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김홍진 시점.
몸이 떨린다.
내 앞에 앉아있는 강사. 박찬우는 날 바라보았다.
한 여름의 커피숍은 에어컨을 틀어 놓았지만, 내 몸이 떨리는 것은 에어컨 때문이 아니다.
"이동구는 곧 잡힐거야."
그럴 것 같았다.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박찬우에게 들은 순간 나는 바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미 잡혔든.
아니면 아직 섹스 신나게 하고 있지만 곧 잡힐 것.
박찬우를 만난 것은 그가 우리집 대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도 그가 강의를 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그닥 의심스럽게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꽤나 날 당황시키는 말을 했다.
우리가 한 짓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동구가 곧 잡힐 거라는 말을 믿지 않으려 했지만,
그가 이야기 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그 말을 사실처럼 들리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수빈이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거야. 그리고 그분이 지금 너희를 노리고 있어."
그 말에 나도 몸을 떨었다.
"증거도 상당히 많아."
"증거라니..."
그때, 박찬우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그때 강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두 녀석은 한 여자한테 강간을 했잖아. 그 녀석들의 정액이 그 여자한테서 검출이 되었어. 그게 누구건지 대조만 하면 되는 문제야. 그리고 이동구가 현행범으로 잡히면 바로 대조에 들어 가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당시 일본 여행을 함께 간 너희들에게도 수사망이 퍼지겠지. 그 중에서 김판석은 당연히 정액이 있으니 잡힐거야. 그리고- 너는.."
"나, 나는 하지 않았어!"
나는 순간 말했다.
박찬우는 날 바라보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넌 하지 않았지. 하지만 경찰이 순순히 넘어가 줄까? 더군다나 너 꽤나 질펀하게 놀았잖아. 추잡스럽게."
내 머리 속에는 지난 날이 스쳐 지나간다.
여자들을 강간하고 협박했던 나날들. 다행히 내 PC에 데이터는 삭제했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특히 김판석은? 그리고 당연하지만 동영상에는 나도 담겨 있었다.
"나, 나는..."
박찬우는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다.
"그래. 너는 하지 않았지. 그건 나도 알아. 인정해."
나는 희망을 가지고 박찬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빈이 할아버지도 그럴까? 그 양반이?"
그 말에 나는 다시 손을 떤다. 수빈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지금은 손을 씻었다고 하지만...
"조건을 하나 걸지."
"뭐?!"
나는 박찬우를 바라보았다.
"간단히 말하면 딜을 하자는 거야."
"딜?"
나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그를 바라본다.
"간단해. 모든 것은 김판석과 이동구가 한 짓이라고 해줄께. 대신 조건이 있어.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만든 사람이 너라며? 그럼 다른 놈들껀 복사본만 가지고 있는거지?"
"그,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동영상 공개하지마. 너희 아마도 이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여자들 협박할때 서로 동영상 따로따로 가지고 있었지? 그거 공개하지마. 그게 조건이야."
"조, 좋아!"
나는 어차피 동영상도 지웠다.
박찬우 놈은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 어차피 동영상도 지웠겠다. 이 딜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한다.
"그, 그럼 동영상만?"
"하나 더. 혹시 다른 녀석들이 너에게 연락할지 몰라. 그럼."
박찬우는 주소를 적어 주었다.
"이곳으로 가라고 말해."
"여, 여기가 어딘데?"
"알 필요 없고. 어차피 너도 이 자식들이랑 연 끊어야 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씨발... 어차피 이동구가 꼬득인 일이었다.
나는 여기서 빠져야 한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 동영상 어디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다 알아?"
"... 알아. 그것도 지워야 하나?"
"당연하지. 그건 너희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증거잖아?"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쩔 수 없었다.
그것들은 '협박'에 재료기도 하지만 우리 목을 조르는 '증거'이기도 했다.
다행히 녀석들과 나는 그 모든 동영상을 타인에게 넘기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 철저하게 외장하드에만 관리했고, 그 위치는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움직여. 아니면 이미 이동구가 잡혔으면 너 한테까지 수사망이 좁혀 오는 건 시간 문제니까."
"아,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어쩔 수 없었다. 나라도 살아야 했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행동에 옮긴다.
시간이 촉박하다.
2/ 찬우 시점
나는 숨을 내쉰다.
김홍진의 표정에서 녀석이 얼마나 절박한지 잘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순순히 우리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다.
김철이라는 그 청년은 꽤나 머리가 좋았다. 아마도 이런 일에 이골이 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글적인다.
하지만 김철도 생각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김판석이 엮어 들어가면 이 대학의 괘 많은 윗대가리들이 엮여 들어간다는 것이다.
꽤나 피바람이 불 것이 예상되었다.
특히 총장과 부총장은 김판석이 여자를. 여학생들을 대주었으니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 폰이 울렸다.
나는 폰을 꺼내 확인했다.
[ 노예 년 ]
이가인 이었다.
"무슨 일이야?"
[ 주, 주인님! 제가 아까 총장 폰을 확인헀거든요? ]
나는 가인을 총장과 부총장에게 보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혹시 그들에게서 뭔가 변수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응. 그런데?"
[ 그런데, 여기에 김판석과 문자한 내용이 있어요! ]
나는 순간 놀랬다.
정말로 김판석이 한국에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에 놀랐다.
"그런데?"
[ 그런데 총장을 협박한 것 같아요. 무슨 배를 마련해 달라고 하던데요? ]
"한국을 뜨러하나?"
[ 그런것 같아요! ]
그리고 나는 순간 그녀가 이렇게 전화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을 뜰 생각이었다면 일본에서 구지 이곳까지 들어올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럼 녀석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순간적으로 나는 녀석이 노리는 것이 김홍진과 이동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호구 선생님께도 복수하고 싶었겠지만 그건 힘들테고, 그러니 자신을 버리고 간. 두 녀석에게 복수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김홍진은 집에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도 노리는 것은 이동구일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가인에게 전화를 끊으리고 말했다.
그리고 김철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 역시 차에 올라탔다.
김철에게 상황을 설명한 나 역시 그 오피스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민구에게 그리고,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6/ 민구 시점
나는 순순히 전기충격기를 땅에 던졌다.
어쩔 수 없었다.
내 눈에는 다솜양의 목에 들이댄 칼날이 너무나 날카롭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었다.
"킥킥킥."
녀석이 웃는다. 기분 나쁜 웃음이다.
평소에도 기분 나쁜 웃음이었지만, 지금은 뭐랄까? 광기 같은 것이 보이는 웃음이다.
"킥킥킥. 그래 천천히 뒤로 물러서 이 새끼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김판석은 자신의 품안의 다솜양을 바라보면서 웃는다.
"킥킥킥. 내가 이 빨통을 얼마나 빨고 싶었는데. 킥킥킥. 그러고 보니 수빈이 고년도 참 맛나게 생겼는데... 씨발 그때 그 문신년이 아니라 수빈이 그년을 따먹어야 했어."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다솜의 가슴을 꽉 움켜 잡는다.
"크윽!"
아픈지 다솜이 신음을 내뱉는다.
"씨발놈이!"
내가 순간 놀라서 외쳤지만, 당연하게도 움직이지는 못한다.
"물러서 새끼야!"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물러선다.
"자, 그리고 천천히 뒤로 돌아. 창문쪽으로 말야."
나는 순순히 뒤로 돈다.
젠장. 그리고 녀석은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가 떨어트린 전기충격기를 들어올린다,
그걸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그 전에 칼로 다솜양의 다리를 묶고 있던 줄을 푼다.
"팔 위로 올려."
나는 팔을 위로 올린다.
착잡한. 개같은 심정이다.
이동구를 간신히 처리하니 이번에는 김판석이라니!
그때 내 눈에 창문에 비친 녀석이 보인다.
여전히 다솜양을 끌어 안고 웃고 있는 녀석.
녀석이 미소지으며 다가온다.
그리고 순간, 나의 눈에 피친 그림자.
창문에 비친 김판석 뒤로 수진양이 일어난다.
그녀는 아까 내가 들고왔던 막대기를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김판석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김판석은 전기 충격기를 들고 나에게 다가오느라 칼을 왼손에 잡고 있었는데, 그 손은 다솜양의 목을 감싸고 있었고,
그래서 칼은 반대방향이었다.
"내가 생각해 보니까. 킥킥킥. 널 묶어놓고 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이동구도 그렇게 한 것 같은데. 킥킥킥. 똑같은 상황이 되면 얼마나- 큭!"
순간 내가 뒤로 돌아 녀석의 전기충격기를 쳐낸다.
"씨발!"
녀석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뒤에서 수진양이 봉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때린다.
퍽!
"크악!"
녀석이 쓰러진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다솜양을 빼내고 내 뒤로 숨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김판석이 비명과 같은 괴성을 지른다.
"크아아아악! 씨발새끼들이!"
녀석이 그렇게 외치며 칼을 휘두른다.
순간, 녀석의 칼이 수진양의 어깨에 박힌다.
"까아아아악!"
다솜양이 비명을 지르고, 수진양이 피를 흘리며 기절한다.
그리고 나는 순간,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의자를 녀석에게 던졌다.
"이 미친새끼가!"
내가 던진 의자를 맞고 녀석이 주춤하는 사이, 나는 다솜양을 이끌고 녀석을 피했다.
"씨발새끼가!"
녀석은 나를 따라온다.
두려웠다. 녀석의 눈은 피를 한번 보더니 정상이 아니었다.
김판석이 날 따라온다.
나는 다솜양을 현관문 쪽으로 보내고 외쳤다.
"문 열고 밖에 도움 청해요!"
그리고 나는 현관문 앞을 막고 김판석과 대치한다.
다솜양은 떨리는 지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잘 열리지 않는다.
그때 김판석이 내 위로 덮쳐온다.
"이 개새끼들!"
"씨발!"
나도 욕을 하며 몸을 숙인다.
간신히 칼을 피한다.
하지만 녀석이 순간 다리를 올려 몸을 숙인 내 얼굴에 자신의 무릎을 먹인다.
퍽!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나는 뒤로 넘어진다.
쿵!
"꺄아아악!"
그때 다솜양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그 소리에 눈을 크게 뜬다.
그때 녀석이 내 머리 위로 칼을 휘두른다.
"으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목을 비틀며 팔을 들어 올린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왼손에 칼이 박힌다.
"크아아악!"
나는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최대한 힘을 주며 칼이 빠지지 않게 한다.
"이 씨발 새끼가!"
김판석이 칼을 빼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게 여의치 않차 내 머리쪽으로 힘을 준다.
내 눈에 칼이 박힐 것 같다.
그때 문이 열린다.
그리고 다솜양이 외친다.
"도,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저 씨발년이!"
나에게 신경쓰던 김판석은 다솜양에게 달려들으려 한다. 나는 오른 손을 뻗어 녀석의 바지끄댕이를 잡는다.
쿵!
녀석이 넘어진다.
"이런 씨발새끼가!"
녀석이 내 얼굴을 걷어 찬다.
"그래 씨발 너부터 죽어! 이 개새끼야! 죽어! 죽어! 죽어!"
녀석이 내 얼굴을 마구 걷어 차지만, 난 바지를 잡고 놓치 않는다.
점점 의식이 멀어진다.
그리고 그때-
"죽어! 죽어! 주- 쿨럭!"
김판석이 바닥을 구른다.
나는 힘 없이 고개를 위로 든다.
거기에는 땀에 흥건하게 젖은 김철이라는 청년이 보였다.
"하아- 하아- 살아 있습니까?"
그가 나에게 묻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 애..."
발음이 샌다. 이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아가씨. 119에 전화해 주십시오. 경찰은 아직 안됩니다."
김철이 그렇게 말하며 전화기를 뒤에 있던 다솜양에게 건냈다.
다솜양은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씨발 넌 또 뭐야?!"
김판석이 외친다.
김철은 그런 김판석을 바라보다가 다시 다솜양에게 말한다.
"아직 경찰은 절대 안됩니다. 아셨죠?"
다솜양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김판석이 달려들었지만, 김철은 여유롭게 피하고 녀석의 배에 무릎을 먹인다.
"쿨럭!"
김판석이 바닥을 구른다.
"119가 올때까지 약 10분쯤 되겠지. 그 동안 넌 반쯤 뒤져봐라. 이 호로새끼야."
김철은 그렇게 말하며 김판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의식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