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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39화 (39/253)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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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리안이 접견실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영애님.”

“영애가 아니라 남작이라네.”

그사이를 못 참고 파트라슈 남작은 생크림 하나를 입으로 홀랑 집어넣었다.

“무례했네요. 남작님. 못 보던 사이 더 아름다워지셨습니다.”

“푸우우우우!!”

리안의 말에 파트라슈는 또다시 케이크를 뿜어냈다.

덕분에 씹다 만 조각들이 리안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었다.

“미··· 미안하네. 어서 닦아드려라!”

“알겠습니다.”

시녀는 급히 리안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 줬다.

‘으으으··· 시발.’

리안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도대체 그대는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농락하는 거지?”

“제가 무슨 농락을 했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리안은 뻔뻔하게 발뺌을 했다.

“내 외모는 충분히 알고 있다. 모두 암퇘지 남작이라 부르지. 어떤 남자도 나

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아!”

“그건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 그렇습니다. 아니. 남작님은 충분히 아름답습니

다. 단지 살에 가려져 있을 뿐이죠.”

“그··· 그대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파트라슈 남작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화가 났지만 심장은 왜 이리 뛰는지.

리안은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지만, 몇 년만 지나면 성인이 될 거다.

귀족가에서 나이 차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미래가 기대되는 미소년.

순간 파트라슈는 미래를 상상하고 말았다.

자신도 이제 막 16살 성년이 되어 남작 작위를 받아 더블린의 시장으로 오지

않았던가.

“레이디의 아름다움을 시기해 누군가가 저주를 걸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지요.”

“······?!”

파트라슈는 무슨 말인지 한참이나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다. 그대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일 터. 이미 저주에 관해서는 수소문해

보았다. 아그작.”

파트라슈 남작은 그 와중에도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슬픈지 눈물을 살짝 글썽이며.

“정확히는 저주가 아니라 발현이죠.”

“무슨 말인가? 저주인데 저주가 또 아니라니.”

“데르 백작가는 거인족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파트라슈는 16살의 어린 나이치고는 키가 큰 편이었다.

아마 힘도 여자치고는 좋을 거다.

물론 저 덩치에 여자라고 힘이 약하다는 이미지는 도저히 생기지 않지만.

“그건 전설이지 않은가. 우리 가문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네.”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대에 실제로 거인들이 존재 했는지

도 알 수 없고요.”

“그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상입니다. 레이디 데르님의 위는 정상이 아니지요. 분명 힘도 늘어났을 겁

니다.”

“원래··· 우리 데르가가 힘이······.”

파삭.

그녀의 손에 쥔 케이크가 바스라졌다.

확실히 힘 조절을 못 하는 듯했다.

그나마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괜찮았는데, 부드러운 것을 쥐거나 섬세

한 일은 힘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으깨진 케이크 꼴이 나 버리니.

“그냥 거인의 피가 발현된 것일 뿐입니다.”

“믿지 못하겠다. 왜 다른 가족들은 멀쩡한데······.”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레이디 데르님을 시기한 누군가가 발현시킨 것이

라고. 의심이 가는 분이 계실 텐데요.”

“설마······!!”

그녀의 기억에 곧장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녀 줄리아 데르.

“어··· 언니가······.”

“아직도 언니란 소리가 나오십니까?! 동생을 이렇게 만드는 언니는 없습니다.”

둘의 사이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배가 다른 자매였기에.

물론 저주를 건 장본인은 장녀 줄리아 데르가 아니었다.

리안도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지만 증거가······.”

“증거가 없으니 심증이 곧 증거입니다. 이렇게 평생을 사실 겁니까?”

개소리라는 것도 리안 스스로 알았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안다.

아마 지금쯤 병에 걸려 골골거리고 있을 거다.

유저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조만간 이 비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뜰 것이고.

-내 사랑을 받아 줘. 파트라슈!!

-꺼져!!! 오리엘 가문의 돼지야.

사건의 발단이다.

그녀가 어린 시절 누군가 고백했고 그 고백을 심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이 사

달이 난 것이다.

그 당시 거절당한 돼지는 부타르카 오리엘.

참고로 오리엘은 장녀 줄리아의 외가다.

(저주를 건 사람은 장녀의 외사촌.)

-복수할 테다. 내 발밑을 기며 제발 도와 달라고 말하게 할 거야!!

돼지 부타르카 오리엘은 이를 갈고 복수할 방법을 찾았고. 가문의 서고에서

오래된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아일리 섬이 잉글슨의 식민지가 아니던 시절.

데르 가문과 오리엘 가문은 숙적이었다.

사실 데르 가문은 아일리 섬의 귀족이 아니라 어느 노르드 부족이었고. 그 당

시 잉글슨 북쪽의 군도를 점유했었다.

지금은 잉글슨 왕국이 회유해서 더블린의 백작가가 되었지만.

-이거야. 거인의 피!! 데르 가문에 진짜로 거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어. 그러

니까······.

데르 가문에서도 소실된 주술을 아이러니하게도 숙적이었던 오리엘 가문에서

보관했던 것이었다.

적을 분석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겼던 것.

물론 그 문서에 대한 존재를 아는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흐흐흐. 불완전하게 발현되면 돼지가 된다고?!

어찌 보면 장녀 줄리아의 외가인 오리엘의 사람이 벌인 일이니 아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닐지도······.

“정말 언니, 아니 그년이 그런 것이 맞는가?! 호··· 혹시 이런 내 몸의 저주

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정확히는 피가 발현한 것이니 저주는 아닙니다. 문제는 제대로 발현된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방법이 있냐 말이더냐!! 아···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네.”

급히 사과를 하는 파트라슈 남작.

성인식을 치렀다지만 아직 16에 불과한 그녀는 쉽게 동요했다.

“흥분할 만하지요. 방법이 있습니다.”

“말해 줄 수 있는가?”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내 이 몸뚱이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되네?!’

라며 속으로 환호를 지르며.

“가주가 되십시오.”

“······?!”

“한번 빼면 다시 낄 수 없다는 가주의 반지. 그걸 끼게 되면 레이디 데르님의

영광스러운 피는 온전히 발현될 것입니다.”

“거··· 거인이 되면······.”

“아닙니다.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힘만 조금 더 강해질 뿐이지요.”

그 조금 더는 각성자들 사이에서나 조금이었다.

더군다나 목숨을 걸고 벌이는 전장에선 그 조금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잉글슨 왕국 북부지만 일부라도 점유했던 부족이다.

아마도 이 발현 방법은 잉글슨의 왕가의 계략에 의해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가주가 되면 이 저주가 풀린단 말이지?”

“네. 저주나 다름없는 불완전 각성이 온전해질 겁니다. 아름다운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안의 말에.

파사사삭!!

파트라슈의 손에 새로 쥐어진 케이크다 다시 윽깨졌다.

“자, 여기 잘 어울릴 것 같은 선물입니다. 제가 직접 골랐습니다.”

리안은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 파트라슈에게 건냈다.

당연히 직접 고른 것이 아니다.

어찌 생겼는지도 모른다.

-줄이 짧아야 합니다. 살찐 여성은 절대로 찰 수 없는.

보석함에 든 목걸이를 파트라슈가 열었다.

탈칵!

“아아······.”

실망스러운 얼굴.

하지만 리안은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

“가주가 되는 날 그 목걸이를 찰 수 있으실 겁니다. 미리 드리는 선물입니다.”

“정말 그대를 믿어도 되나요?”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목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가주가 되어 반지를 물려받게 된다면 원

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그대는 저를 사모한다 했지요?”

“기사는 아니지만 제 뜨거운 가슴은 레이디 데르를 열렬히 사모하고 있습니다.”

리안의 말에 상기된 얼굴을 한 파트라슈 데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자신은 소문난 미녀였다.

아일리 섬 최고의 미녀라는 언니 줄리아를 뛰어넘을 거란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만약 자신이 모습을 되찾는다면··· 눈앞의 미소년이 자신에게 구애하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소문을 들었겠지.

“그대가 도와주겠지요?”

그녀의 말은 어느새 높임말로 바뀌어 있었다.

“당연합니다. 레이디. 힘을 기르세요. 제가 다시 돌아오는 날 그대를 위해 싸

우겠습니다.”

“아니요. 응원만으로도 감사해요. 제 능력은 언니에 뒤처지지 않는답니다.”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로 방에 처박혀 있어서 그렇지 능력이 없었다면, 데르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항구를 맡기지 않았을 거다.

“힘을 기르시고. 제 소문도 찾아보시길. 레이디의 군대 앞에 제가 서겠습니다.”

“좋아요. 그대도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으세요. 준비가 되면 연통을 드리겠습

니다.”

리안은 속으로 웃었다.

눈앞의 꼬마는 자신을 그냥 꼬꼬마 취급을 하고 있는 거다.

아마 전쟁에서 활약한 소문을 듣는다면, 생각이 많이 바뀔 거다.

“그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네. 조심히 살펴 가세요. 리안 레온 경.”

그녀는 몸뚱이가 좋지 않아 배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아가씨!!! 어쩌자고······.”

리안이 나가자마자 항만 관리인이 급히 그녀를 불렀다.

“리안 레온 경에 대해서 조사해 보세요.”

“아! 이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제독에게서 특급 통행 허가증을 받

아 왔습니다. 육지를 통행할 수 있는······.”

“네?!! 뭐라구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리안은 훨씬 거물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타고 온 배는 수륙 양용.

이동하는 거대 요새였다.

전술 무기나 다름없다.

그런 괴물을 육지로 통행할 수 있게 허가증을 내어 주다니.

파트라슈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

“움하하하하하!!!”

리안은 저택을 나오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도련님. 정말 그 여자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샤로트.

참고로 그녀는 안까지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게 했었다.

샤로트는 아직 어리다지만, 그녀의 미모는 특출났기에.

“열렬히 사모한다고······.”

“그냥 지지한다는 뜻이야. 사모는 무슨.”

그냥 이곳 더블린을 전쟁통으로 만들기 위해서 취한 대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정말인가요?”

“여기 바로 옆 동네가 우리 외가거든. 여기를 시원하게 뚫어 줘야 숨통이 트

여. 우호적인 인물이 차기 주인이 되는 것이 맞지.”

거기다가.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용병도 자신을 어필할 필요가 있지.”

“그게 무슨······.”

“공짜로 해 준다는 소리는 안 했거든. 흐흐.”

해적은 부업으로 용병 일도 하니까.

조금만 조사해 보면 공짜로 부리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 거다.

리안 본인이 그러고 싶어도 딸린 입들을 유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작 작위를 가진 그녀라면 모를 리 없고.

“오오!! 역시 도련님은 천하의 악당이에요!!”

“음··· 너무 심하잖아.”

“그래서 더 좋은걸요?! 헤헷!”

***

하루가 지나고 특급 허가증에 대한 승인이 떨어졌다.

보급품은 최상급으로 실렸고.

웅성웅성.

부두는 소란스러웠다.

-암퇘지 남작이 밖으로 나왔다고?!

-가마를 탔다는데······.

-세상에. 도대체 저 해적선이 뭐길래?

-몰라. 특급 통행 허가증이래.

-육지로 올라선다는데?

시민들은 부두로 나와 고잉미샤호를 구경했다.

당연히 파트라슈 남작이 집 밖으로 나온 것도 대단한 이슈.

-어어!! 움직인다!!

고잉미샤호는 천천히 후진을 하더니 항구의 한쪽 끝으로 이동했다.

평탄한 지형임에도 건물이 없었다.

-진짜로 땅으로 올라가고 있어.

수륙 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적선이 저 길을 이용하는 것은 신기한 일

이었다.

쿠르르릉~!

고잉미샤호는 거침없이 땅 위를 달렸다.

물론 바다에서의 속도에 미치지 못했지만, 거대한 배가 땅 위를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장엄해 보였다.

“으하아암~!”

다만, 리안은 늦춰진 속도에 하품을 했다.

말이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거나 조금 느릴 듯싶었다.

그나마 내리막길은 질량이 있어 빠르지만 오르막길은 한없이 느려터졌다.

부유함이 추진력을 얻는 원리가 부유석이 땅 위로 뜨려는 성질을 비틀어 방향

을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

육지인 만큼 땅에 닿지 않기 위해 높이 떠야 했고 당연하게 추진력은 줄어들

수밖에.

“이제 곧장 꼬맹이 너희 외가로 가는 거냐?”

“네. 이제 직진입니다!”

라고 말하려는 찰라.

오토호스(말 대용) 한 기가 고잉미샤호의 옆으로 붙었다.

때마침 지나가는 곳은 데르 백작가의 수도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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