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54화 (54/464)

# 54

54화 돌발 변수 (5)

정 수석차관이 했던 말처럼 미국 군부와 9전단의 지휘부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든 것은 일본이었다.

“이 자식들이 왜 안 움직이는 거지 ”

실제 역사에서는 일본군은 둘리틀 폭격에 대한 보복과 미국 태평양 함대의 전력을 완전히 소모시킬 목적으로 미드웨이 전투를 준비하고 벌였어야 했다.

하지만 6월이 지나 7월의 중순이 지나가도록 일본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9전단이 알려준 것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의 모습에 정보부 내부에서는 9전단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치들이 잘못된 정보를 준 것 아냐 ”

“그렇게 해서 저들에게 가는 이득이 뭔데 ”

“하지만 저치들이 했던 말과 전혀 다른 상황이잖아.”

“'Tokyo Hot'이 벌어졌던 때와 5월 중순까지는 저들의 말이 거의 다 맞아떨어졌잖아. 이건 일본 내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거야.”

“그건 그렇지만….”

미군 정보부 내에서 실무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격론은 니미츠 제독과 어니스트 킹 제독이 자리한 회의실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9전단이 예견한 정보는 하나도 맞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5월 25일까지 감청한 일본군의 통신 내용과 9전단이 알려준 내용을 비교하면 거의 오차가 없습니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일본 해군 내부에 무엇인가 변수가 발생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9전단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레드먼 대령과 옹호하는 로슈포르 중령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고, 니미츠와 킹 제독은 고심에 가득 찬 얼굴로 둘의 논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둘 사이가 앙숙이라지만….”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두 사람의 논쟁을 보다 못한 킹 제독이 고함을 질렀다.

“그만! 두 사람 다 그만하도록!”

킹 제독의 고함에 레드먼 대령과 로슈포르 중령은 입을 다물고 서로를 노려봤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내쉰 킹 제독은 니미츠 제독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고 제독을 만나 봐야겠어. 어떻게 생각하나 ”

“동감입니다. LA로 가시겠습니까 ”

반색을 하면서 바로 일어서는 니미츠 제독의 모습에 킹 제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그 장난감이 그렇게 마음에 드나 ”

“아주 마음에 듭니다.”

*    *    *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오, 제독.”

“오랜만입니다, 이쪽으로.”

LA해군부두에 마련된 한국해군 사령부 입구에서 킹 제독과 니미츠 제독을 맞이한 고 제독은 곧장 한반도로 두 제독을 안내했다.

참모진들이 단정에 타는 모습을 바라보던 킹 제독은 부두를 바라보고는 니미츠 제독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태평양함대 사령부 건물이 한국해군 사령부 바로 옆 건물이로군 하와이에서 아주 이사를 온 건가 ”

“뭐, 그렇게 됐습니다.”

니미츠 제독의 대답에 킹 제독은 고 제독을 돌아보며 농을 건넸다.

“니미츠 제독이 고 제독의 장난감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오. 뺏기지 않게 고심하시게.”

“그래서 열심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안 지켜도 되는데….”

“하하하!”

“하하….”

가벼운 농담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고 제독은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댁도 내 상황이 되어 보라지! 한반도가 9전단 기함인지, 미 태평양 함대 기함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    *    *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통합 작전센터에 들어서면서 싹 가라앉았다. 킹 제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내 들었다.

“고 제독.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지금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일세. 자네들이 준 그 일본의 활동 예측 보고서와 현재상황이 거의 맞지가 않아.”

“저희들도 그 문제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저희 참모부의 의견은 ‘나비효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

‘나비효과’가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니미츠 제독과 킹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 고 제독은 그 효과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자화자찬 같지만 지난 도쿄 공습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때 저희들이 21세기에 배웠던 것 이상으로 일본의 고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야마모토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더욱 큰 것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제독. 제독은 잽들이 생각하는 더욱 큰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미드웨이보다 더욱 큰 목표. 우리 해군은하와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와이라….”

고 제독이 하와이를 언급하자 니미츠와 킹 제독은 하와이를 읊조리며 생각에 잠겼다. 고 제독의 대답을 들은 미 해군의 참모들은 격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마모토라면 하와이도 가능합니다!”

“기습으로 재미를 봤다지만 잽들도 하와이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다시 도박을 할 멍청이들이 아닙니다!”

“또 다시 기습을 할 가능성이 높아!”

“전쟁은 도박이 아닙니다!”

참모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니미츠 제독이 고 제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의 장난감은 뭐라고 대답하던가 ”

“지난 번 오셨을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자료부족’입니다.”

“응 ”

고 제독의 대답에 킹 제독은 니미츠 제독을 돌아봤고, 니미츠 제독은 참모들을 노려봤다.

“내가 감청 자료들을 넘겨주라고 한 명령 잊었나 ”

“아, 아닙니다. 단지 아직 저희들도 해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독을 못해 로슈포르 중령!”

니미츠 제독에게 지목을 당한 로슈포르 중령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했다.

“일단 해, 해독은 했습니다. 단지 이게 상례를 벗어났던 지라… 정확한 해독이 맞는지 검토 중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일본 해군이 암호 체계를 바꿨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제독님이 워싱턴으로 킹 제독님을 만나러 가신 날부터 암호가 바뀌었습니다.”

“그게 무슨!”

작전 통제 센터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로슈포르 중령이 설명을 이어 갔다.

“통신문 자체는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해독을 하면 문장이 완성은 됩니다. 하지만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려서 이전까지 일본군은 공격 장소에 A로 시작하는 코드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암호문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보냈는데 그러나 ”

“잠깐 읽어드리겠습니다.”

로슈포르 중령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내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산조가 신카에서 채비를 하고 있다. 느림보 학카이는 여느 때처럼 느리다. 샤고조우… 이 부분은 해석이 안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세이텐타이세이가 사만 오천의 원숭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 다음은 아직 해석이 안되었습니다.”

“제대로 해석이 되긴 한 것인가 해독문이 아니라 암호문이 말이야.”

“암호문은 제대로 해석이 된 것이 맞습니다.”

“허….”

“거 참….”

로슈포르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이 새로 날린 암호문은 해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잡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이거 로슈포르의 잘못은 아니군.”

로슈포르의 앙숙인 레몬드 대령이 내린 결과에 참모들이 하나둘씩 불평을 늘어놓았다.

“도대체가 이런 식으로 암호를 보내는 나라가 어디 있어 ”

“통신은 간결함이 생명이란 것을 모르는 건가 ”

참모들의 불평이 가득한 가운데 킹 제독과 니미츠 제독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비를 할 수가 없어.”

“동감입니다. 아직까지 전력이 회복된 것이 아닌데 큰일입니다.”

“잠수함들을 동원해야 하나 ”

“일본 본토로 접근해야 하는데 위험이 큽니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듣고만 있던 통제실 요원 가운데 한 명이 고 제독을 불렀다.

“저… 제독님.”

“무슨 일인가. 상사 ”

“저 문장. 서유기로 생각됩니다.”

“서유기 ”

“아!”

상사가 서유기를 언급하자 통제실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한층 밝아진 안색을 한 고 제독이 상사를 채근했다.

“설명을 해보도록.”

“알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일본 영상 가운데 서유기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삼장법사를 산조로, 저팔계를 학카이, 사오정을 샤고조우로 불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이텐타이세이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어지는 문장으로 생각하면 손오공이 확실합니다.”

상사의 대답은 통역장교를 통해 실시간으로 킹 제독과 니미츠 제독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밥값을 하게 된 통역장교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미 해군 장교들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상사의 설명을 들은 고 제독의 얼굴에는 일희일비가 가득했다.

“대충 일본군의 암호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만 일본군이 어디를 노리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 아닌가 ”

“서유기니까 인도 아니겠습니까 ”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

고 제독의 지적에 함장 강 대령이 나섰다.

“우리는 같은 아시아권이니까 쉽게 알아챈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쪽 보십시오. 미국인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이지 않습니까 ”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노골적이야.”

“신카라는 단어를 보면 인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 제독이 고개를 젓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쪽에 앉아있던 대위가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신카가 왜 ”

“제가 예전에 싱가포르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사용한 싱가포르 달러 화폐에는 자신들의 국명을 한자로 신가파로 표기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으니 증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갖고 와 보게.”

고 제독의 명령에 대위는 지갑에서 10싱가포르 달러 지폐를 꺼내 고 제독에게 내밀었다. 달러를 확인한 고 제독과 강 대령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10 싱가포르 달러에는 ‘신가파(新加坡)’라는 한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작전통제센터는 졸지에 난상토론의 장이 되어버렸다.

“만약 신카가 싱가포르라면 4만 5천의 원숭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싱가포르에서 포로로 잡힌 영국군 소속 인도군일 것입니다.”

“세이텐타이세이는 그럼 뭐지 ”

“손오공 아닐까요 ”

“예전에 봤던 애니에서 손오공은 손고쿠라고 불렸습니다. 저런 복잡한 이름이 아닙니다.”

“혹시 제천대성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

“제천대성 흐음… 제천대성이라고 불리만한 이가 있을까 ”

고 제독의 물음에 가장 먼저 서유기라는 답을 내놓았던 상사가 다시 답을 내놓았다.

“있습니다! 찬드라 보세입니다!”

“찬드라 보세 ”

“인도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무장독립운동을 주장했던 이입니다!”

“그렇군….”

고개를 주억거리던 고 제독은 니미츠 제독과 킹 제독을 돌아봤다.

“통역을 통해 들으셨으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퍼즐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만 ”

고 제독의 물음에 니미츠 제독은 킹 제독을 돌아봤다.

“저도 퍼즐은 맞춰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십니까 ”

“나도 그런 것 같군….”

킹 제독이 동의를 하자 니미츠 제독은 고 제독을 돌아봤다.

“만약 일본이 인도를 공략한다면 그들의 최종목적지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

니미츠 제독의 물음에 고 제독은 강 대령을 돌아봤다.

“수에즈 ”

“수에즈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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