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93화 (93/126)
  • 제 93화

    새로운 사실

    [경험치 구슬을 2개 획득하였습니다.]

    이문후는 쓰러진 두 사람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봉을 늘리면서 비교적 높게 솟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지금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을 텐데.’

    산 중턱이라 한쪽 면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피어오르는 흐릿한 연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가 아니잖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위치는 한 곳이 아니었다.

    죽은 두 사람의 말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호가 발생하고 있었다.

    ‘저쪽에 다른 게이트가 있다는 건데.’

    정규 던전은 거대한 하나의 세계였다. 그리고 게이트는 이 세계를 통과할 수 있는 입구이자 출구였다.

    삼합회는 던전 안에서 이 게이트의 위치를 찾고 있었다.

    현실에서 그들이 움직이기에는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던전에서 다른 나라로 통하는 길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런 쪽으로는 머리를 잘 굴린단 말이지.’

    제대로 된 길만 찾게 된다면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최소한 그들에게 나쁠 게 없었다.

    밀항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국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게 가능했다.

    우연찮게 알아낼 비밀이 놀라웠다.

    이미 그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는 좀 있어 보이는 것 같은데.”

    오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지금 그가 있는 곳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오가는 길 사이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가까운 쪽은… 다른 지역에 있는 게이트 쪽인 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던전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불법적으로 몰래 들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삼합회라는 조직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위험하다는 자각이 없는 걸까?’

    조금 전에 싸우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 협동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엄청나게 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대책 없이 들어왔다가 힘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연기의 위치를 확인한 그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대충 방향을 알았으니, 그쪽을 향해서 움직이면 삼합회 사람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적이 될 놈들이라면 힘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이문후는 놈들을 염두에 두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이곳의 지형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당분간은 여기에서 활동하고, 주변에 어떤 몬스터들이 활동을 하는지 아는 게 중요했다.

    ‘저주받은 피!’

    그는 다시 고블린으로 변했다.

    주변 지형을 각인시키기에는 고블린의 사냥 지식이 제격이었다.

    달라진 시야를 느낀 그는 조심스럽게 산을 올랐다.

    잠행 스킬이 유지되고, 신중하면서도 가벼운 고블린의 발걸음으로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했다.

    ‘여기는 오크들 영역인가?’

    이미 오크들과 부딪친 만큼 주변에 다른 놈들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무리를 지으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가까운 곳에 놈들의 마을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크라.’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특히, 일전에 부딪쳤던 대전사 정도의 오크가 있다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되도록 정면에서 싸우는 일은 피하는 게 좋았다.

    아직 놈들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크킁! 늦었다. 빨리 가야 한다!”

    ‘뭐야?’

    이문후는 흐릿하게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블린으로 변하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멀리서 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오크의 소리를 알아들은 것이다.

    ‘착각이겠지?’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곧 의식이 시작된다!”

    “크킁!”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의미 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섞여 있었지만, 오크들이 하는 말의 일부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블린으로 변한 상태로 움직였을 때는 모든 몬스터들이 쓰러지고, 놈들의 가죽이나 부산물을 챙길 때뿐이었다.

    이렇게 다른 몬스터들이 멀쩡한 상태로 움직일 때, 몬스터 상태로 움직인 적은 처음이었다.

    ‘이것도 레벨이 높아지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더 많아지는 건가?’

    저주받은 피도 1레벨이었다.

    건곤대나이를 통해서 기본적인 부분만 장착된 상태였기 때문에 더 높은 레벨의 효과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했다.

    ‘레벨을 높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던전 안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로 변하고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사냥이라는 스킬을 통해서 길을 찾고,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의식이라고?’

    이문후는 조금 전에 오크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걸로 봐서 어딘가로 모이는 것 같았다.

    ‘오크들의 의식이라.’

    이곳에서 활동하는 놈들 대부분이 모일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피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지만, 이문후는 놈들의 뒤를 쫓았다.

    다수와의 싸움은 위험했다. 하지만 잘하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우물에 극독만 풀어도 대박일 것 같은데.’

    지난 고블린과의 싸움을 잊지 않았다.

    그때는 마비독을 이용하면서 유리한 싸움을 했지만, 지금은 마비독보다 훨씬 강한 독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빠져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순간이동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도망치는 건 자신이 있었다.

    ***

    높은 절벽 아래 모인 수많은 오크들.

    의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뒤따라온 이문후는 도열한 오크들을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크들의 수가 너무나 많았다.

    기백은 가뿐하게 넘을 숫자였다. 거기에 앞에 서 있는 오크는 밖에서 만났던 오크 대전사와 비슷했다.

    ‘살벌하네.’

    다수와의 싸움도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왔다.

    하지만 앞에 선 오크들을 확인한 그는 그런 마음을 접었다.

    오크 대전사로 보이는 놈만 셋이었다.

    거기에 제단으로 보이는 곳에 올라가 있는 오크도 심상치 않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쿠웅!

    지팡이를 들고 있던 오크가 바닥을 찍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순간, 곳곳에서 웅성거리고 있던 오크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렇게 모두를 집중시킨 오크는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보아라! 여기 이놈들을!”

    주술사로 보이는 오크가 지팡이를 가리키자, 절벽이 흔들리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절벽 뒤에는 커다란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오벨리스크로 보이는 형태의 붉은 탑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겁에 질린 채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게 뭐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잡혀 있었다.

    벌거벗겨진 채로 덜덜 떨고 있는 모습에 이문후의 눈이 커다래졌다.

    “크아아!”

    놀란 그와는 다르게 드러난 자들을 본 오크들이 흥분하며 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격앙된 그들의 모습에 주술사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우리 땅을 침범하고, 우리 형제들을 해한 놈들이다!”

    “크아아!”

    “이제 이놈들의 피로 죽은 형제들을 넋을 달랠 것이다!”

    “크아아아!”

    광기에 젖은 그들의 모습이 이문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술사의 말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놈이 무슨 짓을 할 것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제물인가?’

    분위기만 봐도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의식이라는 게 아무래도 저 사람들을 처형하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예상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이 주술사는 날이 잘 벼려진 단검을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단검에 붙잡힌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아악!”

    오크 주술사는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겁에 질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놈을 피하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미 묶인 그들이 도망가기는 요원해 보였다.

    “미친!”

    이런 곳에서 저런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 수많은 오크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에서 뛰어든다고 저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면식도 없는 저들을 살리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수도 없었다.

    이문후도 숨죽여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심장박동수가 더 빨라진 느낌이었다.

    오크들이 고무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을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역시 저런 분위기에 동화되고 있었다.

    ‘이상한데?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기분에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제단에서부터 붉은빛이 퍼져나갔다.

    희생된 사람들의 피를 흡수하기 무섭게 시뻘건 빛이 주변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 빛은 도열해 있던 오크들을 휩쓸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문후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뭐, 뭐야?”

    퍼져나간 붉은 빛이 몸에 닿기 무섭게 안으로 스며들었다.

    처음 접한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뭔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지만,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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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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