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71화 (71/200)

71화. 재회

마스터의 말이 끝나고.

웅성웅성 거리는 가운데, 마스터의 교육이 해산되었다.

참가자가 누가 될 것인가?

소생의 돌로 누굴 살릴 것인가?

그 논의 때문이었다.

마스터의 방.

한 사내가 들어왔다.

김건우였다.

“어. 자넨가?”

“네. 마스터.”

“무슨 일이지?”

“마스터, 이해가 안 됩니다. 목숨을 소중히 여기자고 하셨잖아요. 대회를 참가하시겠다니요! 진짜로 대회에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그건 변함 없을 거야.”

마스터의 말에 김건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그래요. 우승했다고 칩시다. 누굴 살리실 건데요?”

“그건 모르지.”

“마스터! 마스터!”

김건우가 장명훈을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장명훈의 생각은 달랐다.

“클론을 참가시켜볼 생각이야.”

“네?”

“그 둘, 그냥 죽기에는 아까워. 솔직히 자네도 이제 알잖아. 우리 거주지에서 가장 센 두 사람이 클론이라는 걸…….”

클론.

김만철과 김아람을 뜻하는 말.

그렇다. 확실히 김만철과 김아람은 남다르다.

“그 둘이라면 우승해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구할지도 모르지.”

“정말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세상은 키메라 천지입니다. 거기에 정말 비싼 놈들은 진짜 강하다고요. 만철이 형도, 아람 씨도 그들 상대로는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래. 혼자라면 그렇겠지.”

“네?”

“혼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런데 참가자가 둘이면 서로 협동할 수 있잖아. 우리의 장점은 그거 하나뿐이니까.”

인간들은 협동하며 살아왔다.

조상들의 지식을 말과 그림, 그리고 글자를 통해 후손들에게 전달했다.

인간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똑똑해졌다.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를 도우며 더욱 강해졌다.

그 둘이 함께라면 반드시 시너지가 날 터.

하지만 김건우의 생각은 달랐다.

“둘은 사이가 안 좋습니다.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입니다. 섞일 수 없다고요.”

“물과 기름도 비눗물을 넣으면 섞을 수 있지. 자네가 그 비눗물이 되게. 기간은 2개월 주겠네.”

“아…….”

“그들도 생존에 대한 열망과 희망이 있으면 우리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 해줄 거야. 우리 또한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할 거고. 어차피 죽을 운명들인데, 실패해도 본전이고,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이잖아. 당연히 해야지. 안 그래?”

“윤수는 왜 살리신 겁니까?”

“걔는 특별하니까.”

“정말 그 이유이길 빕니다. 마스터.”

김건우가 되돌아섰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마스터의 옷에는 자상이 가득했다.

혈흔이 옷 전체를 물들었다.

하지만 김건우는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왜? 일부러 낸 상처니까.

마스터는 스스로 자신을 다치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윤수가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마스터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저씨 또 다쳤어?”

“응. 윤수야! 고칠 수 있지?”

“응! 당연하지!”

윤수가 마스터의 방에 들어가서, 장명훈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가부좌를 튼 장명훈은 윤수의 치료를 받으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후후, 조금은 더 강해진 것 같군.’

죽음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강해지는 능력.

자신이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형상화 능력.

두 개의 능력을 가진 마스터가 자신을 치료한 윤수를 향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윤수야. 뭐 먹고 싶니?”

“저번에 주신 아이스크림이요.”

“그래? 아이스크림은 구하기가 힘든데!”

“히이이잉. 먹고 싶어.”

“그래. 마스터가 꼭 구해볼게.”

“넵!”

* * *

백현과 키메라의 대결은 계속 되었다.

고양이 인간의 발톱이 백현의 몸을 갈랐다.

깔끔하게 절단된 몸이 사선방향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고양이 인간이 자른 것은 백현의 몸이 아니라 보호막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백현은 상대방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절 이길 수 없어요.”

“뭐?”

백현과 고양이 인간 주변에 반투명한 보호막의 기둥 여러 개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보호막은 마치 거울과도 같았다.

고양이 인간은 닥치는 대로 백현을 가르고 또 갈랐다.

하지만 실체는 잡을 수 없었다.

발톱으로 긁는 족족 파편이 되어 사라지는 보호막.

수십 개의 보호막 사이로 모습을 숨기는 백현을 잡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양이 인간에게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보호막을 부수며 생긴 파편에 의한 것.

사소한 상처가 커지고 커져 발톱 주변에 피멍이 들었다.

그걸 보며 강백현이 말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네가 생각하는 만큼 여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아! 덤벼! 덤비라고!”

상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풀에 쓰러질 때까지 보호막을 부수고 또 부쉈다.

마침내 본체에 닿았다.

강백현은 도망치지 않았다.

한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

고양이 인간이 도약하면서 앞다리의 발톱으로 강백현의 얼굴을 긁었다.

그런데, 긁히지가 않았다.

오히려 발톱이 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흘러나왔다.

발톱이 뽑힌 탓에 생긴 통증. 고양이 인간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그러면서도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러나 상대방이 먼저 그 비밀을 알려주었다.

“표면을 까끌까끌하게 만들면 발톱으로 긁기 힘들죠. 오히려 발톱이 걸려 부담만 가중될 뿐이에요.”

“…….”

“당신의 약점은 무기가 신체라는 겁니다. 그 날카로운 발톱도 결국 당신의 신체의 일부죠. 저는 소모값이 없는데, 당신은 자신의 발톱을 희생해야만 저를 공격할 수 있어요. 승부는 끝난 것 같은데요?”

백현의 말에 고양이 인간이 말했다.

“내가 그런 수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능력을 쓰면 체력이 소모돼. 그 보호막도 영원할 순 없어.”

“네. 그렇죠. 맞습니다. 잘 보셨어요. 하지만 전 자연치유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분은 너끈할 것 같은데요?”

강백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자신을 둘러싼 보호막 파편을 잘게 쪼겠다.

우둘투둘.

불규칙한 단면의 보호막 파편이 고양이 인간을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피하고 또 피했다.

하지만 계속된 싸움으로 지친 건 마찬가지였다.

백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전매특허. 보호막으로 그녀를 전과 같은 방법으로 가뒀다.

그녀는 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는다며, 보호막을 천장방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밀리지가 않았다.

아까와 같은 보호막이 아니었다.

보호막 천장에 날카로운 파편들이 칼날처럼 불규칙하게 붙어 있다.

움직이면 칼날에 베인다.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밀어낼 수도 없다.

처음으로 절망을 맛보았다.

이대로 죽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 세계에서 진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다.

죽음 뒤에 남는 것은 고기뿐.

자신의 몸은 산산조각 나서 다른 애완동물의 먹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체념했다.

고양이 인간이 주저앉아 백현에게 말했다.

“죽여.”

“…….”

“죽이라고!”

하지만 백현은 죽이지 않았다.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길 기다릴 뿐이었다.

백현은 쓰러진 고양이 인간을 확인하고 보호막을 풀었다.

다행이었다.

죽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외부요인이 있었다.

고양이 인간이 패배하자, 거인들은 신이 난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찍었어?』

『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촬영했지.』

『대박대박! 이거 진짜 세잖아. 이건 얼마 정도에 팔릴까?』

『적어도 10만 제니 이상 하지 않을까? 얘 내가 가진다.』

『왜 네가 가져?』

『내 네코짱 죽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내 거지.』

※ 제니는 거인들의 화폐단위로, 주택 한 채의 가격이 50만 제니 정도 한다.

그때 두통을 견디며 다시 일어나는 고양이 인간.

그걸 보며 거인이 외쳤다.

『살아있네. 안 죽었는데?』

『…….』

고양이의 주인인 거인인 아무 말 없이 손을 집어넣어 그녀를 꺼냈다.

강백현은 그걸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죽지 않고 끝난 싸움.

‘그래. 된 거야. 된 거라고.’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거인의 손에 들린 고양이 인간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빠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피로 흥건해졌다.

『죽었네? 그러니까 저건 내 거다.』

『미친 놈!』

『크크크, 약한 놈은 필요 없어.』

그녀가 죽은 것을 보며 강백현이 절규를 내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은 이미 시신이 된 고양이 인간에겐 닿지 않았다.

검은 구체가 비행하다 말고 시신 위에 멈춘다.

그러더니 레이저 빔과 같은 것을 쏘더니 시신을 산산조각내서 분해한다.

먼지와 같은 파편이 된 고양이 인간의 시체.

그걸 레이저 그물망으로 빨아들이는 검은 구체.

그걸 보며, 거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낄낄대며 강백현이 든 사육장에 수면가스를 풀었다.

백현은 알았다.

수면 가스도 결국 거인이 쓴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들을 갖고 논 것이 거인이었다는 것을.

가스에 취해 기절한 백현.

원래는 실험체로서 다시 연구실로 가져가야 했으나, 거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포켓 주머니에 넣더니, 씩 웃으며 퇴근길에 올랐다.

『크크크크, 센 놈이 들어왔군.』

설마 키메라를 상대로 이길 줄은 몰랐던 허약한 종족의 반전.

거인은 방긋 웃으며 기절한 백현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 *

한편, 장복남은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는 비록 10일이지만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기에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건 바로 『페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거인에게 잡혀가는 것.

그녀는 거인 계층에서도 귀족이었다.

그래서 집이 굉장히 넓었다.

또 부유했다.

더구나 그녀는 취미가 있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었다.

페트라는 다양한 종을 기르고 있었으나, 인간만 해도 20여 명을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한 방에 살았다.

그 방에는 CCTV가 달려 있었다.

유리창도 닫혀 있고, 문틈도 막혀 있어 탈출구는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넓은 공간에서 자유로움이 주어졌다.

더구나 인형의 집도 수십 채나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 수 있었다.

그 집에는 계단도 있고, 부엌도 있고, 침대도 있었다.

물론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안에서 조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다른 인간들에 비해서는 꽤 괜찮은 대우니까.

이 정도면 살 맛 나는 곳이니까.

먹을 것은 방 중앙에 있는 식수대와 자판기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식수대의 물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정수된 물이 나오는 최첨단 기계였다. 그리고 매일 오전 8시, 오후 1시, 오후 7시가 되면 거인 하나가 들어와서 시리얼이나 초콜릿을 사료창고에 넣어주었다.

여기에 사는 인간들은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도 않았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있었다.

원시인도 있었고, 인디언도 있었다.

흑인도 백인도 있고, 소인도 있고 뚱뚱한 사람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장복남은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키메라의 사냥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거인에게 밟혀죽었을지도 모른다.

미래예지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장복남은 지금의 삶에 만족했다.

물론 지금 오는 그 친구도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본 미래에서 녀석은 이곳에서 탈출하려 애쓰다가 결국 실패했으니까.

설득해봤자 소용없지만, 그래도 녀석은 말이 통하니까 잘 지내볼 생각이었다.

오전 10시.

봉인된 방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인형의 집 창문을 통해 바깥 세상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거인이 들어올 시간이 아니다.

밥시간이 아니니까.

그럼 거인이 들어온 이유는 딱 하나.

새로운 인간이 들어온 것.

기절한 사내를 놓고 떠나는 거인.

장복남은 걸어갔다.

방 중앙에 자고 있는 남자.

뺨을 찰싹찰싹 때리자, 그 남자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백현아, 왔냐?”

“아…… 장복남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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