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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6화 (26/253)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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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왕 거프를 따라나선 플랑크.

무슨 따로 불러서까지 중요한 이야기가 있나 싶었는데······.

“자네를 따르던 녀석 중에 싸르지란 놈이 있었던가?”

“네. 하도 졸졸 따라다니길레 가끔 어울려 주고는 있죠.”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싸르지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만 한참이나 걸릴 정도로 플랑크에겐 비중이 별

로 없는 녀석이다.

다만.

“그놈이 배신을 했다더군.”

그 말에 플랑크의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머저리 같은 놈이!!’

그런 입 싸고 욕심 많은 녀석과 배신을 공유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놈의 배신과는 자신은 별개의 문제.

‘설마 나까지 의심하지 않겠지?’

그런데, 그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플랑크도 배신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뭘. 그리 긴장하고 그래. 그놈이 배신할지 플랑크 너도 어떻게 알았겠어.”

해적왕은 진심으로 플랑크에게 고마워했지만, 플랑크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났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저 말에 가시가 있지는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혹시 의심받지 않을까 하고.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알고 있다. 내 저주를 해주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계속 구해 올 때마다 고맙게 생각해. 껄껄.”

해적왕은 사람 좋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조차도 플랑크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럴 것이 저주를 건 것도 플랑크였고.

다른 이들이 노력하지 않게. 자신이 노력하여 그 저주를 푸는 척했다.

이 정도로 노력하지 않으면 너희는 가만히 있으라고.

엉뚱한 놈이 해적왕의 저주를 풀지 못하게.

“일단 이번 전투가 끝나고 이야기를 하지. 분명 배신자들이 그놈 말고도 더

있을 테니까.”

해적왕은 기다란 코트를 펄럭이며 멀어졌다.

“빌어먹을.”

플랑크는 서둘러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그의 부하가 다가온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이번에 거행한다. 모두에게 전해라.”

“방금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 소문 났습니다. 자칫하다가 거사가 실패로······.”

“젠장. 잉글슨 왕국이 이겨서는 곤란해. 꼰대가 이번 전투가 끝나면 배신자들

을 색출할 생각이라더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

그와 별개로··· 그걸 즐기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서··· 선장! 이거 일이 너무 크게 벌이는 것이······.”

“마법사 삼촌. 간이 그리 작아서야. 거짓말을 할 때엔 크게 하라. 그러면 믿

을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그리 본받을 만한 자가 한 말은 아니라도 꽤 성공한 사람이죠. 말년이 비참

했지만.”

리안은 싱글벙글 웃었다.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에 거대한 거짓말을 투척해 놓고 말이다.

“들키게 되면······.”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고요. 밝혀지면 연합군 쪽은 오히려 내게 감사하겠죠.

그보다 우리 건설적인 이야기를 좀 하죠.”

제국과 연합의 전투에 관한 작전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게 되어

있다.

리안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응?! 무슨 이야기.”

“단, 중, 장거리 통신에 대한 논문 말이에요. 그거 마법사 삼촌 작품이라면서

요?”

리안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것이다.

논문의 내용대로라면 일반함으로도 지역 간 정도의 거리에서의 통신이 가능하

다는 말.

그 말은 곧 통신함이 없이 함대를 지휘할 수 있다는 말.

참고로 지금 일반 함선으로 1:1 통신이 가능한 거리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보다 조금 더 멀리 된다.

깃발로 지휘를 내리는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

“음··· 그냥 이론일 뿐이야.”

그 ‘그냥 이론’인 게 게임 중반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지.

다만, 논문의 원작자라 해서 현실로 실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그래서. 함선의 통신을 개선할 수 있단 말이에요? 없단 말이에요.”

“이론상은··· 가능··· 할 것 같긴··· 한데······.”

머뭇거리는 마법사 포트.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줏대가 저리도 없으니 교수라는 작자에게 논문을

빼앗긴 것이겠지.

“필요한 건요?”

“통신선에 있는 장비를 좀 뜯어 가야 할 것 같아. 그··· 그렇다고!! 핵심 부

품은 아니야.”

장거리 통신에 필요한 장비는 아니고. 통신선이 다수의 함선과 단거리 다중

통신할 때 쓰는 부품이란다.

사실 다중 통신은 그리 대단한 기술은 아니고. 일반 함선에 탑재된 장비를 여

려 대 가져다 놓은 것일 뿐.

“뜯어 가죠.”

“뭐어?! 이 통신선 팔아 치울 거 아니야?!”

“몇 개 뜯어 간다고 통신선의 기능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쉬우면 지들

이 알아서 채우겠죠.”

“그··· 그건 그렇지. 그저 다중 통신의 출력만 약해질 뿐이지.”

그러면 얼마든지 뜯으라지.

다중 통신이 가능한 숫자는 통신 마법사의 실력과도 상관이 있으니.

“흐흐. 뜯어 간 이후 해적이 운용하는 통신선과 비교하면은요?”

“어차피 통신선의 핵심은 장거리 통신의 거리와 감도야. 단거리 다중 통신은

통신구 몇 개가 없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고. 비교할 바가 아니지.”

어차피 고잉미샤호로 장거리 통신을 하지 않을 테고 할 수도 없다.

그저 통신 거리만 늘리면 된다.

“좋아요!”

“하나만 가져가면 돼. 직렬로 연결하면 되니까.”

그때 말없이 통신선을 구경하고 있던 기관장 헤르미가 끼어들었다.

“얼간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가뜩이나 출력을 괴물 같이 잡아먹는 무선 통

신구를 직렬로?! 배에 폭발이라도 일으키고 싶은 거야?”

“그게··· 수정구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기관장님. 문제는 병렬로 연결된 부유

함 엔진의 코드에 있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서로 시스템이 달라서 그런 것일 뿐 마압기만 중간에 만들어 놓으면 해결됩

니다.”

그 순간 기관장 헤르미가 넋을 놓고 무언가를 생각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까딱거리는데··· 모양새가 퍽이나 상스럽기 짝이 없었다.

“흣!! 흐으읏!! 흣으으읏!!!”

그러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마법사 포트에게 달려들었다.

“우아아악! 기··· 기관장님!!”

두 사람은 엉켜서 바닥에 넘어졌다.

쿵 하고 소리가 났는데, 포트의 머리는 괜찮을지 모르겠다.

쪽쪽쪽!!

그러거나 말거나 기관장 헤르미가 포트의 뺨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이거 미성년자 관람 불가 아닌가요?”

“이건 조기 교육이야. 아기 상어는 잠깐만 조용히 해 줄래? 이 누님이 이 녀

석에게 물어볼 게 있거든.”

그녀는 포트를 깔아뭉갠 채 비켜 주지 않았다.

“으아악! 놔줘요.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기관장님.”

포트는 발악했고.

“더, 더. 더 발악해 봐. 울어도 좋고.”

“으어어엉!”

“진짜로 울면 어떻게 해?! 됐고. 코딩에 관련해서 더 말해 봐. 이론도 좋고.”

헤르미는 포트의 두 볼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아파 보인다. 많이.

고개를 돌릴 수 없는지 포트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리안을 향해 눈알만 돌

렸지만······.

스윽.

리안은 시선을 피했다.

헤르미가 무서운 것은 리안도 마찬가지였으니.

“@#[email protected]%%^%^&&&*”

급해진 포트는 머리에 있는 지식을 속사포처럼 쏟아냈고.

리안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최 무슨 말인지······.

“오호~ 그럼. #$$^%^$&%^&????”

헤르미도 뭐라고 중얼거리자.

“알아들으신 겁니까? 기관장님?! 이걸 해결해 줄 마도 공학자가 필요했는

데······.”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가자! 어서. 지금 당장 설치해 보자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르미가 포트를 일으켜 세웠다.

“어떻게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네. 쯧쯧.”

리안은 뒷짐을 지고 선교를 빠져나갔다.

같이 있다가는 정신이 살짝 나갈 것 같아서.

쏴아아아~!

밖으로 나오니 고잉미샤호가 보였다.

통신선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는데, 양쪽으로 다른 해적선들도 엮여 있다.

속도가 느린 통신선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일부 해적선은 나포한 제국 함선과 포로들을 해적 섬으로 옮기기 위해 떠났고.

“이봐!! 리안 선장!”

선두에서 통신선을 끌고 있는 배의 후미에서 해적 선장 한 명이 리안을 불렀다.

“무슨 일이죠?”

“곧 낭트 근해에 접근해!”

“오오~ 감사요.”

그곳에는 이미 잉글슨-해적의 연합 함대가 속속히 도착하고 있었다.

조만간 스랑 제국을 포위하기 위해 재배치될 것이다.

다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S-급 지휘관 스랑 제국 이 황자. 클로도 부르.

그가 이 전쟁에 참여했다.

“뭐.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지금이야 어린 땅개니까.”

***

스랑 제국의 함대는 맹렬히 전진했다.

그들에게 근심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특급 전열함과.

거기에 타고 있는 특급 인물.

“이 황자님!!”

최고의 지휘관이 있었다.

“그래. 드디어 전투인가?”

이 황자는 눈빛은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섬뜩하고 살기가 흐른다.

“화··· 황자님. 바닷바람이 매섭습니다. 옷을 걸치시지요.”

시녀인지 모르겠으나 나체인 그의 몸에 코트를 걸쳐 줬다.

확실히 이상해 보였다.

“흐흐흐. 피가 끓어오르는군.”

전쟁광 이 황자.

어린 나이에도 수많은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나름 이름난 지휘관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그가 좋아하는 것은 소모전.

“참을 수가 없어!!! 함장, 도착할 때쯤 되면 말해 줘.”

기껏 걸쳐 놓은 코트를 던져 버렸다.

그의 뒤에는 열 명에 가까운 하녀들이 덜덜 떨며 엎드려 있다.

하녀들의 몸에는 미약하게 노예 낙인이 찍혀 있었다.

“모두!! 뒤로 돌아!!”

특급 전열함의 함장이 급히 수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척!!

그들도 익숙한지 바다 쪽을 향했다.

갑판의 중심에서는 이 황자가 아니라 굶주린 짐승만이 있을 뿐.

아마도 하녀 중 하나가 제물이 될 것이다.

꺄아아아~!

***

통신선에서 고잉미샤호가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장 육지를 거슬러 올랐다.

제약이 많다지만, 고잉미샤호는 수륙 양용의 특수선답게 완만한 육지 운항이

가능했다.

“선장. 우리는 참전 안 하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거 아니야?!”

고잉미샤호는 고지에 올라 느긋하게 구경만 했다.

“부선장 아저씨는 함포전 싫어하잖아요. 가 봐야 대포밖에 안 쏠 건데.”

“그래도. 포위 작전이면 주워 먹을 전공도 대단할 텐데.”

리안은 조타석에 다리를 올리고 앉았다.

“우린 이미 일등 전공입니다. 그리고 진짜 공을 세우려면 좀 더 익혀야죠.”

“무슨 과일도 아니고······.”

부선장은 리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해. 전쟁이 질질 끌렸으면 좋았을 텐데.”

잉글슨 왕국에서 지급하는 용병비 때문일 거다.

전투가 있든. 없든. 그들은 착실히 비용을 지불할 테니.

“전쟁 그거 쉽게 끝나는 거 아닙니다.”

“응?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이기는 거 아니었어? 스랑 제국이 완전히 싸 먹힐

건데.”

부선장의 말에 리안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한쪽의 완벽한 승리. 그건 리안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질질 끌리는 지저분한 전쟁. 그걸 원했다.

***

제국의 특급 전열함.

이 황자는 값비싼 마도구인 망원경을 꺼내 낭트 항구를 훑어봤다.

“정찰함이 보고한 대로였군.”

통신함의 보고대로 잉글슨-해적 연합은 낭트 항구를 포격하고 있었다.

낭트는 스랑 제국의 서쪽에 위치한 주요 항구.

퍼버버벙!!!

연합군의 진형은 엉망이었다.

중구난방으로 신나게 포격하는 중.

이대로 덮친다면 그들은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때.

땡~ 땡~ 땡~

다급한 타종 소리가 들렸다.

연합 함대가 스랑 제국의 대함대를 발견한 것이다.

3명의 제독과 이 황자가 지휘하는 무적의 함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늦었다. 너희는 독 안에 든 쥐다.”

낭트는 육지로 바다가 들어 온 만(灣) 형태이다.

안으로 들어온다면 입구 쪽을 제외하고 갈 곳이 없어진다.

대부분의 배들은 바다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부유함이다.

포위되기 딱 좋은 형태.

“함선이 대규모로 징발되었다고 하더니. 너무 싱겁군.”

이 황자 클로도가 코트를 펄럭이며 뱃머리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의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었다.

“황자님. 위험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여긴 공격이 닿지 않는 거리다. 그보다 저쪽은 왜 비워 놨지? 놈들이 빠져나

오면 포위망이 뚫릴 수도 있는데.”

항구를 정면으로 봤을 때 왼쪽은 양측 군대 모두 비워져 있었다.

“저쪽은 암초가 많아 좌초될 위험이 있습니다. 여기 지역의 어부들이나 지나

다닙니다.”

“그럼 그 어부를 길잡이로 하면 되지 않나.”

“군함을 그런 무지렁이 놈들에게 맡길 수는 없죠.”

군함에 태웠다가 긴장해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거기다가 군함과 어선의 크기 자체가 달랐다.

“그보다 저놈들은 멍청하군. 소수 병력도 아니고 전력 대부분을 항구나 두들

기는 데 쓰다니.”

이 황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렇게 수준 낮은 것들과 싸우려니 흥미가 식었다.

"원래 섬나라 놈들이 비열하기만 했지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까."

“그런가? 어서 지시나 내려. 저놈들을 분쇄하라고.”

“그것이··· 서두를 필요가 있겠습니까? 천천히 포위망을 좁히는 것이······.”

특급 전열함의 함장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것이 육전과 해전은 다르다.

이 황자가 견학한 전장은 대부분 육전.

포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하다.

다만, 상대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진형을 유지한 채 천천히 좁히면 된다.

물론 황태자도 기본적인 것은 알았지만······.

“내가 겨우 그딴 것도 모르는 애송이라 생각하나? 압도적이고 저돌적인 이미

지! 그것이 우리 스랑 제국군이다.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소심하게 행동하

면 우리 제국의 체면이 어찌 되겠나?”

“알겠습니다. 황자님!! 제독들을 다그치겠습니다.”

어찌 보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이지만······.

어찌 일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겠는가.

“황자님. 이만 선교로 들어가시지요. 해무(바다 안개)가 꼈습니다."

해무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었다.

어찌 보면 해무가 끼는 날에는 바다에 나가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미신

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군. 지금 시간에? 그것도 이렇게 해가 쨍쨍하거늘. 바다는 알다가도

모르겠군.”

아직 의식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무는 배 아래쪽으로 옅게 흘러갈 뿐이었다.

“구경은 선교에서 하셔도 됩니다. 함장석에는 시야 마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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