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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92화 (92/126)

제 92화

새로운 사실

“사, 살려주세요!”

이문후를 발견한 사내는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중국어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힘들 것 같은데.”

“크윽. 아닙니다. 살려만 주세요!”

가망이 없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뇌까리자, 사내는 급하게 한국말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사람은 조선족이었다.

두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곱씹어봐도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어차피 오크들은 잡아야 할 것 같으니까.’

우선 남아 있는 오크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상대해야 할 오크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지만, 방금 처리한 오크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평범한 오크들이었다.

도끼를 들고 흥분한 채 달려오는 놈들의 모습은 일전에 웨이브 때 만났던 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흐읍!”

이문후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여의봉에 힘을 싣자, 길게 늘어난 봉이 다가오는 오크를 향해 쏘아졌다.

쩌정!

순식간에 다가온 기다란 봉에 깜짝 놀란 오크는 도끼로 앞을 가로막았다.

생각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며 공격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꾸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밀려나는 동료의 모습에 옆에 있던 오크는 도끼를 내던졌다.

부우웅! 부우웅!

혼신의 힘을 실은 도끼가 이문후를 향해 날아왔다.

도끼를 잘 다루는 놈이었다.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오크의 도끼는 정확히 그의 머리를 노렸다.

처억!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날아오는 도끼를 낚아챘다.

건곤대나이를 통해서 얻게 된 유능제강의 무리가 이제는 익숙해진 것이다.

부드럽게 도끼를 낚아챈 그는 방향을 바꾸며 달려드는 오크를 노렸다.

콰직!

되돌아간 도끼가 다른 오크의 몸에 박혔다.

큰 피해를 입은 놈이 꼬꾸라졌고, 이문후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며 내공을 움직였다.

콰앙! 콰앙!

봉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이 튕겨져 나갔다.

비슷한 몬스터들 중에서도 힘이 가장 세다고 알려진 종족이 바로 오크였다. 하지만 그들도 이문후의 근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내공까지 사용하니, 신체 능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크킁! 죽여라!”

“끄아아악!”

봉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이 쓰러져 나갔다.

봉술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았다. 제대로 된 무기술이 장착되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힘을 쏟아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전의 경험으로 봉을 잡는 손이나 휘두르는 자세가 많이 고쳐진 상태였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오크들의 수가 빠르게 줄었다.

놈들도 이문후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세요!”

“…….”

그들은 뒤에 있던 사람을 노렸했다.

상처를 입은 만큼 공략하기 더 쉬운 상대였다. 무엇보다 동족이 공격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문후의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확실히 던전 안에 있는 놈들은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다만, 이문후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을 넘긴다고 해도…’

입은 상처를 생각하면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주변에 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게 좋았다.

“아아악! 살려줘!”

비명과 함께 애원하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오크들은 그를 괴롭히면서 이문후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 도움을 바라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지켜봤던 그인지라 죄책감도 없었다.

동료를 미끼로 삼아서 도망치려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를 돕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오크들에게 힘을 쏟는 게 나았다. 오히려 서너 마리의 오크가 그에게 달라 붙은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게 좋아 보였다.

콰직!

이문후를 향해 휘두른 도끼가 빗나갔다.

방향이 틀어진 도끼는 옆에 있던 오크에게 박혔고, 이문후는 빠르게 오크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꾸에엑!”

건곤대나이가 4성으로 올라서면서 얻은 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특히나 이런 난전에서는 날아오는 공격을 흘리면서 상대를 견제하는 게 가능했다. 작은 힘으로 오크들을 쓰러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크킁! 그냥 죽여라!”

무정한 이문후의 태도에 오크들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히 힘만 나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부상 당한 인간을 처리했다.

그 사이, 이문후는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내공이 담긴 봉을 휘두르고, 권기를 뿌리자 오크들은 버틸 수가 없었다.

콰직!

열 마리의 오크가 쓰러졌다.

남아 있던 셋은 강력한 적의 등장에 도망을 택했다.

호전적인 놈들이었지만, 부족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강한 적의 등장을 알리는 게 먼저였다.

“후우우.”

이문후는 호흡을 고르며 도망가는 오크들의 뒤를 쫓았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놈들이었다.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들켜서 좋을 건 없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 마리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힘이 남아 있었다.

곧바로 나한보를 밟은 그는 빠르게 산을 타는 오크들의 뒤를 쫓았다.

‘흐읍!’

곧바로 봉을 찔러 넣자, 길게 늘어난 봉이 오크의 등을 꿰뚫었다.

쿠웅!

오크는 뿌연 먼지를 만들어내며 바닥을 굴렀다.

동료가 넘어지자 남은 둘이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고, 곧바로 이문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크아아아!”

흥분한 놈들은 남은 힘을 쥐어짰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투지만으로는 이문후와의 격차를 줄일 수 없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문후는 결국 남은 둘을 쓰러뜨렸다.

확실히 전보다 더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고블린 서너 마리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크 십여 마리를 비교적 쉽게 잡아냈다.

‘되도록 활력단은 아끼는 게 좋겠지?’

위험한 곳이라 부족한 체력과 내공은 바로바로 회복해주는 게 좋았다. 하지만 하루만 머물 생각이 아니었다.

되도록 긴 시간 동안 싸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양이 많지 않은 활력단은 아낄 필요가 있었다.

‘저주받은 피!’

그는 곧바로 고블린으로 변했다.

우선 죽은 오크들에게서 필요한 것들을 수거할 생각이었다.

당장 가죽을 벗길 생각은 없었지만, 그가 모르는 중요한 것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고블린 고유 스킬, 사냥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고유 스탯, 손재주를 획득하였습니다.]

외형이 변하기 무섭게 새로운 스킬과 스탯이 생겼다.

이문후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지식을 살피며 쓰러진 오크들의 품을 뒤졌다.

‘이건 진통제 같은 건가?’

오크들은 신기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이 이 산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는 고블린이 가지고 있는 사냥 지식으로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그리고 십여 마리를 처리한 곳으로 움직였다.

***

“빨리 움직여!”

“이러다가 걸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빨리 움직이라고. 만약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테니까.”

“도대체 그런 괴물이 어디서 나온 거지?”

“무슨 상관이야!”

되돌아온 그가 본 것은 쓰러진 오크들을 뒤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전에 도망을 갔던 중국인들이었다.

그들 역시 조선족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출신이 중요하지 않았다.

‘양심이 없는 놈들이네.’

앞에 있는 자들은 힘들게 쓰러뜨린 오크들의 전리품을 챙기고 있었다. 이미 그 주인이 누군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나저나 신호는 어떡하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늦어지면 큰일 나!”

“어떡하라고? 오크들이 나타나서 거의 전멸할 뻔했는데.”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아?”

“통할 리가 없지. 그럼 어떡해?”

고민하는 그들 앞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사람으로 변한 이문후는 전리품을 챙기는 그들을 바라봤고, 둘은 화들짝 놀라며 납작 엎드렸다.

“뭐 하는 거지?”

“오, 오햅니다. 오해예요!”

“오해?”

생각했던 것처럼 이들 역시 조선족이었다.

이문후의 말을 알아들은 그들은 급하게 변명을 이어갔다.

“다른 오크들이 올 것 같아서 미리 챙겨둔 것뿐입니다.”

“그 말을 믿으라고?”

“정말입니다.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

“…….”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둘은 진지했다. 여기에서 말을 잘못했다가는 죽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다. 조직을 걸겠습니다.”

“당신들 조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삼합횝니다.”

“삼합회?”

이미 삼합회와 나선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그곳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놀란 듯한 이문후의 말에 그들은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들어봤죠? 우리 삼합회는 보은은 확실히 합니다.”

“맞습니다! 이미 우리 은인인데, 우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훔치려고 했겠습니까?”

“…….”

상당히 뻔뻔한 사람들이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거짓말이 황당했지만, 이어지는 그들의 부탁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우리를 도와주면 꼭 보답하겠습니다.”

“도와줘?”

“신호만 보내면 됩니다. 그럼 위에 말을 해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그걸 밝히면 어떡하니?”

동료의 행동에 옆에 있던 자가 급하게 그를 가로막았다.

기밀을 요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외인에게, 그것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자 걱정이 앞선 것이다.

“우리끼리는 힘들어. 저 사람 도움을…”

“무슨 꿍꿍이야?”

“아, 아닙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그들을 다그치자, 두 사람은 급하게 입을 닫았다.

하지만 처음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은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도와주면… 천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

“그냥 여기에서 연기만 피우면 됩니다.”

“연기를 피워? 몬스터들이 몰려들 텐데?”

“그것이… 그러니까 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겁니다. 연기만 피우면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 너무 이상했다.

아무래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낸다는 것 같은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들은 삼합회 소속이었다. 나선 건설과 관련된 만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연기는 왜 피우는 거지?”

“그건…”

“순순히 말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야. 나도 이런 건 익숙하지 않거든.”

“왜, 왜 이러는 겁니까?”

갑자기 돌변한 이문후의 모습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이 많은 오크들을 혼자 쓰러뜨린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 이문후였다. 엄청난 위압감이 그들을 옥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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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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