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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40화 (40/253)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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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더블린) 백작령의 유력한 차기 후계자 장녀 줄리아.

그녀는 아일리 섬 최고의 미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었으며, 거인

족의 후손이라는 전설답게 몸매 또한 육감적이었다.

또한 검술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여장부로 통했다.

“그게 정말이더냐? 그 아트로네의 꼬마가?!”

“네. 단장님. 오늘 정기 연락 중 은근히 흘러나온 이야기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모릅니다. 단장님께 먼저 알린 겁니다.”

“잘했어.”

부 기사단장의 보고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보다 정말 믿을 수 없군. 예전에 보았을 때 유약하기 짝이 없더만. 모두

연기였단 말인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외가로 도망온 처지이지 않습니까! 괜히 외가 쪽 사촌

들에게까지 밉보였다가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것보단 낫겠죠.”

“영악한 엉큼한 꼬맹이로군. 그보다 해적 선장은 어떻게 된 거람.”

“죽은 어미의 유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아줌마도 보기와 다르게 여우였군. 아들을 위해서 해적이라니. 하하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납치를 당했다가 그 해적들을 구워삶아서 선장이 되었단 것을 어찌 믿겠는가.

“그보다. 그 아이. 몇 살이었더라··· 그래. 대략 10살 차이쯤 나겠군.”

“그건 왜······.”

“내가 혼기를 놓쳤지 않더냐.”

“여전히 인기가 많으시지 않습니까.”

미녀는 나이를 먹어도 미녀. 그녀는 최절정기다.

사실 16살에 성인식을 치른다지만, 여자로서 가장 꽃피는 시절은 20대인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워낙 유아 사망률이 높다 보니 결혼 적령기가 어린 편이었다.

“설마······.”

“뭘. 설마야. 딱 좋네. 내 첫 번째 남편으로 삼기에.”

“콜록. 콜록.”

“왜 갑자기 기침이야?”

“그쪽에선··· 받아 준답니까?”

“받아 주고 말고 할 게 어딨어. 날 거절할 남자는 많지 않지.”

“······.”

부관은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냥 결혼도 아니고 데릴사위로 들이겠단 말.

아무리 어리고 가진 기반(땅)이 없다지만, 수륙 양용 부유선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데릴사위로 오려고 하겠는가.

사랑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나이는 또 10살 차이다.

“귀족의 결혼에 10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30살 연하와도

결혼했지.”

“그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닙니다······.”

“직접 가서 잡아 와.”

“네?! 제가 어떻게······.”

“적당히 구워삶든. 멱살을 잡아채든 알아서 잘. 그러라고 네게 부기사단장 자

리를 준 거잖아!”

“후우··· 알겠습니다.”

부기사단장은 한숨을 푹 쉬고는 오토호스에 올랐다.

부우우웅~!!

오토호스는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빠르게 날았다.

마치 다리가 달린 것처럼 위아래로 계속 흔들렸는데, 이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토호스.

말을 대체하는 기사들의 전유물.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며 추진력은 역시나 하급 부유석이었다.

당연히 부유함에 쓰이는 부유석보다 열등했는데, 통제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키메라 기술.

부유석을 컨트롤하는 것만 신경 쓰는 인공지능이 필요했다.

물론 그 인공지능은 조금 궤를 달리 했는데······.

“피오나. 서두르자!!”

바로 혈통 있는 말의 영혼을 영혼석에 가둬서 오토호스와 연동시키는 것이었다.

기사들은 유대감을 위해 자신이 기른 말의 영혼을 쓰기도 했다.

굳이? 그런 잔인한 짓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사는 전쟁 도구고 오토호스는 전쟁 도구의 전쟁 도구였다.

전쟁에는 인권조차 무시되는데, 말 따위를 누가 신경 쓰랴.

두두두두두!!!

오토호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말을 대체한 이유.

지치지 않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흔들린다 해도 말보다 승차감이 비교

도 할 수 없게 좋다.

그뿐만 아니라 마석을 한 번 충전하면 1,000km는 거뜬하게 주행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건초 따위를 보급할 필요가 없고. 축사도 필요가 없다.

오롯이 전쟁을 위해 태어난 병기다.

“허억··· 저건가······.”

부기사단장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고잉미샤호를 보며 입을 쩍하고 벌렸다.

부유선이라기에 크기가 작고 목재로 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금속 재질의 철갑선에 모양을 보아하니 최신형이 틀림없다.

신형 전함들의 모양이 점점 유선형으로 바뀌는 추세였기에.

“저런 배를 가진 사람을 데릴사위로 삼겠다고?”

줄리아는 남편이라 했지. 정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첫 번째 첩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하··· 내가 어쩌자고 그런 이를 주군으로 모셨는지.”

외부에서 볼 때 그녀는 완벽한 귀족이었다.

외모는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혈통을 타고나서인지

영지를 가진 귀족답게 무력도 출중했다.

주군으로 모시기 전까지는 귀족답지 않은 털털함에 인간미도 느꼈다.

“폭군이지. 젠장!”

이미 그녀는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이 질색을 할 정도로 밟아 놓았기에.

더군다나 그녀의 외가는 아일리 섬의 전통 귀족인 오리엘 백작가였다.

“일단 말이라도 꺼내 봐야겠군.”

부기사단장은 오토호스를 고잉미샤호의 옆으로 몰았다.

펄럭.

그리고는 옆에 달린 가방에서 하얀색 천을 꺼내 열심히 흔들었다.

그걸 본 고잉미샤호는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

“뭐야? 저건.”

부선장은 오토호스를 탄 기사를 하찮은 파리 정도로 보았다.

오랫동안 바다 생활을 하다 보니 조그마한 것이 앵앵거리는 걸 보면 그런 생

각이 들 수밖에.

“귀찮게 데르 쪽에서 제 소식을 들었나 보네요.”

리안은 살짝 짜증을 내며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육지에서는 한번 속도를 줄이면 다시 속도를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꼬맹이 네 외가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잖아.”

“뭐. 인사를 나눌 사이는 아니지만, 여기가 더블린의 영지이긴 하니까요.”

“시비를 걸면 무력 시위라도 해 버려?”

“불가능해요. 백작 궁전(백작령의 수도)으로 가려면 요새를 2개나 거쳐야 하

니까.”

부유선이 움직이는 요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다.

더군다나 공중에 조금 뜬다지만, 아무 지형이나 막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동하는 길도 황무지와 계곡 사이쯤 되는 지형.

협곡이라고 하기에는 또 폭이 좀 넓었다.

여기서 영지 중심으로 들어가려면, 공병으로 길을 내야 하는데.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애당초 해적선에 공병 따위가 타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철커덩!

부유선의 속도가 줄어들다가 이내 완전히 멈췄다.

푹! 푹!

배의 양쪽 측면에서 총 4개의 금속 봉이 튀어나와 넘어지지 않게 고정되었다.

“마석 아깝게 시리.”

리안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육지에서 한번 멈추고 다시 이동하는 데 은근히 마석이 많이 들었다.

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찰캉. 찰캉.

리안은 선교에서 나와 전령을 맞이하러 갑판으로 나갔다.

아무리 부유함을 가진 선장이지만, 작위가 없으니 백작가의 전령에 대한 예의

는 차려 줘야 할 터.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자님.”

황무지, 그것도 고잉미샤호의 옆을 달려서 그런지 흙먼지로 가득한 남성.

달라붙는 정복을 입은 것으로 봐선 정령 갑옷과 계약한 대기사로 보였다.

“저는 더블린 제3 기사단인 푸른 장미 소속의 부기사단장 입니다. 미비앙 서

즈입니다.”

“호오~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우리 외가는 서즈 경과 같은 방랑 기사를 붙

잡지 못하고 뭐 했나 모르겠습니다.”

“저··· 저를 아십니까?! 허어······.”

“당연하지요. 제가 영지만 있었더라면··· 정말 아쉽습니다.”

리안은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미비앙 서즈.

대단한 무장은 아니고 삼국지로 따지면 대충 미방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아니. 미방보다 못하다.

그래도 미방은 전국구인데, 여기 이 남자는 율 대륙에서도 변방 아일리 섬 그

것도 일개 백작가에 속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미방이냐고?

생긴 걸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지만······.

‘이 얼굴이야말로 배신의 상이다!!’

딱하니 느낌이 왔다.

“제 얼굴은 왜 그리 유심히······.”

“왠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같이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하하하.”

스토리를 아일리 섬에서 시작할 경우 꼭 알아야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무력이 강하거나 하지는 않다.

그가 주요 인물인 이유는 그의 특징 때문이다.

훗날 더블린의 주인은 줄리아가 되고. 그의 최측근이 바로 눈앞의 남자 미비

앙 서즈다.

만약 더블린과 전쟁을 치른다면?

만약 이 남자가 보급을 책임지게 된다면?

만약 조금이라도 전황이 유리하다면?

만약 당신의 부하 중 모략에 관련된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축하한다. 그대는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이다.

미비앙은 말이 방랑 기사지 사실은 상인 출신이다.

그냥 상품 하나가 대박 난 졸부였고. 고향인 스랑 제국에선 기사를 하지 못하

니 이곳 아일리 섬까지 흘러들어 온 거다.

때마침 기사단을 만드느라 돈이 급한 줄리아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금

을 지원해 주며 부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사도고 뭐고 없다.

각성을 어떻게 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전투나 통솔 능력이 없어서 전쟁에 써먹

지도 못한다.

그나마 상인 출신이라 보급에 관련해서는 조금 봐 줄 만했는데··· 패시브로

배신을 가지고 있달까······.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공자님.”

“아니요. 제가 항구에서 오는 길에 파트라슈 남작님을 잠깐 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저에 대해 무슨 말씀이라도 하시던가요?”

살짝 난감한 얼굴.

욕이라도 먹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네. 칭찬을 하더군요.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고. 특히나 다른 기사들과 달리

내정 쪽 능력을 높게 보았습니다.”

“다행이군요. 남작님께선 저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요. 언니의 측근만 아니었다면 항구의 수비대장으로 데려가고 싶다

더군요. 물류가 많은 항구에선 무력도 무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내정 능력

이라면서······.”

리안이 능글하게 웃으며 그를 띄워줬다.

“정말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네. 저도 그리 생각됩니다. 경 같은 문무를 겸비한 기사는 잘 없으니 어딜

가도 대우를 받을 겁니다.”

“아아······.”

리안의 폭풍 칭찬에 미비앙은 자칫 눈물을 왈칵 쏟아 낼 뻔했다.

줄리아가 후계자로 완전히 자리 잡게 해 준 게 누구인데, 이제 와서 찬밥신세

였다.

당연히 줄리아가 이런 속마음을 안다면 분통이 터지겠지만, 당사자인 미비앙

은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저를 찾으시는 분은 백작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지금 백작님께서는 용무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건강이 나빠져서 순례에 갔겠지.’

웃기게도 아프면 쉬어야 하는데, 백작은 신앙심으로 극복을 하겠다며 순례길

을 떠났다.

덕분에 아주 떠날 예정이다. 이 세상에서.

원래부터 죽을병이었는지 아니면 순례로 인해서 건강이 더 악화되었는지는 모

르겠다.

“그럼··· 누가 저를······.”

“그··· 그러니까 백작 대리인 줄리아 아가씨께서······.”

후계자로 거의 못을 박은 거지 정식 후계자는 아니다.

얼핏 보면 장녀인 그녀가 백작 대리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백작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제1 기사단장이 실무를 보는 중이다.

“아~! 아일리 섬 최고의 미녀께서 저를 찾는다면 당연히 뵈어야죠!”

리안은 밝은 미소를 띄웠다.

“저··· 정말이십니까?!”

미비앙의 얼굴이 다림질한 셔츠처럼 환하게 펴졌다.

“그런데··· 외조부께 빨리 가 봐야 하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미비앙의 얼굴은 털지 않고 말린 빨래처럼 쭈그러든다.

“그래도 미비앙 경 같은 기사님이 직접 오셨으니 잠깐은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아. 감사합니다. 공자님.”

“제가 찾아가지는 못하겠고. 무례가 아니라면 이곳으로 오실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잠시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던 미비앙은.

“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얼핏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또 아니다.

이곳은 더블린 영지의 실질 지배자도 아니기에.

영지에 영향이 없다면 다른 나라를 아무렇게나 가로질러 행군하는 것이 이 세

계였다.

더군다나 리안에게는 대제독이 직접 발급한 특급 통행증도 있지 않은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미비앙은 그대로 고잉미샤호의 갑판에서 뛰어내렸다.

아무리 능력치가 개판인 대기사라 해도 대기사는 대기사였다.

투르르르르!!!

그는 힘차게 오토호스를 타고 멀어졌다.

“으하하하!!! 부선장 아저씨!!”

그걸 본 리안은 크게 웃었다.

“뭘 또 꾸미는 거냐? 꼬맹이.”

“누가 보면 제가 악당인 줄 알겠어요. 그보다 우리 작은어머니는 잘 있나 모

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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