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47화 육군 재건 (6)
‘새로운 대한민국 육군 만들기’의 진행과정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은 ‘차량화’였다.
“차량화라… 솔직히 우리 미군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부분인데… 내 솔직히 말하지요. 최대한 지원을 하고 싶지만 지원이 쉽지가 않아요. 하프트랙 같은 것은 우리도 배치하기 바쁜 차종이라서 말이지요.”
트루먼의 대답에 정 수석팀장은 웃으며 화답했다.
“대한민국 정부나 대한민국 육군 역시 무리하게 요구를 할 의향은 없습니다. 하프트랙 말고 트럭들만 지원해주셔도 충분합니다.”
“트럭들만 지원해줘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
“예, 다만… 통신장비들은 좀 많이 필요한데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긍정적으로 검토하지요.”
“감사합니다.”
트루먼의 대답을 들은 정 수석팀장은 만족한 얼굴로 트루먼과 악수를 나누었다.
한편, 트루먼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온 정 수석팀장은 벌레와 빨갱이를 닦달했다.
“정말 가능한 것이지 ”
“거 참! 우리 본업이 PMC였던 것 잊었냐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SUV와 트럭에 용접질 해서 잘만 써먹었다!”
“잘못되면 예정에도 없던 쌩돈이 나간단 말이다!”
“아, 썅! 도씨 어르신도 걱정 말라고 했잖냐!”
* * *
“트럭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
“그렇습니다.”
“흐음….”
보고를 받은 마셜 장군은 콧소리를 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군복부터 시작해 한국군이 만들어낸 장비들-특히나 방탄조끼와 군화-은 미군 관계자들에게 ‘신의 계시’라고 불리고 있었다.
한국군이 만들어낸 장비들을 살피며 미군은 ROC를 대폭적으로 바꾸고 있었고 많은 장비개발 업체들과 발명가들은 자신들의 개발 방향을 바꿔 나가고 있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비난이나 불평을 해대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특허 취득과 로열티 요구를 몰염치하다며 비난하고 있었다.
“우리의 특허와 로열티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우리가 특허를 취한 부분을 보라. 이것은 우리의 경험의 산물이다! 왜 우리가 M320과 K4, M2QCB 등의 특허를 등록하지 않았는가를 살피기 바란다. 이는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우리가 몰염치한 것인가 ”
비난에 대한 정 수석팀장의 반론에 미 정가와 군부, 산업계는 정 수석팀장의 발언이 옳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결국, 한국을 비난하는 의견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저간의 사정을 생각해보던 마셜 장군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지원을 해주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 트럭에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살펴봐. 순정 상태로 쓸 인간들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마셜 장군의 명령을 받은 장교는 바로 부하들에게 장군의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올라온 보고를 받은 마셜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 * *
한국 정부가 원한 것은 WC3 0.5톤 트럭과 CCKW 2.5톤 트럭-정확히는 엔진을 비롯한 구동장치와 조향장치만 설치된 차대-이었다. 차량을 지원한 미국 정부는 트럭들의 개조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참고용 차량을 지원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한국군의 개조 차량들이 도착하자마자 마셜 장군은 물론이고, 트루먼까지 차량을 구경하기 위해 사무실을 벗어나 메릴랜드 주 애버딘 육군 시험장으로 향했다.
마셜 장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WC3 0.5톤 트럭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봤던 K151과 닮았군. 방탄인가 ”
“예. 장군님. 30-06까지는 확실하게 막아냈습니다.”
“무게는 얼마나 추가 되었나 ”
“약 573 파운드(260kg)입니다. 장갑재와 내부시설 포함입니다.”
“내부시설 ”
궁금해진 마셜 장군은 두툼한 문짝을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의자가 특이해졌군 이유가 있나 ”
“추돌을 시작으로 사고가 있을 경우 경추를 보호할 목적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모든 좌석에 안전벨트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생명을 중히 여기는군.”
“피할 수 있는 위험요소는 최대한 방지해야 불필요한 전력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그랬습니다.”
“그런가….”
답변을 들은 마셜 장군은 씁쓸한 미소를 입에 머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로지 효율인가… 참으로 차갑군. 미래의 군대라는 것은….”
0.5톤 트럭과 마찬가지로 2.5톤 CCKW트럭도 장갑화가 되어 있었다. 병기시험장의 소령은 마셜 장군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군은 이 트럭을 14명 분대 단위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CCKW는 조금 무리하면 소대까지 태울 수 있지 않나 ”
“장갑재의 장착으로 하중이 늘었고, 탄약을 비롯한 보급품의 탑재를 생각하면 분대단위가 최적이라고 했습니다.”
“흐음….”
소령의 보고를 들으며 CCKW장갑트럭의 뒷면으로 향한 마셜 장군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부 해치에 탑승용 계단이 달려 있군. 그런데 개폐는 줄로 하는 건가 ”
“그 부분에 동력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고 했습니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한국군이 개조한 차량들-가장 기본적인 장갑차량부터 105mm야포 탑재형, 통신 중계 차량까지-의 면면을 살핀 마셜 장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군은 왜 이런 개조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거지 아니지. 생각을 안 한 건가 ”
자국군을 향한 마셜 장군의 냉혹한 평가에 트루먼 의원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셜 장군은 뒤따라온 장성들을 노려보며 명령을 내렸다.
“최전선에 투입될 부대에 보급할 하프트랙들이 아직도 모자라다는 보고서가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저 장갑차량들의 성능이라면 빈틈을 충분히 메울 것 같은데… 연구해봐!”
“알겠습니다!”
부하 장성들에게 명령을 내린 마셜 장군은 트루먼 의원을 돌아봤다.
“누가 누구한테 렌드리스를 하는지 모르겠소.”
“동감입니다.”
트루먼도 동감한 듯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미래에서 왔다지만 저 한국의 군인들은 참으로 대단한 물건들을 척척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분통이 터지는 일은 자신들은 모르는 기술이나 지식을 동원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알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알고 있는 기술을 동원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허를 찌른 물건 가운데 백미가 저 ‘Armor vest'였다. 자신들도 예전부터 연구를 해왔지만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물건들만 나오는 터에 포기를 하고 있었던 장비였다. 하지만 한국군은 유리섬유에 합성수지, 그리고 철판을 가지고 간단하게 만들어 버렸다.
“자, 볼 건 다 본 것 같은데 돌아갑시다.”
그런 착잡한 감정 속에 마셜 장군이 돌아갈 채비를 하자 애버딘의 소령이 마셜 장군을 붙잡았다.
“저, 하나 더 보실 것이 있습니다.”
“차량은 다 본 것 같은데 ”
“차량이 아니라 총기입니다. 한국군은 ‘미니건’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동력화(Motorized) 개틀링'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개틀링 개틀링이라면 그 ‘개틀링’ ”
“그렇습니다.”
“한번 보도록 하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마셜 장군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개틀링이라면 자기가 막 군인으로 출발했을 때에도 이미 박물관에나 들어가 있던 놈이었다.
개틀링을 장착한 WC3 장갑트럭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셜 장군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석에 설치한 기관총 마운트 장비가 무척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궁금했는데 저것 때문이었군.”
“사격하겠습니다!”
“시작하게.”
마셜 장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령은 개틀링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눌렀다.
부아악!
익숙한 기관총의 사격음이 아닌 마치 천을 찢는 것과 같은 소음과 함께 50야드 정도 떨어진 모래벽에 자리한 폐차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차라락.
한 1분 정도 지났을까 모터와 개틀링을 연결한 체인이 돌아가는 소음만 나자, 손잡이에서 손을 뗀 소령이 마셜 장군을 돌아봤다.
“어떻습니까 ”
“대단하군. 몇 발이나 쏜 것인가 ”
“1200발을 쐈습니다. 한국군은 분당 1500발을 쏠 수 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그 이상의 발사속도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당 1500… 엄청나기는 한데, 꼭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 가는군.”
마셜 장군은 별로 구미가 당기는 얼굴이 아니었다.
분당 1500발의 발사속도면 분명 위력적인 총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0.5톤 트럭에 장착한 것을 보듯이 차량 탑재가 필수인 무기였다. 모든 전장에서 차량이 함께 할 수 없는 전투가 더욱 흔할 것이 빤한 상황에서 저 개틀링의 존재 가치는 의문이었다. 빠른 발사속도를 이용한 화력이라면 기관총 두정을 분대마다 배치시키면 될 일이었다.
결국, 잠시 손익계산을 하던 마셜이 결론을 내렸다.
“훗! 한국군도 실수를 할 때가 다 있군. 소령!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하지만, 미군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면서 올라온 보고서를 본 마셜 장군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 * *
비슷한 이야기는 한국군 내에서도 나돌았다. 1942년 지금 가장 쓸 만한 모터를 구한다음 KAI 설계팀의 도움을 받고, 멜빈 존슨의 공장에서 만들어낸 시제품들의 시연이 끝난 다음이었다.
“솔직히 미니건의 화력이 특출하기는 하지만, 공격 쪽보다 방어 쪽에 특화된 무기 아닌가 ”
고 제독의 가혹한 평가에 벌레가 나서서 반론을 폈다.
“저 압도적인 발사속도를 이용한 화력은 공격과 방어, 모든 면에서 아군에게 이득을 줍니다.”
“영화 덕을 많이 본 무기라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일세.”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독님이 보셨던 21세기 국군에는 흔하지 않은 무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 군에 꼭 필요한 것인가 ”
“우리가 겪었던 ‘발로 걷는’ 병력 지향의 국군이라면 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화력과 기동력 중심’의 국군이라면 꼭 필요합니다.”
“그런가….”
“특히나, 앞으로 상대할 주적인 일본군과 또다시 부딪칠 수 있는 중국군이라면 최적의 무기입니다.”
결국, 미니건은 한국군에 제식 채용되었다. 그 후, 실전에서 미니 건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미니건이 만들어 낸 총탄의 벽은 돌격해 들어갈 때는 적들이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만들어버렸고, 방어를 할 때에는 ‘영혼만이 저 벽을 넘을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2차 대전에서 미니 건이 얻은 별명은 ‘여리고의 성벽(Wall of Jericho)'였다.
* * *
광복군이 미국에 도착하자, 필코 세이프티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육군 교도대대’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벌레와 빨갱이는 미국에서 생산한 총기들과 장비들이 진열된 테이블 앞에서 광복군들을 맞이했다.
“앞으로 사용하실 총기들과 장비들입니다.”
K1라이플과 카빈, 그리고 M60E6를 비롯한 총기들과 방탄조끼와 같은 장비들을 살피던 광복군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장비들을 그 때 가지고 있었으면 동지들을 그렇게 잃지 않았을 터인데….”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과 함께 광복군들은 총기들과 장비들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권총까지도 기본으로 보급하는 건가 ”
“백병전 대비입니다. ‘백병전에서는 총알 남은 놈이 승자다.’라는 말도 있듯이 가뜩이나 병력도 적은데 손실을 줄일 방법은 권총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말일세. 꼭 콜트를 써야만 하나 ”
벌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광복군 장교 한명이 질문을 던졌다.
“다른 총기를 쓰시고 싶으십니까 ”
“내가 만주에서부터 쓰던 싸창이 있어서 말일세. 오래 써서 그런지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구먼 ”
“싸창 그런 권총이 있었습니까 ”
“잠시 기다리게!”
잠시 후, 문제의 장교는 자신의 트렁크에서 가져온 권총을 벌레와 빨갱이에게 보여줬다. 문제의 싸창은 마우저C96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권총을 보게 된 벌레와 빨갱이는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장교들 권총은 그냥 ‘입맛대로 쓰세요.’해도 될 것 같지 않냐 ”
“보급은 어떻게 하고 노안 새끼가 쌩돈 나간다고 난리칠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장교들 권총탄은 그냥 자기네 월급에서 사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
잠시 갑론을박을 하던 벌레와 빨갱이는 광복군 장교에게 돌아와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보고는 올리겠지만, 저희들 생각은 그냥 사용하셔도 무방하실 것 같습니다. 단, 그 총에 맞는 탄은 자비로 구입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옌시산 군벌 쪽에서 구한 것이라 저 콜트하고 같은 탄을 쓰네만 그래도 자비로 구매해야 하나 ”
“아뇨! 그럼 상관없습니다. 그냥 쓰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