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6화 곡예사의 줄타기 (2)
“이것들아! 조심 안 하지 ”
쉬차완 3급 군사장의 목소리에 통제기기를 조작하던 병사들이 움찔하며 눈치를 살폈다. 쉬차완은 쉬지 않고 병사들을 다그쳤다.
“내가 몇 번을 말해! 이놈은 네놈들 가랑이 사이에 있는 물건 세우듯이 아무 때나 빨딱빨딱 세우는 물건이 아니라고 말이야!”
그가 타고 있는 TEL(탄도미사일 발사차량)에 설치된 발사장치에는 커다란 둥펑-21D 대함 탄도 미사일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었다.
쉬차완은 계속 병사들을 다그쳤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이놈이나 네놈들 물건이나 똑같아! 아무 때나 빨딱빨딱 세워서도 안 되고, 남의 인생 책임질 각오 없으면 써먹을 생각도 하지 마! 알겠냐!”
“알겠습니다!”
“쯧!”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을 했지만 쉬차완은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도 않는지 혀를 차며 TEL에서 내려왔다.
그의 부대가 배치된 곳은 하이난 성 모처에 자리한 중국 로켓군 기지였다. 그가 근무하는 기지의 주력 무기는 미국의 함대, 특히 항공모함을 목표로 하는 DF-21D로켓이었다.
기지와 무기의 특성 덕에 강도 높은 훈련이 꽤 자주 이어지고,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비상이 걸리는 곳이 그의 기지였다.
“마음에 안 들어….”
쉬차완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다.
필리핀으로 향하는 한국 해군의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지나간다는 정보가 들어오자마자 이 난리통이 벌어져 버린 것이었다. 보호 쉘터에 들어가 있던 TEL들이 모조리 밖으로 몰려나와 저렇게 발사준비를 한 채 시간만 계속해서 지나가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진 군인들은 깜냥도 안 되는 소국의 쪽배가 항공모함이랍시고 분수도 모르는 행동을 해 고생을 한다며 욕을 해댔지만 쉬차안의 속마음은 그와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고! 그 소국의 쪽배가 우리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보다 더 커! 그리고 필리핀으로 가는 가장 좋은 항로가 그곳인데 바깥으로 빙 돌아서 갈 일도 없잖아 우리들이야말로 허장성세다!’
발사대기 상태로 늘어선 TEL들을 노려보던 쉬차안은 임시식당이자 휴게실로 지정된 텐트로 들어섰다. 텐트 안의 누가 있는지 살피던 쉬차안은 인상을 확 구기며 투덜거렸다.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쉬차안이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거리게 만든 대상은 한쪽 기둥에 설치한 TV를 보며 큰 목소리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쉬차안이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거린 대상은 리쭤샹 소교로 자신이 속한 TEL의 지휘관이었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리쭤샹이 주제로 나오면 쉬차안이 하는 말은 한결 같았다.
“홍위병 같은 자식!”
아무리 인민해방군, 그것도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당성이 좋아야 한다지만, 리쭤샹은 그 정도를 넘은 극렬 공산주의자였다. 아니 ‘중화인민공화국 제일주의자.’였다. 정치나 국제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만 나오면 리쭤샹이 하는 말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공산당의 영도 아래 다시 일어난 중국은 아시아, 아니 세계맹주이며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이를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찬양이 뒤를 잇고 마지막은 항상 다음과 같이 끝이 났다.
“당이 추리고 키운 인물 가운데 못난이들은 하나도 없다. 나 역시 당이 뽑고 키워주었다. 당과 조국만이 나의 전부이며 위대한 조국과 당의 미래는 나에게 달렸다!”
궤변으로 가득한 자화자찬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리쭤샹을 보면서 쉬차안과 부하 병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쉬차안이 투덜거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쭤샹은 TV를 보면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한국의 항공모함을 향해 탄도탄을 날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 쉬차안은 탄산음료 하나를 챙겨들고 텐트를 나섰다.
“저거 언제고 큰일 낼 놈이야… 미쳐버린 홍위병 같은 자식!”
리쭤샹을 욕한 쉬차안은 남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틀만 무사히 넘기자. 이틀만….”
다음 날 아침, 야간 근무를 끝내고 잠에 든 쉬차안은 누군가가 마구 흔들어대는 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장님! 쉬차안 3급군사장님!”
“…뭐야….”
“큰일 났습니다!”
잠기운에 취해 짜증을 부리던 쉬차안은 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인데 ”
“리 소교가….”
리쭤상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쉬차안은 텐트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이 미친 작자가 또 무슨!”
자신이 속한 TEL로 달려가며 쉬차안은 따라오는 병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리 소교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데 ”
“지금 당장 탄도탄을 발사하겠다고….”
“멍청한 자식! 그게 자기 마음대로 쏠 수 있는 물….”
쿠와앙!
탄도 미사일의 발사버튼을 누르기까지 거쳐야하는 복잡한 확인절차를 떠올리며 뭐라 말을 하려던 쉬차안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미사일이 솟아오르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흰 배기연만 남기며 저 하늘 높이 사라지는 탄도탄을 멍하니 바라보던 쉬차안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내 인생도 끝장이로구나….”
“발사되었습니다.”
“그런가 일 처리는 제대로 되었겠지 ”
“예. 리쭤상은 발사 직후 기동타격대에게 사살 당했습니다. ‘미친 호전광의 착란적 이상 행동’으로 발사된 탄두는 안전지역과 고도에 도달하면 자폭시킬 겁니다.”
북경의 인민 해방군 사령부에 위치한 밀실에서 고급 장성들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로써 주석이 현실을 알게 되겠군.”
“그렇습니다. 군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겁니다.”
조용히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장성이 코웃음을 쳤다.
“흥! 토사구팽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당과 조국에 충성을 해왔는데 우리를 밀어내고 자기 계파의 애송이자식들을 밀어 넣으려고 해 어림없는 소리!”
“맞습니다!”
이곳저곳에서 호응하는 목소리들이 튀어나오는 가운데 장성은 말을 이었다.
“당부하지만 이번 ‘일침’ 작전의 성공은 발사된 탄도탄이 제대로 자폭을 해야 성공하는 것이오. 알겠소 우리는 주석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지 3차 대전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니 말이오. 알겠소 ”
“알겠습니다!”
“그럼 움직입시다. 난 주석과 통화를 해야겠소.”
‘일침’ 작전은 현 중국주석에 의해 밀려날 위기에 처한 중국 군 장성들과 그들의 파벌이 만들어 낸 작전이었다.
주석이 자신의 장기집권 체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인민해방군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다. 밀려난 인민해방군의 장교들과 병사들에게는 다른 정부기관이나 국영사업소에 자리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장교들에게 그 자리는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와 같은 것이었다. 자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갖가지 죄목으로 그들은 자리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되거나 감옥에 들어가야만 했다.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린 비주류 장성들과 고급 장교들은 공작을 폈다.
‘주석의 가장 강력한 친위세력 가운데 하나인 로켓군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중대한 군사도발을 일으킨다. 이를 가까스로 막은 군은 주석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어떻게 보면 매우 허술한 작전이었지만 비주류의 장성들은 주류의 장성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주류의 장성들 역시 언제 어디서 주석의 칼날이 자신들의 목을 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석의 눈과 귀를 모두 가린 상황에서 벌어진 가장 허술한 작전이 성공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함장님.”
“좋은 아침.”
태평양의 아침이 밝아오고, 함장실에서 함교로 올라온 강 대령은 승무원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별 일 없지 ”
“예.”
“여기 지난 밤 항해일지와 오늘 예정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기상예보인데 태양풍을 주의하라고 왔습니다.”
“태양풍 ”
“예. 오늘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보입니다. 함에 장비된 전자장비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고하라는 사령부 전문입니다.”
“흐음….”
항해장교가 내미는 보고서를 건네받은 강 대령이 막 보고서를 받아든 순간 통신 장교가 함교로 뛰어 들어왔고, 인터콤이 미친 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함장님, 큰일입니다! 중국이 미사일을 쐈습니다!”
“뭐 ”
통신 장교의 말에 강 대령은 놀라 일어섰고, 대신 전화를 받은 부장 이 중령이 함장을 돌아봤다.
“전탐실 보고입니다! 레이더에 중국 탄도미사일이 감지되었답니다!”
“총원 비상! 실전이다! NBC와 EMP 방호!”
“총원비상!”
“총원비상!”
“다른 함에도 알려!”
“예, 함장님!”
요란하게 비상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한반도의 통합작전 센터에는 함장과 부장, 그리고 고 제독이 심각한 얼굴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앞으로 2분 후면 중국의 탄도탄은 최고점에 도달합니다.”
모니터를 살피던 담당 장교의 보고에 강 대령은 고 제독을 돌아봤다.
“과연 자폭을 하겠습니까 ”
“귀관의 생각은 ”
“자폭을 시킬 의향이 있었다면 이미 시켰을 겁니다. 있을지 모를 방사능 누출 문제로 공해 상공에서 자폭 중국이 개도 안 웃을 농담입니다.”
강 대령은 이를 박박 갈았다. 비상경보가 울린 바로 직후 중국에서 비상통신이 왔다. 중국에 의하자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착란을 일으킨 장교 하나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자폭을 시키고자 했으나 불행하게도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었다. 자국 국민들이 방사능 누출 사고를 입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탄두의 위치가 공해가 도달하면 자폭을 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 중령이 말을 덧붙였다.
“음모론을 쓰자면 성층권에서 원폭을 폭발시키고 한반도 함의 EMP방호능력을 테스트해보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장. 그건 좀 과한 것 같지 않아 ”
“중국이라면 가능합니다.”
“1분 남았습니다!”
레이더 모니터를 살피던 장교의 외침에 고 제독이 명령을 내렸다.
“레일건으로 요격하도록. 책임은 내가 진다.”
제독의 결단에 이 대령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
“레일건 1에서 4까지 모두 사격!”
“예, 함장님!”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한반도에 설치된 4문의 레일건이 모두 허공으로 포신을 들어올렸다. 레일건의 조준이 끝났다는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레일건의 방아쇠를 잡고 있던 장교들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한반도에서 발사된 레일건의 탄두들이 중국에서 발사된 둥펑 미사일의 탄두에 접촉하는 바로 그 순간, 둥펑 미사일의 탄두가 핵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태양에서 발생한 태양풍의 가장 강대한 폭풍이 그곳을 덮쳤다.
지구의 성층권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는 레일건이 만들어 낸 에너지의 길을 따라 곧장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쏟아져 들었다.
그렇게 쏟아져 내린 백색과 청색광, 그리고 스파크의 향연 속에 한반도 함과 동행하던 배들 모두 미친 듯이 출렁거렸다. 그리고 그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에 그대로 노출된 승무원들은 비명 지를 새도 없이 모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