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56화 (56/464)

# 56

56화 돌발 변수 (7)

예상과 달리 히로히토까지 참석한 판이 벌어지자 야마모토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서, 연합함대의 주공은 하와이를 노리며 조공은 인도를 노리게 될 것입니다.”

“장대하군.”

야마모토의 설명을 들은 히로히토의 감상은 간결했다. 히로히토의 평가에 야마모토는 희색이 만면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칭찬이 아닐세.”

히로히토의 냉담한 말에 야마모토는 그대로 굳어 버렸고, 야마모토 파벌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그런 그들의 귀로 히로히토의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합함대의 한쪽은 인도로 가고, 다른 한쪽은 하와이로 가면 일본 본토는 누가 지키는 것인가 ”

“충분한 전력을 예비해서….”

“남태평양에 전개된 전력들의 보충은 어떻게 할 것이지 ”

“그것도 대비를….”

“사령장관은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고 남은 전력으로 하와이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

“…….”

“자리에 앉도록 하시오.”

히로히토의 말에 야마모토는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냉막한 얼굴로 좌중을 살피던 히로히토는 도조 히데키를 불렀다.

“총리대신.”

“예, 폐하!”

“짐이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나 ”

“무슨….”

“총리대신과 저기 앉아있는 스기야마 장군이 짐에게 뭐라 했지 중국 대륙은 1달이면 정리가 가능하고, 미국과의 전쟁은 3개월이면 정리가 가능하다고 했었지 그 때 짐이 뭐라고 말을 했었는지 기억하나 ”

“망극하옵니다.”

“짐은 그 때 1달이면 정리가 가능하다던 중국 정벌은 4년이나 지났어도 끝이 안 났는데, 그보다 더 넓은 태평양을 무슨 확신이 있어 3개월 안에 평정이 가능하냐고 물었었다. 그 때 총리대신과 스기야마 장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야마모토 장관.”

“예, 폐하!”

“장관이 고노에 장관에게 그랬다지 ‘개전 이후 6개월에서 1년은 날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짐은 정전에서 폭탄을 맞았네. 할 말이 있는가 ”

“망극하옵니다. 폐하.”

히로히토의 어조는 매우 평온했기에 파괴력은 더욱 강력했다. 히로히토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회의실에 앉아있는 장성들의 목은 점점 움츠러들어 갔다.

“야마모토 사령장관, 장관이 짐에게 보내는 보고서에는 승전만이 가득한데 어째서 짐은 미국의 폭탄을 맞아야 했나 총리대신도 마찬가지. 육군이 보낸 보고서에는 중국에서 쾌조의 진격이란 말이 가득한데 어째서 중국은 항복하지 않는 것인가 ”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미국이 짐에게 강화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짐이 미국에게 강화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폐하!”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폐하!”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

“전력을 다해 하와이를 공략하겠습니다!”

야마모토의 대답에 히로히토는 고개를 저었다.

“장관 덕에 짐은 또 폭탄을 맞게 되겠군 ”

“신주(神州)를 지킬 전력은 충분히 남겨 놓겠습니다!”

야아모토의 대답에 히로히토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관은 짐이 바보로 보이나 짐이 아무리 황궁 안에만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네. 저 하와이가 연합함대의 일부만 가지고 공략이 될 곳인가 ”

“야마토 혼으로 필승을….”

“그만!”

히로히토의 일갈에 야마모토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 기습으로 이미 한번 당한 미군이 다시금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럴 것 같았으면 지난 기습에서 점령을 했었어야지! 장관도 자신이 없었기에 기습타격을 마치고 바로 회군을 시킨 것 아닌가!”

“망, 망극하옵니다.”

히로히토의 거듭된 추궁에 야마모토는 망극하다는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야마모토의 입을 닫아 버린 히로히토는 회의실에 앉아있는 장군들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다.

“짐 역시 군사교육을 받았기에 이대로 있으면 필패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박에 가까운 작전은 절대 불허한다!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하도록!”

히로히토의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실 안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왜 아무도 말이 없지 짐의 장군들은 죄다 벙어리들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죄다 생각이 없는 바보들만 있는 것인가 ”

“망극하옵니다.”

“망극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의견을 말하라!”

히로히토가 격한 어조로 질책을 했지만 쉽사리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前) 4함대 지휘관으로서 뒤쪽에 앉아있던 시게요시는 이를 악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밖에 기회는 없다! 이판사판이다!’

결심을 한 시게요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臣), 시게요시. 천황폐하께 상주하겠습니다!”

“말하시오. 이노우에 장군.”

“조공이었던 인도 공략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조공이 아닌 주공으로 말입니다.”

“인도 공략 ”

히로히토가 관심을 보이자 육군 장성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대의사를 개진했다.

“인도 공략은 무리입니다!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공략을 할 육군 병력이 없습니다!”

“육군 병력 문제라면 대안이 있습니다! 포로로 잡혀있는 인도인들을 이용하면 됩니다!”

시게요시의 대답에 히로히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령을 내렸다.

“설명해 보도록.”

시게요시의 계획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짜여있었다.

-남방 전선은 현상황을 유지한다.

-연합함대의 항모 전력의 1/2, 기타 전력의 1/3을 공략에 동원한다. 인도에 상륙할 육군 전력은 인도인들을 중심으로 한다.

-인도를 공략한 다음 여세를 몰아 수에즈 운하까지 진출한다.

“인도인들을 쓰는 것과 인도 공략의 성공이 우리 일본에 주는 이점이 무엇인가 ”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히로히토의 물음에 시게요시는 인도 공략의 이점을 설명해 나갔다.

-인도인들을 주력으로 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1) 4만 5천이라는 대규모의 병력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2) 자신들이 살던 곳을 독립시키는 것이므로 사기의 앙양은 물론이고 지리 정보의 불리함도 피할 수 있다.

3) 인도를 해방시킨 은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차후 이어질 수에즈 공략에 필요한 병력을 쉽게 모을 수 있다.

-인도를 공략하고 수에즈 운하까지 진출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1) 수에즈 운하를 이용해 도이치, 이탈리아와의 해양 수송로 건설이 가능해진다. 이 해양 수송로를 통해 도이치의 선진 기술을 보다 빠르게, 보다 대량으로, 보다 안전하게 도입이 가능해진다.

2)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로가 만들어진다. 수에즈 운하까지 진출하게 된다는 것은 페르시아 지역의 유전지대와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손에 넣게 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육로를 이용해 인도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육로이동이 불가능하더라도 항공기의 엄호가 가능한 해안선을 따라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보르네오 지역의 유전지대에서 원유를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3) 전장의 중심이 북아프리카로 쏠리게 되면서 미국의 시선을 유럽지역으로 못박아두게 된다.

해당 지역은 미국의 제일동맹인 영국의 핵심 이권지역이다.

거기에 더불어 수에즈 운하를 손에 넣게 되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보급라인이 아프리카를 우회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초과되는 시간 소모는 영국의 전쟁수행능력을 크게 저해하게 되며, 영국은 더욱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미국의 중심추는 유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4) 중국의 전력이 약화된다. 미국의 중국 보급선은 인도에서 시작한다. 인도를 상실하게 되면 중국의 장개석은 미국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지고 이는 중국군의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

“흐음….”

시게요시의 설명을 들은 히로히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히로히토는 손을 들어 테이블을 내리쳤다.

“좋소! 아주 좋아! 짐은 시게요시 장군의 작전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히로히토의 물음에 장군들은 육해군을 망론하고 모두 침묵을 지켰다. 무언의 반대를 접한 히로히토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고함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말을 하라! 아니면 짐의 의견에 찬성을 한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황군에 너희들 같은 무용한 인간들은 필요가 없다! 당장 계급장을 반납하고 퇴역하라! 너희 같은 무용한 놈들 때문에 짐과 황태자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망극하옵니다!”

히로히토의 질타에 장군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망극하옵니다.’를 연발해야만 했다.

“망극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찬성이면 찬성을, 거부라면 거부하는 이유를 말하라!”

“…….”

히로히토의 말에 장군들은 또 다시 합죽이가 되었다.

육군으로서는 이미 병력부족 문제에 대한 대안이 나온 상황이었고, 해군으로서는 히로히토에게 찍혀 썩은 동아줄이 되어버린 야마모토지만 대놓고 나섰다가 나중에 당할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해군 장성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臣) 야마구치 다몬! 시게요시 제독의 작전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허하신다면 소장이 인도 공략에 나서는 항모전단의 지휘를 맡고 싶습니다!”

다몬의 외침에 히로히토와 시게요시의 얼굴이 밝아졌다.

“야마구치 장군이 나선다면 짐에게는 천군만마와도 같도다! 허한다!”

히로히토의 입에서 ‘허한다!’라는 말이 나오자 야마모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끝났군….’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어지는 히로히토의 말은 더욱 매서워졌다.

“이 자리에서 짐의 칙명을 내리노라!”

히로히토의 말에 회의실 안에 장군들은 모두 자리에서 기립했다. 그들의 귀로 히로히토의 칙명이 들려왔다.

“짐이 명하노니 이노우에 장군에게 인도 공략에 관한 전권을 내리노라! 이노우에 장군은 인도 공략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라! 또한 육군과 해군의 모든 지휘관들은 이노우에 장군에게 적극 협력할 것! 이는 짐의 명령이다! 만약 불응하거나 협조에 태만할 경우, 이노우에 장군은 즉시 짐에게 보고하라! 짐은 그 죄를 물을 것이다!”

“신 이노우에, 황명을 받자옵니다!”

“칙서는 황궁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작성해 보내주겠다. 짐은 자네와 야마구치 장군을 믿겠다.”

“황공하옵니다!”

“황공하옵니다!”

이노우에와 야마구치는 희열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    *    *

폭풍과도 같았던 대본영 회의가 끝나고, 야마모토의 파벌들은 야마모토의 집무실에 모여들었다.

“일이 참 재미있게 되었군.”

씁쓸한 미소와 함께 야마모토가 중얼거리자 모여 있던 파벌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속하던 겐다 미노루가 분통을 터뜨렸다.

“폐하께서 나설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관례를 무시하는 일입니다! 폐하의 월권입니다!”

겐다 미노루가 봇물을 트자 히로히토에 대한 불만이 홍수처럼 이어졌다.

“맞습니다! 어째서 이노우에 장군에게 친히 칙명을 내리시는 겁니까 이는 해군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칙명을 내리시려면 사령장관에게 내리셨어야 했습니다!”

“이노우에 장군도 문제지만 다몽마루, 그녀석도 문제야! 어디서 끼어드는 거야 그녀석의 눈에는 나구모 장군이나 다른 선배들이 보이지 않은 것인가 연공서열을 뭐라 생각하는 건가!”

“조용, 조용.”

야마모토가 나직한 목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하자, 집무실의 소란은 가라앉았다. 야마모토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파벌들을 바라봤다.

“어쨌거나 폐하의 칙명이 떨어진 이상, 우리는 칙명에 따라야 한다. 각자 자신의 직분을 다하도록. 오늘은 이걸로 끝내도록 하지.”

야마모토의 짧지만 단호한 축객령에 파벌들은 모두 일어서서 예를 취하고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부관까지 내보낸 야마모토는 위스키가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집무실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노우에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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