.

"아주 미쳤군. 우리를 의식하지 않는단 말인가……."

"설마 하자니 우리 로이센이 움직일까? 하며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지……."

프리들의 입매가 올라갔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요. 국무 장관에게 일러서 총동원령을 내리세요. 어차피 봄이 되면 신센롬 제국이 슐 지역으로 올 테니. 차라리 우리가 먼저 나서서 보헴 지역을 선제 타격하는 것이 좋겠군요."

====

네르데르 공화국 ㅣ 로이센 왕국 ㅣ

작살 왕국

신센롬 연방국 ㅣ 슐 지역(로이센 점유)ㅣ

보헴 왕국

신센롬 연방국 ㅣ 슐 지역(로이센 점유)ㅣ

트리아 왕국(신센롬 제국의 수도가 있는 곳)ㅣ헝그 왕국

====

"알겠습니다."

보헴 왕국은 슐 지역의 좌측 아래에 있는 왕국이다.

그곳은 신센롬 제국의 여제인 테레지아가 국왕 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바로 아래의 나라가 신센롬 제국의 수도가 있는 트리아 왕국이다.

보헴 왕국과 수도인 트리아 왕국의 빈과 그다지 멀지 않다.

"이번에도 겨울에 출정하겠군."

겨울에 군대를 움직인다는 것은 여전히 상식 밖의 일이다.

그걸 로이센 왕국은 이미 한번 해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슐 지역을 차지할 때.

그 기습작전으로 손쉽게 슐 지역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겨울 진격은 로이센 왕국에게 좋은 추억이다.

* * *

3일도 아니고 2일째 되는 날.

고잉미샤호는 출발했다.

-후… 저 빌어먹을 꼬마 놈들 이제야 가는군.

-진상도 저런 진상들이.

-저 배의 선원들은 전부 해적 출신인가?

네르데르의 관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빌럼아 통령은 이를 박박 갈았다.

'갈 땐 웃으면서 갔지만, 신센롬의 수도에 도착하기 전 피눈물을 흘릴 거다.'

당연히 핫라인을 통해 약속도 받아냈다.

정보를 제공한 조건으로 흐리아 민은 네르데르로 송환하기로.

아직 율 대륙의 국가들은 로이센 왕국의 무서움을 몰랐다.

그들은 상비군을 도입했고 엄격한 군사 교육으로 정예를 키워 냈다.

용병이나 징집병을 운용하는 다른 나라의 어중이떠중이 군대와 다르다.

덜컹! 덜컹!! 덜컹!!!

고양미샤호는 항구 옆의 좁은 평지를 오르기 시작했다.

방향으로 봐서는 리안이 말한 대로 작센 왕국 - 보헴 왕국 - 트리아 왕국(신센롬 제국 수도) 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애송이. 슐 지역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솔직히 이 길이 더 위험해."

항법사가 리안에게 조언했다.

부유선은 아무 데나 돌아다닐 수 없다.

특히나 작센 - 보헴 - 트리아 경로는 좁고 거지 같은 환경의 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다.

지형도 워낙 구불구불 나 있다 보니 어디서 매복을 당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동하는 요새라 해도 무적은 아니며, 특히나 매복에 취약하다.

길이 막히면 부유선은 처박힌다.

"흐흐흐.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 길을 가겠어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발로 조종구를 짚고 지도를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선교의 풍경은 조금 바뀌어 있었는데, 리안의 옆자리에 의자가 새로 생겼다.

그곳에는 단정한 금발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와아아아……."

그녀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리안이 발로 대충대충 조타하는 것도 멋있어 보였다.

"저… 정말! 저도 조타수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러려고 데려왔는데."

그 난리를 치면서 말이다.

더굽ㄴ에 레오폴트는 뜻하지 않은 일들로 심력을 많이 쓰는 바람에 탈진했다.

지금 전쟁의 신 주교 레이나에게 극진한 간호를 받고 있는 중이다.

좋다는 영약은 다 달여 먹으면서 말이다.

덕분에 무려 1천 페니나 되는 거금을 써야 했고.

구그그그긍!!

고잉미샤호는 거침없이 협곡을 따라 운항했다.

아직 차가운 겨울이라 메마른 황무지에 뽀얀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꼬박 반나절을 움직이자 지평선으로 붉은 노을이 깔린다.

"고맹이. 슬슬 정박하고 쉬어야 하지 않겠어?"

리안도 상당히 피로도가 높은 상태였다.

바다에서와는 달리 육지는 다른 이에게 조타를 맡기지 못하니.

"흐흐흐. 잠깐만 쉬죠. 그보다 해병대 아저씨들은 안녕하시죠?"

"음?!"

"꼬리가 붙었을 거예요. 가서 자르고 오세요."

"호오~. 이제 뭔가를 할 예정인가 보구나."

고잉미샤호가 속도를 줄였다.

코너를 도는 순간 검은 인영들이 순식간에 아래로 뛰어내렸다.

두르르르~!

고잉미샤호는 속도를 유지한 채 계속 이동해 멀어졌다.

잠시 후.

투르르르르!!!

몇 기의 오토호스가 고잉미샤호의 흔적을 따라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저놈들인가 보군. 얘들아 준비해라."

부선장의 명령에 따라 마총병들이 장전을 했다.

철컥! 철컥!!

그리고 일부는 그물을 준비했고.

트르르르르~!

오토호스가 지나가는 순간.

"지금!!"

부선장이 명령을 내렸다.

샤샤샥!! 타다다다당!!

그물이 던져지고. 마총이 불을 뿜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오토호스를 타고 있던 기사들은 바닥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콰아앙!!

만약 일반이었다면, 중상을 입을 상처였겠지만.

오토호스를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마나 유저들이다.

당연히 큰 상처는 입지 않았을 터.

"덮쳐라!!"

우오오오오!!

해적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빠르게 습격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 왔기에 다수로 소수를 제압하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자… 잠깐."

"우리는 그저……."

"살려……."

그들은 말을 끝까지 이어 가지 못했다.

순식간에 목이 베여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다.

해적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에잇. 대기사는 없네. 모조리 챙겨라. 흔적을 남기지 말고."

"캬. 이거 오토호스를 잡은 것은 오랜만이네."

"하긴. 정규군이 오기 전에 튀어야 하는 게 숙명이니까."

해적들은 웬만해선 오토호스를 탄 자들과 싸울 일이 잘 없다.

그 전에 빠르게 털어서 도망가는 것이 약탈의 기본이니.

물론 가끔씩은 기사들이 올 만한 곳에 매복을 하고 있다가 지금과 같이 처리할 때도 있었다.

"좋아! 가자!"

순식간에 5명의 일반 기사를 처리한 해적들은 고잉미샤호로 돌아갔다.

고잉미샤호는 멀지 않은 곳에 대기 중이었다.

"꼬맹이!! 네 말대로 꼬리가 있더구나."

"흐흐. 빌럼아 통령이 좀 많이 화가 나 보이더라고요."

이번 일로 인해 네르데르와 로이센 왕국은 손을 잡아도 찝찝할 거다.

"전리품은 어떻게 하냐?"

"장물이라 처리하기 곤란한데… 그렇다고 버려두고 가면 우리가 그랬다는 것을 눈치챌 거고……."

장물은 역시 해적 섬에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곳은 율 대륙의 내륙이다.

"우리 아기 상어. 별거 아닌 그런 걸로 고민하고 있어?"

"오오~! 누님. 방법이 있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유머러스하고 글래머러스한 천재 마도 공학자이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거야. 오토호스는 출처를 알 수 없게 조져 놓을게."

이걸로 고잉미샤호에도 오토호스가 5기나 생겼다.

물론 리안은 저딴 싸구려 오토호스에 관심이 없다.

트리아 왕국에 도착하면 헝그 왕국제 오토호스를 살 예정이니.

"오오~!"

그때 흐리아 민이 오토호스에 관심을 보였다.

워낙 자유분방한 자유민의 딸답게 오토호스에 대한 환상이 있나 보다.

대전사는 희귀한 편이고. 보통 기사 하면 오토호스를 먼저 떠올리니.

"저걸 탈 생각은 버려. 조타수에게 에고가 든 오토호스는 독이라고."

"네에?"

리안도 그것 때문에 포획한 오토호스들에 관심을 두지 않는것이다.

오토호스의 균형을 담당하는 AI 격인 말들의 영혼을 담은 에고를 탑재했다.

당연히 에고의 감각은 조타수가 부유선을 모는 데 쓰는 감각과 충돌한다.

심하면 말의 감각에 오염될 수도 있는데, 조타 실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네 오토호스가 생기면 알게 될 거다."

"네에에?! 제게 오토호스를 사 주신다고요? 그 비싼 걸……."

정령 갑옷만큼은 아니지만, 오토호스는 상당히 고가다.

그걸 선뜻 사 준다고 하니 흐리아는 놀랄 수밖에.

"어차피 에고가 없는 오토호스로 연습부터 해야 해."

이건 무려 게임 후반부에 나오는 조타수 육성 방법이다.

해군 사관 학교의 운항과 치사율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게되었다.

물론 그래도 죽는 이는 많이 나왔다.

에고가 없는 오토호스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

거기다가 오토호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부유선을 잘 몬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움이 될 뿐이지.

"제 오토호스가 생긴다는데, 당연히 해야죠. 열심히 하겠어요!! 백작님."

"어. 그… 그래."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선교로 들어갔다.

역시나 내륙에서 부유선을 움직이려면 조타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리안밖에 없었다.

"설마… 애송이. 밤에 부유선을 움직이려는 것은 아니지?"

조타석에 리안이 앉자 항법사가 말했다.

참고로 내륙에서 밤에 부유선을 운항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흐흐. 걱정하지 마시라."

리안은 품에서 <달의 가면> 을 꺼냈다.

얼굴을 일시적으로 바꿔 주는 마도구.

이것에는 또 다른 기능이 있었는데…….

스윽!

그걸 쓰자 대낮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만 있다면 밤에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흐흐흐. 이제부터 우리는 밤에 움직이고 낮에 쉴 겁니다."

"자… 잠깐! 진짜… 움직인다고오……?"

항법사는 리안이 가면을 썼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참고로 가면을 쓰고 다른 얼굴로 바꾸지 않으면 본인의 얼굴이 드러나기에.

그리고 <달의 가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얼굴로 변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드르르르륵!

부유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원들이 놀라서 당황했다.

-무… 무슨 밤에…….

-이거 어디 가서 처박히는 거 아니야?

-도대체 우리 선장은 정체가 뭐야?

처음과는 달리 의외로 잘 달리니 금방 안정들을 찾았다.

워낙 리안이 기행을 많이 저지르다 보니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고 빠르게 받아들였다.

"허어어……."

옆에서 지켜보던 항법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쪼쪼쪼!! 쪼아! 쪼아!"

리안은 콧노래를 부르며 방향을 확 틀었다.

"으아!! 미친. 이럴 줄 알았어. 거기는 길이 아니야!!"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지형은 부유선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우리 항법사 아저씨는 너무 새가슴이라니까. 다시 보세요."

"어어어……?"

분명 길이 있었다.

다만, 부유선들이 다닌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 숲.

드르르르륵!!! 끼긱!! 끽! 짜자작!

나무가 긁히는 소리에 심하면 부러지는 것들도 보였다.

고잉미샤호는 아주 숲으로 들어와 버렸다.

철갑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니… 왜 이쪽으로."

"말했잖아요. 우리는 슐 지역을 관통해서 트리아 왕국으로 간다고."

"허어어어……."

항법사는 입을 벌리고 밖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이 이상한 선장과 있으면 자신의 상식들이 파괴되는 것이 느껴졌다.

"가자아아아!!"

* * *

로이센 왕국은 급한 대로 슐 남쪽 지역에 배치되었던 병력을 서쪽 보헴 지역으로 급파했다.

고잉미샤호가 지나가는 것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후 로이센 국왕은 본국의 병력을 이끌고 곧장 보헴 왕국의 북쪽 작살 왕국으로 향했다.

고잉미샤호의 뒤를 쫓는 것이다.

당연히 가는 길에 후방 안전과 보급선 유지를 위해 작살 왕국을 협박해서 아군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고.

"보헴으로 간 부대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던가?"

"네. 폐하.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아마도 황자를 태우고 이동하다 보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가 봅니다."

"하긴. 우리를 의식하지 않고 그 루트로 가는 걸 봐선 아주 태평한 놈들이야."

로이센의 국왕 프리들 국왕은 미소를 지었다.

잘만 하면 전쟁 없이 슐 지역의 점유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다.

일단 슐 지역을 꿀꺽 먹기는 했지만, 신센롬 제국과 싸우는것은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황자만 잡으면 다 해결된다."

물론 고잉미샤호는 해당 경로를 이미 완전히 벗어났다.

누구도 옆으로 가로질러 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56화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