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27화 (27/126)

제 27화

범죄자

‘이렇게 짧은 시간에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아무리 이문후의 힘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던전 끝에 있을 게이트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빨리 밖으로 나온 것이다.

“끄아아아!”

이문후는 경악하는 고무원의 머리를 붙잡았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악력에 고무원은 괴성을 질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커헉!”

그는 비명을 지르는 고무원의 턱을 후려쳤다.

비명을 지르던 고문원은 강제로 닫힌 입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고, 이문후는 그를 데리고 게이트에 다가갔다.

“이번에도 다시 도망가 봐.”

“끄으으.”

마지막까지 비장의 수를 남겨뒀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는 시늉을 하자, 고무원은 그의 생각처럼 마지막 힘을 쥐어짠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일부러 던전을 들어가게 만든 놈이었다.

그만큼 치밀하고 교활한 놈이면 무슨 능력이든 하나는 남겨놨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그의 노림수가 통했다.

두 번이나 고무원을 물먹였지만, 그만큼 손에 잡힌 놈이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하긴, 능력이 없을 때도 잡히지 않은 걸 보면.’

이 기회에 이놈을 확실히 처리하는 게 나아 보였다.

그는 고무원을 게이트로 내던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의 몸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이문후는 게이트로 손을 뻗었다.

예의 낯선 감각이 그의 몸을 휘감기 무섭게 낯선 장소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

안으로 들어온 이문후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처음 그가 확인한 건 안에 있는 고블린들이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일회성 던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고블린들이 뜯어먹고 있는 게 문제였다.

“미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놈들은 거대한 뼈를 들고, 거기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고 있었다.

“저, 저리 가! 저리 꺼져!”

“…….”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자 놈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나 곧 죽을 것 같은 고무원은 그들이 노리기에 좋은 먹잇감이었다.

“여기에 버렸구나? 희생자들을!”

“사,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그냥 정신이… 맞아! 난 정신과를 다닌 이력이 있어. 그동안 정신과에서…”

뻐억!

그는 애원하는 고무원을 후려쳤다.

뻔뻔한 놈의 행동에 힘 조절이 되지 않았는지 얻어맞은 고무원이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끄으으으.”

벽에 처박힌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치 트럭에 받힌 느낌이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곧 축 늘어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스킬, 순간이동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1개 획득하였습니다.]

“후우. 이렇게 죽일 놈이 아닌데.”

분한 마음에 힘 조절을 하지 못 했다.

한 짓에 비하면 너무나 편한 죽음인 것 같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었다.

고무원이 죽으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스킬이 손에 들어왔다.

사기라고 생각했던 순간이동을 얻었다. 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고블린들의 먹이로 전락한 희생자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키에엑.”

그런 마음을 모르는 고블린들은 이문후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신선한 고기가 앞에 있었다.

이미 피맛을 본 놈들은 흉성을 토해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꺼져!”

콰앙! 콰앙!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동굴을 가득 울렸다.

주먹을 뻗을 때마다 고블린들이 튕겨져 나갔다.

뒤늦게 이문후의 힘을 알아본 놈들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후우.”

순식간에 모여 있는 놈들을 처리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형체도 남지 않은 희생자들을 확인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고무원은 죽었다.

희생된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 해준 꼴이었지만,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유골을 수습해서 가족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는 것이, 고무원을 처리한 이후였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걸 따졌다고.”

머뭇거리던 그는 고블린이 남긴 천조각을 모았다. 그리고 거기에 섞인 유골을 조심스럽게 모았다.

남은 가족들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생사를 확인시켜주는 게 여러모로 나아 보였다.

“이 새끼는 어떻게 하지?”

죽은 고무원을 보던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굳이 저놈 시체까지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괜히 살인자였다고 데리고 가 봤자, 좋은 꼴은 볼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고무원은 그의 손에 죽었다.

아무리 그가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몸에 남은 흔적들은 이문후에게 불리하게 작용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답답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몰아쉬던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고블린들이 남아 있었다.

놈들을 모두 처리해야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

남아 있는 놈들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일회성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그에게 쉬운 일이었다.

이문후는 던전에서 가져온 것들을 살폈다.

특별한 보상은 없었다. 그저 흔히 얻을 수 있는 천과 단검이 전부였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천에 곱게 쌓인 뼈였다.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유해의 일부를 수습했지만, 전해줄 방법이 막막했다.

무턱대고 경찰서로 간다면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했던 일이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경찰과는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대면하는 게 꺼려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상념을 떨쳐낸 그는 손에 들어온 능력을 살폈다.

운이 좋았는지 고무원을 처리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사기적인 능력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순간이동]

시간과 무관하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난다.

- 순간이동(Lv 1) : 내공/마력을 이용해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근데, 이걸 써도 되는 건가.’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했던 고무원을 떠올리면 쉽게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위험한 능력은 아니었다.

‘그놈은 내공이나 마력이 없었던 거겠지?’

직접 상대해봤지만, 능력 자체가 특별했을 뿐이었다.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머리를 굴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특출나지는 않았다.

‘내공이나 마력이 없으면 체력으로 대신하는 건가?’

능력을 사용하고 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던 고무원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어찌 됐든 강한 능력이 손에 들어온 것은 반길만 했다.

찝찝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이미 죽은 놈을 떠올려서 좋을 건 없었따.

‘나중에 확인을 해봐야겠네.’

남은 내공이 많지 않았다.

던전까지 클리어하면서 사용한 내공이 많았기 때문에 불안했다. 괜히 능력을 사용했다가 내공이 부족하면 그건 그것대로 낭패였다.

내공을 회복하면 그때 시험해 봐도 늦지 않았다.

[이문후]

레벨 : 2(5%).

상태

- 생명력 : 95%.

- 내공 : 23%.

- 근력 : 21 / 체력 : 21 / 집중력 : 21.

- 동체 시력 : 21 / 반응속도 : 21 / 감각 : 21.

장착 능력(1/5)

- 건곤대나이(2成).

- 나한신공(3成).

경험치 구슬 : 16개.

그는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래도 그동안 부지런히 던전을 돌고, 싸우면서 경험치 구슬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세 개만 더 모이면 레벨을 올릴 수 있는데.’

3레벨이 멀지 않았다. 다만, 이제 남아 있는 일회성 던전이 많지 않았다.

기억에 있던 일회성 던전은 다 돌았고 남은 던전도 경쟁이 치열했다.

이렇게 우연찮게 발견한 게 아니라면 조금 더 열심히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띠리리링.

고민하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뭐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라니?’ 편의점 갔던 놈이 연락이 안 되니까 전화를 한 거지? 너 어디야?]

“여기가… 곧 갈 거야.”

[문은 왜 열어놓은 거야? 여기 떨어져 있는 물건들은 다 뭐고?]

아무래도 정민석이 직접 편의점으로 온 것 같았다.

뒤늦게 시간을 확인하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가지러 갔다 오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일이 있었어.”

[일? 무슨 일? 이상한 일은 아니지?]

“이상한 일이라니?”

[가게 안이 난장판인데? 혹시, 오주완 그놈이 다시 나타난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차라리 오주완이 무리를 이끌고 왔으면 더 나았을지도 몰랐다.

[괜찮은 거지?]

“괜찮아.”

[이것들은 다 뭐야? 무슨 민증이…]

“그거 만지지 말고. 그대로 둬.”

[뭐? 이게 뭔데?]

정민석도 이상함을 느낀 것 같았다.

널브러져 있는 신분증을 확인한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 그 여자 신분증도 거기 있었구나.’

정민석이 알고 있던, 좋아했던 여자도 고무원이라는 놈에게 희생당한 사람이었다.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문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기다려 지금 갈 거니까.”

[…….]

“아, 그리고… 그때 그 여자 연락처 가지고 있지?”

[여자라니?]

“던전에서 만났던 여자 있잖아. 경찰이라던.”

[성효 씨? 성효 씨는 왜?]

“그 사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정민석과 연락을 하면서 임성효가 떠올랐다.

그나마 던전을 경험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말이 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정민석의 반응이 평소와는 달랐다.

[도움? 도움이라니? 무슨 도움? 너 성효 씨 한테 관심 있냐?]

“뭔 개소리야?”

[그게 아니면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건데?]

“그냥 도움. 경찰이 할 수 있는 일.”

[난 또 뭐라고.]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뒤늦게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를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튼 연락 좀 해 봐.”

[근데 무슨 일인데?]

“가서 말해 줄 게.”

[알았어. 올 때 메로나!]

“지랄.”

시덥잖은 장난을 뒤로한 그는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수습한 유해를 챙기며 폐가를 벗어났다.

‘고무원은 그 여자한테 맡기면 될 것 같은데.’

임성효가 편의를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안면이 없는 다른 경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괜한 일을 한 건 아니겠지?’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