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9화 (569/605)

고공 침투

2024년 2월 03일 10:00, (러시아시각 04:0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21 지상.

스테이트 R-21 지상에는 고전 양식의 저층 건물들이 들어선 외곽으로 북단 3km 거리에는 모스크바 방어군 본부가 주둔하고 있어 이곳 주변 일대에는 매우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현재 스테이트 R-21을 목표로 접근하고 있는 제21공수육전사단 소속 77대대 병력은 현재 TCS 모드 상태임에도 접근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소수 인원이 아닌 200명에 달하는 인원이었기에 그런 면도 있었지만, 목표 건물과 접한 큰 도로부터 작은 골목까지 완전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이 특수 장비를 가지고 지키고 있었다.

“잠시 대기”

사전에 작전 브리핑에서 교육받은 대로 벙커 스테이트 R-21의 출입구라 할 수 있는 건물로부터 300m까지 접근한 77대대 대대장 김민길 중령은 실드 글라스를 통해 상황을 보고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거이 몰래 들어가기엔 힘들겟구만 기래!”

현재 목표 건물로 진입할 수 있는 루트는 총 4개였다. 첫 번째는 건물과 인접한 큰 도로였다. 그러나 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크게 우회해야만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골목길이었다. 그 골목길은 건물 후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건물과 건물 옥상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인접해 있는 건물들의 높이 서로 맞지 않았고 거리 또한 멀어서 자치 위험할 수 있었다. 이에 큰 도로와 2개의 골목길뿐이었다. 큰 도로에는 적지 않은 군인은 물론 장갑차와 전차까지 돌아다니고 있어서 침투 루트로 결정하기에 다소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2개의 골목길이 침투하기에 그리 좋은 상황도 아니었다. 골목길에는 몇십 미터 간격으로 러시아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대대장 동지! 우리 병력 전체가 단번에 이동해 건물로 진입하려면 큰 도로가 낮지 않겠습네까?”

대대 작전참모인 박만진 소령이 대대장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자신의 의견을 냈다.

“그렇게 생각하네?”

“네, 그 방법이 낮지 않카습네까?”

“박 소령 말도 틀린 말은 아니디만, 그래도 땅크까지 있는 마당에 위험하디 않카서?”

“기리티면, 대대장 동지는 골목길이 낮다고 봅네까?”

“그렇게 생각드는구만 기래!”

“기러티면, 대대장 동지! 지체하디 말고 명령을 내리디요.”

박만진 소령의 말에 결심을 굳힌 김민길 중령은 뒤돌아보고는 대기하고 있는 중대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각 중대장 동무들은 잘 들으라우! 94지역대는 이곳에서 후방 엄호사격을 가하라우. 그리고서리 91중대는 왼쪽 골목길로 92중대는 오른쪽 골목길로 침투하라우. 93중대는 잠시 대기하다가 나와 함께 움직인다우. 알갔네?”

김민길 중령의 명령이 끝나자 중대장들의 결의 찬 대답이 들려왔다.

“걱정 마시라요. 우리 91중대가 단숨에 지하벙커까지 돌파하여 푸틴 모가지를 따버리겠시야요.”

“아니디. 그건 우리 92중대 몫이니 안네?”

“우리 중대장 동무들, 막강 93중대를 우습게 아는구만”

“어이! 94중대가 엄호하니끼니 걱정하지 말고 튀어가라우!”

목숨을 건 교전을 앞두고 중대장들은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했는지 농담을 섞으며 대답했다.

“동무들 뭐니 뭐니 해도 임무 완수가 우선이야! 그렇더라도 다들 조심하라우, 임무 완수 후 웃는 얼굴로 다시 보자우! 자! 각자 위치로 이동하라우!”

김민길 중령의 최종 명령이 떨어지자, 중대장들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하고는 각자 중대원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 91중대 출발합니다.

- 92중대 출발합니다.

잠시 후 두 91중대와 92중대는 일사불란한 움직이며 각자 루트로 설정된 골목길 초입으로 들어섰다. 한편 후방 엄호사격을 담당하는 94중대는 각자 좋은 자리에 중화기를 설치하고 기다렸다.

- 91중대입니다. 첫 번째 경계망 돌파 하갔습네다.

“알갔어! 엄호사격 확실히 할테니끼니 걱정하디 말고 뚫으라우!”

91중대장과 통신을 마친 상황에서 92중대장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 92중대장입네다. 현재 첫 번째 경계망까지 도달했으나 엄호사격 없이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네다.

“그러네?”

- 네 첫 번째 경계망은 개인화기만 든 병력밖에 없어서 충분합네다.

“알갔어! 그렇게 하라우! 일단 우리는 91중대 쪽으로 화력을 지원하갔어!”

- 알갔습네다.

잠시 후 91중대원들이 첫 번째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는 순간, 김민길 중령이 94중대에 사격 명령을 내렸다.

“시원하게 갈기라우!”

“알갔습네다. 각 소대장! 화력 지원한다. 이상!”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자 다양한 중화기로 무장한 94중대원들이 일제히 강력한 화력을 토해냈다.

투웅! 투웅! 투웅!

CS15 복합라이플에서 발사된 증압탄 여러 발이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갔고 곧이어 좁은 골목길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 경계병들 머리 위로 정확히 날아가 폭발했다.

콰앙! 쾅아! 쾅아!

폭발과 함께 강력한 파장이 주변 일대를 일그러뜨리며 주변 일대를 휩쓸어버렸다. 마치 허리케인의 강력한 폭풍에 날아가듯 철재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는 물론 경계병들이 사정없이 날아갔고 근접한 건물의 외벽은 물론 창문들이 모조리 깨져버렸다.

끄악!

십여 미터를 날아가 건물 외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내팽개치진 러시아 경계병들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쭈웅! 쭝우! 쭝웅!

94중대의 제압 화력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첫 번째 바리케이드를 돌파한 91중대는 바닥에 나뒹구는 경계병들에게 가차 없는 확인사살을 가하며 앞으로 뛰어갔다.

- 전방! 적 출현! 제압 사격 가합니다.

통신망을 통해 91중대장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전방 골목길에서 요란한 총성과 빔성이 울려 퍼졌다.

“나 대위 동무!”

“네, 대대장 동지!”

“나 대위 동무는 지금 즉시 중대원들을 이끌고 오른쪽으로 돌아 큰 도로에서 진입하려는 놈들을 처리하라우. 여기는 내와 93중대가 맡갔어!”

“알겠습네다. 대대장 동지!”

높다란 건물 옥상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병으로부터 수신되는 영상을 컨트롤 X-K02 단말기 화면으로 확인하던 김민길 중령은 급변하는 상황에 맡게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 ★ ★

2024년 2월 03일 10:30, (러시아시각 04: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모스크바 전역에서 ‘불곰 포휙’ 작전이 시작되면서 이곳 합동지휘통제소의 상황실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현재 푸틴 대통령을 잡기 위해 모스크바 전역의 스테이트 R 수색작전에 투입된 병력만 해도 4개 공수육전사단 19,200 병력이었다.

현재 모스크바 내 스테이트 R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수백 개에 달했다. 그중에는 대통령은 물론 군 수뇌부가 몇 달씩 생활하면 전장 상황을 지휘할 수 있는 각종 첨단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도 있었으나, 그건 일부였고 대부분은 모스크바 시민이 피난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공호 시설도 많았다.

문제는 어떤 스테이트 R이 푸틴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피신하는 방공호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현재까지 확인된 모든 스테이트 R에 4개 공수육전사단 병력이 동원되어 수색 및 포획 작전을 수행 중인 이유였다.

“방금 스테이트 R-55에 수색한 결과 일반 방공호로 판명되었습니다.”

모스크바 전역에 공수침투가 시작되고 1시간이 흐른 시점, 몇 개의 스테이트 R은 이미 공수육전사단 병력이 내부 벙커까지 침투하여 확인이 끝난 곳도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상황실 3번 스크린 화면에 자세히 취합되고 있었다. 3번 스크린 화면에는 모스크바 전역이 보이는 디지털 지도가 보였고 지도 곳곳에 다양한 색상의 사각 기호가 깜빡였다.

빨간색 사각 기호는 현재 공수육전사단이 침투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고 파란색 사각 기호는 이미 침투를 완료하여 일반 방공호로 판명된 곳이었다. 이외 녹색 사각 기호가 바로 각종 첨단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진 지휘본부형태로 만들어진 방공호였다. 즉, 푸틴 대통령이나 군 수뇌부가 언제든 이곳에서 외부의 폭격에도 안전하게 전장 상황을 지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공수육전사단 병력으로 스테이트 R 수색작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시간뿐이었다. 지금은 TCS(투명은폐시스템)과 어둠을 틈타 작전이 수행하는데 수월하지만, 시간이 흘러 날이 밝게 되다면 군인 수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러시아 지상군으로 인해 큰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음, 과연 푸틴을 잡을 수 있을까요?”

3번 스크린을 주시하던 김용현 합참차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이 엷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합참차장님! 사실, ‘불곰 포획’ 작전의 요지는 푸틴 대통령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왕이면 푸틴을 잡게 된다면 한러전도 끝나지 않나?”

“네,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푸틴을 꼭 잡지 않더라도 한러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음,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아네. 하지만, 푸틴이란 자를 너무 무르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

“어느 독재자도 민심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그랬으면 좋겠어!”

사실 ‘불곰 포획’ 작전에 있어서 푸틴 대통령을 사로잡는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작전이었다. 하지만, 양민춘 중장 말대로 이번 작전의 본질은 모스크바 시민은 물론 푸틴 대통령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것이 첫 번째 요지였다.

그동안 몇 달간 한러전이 지속한 가운데 모스크바 시민은 물론 대다수 동유럽 쪽에 주거하는 러시아 국민은 전쟁의 여파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남부 전선과 우크라이나 내전, 등으로 어느 정도 전쟁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받아드리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 대한민국 국군의 출현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과 공포로 다가올 수 있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전쟁이 바로 자신의 집 앞에서 펼쳐지고 자신의 가족이나 알고 있는 이웃이 희생된다면 그거야말로 러시아 군민 모두에게 집단공황이 발발할 수 있으며 푸틴 대통령도 심각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불곰 포획’ 작전을 수립한 첫 번째 이유였다.

만약 반대로, 서울 한복판에 러시아군이 출현한다면 그야말로 서울 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도 커다란 충격을 받고 전쟁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즉각 일어나 추은희 대통령에게 커다란 압박을 줄 것은 분명하다. 바로 이런 이치였다.

어쨌든 합동참모본부는 푸틴 대통령을 실제로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가망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보고하는 오퍼레이터에게 지휘관들과 참모진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특수전사령부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재 제21공수육전사단 23여단 77대대가 침투중인 스테이트 R-21에 푸틴과 군 수뇌부가 있는 것으로 확인, 현재 벙커 내부로 진입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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