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8화 (568/605)

애원하는 일본

2024년 1월 31일 09: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전날, 추은희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우치다 총리는 새벽 정부에서 마련한 전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전제하에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우치다 총리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 NASA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정보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편, 우치다 총리로부터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에 대한 기밀을 알게 된 추은희 대통령은 민관군 합동회의를 소집했다.

40평에 달하는 널따란 지하벙커의 대회의실에는 청와대 수석들은 물론, 각 부서의 장관과 차관,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의 주요 지휘관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만 해도 대략 100여 명이 넘었다.

회의 시작에 앞서, 국가안보실 전략차장은 면담과정에 있었던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에 관한 간단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 남궁원의 활약 덕분에 X-350 정찰위성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획득, 그로 인해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을 실행해 북서부전선에서 승리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최신 버전의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 정체를 알게 된 이상, 미국과의 전면전에 앞두고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미국 놈들 정말 대단하군요. 자국의 S급 군사위성을 아무리 타국 명으로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등록하여 운용을 하다니 말입니다.”

10여 분간 전략차장의 설명이 끝나자 이윤연 국무총리가 탁자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는 점잖은 어조로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영국도 웃기지 않습니까? 두 국가가 혈맹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군사위성까지 명의를 빌려준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박범태 법무부 장관마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지 연신 고개를 절레거리며 말하자 정세윤 부통령 마저 이마에 핏줄을 세기며 성토했다.

“당장 영국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민간 위성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번 미국과의 해상전에서 우리 연합함대 피해가 큰 이유가 바로 저 빌어먹을 위성 때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외교부에서 정식 루트를 통해 영국 정부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부분은 외교부에서 심사숙고해서 진행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런데 말입니다. 저번에 합참에서 NASA를 해킹하여 아틀라스 위성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위성에 대한 정보가 없었습니까?”

“그 부분은 제가 직접 설명하겠습니다.”

합참의장 바로 뒤에 앉아있던 정보본부장인 오동권 중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NASA 해킹과 관련하여 작전을 진행했던 담당 지휘관으로 직접 설명하고자 했다.

“당시 해킹한 자료를 토대로 정밀 분석을 한 결과, 모델명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은 NASA에서 총 12기로 확인했으나. 이후 문건에서 추가로 4기가 개발되어 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총 16기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위치를 추적했으나, 북서부전선 일대에서 운용하던 4기의 위성을 비롯해 유럽 및 미국 상공에서 운용하는 위성 8기의 위치추적은 완료되었으나 앞서 말한 최신 버전의 위성 4기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 추진했던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에서도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직접 공격이 아닌 EMP 공격으로 잠시간 레이더 기능을 상실시켰을 뿐 살려둔 이유입니다. 만에 하나 나머지 4기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눈치 했다는 것을 미국 측이 알게 된다면 나머지 4기의 위성을 더욱 찾기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그 최신 버전의 위성에 대해선 대략 알고 있었다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하지만, 그 최신 버전의 위성 4기가 미국명이 아닌 영국명으로 등록되었다고 하니, 시간은 다소 걸릴 수 있겠지만, 위치추적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신성용 합참의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그래서 말인데, 영국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것은 잠시 보류해 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보류라? 이유가 무엇입니까?”

“네, 이 부분은 미국과의 전면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미국은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믿고 전 함대가 태평양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대응 작전 안을 수립 중이긴 하나, 저번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처럼,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 하여금 우리 전력을 일부러 노출하고 실제 해상전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모든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공격하여 한 번에 미국 함대 전력을 무력화시킬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우리가 아틀라스 정찰위성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영국에 항의한다면 영국은 분명 미국에 이러한 항의 내용을 전달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신성용 합참의장에 말해 추은희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군사작전에 있어서 중요하다면 그래야겠지요. 강 장관께서는 일단, 항의서 안만 준비를 해주시고 기다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우치다 총리 덕에 귀중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이후, 영국명으로 등록한 등록코드까지 알아내겠다고 했으니, 합참에서는 좀 더 조사하는데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일본에 대한 경제지원 부분은 이 총리께서 국무회의를 주관하여 민심을 반하지 않은 선에서 준비해주세요.”

“대통령님! 정말 일본에 경제지원을 하시려는 겁네까?”

통일정책부 김영철 장관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장관님! 저 역시 마음 같아선, 일본에 쌀 한 톨 주기 싫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했으니, 민심을 반하지 않은 선에서 경제지원은 해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일본 놈들이 미국 잔당과 함께 한 짓거리를 생각하믄, 그런 마음이 싸그리 가십네다.”

“네, 김 장관님 마음 충분히 동감합니다. 향후 국무회의에서 이윤연 총리께서 김 장관님의 의견 충분히 반영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아틀라스 정찰위성 건은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수 개월간 치러진 전쟁으로 인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주제로 회의를 계속합니다.”

★ ★ ★

2024년 2월 1일 13: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어제 오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민관군 합동회의에 참석했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오후, 합동참모본부로 돌아온 후 해외정찰국은 물론 항공우주군의 정찰위성단을 통해 영국명으로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등록된 모든 위성을 추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현재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중앙 지점에는 자전하는 지구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파악된 미국의 위성은 물론 영국의 위성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3D 공간투영 방식으로 보였다. 마치 미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영국 위성의 위치추적은 물론 파악하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다. 현재 영국의 위성은 총 550여 개로 적지 않은 숫자였고, 등록한 코드에 따라 민간용, 국가기관용 그리고 군사용 위성으로 분류되어 참고할 순 있었지만, 실상, 민간용으로 위장한 군사용 위성들이 더러 있었기에 확실히 파악하여 분류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었다.

“저거이 죄다 인공위성이네? 참으로 많구만 기래!”

윤기윤 합참의장은 허공에서 맴돌고 있는 지구를 중심으로 각자 정해진 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조그마한 여러 색상의 기호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민간용은 녹색, 국가기관용은 파란색, 군사위성은 빨간색의 기호들이 자그마치 1,500여 개에 달했다.

“영국 위성은 아직 반도 못 찾은 상태입니다.”

항공우주군 참모총장인 최진국 대장은 보고문서를 뒤적이고는 말했다. 이에 윤기윤 합참차장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재차 물었다.

“얼마나 되길래? 반도 못 찾았다는 겁네까?”

“ITU에 등록된 영국 위성 수는 총 758개입니다.”

“758개요?”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그렇다 쳐도 영국놈들도 생각보다 많이 띄었구먼 기래!”

“하하, 윤 합참차장님! 우리나라도 현재 1,000개가 넘습니다.”

“1,000개요? 그렇게나 많이 띄었습네까?”

“네, 민간용과 기관용이 700여 개 정도 되고 군사위성이 300개입니다.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2위입니다.”

“허허, 이거이 뭔가 든든한 느낌이구만 기래! 하하하”

지난 2019년 1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순수 자국 기술로만 만들어진 우리나로호의 발사 성공 후 정부와 민간기업에서는 3기에서 5기의 각종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리나라호 후속 발사체를 매년 80여 차례 우주 밖으로 쏘아 올렸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 다음으로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2위 국가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번 연도만 해도 200기에 해당하는 인공위성이 발사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뿌듯합네다. 세계 총강대국으로 올라 선 이상, 이런 것도 미국을 앞질러야디요. 고로고말고 아닙네까?”

“네? 하하하”

★ ★ ★

2024년 2월 3일 08: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 성공으로 20여 만의 러시아군이 항복한 상황에서 매일 수만에 이르는 러시아군 포로들은 후방 일대에 임시로 세워진 포로수용소로 후송 작업이 한창이었고 제7기동군단 예하부대는 바이칼 호수까지 점령하기 위해 3가지 루트로 진공 중이었다.

그중 제20기갑사단(결전)은 어젯밤, 인구 40만에 달하는 치타시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후 곧바로 대대 단위로 나뉘어 주변 중소도시로 점령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현재까지 제20기갑사단(결전)의 최종 진공 지역은 바이칼 호수 북단으로 우회한 후 인구 3만의 세베로바이칼스크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 일부 참모 중에 이르쿠츠카야 오블래스드까지 점령하자는 의견이 나와 브라츠크까지 진공 할 것으로 계획이 약간 수정되었다.

이외에도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제77기계화보병사단(극진)은 몽골 북단 국경선을 따라 기동한 후 우란우데를 점령할 예정이었고, 이후 수도기답사단(맹호)은 바아킬스크와 솔류댠카를 차례대로 점령한 후 최종적으로 이르쿠츠크를 점령할 예정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루트를 담당하고 있는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은 바이칼 호수 북단으로 크게 우회하여 우스트 일림스크로 진공을 시작했다.

이외 자바아칼 지방에 전개한 나머지 모든 대한민국의 지상군 전력은 러시아군 포로 수송 및 주변 일대에 대한 전장 정리에 집중했다.

이처럼 20여 만에 달하는 러시아군 포로들의 수용시설 수송 및 관리, 그리고 전장 정리 등의 여러 일이 산적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전투 방식의 후속 작업이었기에 합동참모본부는 서서히 러시아 남부전선과 한러전을 끝낼 수 있는 마지막 작전인 ‘불곰 포획’ 작전 실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했다.

현재 남부전선은 매우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볼고그라드스카야 오블래스트 탈환작전에 나선 서부군구와 미국의 나토군은 물량전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제공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아무리 지상군 전력이 물량전으로 밀어붙인다 한들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볼고그라드스카야 오블래스트 곳곳 전장은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며칠간 계속 진행되는 상황으로 전개 중이었다.

양국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진작부터 작전 안을 수립하고 때를 기다려왔던 ‘불곰 포획’ 작전을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쿠르디스탄 경계 임무를 위해 파병 갔던 4개 공수육전사단 모든 병력은 현지시각 11시를 기준으로 각종 수송기에 탑승하고 우크라이나 남단 상공으로 비행 중에 있었고, 본국에서 대기 중이던 나머지 4개 공수육전사단과 7개 공수특전여단도 전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돌린스카 일대의 비밀공군 기지에 도착한 후 휴식 및 정비 시간을 가졌고 지금은 모든 군용 수송기에 탑승한 채로 대기 중이었다.

‘불곰 포획’ 작전 안에 따라 투입되는 8개 공수육전사단과 7개 공수특전여단 병력은 대략 42,000명으로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이들의 낙하산은 모스크바의 어두운 상공을 수놓을 예정이었다.

고공침투

2024년 2월 03일 09:00, (러시아시각 03:00),

러시아 모스크바 상공.

위이이이이이이잉!

대부분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새벽 3시, 고요한 모스크바에 갑작스러운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 이러한 사이렌이 울린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사이렌에 자고 있던 모스크바 시민들은 처음엔 무슨 일인가 하고 저마다 밖으로 나오거나 창문을 열고 쳐다봤다. 하지만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은 검은 물체들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부 방공부대에서는 별빛 하나 보이지 않은 어두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물체를 조준하고 대공포를 날렸지만, 검은 물체들은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운 비행능력을 보여주며 대공포 화망을 빠르게 벗어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일부 검은 물체들은 이미 지상에 도달하여 저마다 무리를 지며 사전에 계획했던 장소로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빠빠빠빠빵! 빠빠빠빠빵!

위이이이이잉~

지금까지 몇 차례 대규모 고공 침투 임무를 수행 경험이 있던 8개 공수육전사단 병력은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별다른 피해 없이 지상에 착지했다. 이처럼 순식간에 모스크바 전역이 공포 분위기로 바뀐 가운데 시가지 곳곳에서도 총성과 폭발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 총참모부는 지난 과거 대한민국은 베이징과 도쿄도에 수만에 이르는 특수전 전개 능력을 보여준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러전 발발 후부터 지금까지 모스크바 빌딩 옥상에 대공포 전력을 설치했고 시가지 내에는 특수전에 대응할 수 있는 지상군 10만 명을 주둔시켜 만만의 준비를 해왔었다.

또한, 사전 고공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 상공에는 전투기의 공중 엄호를 받는 조기경보기 여러 기가 24시간 쉬지 않고 비행하며 대공경계에 신경을 썼었고 더불어 모스크바 외곽에는 S-300 그럼블 방공포대부터 S-400 트라이엄프 방공포대, 그리고 최신형 S-500 트리움파터 방공포대까지 주둔시켜 몇 겹의 거미줄 같은 방공망을 갖췄지만, 결과적으로 수만에 이르는 대한민국 특수전력이 모스크바 상공에 출현하는 동안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50여 개나 달하는 각종 방공포대의 최첨단 레이더와 조기경보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100여 기 넘는 군용 수송기가 몇 겹의 거미줄 같은 레이더 방공망을 피하고 모스크바 상공에 4만여 명의 특수전 전력을 고공 침투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예전 ‘북경몰락’ 작전에서 사용했던 방법을 다시금 사용했다.

먼저 항공우주군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여러 편대는 진작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군수송기가 침투할 항로 상공에서 대기비행을 했고, 이후 군수송기가 침투항로로 들어서기 10분 전, 대기하고 있던 삼족오 우주전투기 편대들은 침투항로를 따라 차례대로 SECM탄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부터 모스크바까지의 침투항로에는 강력한 펄스 현상이 일어나면서 조기경보기는 물론 지상의 모든 방공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때를 기해 100여 대에 달하던 대한민국 군수송기는 별다른 문제 없이 모스크바 상공까지 비행하여 4만여 명의 특수전 전력을 공수하고 무사히 우크라이나로 귀환할 수 있었다.

★ ★ ★

2024년 2월 03일 09:15, (러시아시각 03:15),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크렘린 궁전과 16세기 만들어진 성 바실 성당, 그리고 레닌의 무덤이 근접해 있는 모스크바 명소 중 하나인 붉은 광장에도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한러전이 발발한 이곳 붉은 광장에는 모스크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의 예하 부대 중 하나인 297차량화소총사단의 55연대 병력이 주둔하며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사이렌이 모스크바 전역에 울리고 하늘에서 검은 물체가 낙하하자 이곳 붉은 광장에 주둔하고 있던 55연대 병력도 연대장의 명령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스마트탄에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차륜형 장갑차 운용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유류 탱크 저장고에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검붉은 버섯구름이 하늘로 솟구치며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쳤다.

순간, 충격파에 주변에 있던 건물의 유리창이 하나같이 박살이 나며 깨졌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성 바실 성당의 오래된 창문들도 모조리 깨지며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성당 내부로 쏟아졌다.

연달아 터지는 폭발과 함께 어디선가 레이저 빛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졌고 아비규환(阿鼻叫喚)에 당황하는 러시아군이 저마다 짧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저쪽이다!”

장교로 보이는 듯한 한 군인이 레이저 빔이 쏟아지는 곳을 가리키며 통신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광장 한쪽 편에 일렬로 늘어서 있던 K17 부메랑(IFV) 장갑차는 일제히 시동을 켰다. 그리고는 2A42 30mm 기관포가 장착된 포탑 회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르가네츠-25 장갑차(IFV)을 기본 베이스로 개발된 K17 부메랑(IFV) 장갑차는 2013년 시제 차량이 제작된 후 2019년부터 Arzamas Machine-Building Plant가 생산에 들어가 2020년부터 일부 부대에 실전 배치한 8*8 차륜장갑차로 중량 25톤에 승무원은 3명, 그리고 전투 보병은 8명이 승차한다.

무장으로는 2A42 30mm 기관포와 9M133 대전차미사일 그리고 7.62mm PKT 동축기관총이 장착되었고 원격무인포탑형식이라 타 장갑차의 포탑에 비해 납작한 형태라 피탐율이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었다.

엔진은 터보차저 디젤로 출력 510마력을 내는 UTD-32TR이 탑재되어 있었고 이에 작전 거리는 800km에 최고속도는 포장도로 기준으로 시속 100km에 달했다.

차륜 장갑차답게 K17 부메랑(IFV) 장갑차는 신속한 기동력을 요구하는 시가전에서 완전히 특화된 기동보병전투장갑차였다.

쿠르르르릉!

본격적으로 교전에 합류하기 위해 선두에서 기동하려던 순간, K17 부메랑(IFV) 장갑차 한 대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치솟았고 분리된 차륜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거대한 붉은 입자 여러 개가 날아오더니 뒤에서 갈팡질팡하는 또 다른 K17 부메랑(IFV) 장갑차에도 쏟아졌다.

쿠아아아앙! 콰앙! 콰앙!

순식간에 8대의 K17 부메랑(IFV) 장갑차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채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잘했어!”

붉은 광장으로부터 2km 떨어진 5층 건물 옥상에서 실드 글라스로 붉은 광장에서 폭발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제7공수특전여단 3대대 12지역대 3팀장 남태일 대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러자 부팀장이자 중화기담당인 오선호 중위가 조금 전까지 어깨에 견착하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거만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후후! 일발 백중 아니겠습니까?”

“지랄이다. 무기가 좋아서 그런 거지······. 아무튼, 우리는 다른 구역으로 이동한다. 준비 끝나면 TCS 모드로 전환한다.”

남태위 대위의 지시에 오선호 중위를 비롯한 나머지 특전사들도 어깨에 견착했던 무기를 뒤로 매고는 각자 개인화기를 들었다.

이들이 어깨에 견착한 무기는 C-20 광자발사기로 바로 2km 밖 붉은 광장에 있던 K17 부메랑(IFV) 장갑차를 단박에 박살 낸 무기였다. C-20 광자발사기는 현존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을 대신하기 위해 올림푸스 기지에서 연구 및 개발한 무기로 구경은 40mm에 길이는 80cm, 무게 또한 6kg밖에 되지 않아 전장에서 개인이 휴대하기엔 큰 무리가 없었다. 또한, 광자탄 역시 1개당, 2kg밖에 되지 않아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까지 탄집에 넣어서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C-20 광자발사기에도 단점은 있었다. 유도무기나 곡사 무기가 아니라 입자형 탄을 발사하는 휴대용 광자포였기에 꼭 시선이 확보된 직선거리에서 사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러한 단점보다는 단 한 명이 발사기부터 탄까지 모두 휴대할 수 있는 용이성과 4세대급 전차도 어느 방향에서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 덕분에 이러한 단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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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03일 09:30, (러시아시각 03:3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21(상황실).

우당탕!

조금 전, 모스크바 전역에 대한민국 특수전력이 공수했다는 보고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머리끝까지 치민 화를 누르지 못하고 앞에 놓인 탁자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커다란 탁자가 뒤집히며 위에 놓인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며 듣기 싫은 소음을 냈다.

“대체 당신들은 지금까지 뭘 한 건가?”

충혈된 두 눈을 커다랗게 뜬 푸틴 대통령은 주변에 있던 참모들을 둘러보고는 이내 한곳에 뚫어지라 노려봤다. 그곳에는 산자르 투르수노프 대장이 부동자세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입이, 입이 있으면 말해보란 말이야?”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상황실에서 손가락질까지 하며 총참모장 자리에 오른 지 며칠도 안 된 산자르 투르수노프 대장을 면박을 줬다.

“대통령님! 흥분을 가라앉으시고······.”

“지금! 내가 흥분을 안 하게 생겼나? 앙? 흥분하지 않게 생겼냐 말이야?”

발레리 카르핀 외교부 장관은 괜히 말을 꺼냈다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만 받았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지금 죄송하다고 하면 단가? 제길! 대체 얼마나 모스크바에 투입된 건가?”

어느 정도 화를 누그러뜨린 푸틴 대통령은 털썩 의자에 앉고는 현실로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대략 4만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4만? 할 말이 없군, 예전 베이징에 5만의 한국 특수전 병력이 투입되었을 때 비웃었는데, 내가 지금 그 꼴을 당하고 말았군”

기가 차는지 푸틴 대통령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뒤에 서 있는 보좌관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보좌관은 얼음이 뛰어진 보드카 잔을 가져왔다.

벌컥! 벌컥!

단숨에 보드카 잔을 들이킨 푸틴 대통령은 빈 잔을 탁자에 내려치듯 내려놨다.

탁!

“대통령님!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현재 모스크바 내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지상군 10만 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특수전에 특화된 부대라 하여도 고작 4만입니다. 두 배 이상의 병력이며 스페츠나츠 출신의 특수병 1만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우리가 유리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주일 안으로 완전히 소탕하겠습니다.”

연신 사과만 하던 산자르 투르수노프 대장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정말 일주일 안으로 소탕할 수 있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이외에도 무장경찰도 1만이 넘습니다. 또한, 서부군구 제6군 부대 중 2개 사단을 긴급 모스크바로 회군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산자르 투르수노프 대장은 최대한 푸틴 대통령이 안심할 수 있도록 온갖 말들을 끌어다가 말했다.

“좋소! 내 일주일을 주지! 그때까지 만약 모스크바에서 한국군 놈들을 소탕하지 못할 시 당신에게 책임을 무를 것이오.”

“네, 제 직위를 걸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공수 투입한 8개 공수육전사단 중 4개 공수육전사단의 임무가 푸틴 대통령을 잡기 위해 그동안 파악했던 모든 스테이트 지하벙커 공격에 착수한 것을 말이다.

이곳 스테이트 R-13 지하벙커에도 제21공수육전사단 소속 77대대 그림자들이 TCS 모드 상태로 은밀하게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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