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70화 (70/200)

70화. 키메라

백현이 미니맵을 통해 미나의 생존을 확인했다.

다행이었다.

미나는 아직 그 방에 있다.

하지만…… 자신은 벗어날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을 꽉 쥔 거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힘이 얼마나 센지, 자신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인 것을 깨달았다.

거인이 데려간 곳은 광장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어제 자신을 잡아먹으려던 부부 거인과 브래드도 함께였다.

광장 중앙.

커다란 탑이 놓여 있다.

그 안을 가리키며 거인이 무슨 말을 건넸다.

『들어가.』

손 동작만으로도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있었다.

탑 안에 들어가라는 거인.

그러자 거인들이 의심없이 주르륵 들어간다.

탑 안에 들어가자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그 어지러움은 배를 탈 때 느끼는 멀미와 비슷했다.

30초가량 계속된 두통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리병 바깥의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광장이었어야 할 풍경이 달라져 있다.

사무실.

아니 실험실이다.

백현은 자신이 탈출했었던 장소와 비슷한 분위기란 것을 알았다.

미니맵을 열어보니 그 장소가 맞았다.

자신이 탈출한 그 곳.

기겁하듯 백현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백현을 둘러싸고 거인들이 의논을 하고 있었다.

곧 이어 검은 구체가 보였다.

그러고보니 저 구체가 보일 때마다 브래드가 기겁하며 자신을 숨겼던 게 생각났다.

저 구체는 뭔데?

뭐길래!

구체에서 빛이 나왔다.

그리고 유리병 안에 있던 백현을 훑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고음.

구체 앞에 뜨는 데이터.

그건 강백현의 모습이 담긴 화면.

강백현의 활약이 비춰지고 있다.

TBS채널 로고가 붙은 화면에서 강백현의 전투장면이 그려지고 있다.

거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브래드와 그 가족에게 갑자기 악수를 건넸다.

브래드 가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그들에게 강백현의 존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TBS 채널, 최고의 인기 캐릭터.

이름은 강백현.

케이블 채널, 벌레 서바이벌이란 프로그램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

그것을 찾아낸 것이라는 설명에 브래드 가족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 *

그들이 돌아간 후 강백현에게는 식사가 제공되었다.

인간에 대한 지식 따윈 없는 듯, 더럽고 징그럽게 생긴 밀웜만 잔뜩 넣어주었다.

강백현은 밀웜을 보호막 파편을 이용해 죽여버렸다.

그리고 생존 대책을 세웠다.

아크릴로 만들어진 감옥에서 탈출하는 방법.

지금으로서는 없다.

이진기.

진기형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탈출할 방법이 없었다.

밀웜을 죽인 백현을 보며 거인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성격이 사납군. 죽이기만 하고 먹질 않아.』

『원래 수컷들이 좀 그렇지. 다른 걸 먹여 봐. 아니면 암컷을 넣어주던지.』

『그래볼까?』

거인 둘이 서로 대화를 마치고는 강백현의 사육장에 여성 한 명을 넣어주었다.

“……으으 ……으으으.”

여성은 미쳐있었다.

하긴,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거인들이 자신들을 벌레 취급하고 먹잇감으로 벌레를 넣어준다.

인간의 생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이 자신들을 실험하고 또 관찰한다.

거인의 커다란 눈이 가져다주는 두려움.

폐쇄적인 공간과 주변 사람들의 허무한 죽음.

이 여성은 그로 인한 공포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백현은 그녀를 향해 말을 건넸다.

“저기요! 괜찮아요?”

“으으으으.”

“저기요! 저기요!”

그 여자가 뒤돌아보았다.

그런데…… 코가 없다. 얼굴 중앙 부분의 살점이 아예 떨어져나간 것이다.

얼굴만 떨어져나간 게 아니었다.

다리 일부분도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에 붙어 있는 조각난 밀웜의 턱.

밀웜과 싸우다가 얼굴과 다리를 잃어버린 여자인 것이다.

백현이 소리를 질렀다.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엄청나게 놀라 그 여자를 배려해줄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끔찍했다.

백현의 행동을 보며 거인들이 낄낄 웃었다.

그러더니 거인 하나가 다른 거인에게 물었다.

『진짜 생존한 거 맞아? 똑똑한 것 맞냐고! 겁이 많아서 도망치는 것만 잘하는 거 아니야?』

『한번 확인해보자.』

『뭐?』

『네 애완동물하고 한번 붙여보자.』

『안 돼 인마. 내 거 졸라 비싼 거야. 무려 8300제니라니까!』

『강하면 안 죽겠지.』

『죽는 걸 떠나서, 좋아하는 먹이 안 주면 스트레스 받는단 말이야. 얘는 초콜릿 밖에 안 먹어.』

『크크, 혹시 아냐? 이것도 맛있게 먹을지? 싸움 붙여보자. 어? 어?』

동료의 부추김에 못 이긴 거인 하나가 자신의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크기가 남달랐다.

엄청 세보였다.

그 안에 든 것은 고양이.

그런데 인간이 섞인 고양이다.

얼굴은 인간인데 몸은 고양이. 키메라였다.

그런데 고양이 인간이 먼저 말을 했다.

인간의 언어로 말했다.

“신입인가?”

“뭐?”

“신입이냐고 묻잖아.”

“그런데요?”

고양이 인간.

“미안하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날 이길 수 없어.”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양이 인간은 발톱을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의 모든 동작들을 다 할 수 있었다.

엄청난 도약.

재빠른 움직임.

거기에 발톱 싸다구까지.

그러나 백현에겐 닿지 않았다.

백현의 주변에 보호막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인간이 놀랐다.

“어떻게…….”

그리고 거인들도 놀랐다.

『초능력 쓴 거 맞지?』

『얘도 키메라인가?』

고양이의 날카로운 음성이 주변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백현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고양이의 주변에 씌운 보호막.

이제는 말이 통하는 녀석에게 지금의 상황을 물어볼 수 있다.

레벨 3.

고양이를 가둔 보호막.

발톱으로 보호막을 갉아보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백현은 녀석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하고 싶었다.

“당신은 원래 몸이 그랬나요?”

“아니.”

“그럼 실험당한 건가요?”

“그것도 아니거든?”

“그럼 왜…….”

“강해지려고. 어차피 서로 죽일 건데 입 좀 다물자. 응?”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다.

녀석의 머리 위에 점수가 보인다.

포인트가 보인다.

키메라 위에 점수가 있다고?

개미굴에서 본 키메라.

그때도 위에 점수가 있었나?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서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까이 접근해야 보이는 점수.

그럼 내 위에도 점수가?

그때 고양이가 보호막을 들어올렸다.

보호막 뚜껑이 벗겨지며, 고양이가 보호막 바깥으로 탈출했다.

고양이인간은 너무 즐거워했다.

백현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기만했다.

백현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진짜야? 페이즈 2랑 똑같은 거냐고!’

이때까지만 해도 백현은 몰랐다.

서로 물고 죽이는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강자는 더 강해지기 위해 약자를 죽이고.

약자는 살아남기 위해 강자를 피하는 세상이란 것을.

그리고 떠오르는 홀로그램.

[키메라와 최초 접촉하였습니다.]

[메인 페이즈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메인 페이즈 1, 키메라와의 전쟁.]

- 실험체 키메라를 죽여 최고의 생명체로 거듭나세요. 업적을 쌓고 강해져서 《왕좌의 게임》에 대비하세요.

[제한시간 : 알려지지 않음.]

백현의 눈에 절망감이 피어올랐다.

겨우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또 다른 절망의 시작.

여기는 또 다른 실험의 연장선이었을 뿐이었다.

* * *

같은 시각.

거주지에서는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 마스터가 직접 나서 교육을 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 세계에 대해서였다.

“모두 첫날부터 힘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 여기도 살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거인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질적은 적은 따로 있습니다.”

마스터의 손에 의해 허공에 그림이 그려진다.

그의 능력은 바로 형상화.

마스터는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한 이미지가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인간과 결합한 생물들.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마귀와 합쳐진 인간.

벌과 합쳐진 인간.

사자와 합쳐진 인간.

동물과 동물이 합쳐진 경우도 있다.

“이렇게 종과 종이 합쳐진 경우를 저희는 키메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거인들은 키메라를 합성생물체라고 분류하죠.”

“합성생물체?”

“네. 합성생물체는 동물이나 곤충의 신체적 특징과 더불어 새로운 초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저희들과 마찬가지로요.”

“…….”

마스터의 설명에 새로온 사람들의 표정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아시다시피 거인들은 강력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호전적이진 않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벌레 정도로만 생각하죠. 하지만 키메라는 다릅니다. 키메라는 저희와 같이 성장합니다. 점수를 얻고, 점수를 바탕으로 능력을 개방하거나 업그레이드하죠.”

“점수…….”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생존점수, 킬 점수.

그 포인트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일들.

“다행히 인간들끼리는 점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겪었다던 그 치욕적인 상황은 없습니다. 하지만 키메라의 얼굴 위에는 점수가 보입니다. 키메라도 저희가 보유한 점수가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키메라는 저희를 보자마자 죽이려고 들 것입니다. 그러니 키메라랑 마주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도망치십시오. 우리는 싸우려고 태어난 게 아닙니다. 생존이 무조건 최우선입니다. 그러니까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슈트를 입고 나가시고, 키메라와만나게 된다면 무조건 도망치십시오. 그게 우리들의 행동수칙 중 1번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키메라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김아람과 정선희가 벌벌 떨었다.

이곳 세계에 대한 것을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거인은 초능력을 쓸 수 있을까?

거인은 얼마나 무서울까?

김만철이 질문했다.

“저…… 마스터! 혹시 거인들도 저희처럼 능력을 쓸 수 있나요?”

“거인들은 능력을 쓰지 못합니다. 대신 도구를 사용하죠.”

“도구요?”

“네. 거인들의 문명은 상당히 발달했습니다. 20세기 지구와 비교하면 거인의 문명은 30~50년은 더 발달했겠지요.”

확실히.

21세기와 비교해도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 거인들의 문명.

검은 구체는 2019년에 날아다니는 드론보다 더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었고, 거인들의 이동수단 중 텔레포트는 현대과학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마스터의 교육은 계속 되었다.

거인의 역사와 인간의 위치.

그리고 거인들의 특징과 애완동물의 의미.

그런 것들을 교육받은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1년에 한 번, 거인들에게는 거대한 축제가 열립니다. 그 축제는 애완동물 최강자 가리기죠. 그 축제에서 우승을 하면, 율리만이 똑같은 애완동물을 얻을 수 있는 영혼의 돌과 소생의 돌을 주게 됩니다. 그럼 최강의 애완동물을 몇 개라도 가질 수 있게 되죠.”

“영혼의 돌과 소생의 돌?”

“네. 그럼 여기서 중대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마스터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작전조의 김건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올해에는 그 대회에 저희도 참가해볼 생각입니다.”

“네?!”

마스터의 말에 새로온 사람들은 물론, 기존의 사람들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스터는 더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가 허공에 그려낸 형상에는 거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이 거인은 바키라고 불리는 거인입니다.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저희와 5년이란 시간을 연락하며 유대감을 형성했죠. 올해에는 이 거인의 애완동물로 대회에 참가해, 우승상품을 노려 볼 생각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