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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42화 (42/253)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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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 레이디 데르님의 자매에게 약점을 잡힌 것이 있어서······.”

리안의 말에 줄리아는 의구심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약점이기에··· 아. 실례가 되었네요. 어쨌든 그 돼지 년에게 약

점이 잡힌 것과 아까 전 백작 부인의 매파와는 무슨 상관이죠?”

“그게··· 잘못하다가는 혼인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제 꿈이 레이디 데르

같은 미녀와 결혼을 하는 것이었는데······.”

리안의 말에 줄리아가 입을 쩍하고 벌렸다.

‘망할 돼지 년이 선수를 치다니.’

그러다 문득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형제들은 이미 자신의 기에 눌린 상태다.

조금만 윽박지른다면······.

“걱정 마세요. 레온 공자님. 소녀가 해결해 드리겠어요. 그 돼지 년이 가진

세력이라 해 봐야 별것 없으니.”

“후··· 쉽지 않을 겁니다. 사실 잉글슨 왕국-스랑 제국의 전쟁에서 제가 이름

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가 부하를 빌려줘서예요.”

“네?! 그럴 리가. 이미 데르 백작가의 무인들은 저를 지지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아직 완전히 후계자가 된 것은 아니었기에.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호의를 지지로 착각하는 그녀였다.

후계 자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언제든 갈아탈 준비가 된 자들이었다.

딱히 충성 맹세 따위를 한 것이 아니기에.

“조심하세요. 그녀는 생각보다 무서운 여자입니다. 은밀히 세력을 키우고 있

어요. 그리고 용병을 고용할 돈이 충분한 걸로 알고 있어요.”

“도대체··· 언제······.”

“가주 자리를 노리는 것이겠지요.”

“으··· 이런 앙큼한 년을 봤나······!!”

줄리아는 화가 난 나머지 리안의 앞인 것을 잊고 감정을 마구 드러냈다.

그걸 본 리안은.

‘쯧쯧. 그러니 너를 중용하지 않는 거지.’

능력치도 어중간한데, 성격도 저 모양이라 주군이 되면 사사건건 부딪친다.

“최대한 세력을 키우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외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면

받으세요.”

“그리되면··· 일이 너무 심각해지는데······.”

“후계자는 누가 봐도 줄리아 데르님의 것입니다. 외세를 끌어들인다 해도 정

당성은 충분해요.”

외세를 끌어들이는 걸 어떤 신하가 반기겠는가.

당연히 백성들에게도 반감을 살 것이다.

백성 따위의 반감이야 뭔 대수냐. 라고 할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

마총병은 대부분 젠트리(부유한 평민 계급)에서 나오니.

육전에서의 주력은 마총병이 되는 추세다.

“흠······.”

“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눈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긴 한데······.”

“제발 저를 그 악녀에게서 구해 주세요. 그러면 레이디 데르의 첩으로라도 들

어가겠습니다. 참고로 이 배도 제 것입니다.”

웬만큼 부유한 백작가가 아니고서야 수륙양용이 되는 부유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반란에 이용되면 골치 아프기에 국가에서도 승인을 잘 해 주지 않고.

“좋아요. 리안이라고 불러도 되죠?”

“얼마든지요. 레이디 데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안의 가까이 갔다. 그리고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딱딱하게 레이디는. 이제 줄리아라고 불러. 부부가 될 사이인데.”

“네. 나의 줄리아.”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선장님.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후~ 눈치가 없군요. 부선장님.”

“죄송합니다. 선장님. 그래도 시간이······.”

“알겠어요.”

부선장이 적당히 끊어 줬다.

아주 미세하게 그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후··· 아쉽네요. 줄리아.”

“나도 그래. 마음 같아서는 오늘 당장이라도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신센롬에 다녀올 때까지만.”

“도대체 신센롬은 왜······.”

그녀는 외가에 가는 것과 신센롬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

“군사 기밀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아직 전쟁을 수행 중이라.”

리안이 슬쩍 눈치를 줬다.

부선장이 파트라슈의 끄나풀인 척.

“그래. 그보다 괜찮은 거야? 우리의 사이가 그 돼지 년에게 알려질 텐데······.”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돼지는 줄리아를 무척 싫어하니.”

“후. 그 돼지 년에게 널 빼앗길 순 없어. 꼭 구해 줄게. 조심히만 다녀와.”

“배에 저를 지지하는 선원이 많으니. 다녀와서 꼭 도울게요.”

리안의 말에 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더 탐이 나네.’

미래가 기대되는 미소년인 것은 둘째 치고 자신에게 순종적인 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동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의젓하기도 했고.

아직 성인이 아니라 곧장 결혼은 못 하겠지만, 몇 년만 기다리면 될 터.

자신은 나이를 더 먹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자신의 동생과 연적이 되었으니 더욱 불타오른다고 해야 하나.

“자. 받아. 내가 주는 징표야. 다시 볼 때까지 잃어버리지 말고.”

그녀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데르 백작가의 문양과 그녀의 친필 사인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일리 섬 귀족의 전통으로 여자가 남자에게 징표로 줄 때를 대비해서 항상

들고 다녔다.

물론 그녀는 아일리 섬의 전통 귀족은 아니지만.

“고마워요. 줄리아.”

두 사람은 그렇게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했다.

위이이잉~!

잠시 후 고잉미샤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줄리아는 멀어지는 배를 향해 한참이나 손을 흔들었다.

“단장님. 그만 가시죠.”

“그대는 참으로 낭만이 없군.”

“그래도 레온 공자··· 아니 도련님은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연정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아니야. 그 녀석은 이미 나에게 반했어. 아아. 귀여운 녀석. 어디 가서도 자

랑할 수 있겠어.”

전체 인구 중 귀족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귀족은 대개 귀족과 결혼하는데, 당연히 귀족의 비율이 적은 만큼 미남미녀의

숫자도 적다.

다시 말해 귀족의 준수한 외모는 보석보다 가치 있었다.

줄리아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자신만 해도 아일리 섬의 젊은 귀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닌가.

“그보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어. 어차피 아버지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으니

까.”

데르 백작의 병은 신관들도 포기를 했다.

그나마 요양이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테지만, 그 몸으로 순례길에

올랐다.

어쩌면 영영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리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음하하하!!!”

“그 여자에게 뽀뽀를 받은 것이 그리 좋더냐. 꼬맹이.”

“미녀이긴 해도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여자는 자고로 마음이 이뻐야지.”

“네 마음 씀씀이부터 고쳐 보는 건 어때?”

“제가 뭐 어때서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그 돼지 남작과 한 편을 먹기로 했던 것 아니냐?

설마 갈아타는 거?”

리안은 웃으며 발로 수정구를 조작했다.

이미 옷은 편하게 반쯤 풀어 헤쳐져 있었고 신발과 양말은 벗어 던진 지 오래.

해적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리안도 물이 들었다.

“판을 키워야죠. 너무 쉬우면 우리 몸값도 똥이라구요.”

“설마······.”

“흐흐. 말해 줬죠. 돼지 남작이 반란을 준비한다고.”

“하··· 정말이지 넌 악마가 따로 없구나. 분란이 끊이질 않아.”

리안은 콧구멍을 씰룩거렸다.

“해적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고심하건만······.”

“두 번만 더 먹여 살리면 대륙 전체가 전쟁이 나겠군.”

그 말에 리안은 씩 하고 웃었다.

“그보다 우리는 너희 외가에서 깃발을 빌리고 신센롬 제국으로 갈 것 아니었냐?”

“네. 그럴 예정이죠.”

“더블린의 내전이 언제 벌어질지 알고 자리를 떠도 되는 거야?”

“걱정 마세요. 우리가 다녀올 때쯤 뜨겁게 익어 있을 테니까. 그때 가서 따먹

으면 되지요.”

그 말에 부선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지금 데르 백작이 자리를 비웠다지만, 그렇다고 자식들끼리 계승 전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작이 죽지 않는 이상 백작가의 대부분의 무력은 움직이지 않는다.

“걱정 마세요. 전쟁의 신은 우리를 위해 미소 지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건 개소리였고. 데르 백작이 언제 죽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참. 사람이 언제 죽을지도 안다더냐. 만약 네 말대로 된다면 꼬맹이 네가

내 형이다.”

“그 말 기억하고 있을게요. 흐흐흐.”

리안은 편안하게 조타석의 의자를 뒤로 확 젖힌 다음 발가락으로 조종을 했다.

참으로 태평해 보였다. 부산스러운 어딘가와는 다르게.

***

아트로네 백작의 집무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머리가 하얗게 센 건장한 노인이 보고서를 보며 책상을 두들겼다.

장거리 통신으로 수도에서 온 전문.

[아트로네 백작가는 스랑 제국과의 전쟁 영웅 리안 레온을 정중히 맞이할 것.

그리고 최대한 협조할 것.]

장거리 통신마법은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핵심 내용만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짧은 내용으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전쟁 영웅이라니. 그 녀석 레온 백작가로 돌아간 것 아니었어?”

“맞습니다. 시녀 하나와 호위 기사 하나를 데리고 갔었죠.”

백작 계승자가 귀환하는 것치고는 수행원이 매우 초라했다.

겨우 그런 인원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고? 더군다나.

“무재에는 도무지 재능이 없던 아이 아니던가.”

“마나 로드를 개방하는 데만 해도 무시 못 할 돈이 들었다는 걸 백작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도 외손자라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 집안의 핏줄에

어찌 그런 아이가 태어났는지.”

아트로네 백작가는 오러에 친화적인 핏줄을 타고난 가문이었다.

자연스럽게 무력을 중시하는 기사 가문이 되었고.

리안이 가주인 아트로네 백작의 눈 밖에 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도련님이 전쟁에서 공을 세우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혹시 잉글슨 왕국

에서 우리에게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지요.”

“그건 아닐 거야. 이곳 아일리 섬의 가운데에서 우리가 중심을 잡아 주는 역

할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흔들리면 잉글슨의 견고하게 짜인 지배력도 무너져.”

아트로네의 무력은 아일리 섬에서 가장 강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만, 잉글슨 왕국이 아트로네 백작가를 통제하는 수단은 확실했다.

바로 무역품과 관세로 목줄을 걸어 놓은 것.

아트로네는 아일리 섬의 중심부에 자리했으므로 바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또한 토양이 비옥한 편이 아니라 항상 식량이 모자랐고.

“머리를 너무 썼더니 출출하군. 하나 먹겠나?”

덕분에 감자 농사를 주력으로 했다.

“아닙니다. 식사를 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기사가 팍팍 먹어야 힘을 쓰지.”

아트로네 백작은 감자 하나를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입에 넣

으려던 찰나.

“백작님!! 리안 도련님의 부유함이 선착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벌써 도착했다고? 잠깐! 부유함이라니?”

백작은 눈을 끔뻑거렸다.

수도에서 내려온 전보에서는 부유함의 이야기가 쏙 하니 빠져 있었다.

***

아트로네의 부유함 선착장.

가끔 육로로 부유 상선이 물건을 하역하러 오는 곳이었다.

공중에 떠서 다니는 부유함이라고 해서 모든 지형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주변의 것(집, 농지, 길, 건물, 나무 등)들을 망가뜨리

기에 인적이 드문 황무지를 항로로 삼는다.

땡땡땡~!

멀리서 부유함이 접근하는 것을 보고 종이 울렸다.

“저건 뭐냐?! 신기하게 생긴 부유함이군.”

고잉미샤호가 부두에 도착했을 땐 다들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적 깃발을 내린 상태였다.

“요즘 신형 전함을 저리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남작님.”

아트로네 백작의 두 번째 손자 가이스 아트로네의 궁금증을 부관이 풀어 줬다.

참고로 가이스는 얼마 전 조부인 아트로네 백작에게서 남작령을 받아 영지를

경영하고 있었다.

이곳 부두에 온 것도 물건을 처분할 것이 있어서였다.

“흠··· 잘되었네. 저녁이나 되어야 정기선이 올 것인데. 저들도 상인이겠지?”

“아닐 겁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런 모양은 신형 군함밖에 없습니다. 상

선으로 쓰기엔 비효율적이라.”

유선형은 기동성을 살리는 데엔 좋지만, 화물을 선적하는 데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화물선의 선주들은 속도나 연비보다 한 번에 더 많은 짐을 싣는 것을 선호했

으니.

“군함이 이곳에는 웬일이지? 어디 전쟁이라도 났나······.”

아일리 섬은 딱히 전쟁이 날 일이 없었다.

잉글슨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세금이 빡빡했다.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싸울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철컹!

고잉미샤호가 부두에 닿았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리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장난감이 멀리 가 버려 아쉬웠는데, 돌아왔다?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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