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45화 (45/222)

0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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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륙 : 델타 제국 검찰 집행기관 』

◈ ‘태양 새’ 용병단의 검찰 조사. ※ 델타 동맹 ‘데크 에던’의 적대국 ‘아크론’의 의뢰수령문에. ※ 용병단의 소속 제국이 ‘델타’ / 외교적 문제가 야기됨.

◈ 단장 ‘노튼 프리실라’의 주도적 지휘. ※ ‘아크론’이 일으킨 ‘숲의 권한’ 전쟁에 참여. ※ 휴전 이전까지 2차례의 ‘숲의 권한’ 전장 투입.

◈ 왕실 측 외교적 대안 : ‘태양 새’ 용병단의 해체. ※ ‘노튼 프리실라’의 길드 마스터 권한 해지. ※ ‘태양 새’ 전 용병 단원 1별(달)간 델타 의뢰 수령 제한.

* * *

아이덴이 나에게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검찰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태양 새의 용병단’에 대한 내용이 적힌 종이였다.

그 내용의 활자를 읽어 내리자마자 숨이 턱하고 막히기 시작한다. 더욱 깊은 이야기가 진행될 듯싶어, 렌과 아이리스를 밖으로 내보내고는 시내를 구경하라고 말했다.

아이덴이 이에 대한 정보를 내게 제공해주는 것은 ‘프리실라’가 ‘용사의 쉼터’의 단골손님이자 나와 친목이 두터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전제국 통합정부’의 특급지정자라고 한다면, 더욱더 이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하나도 없다며 말하는 검찰 기사. 나는 아이덴을 보며 ‘당신이 그걸 어떻게?’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근래 델타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발레포르의 탑’을 공략했다는 정보가 델타 제국에 전달되었다며, 검찰기관에서 ‘아서 님의 신원 사항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어요.’라며 아이덴은 머리를 긁적였다.

문제는 ‘아서’가 아니라, 검찰기관이 내 은퇴 전의 이력이었던 사항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발레포르의 탑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특별등급지정자 : 증명배지’의 기재된 ‘진짜 이름’으로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인 듯했다.

기사에게 ‘그냥 넘어가요.’라는 말을 했지만, 이미 ‘발레포르의 탑’을 공략한 가운데 ‘이퀴시아 제국’ 측에서 공략 인원들의 조사가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정보를 타고 넘어가다 보니 ‘진짜 이름’ 뒤에는 ‘아서’라는 이름이 있었을 테고 말이다.

나는 아이덴에게 ‘아서’라는 이름은 정말 흔하디흔한 이름이니, 그게 굳이 나라는 가능성은 없다고 했으나, 델타 제국에 시민 중 ‘아서’라는 이름은 나밖에 없다고 하더라.

‘녀석이 이 이름이 가장 흔하다고 했는데. 완전 사기꾼이잖아’

그러나 검찰 측은 이를 조사하기 위하여 ‘전제국 통합정부’에 연락을 취했지만 ‘그의 조사를 불허한다.’ 더해서 ‘주요 시민’이라는 항목에서도 누락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아이덴이 ‘당신이야말로 정체가 뭡니까.’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태양 새의 용병단이 문제군요.”

“네, 아서 님에게 그래도 보여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거 정보 유출 아닌가요, 검찰 기사 실격이네요.”

“아뇨, 어차피 기관에서 현재 공고가 올라갈 예정입니다만!”

“이런, 작정하고 용병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거잖아.”

“…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연히 ‘범법’에 속하는 행위를 했으니까요.”

“국법에 그런 사항이 실재하나 보네요?”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제국 소속의 용병단은 외교적 문제를 피하라는 법률’이 있다며 아이덴은 설명했다.

길들지 않는 늑대와도 같은 용병단이 어떻게 외교적 문제를 피할 수가 있는가? 사실 완전히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었다. 엄연히 용병단도 ‘제국 조직’이 있고 ‘자유 조직’이라는 두 가지의 뿌리로 나뉘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용병단은 용병이라는 직업으로 이루어진 ‘길드’라는 것이고 ‘길드’라는 말은 곧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조합,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자유성을 갖는 것보다 제국의 소속이 되어 활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연히 어느 제국에 소속된 용병단이라고 하면 해당 제국이 용병단에게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이점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한 조직의 베네핏 또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제국이 필요로 인해 전장이나 특수의뢰를 맡기는 경우가 존재하고, 당연히 이의 적대관계의 세력과 조우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태양 새의 용병단은 델타의 동맹국인 데크 에던의 적대국인 ‘아크론’ 산하로 들어갔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프리실라가 군사력을 더한 곳이 동맹국인 ‘데크 에던’이었더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랬더라면 큰 상을 받아도 모자랐을 것.

‘그러도록, 사서 고생입니까… 단장.’

물론 지금까지 나는 프리실라가 이끄는 태양 새의 용병단이 ‘자유 조직’의 뿌리를 가진 줄로만 알고 있었다.

단지 그녀에게 아크론 산하에 들어가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일방적인 걱정 때문이었다.

아크론은 데크 에던에 비해 군사력이 상당히 부족했고, 용병단이 투입된다 한들 얼마나 큰 피해를 볼지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그 피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아크론 측에서 용병단 전원이 사망해도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 프리실라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현재 검찰 기사들을 통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 그녀의 용병단이 제국 소속이라는 말입니까.”

“네, 사실 그것도 최근 제국 측에서 포섭했던 것이죠.”

당초 프리실라는 델타 제국 외곽에 있는 마을이 망해가는 것을 보며 제국을 그렇게 사랑하는 시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제국 소속이 된다는 것은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였을 테고.

‘분명, 제국 측에서 상당한 제안을 했겠지.’

이들은 전부, 마을을 먹여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전장에 참여하는 자들이었고, 용병단의 해체는 곧 그들의 고향에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된다. 깊게 생각하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좋지 않은 표정을 짓던 중 아이덴이 말하기를… 그래도 이 정도는 다행이라며 태양 새의 용병단이 많은 공적을 쌓은 덕분에 ‘용병단의 해체’, ‘용병의 일시적 활동 중단 처리’ 정도로만 끝난 것.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제국 소속 용병단 태양 새가 아크론의 산하로 들어가 전장을 치르고,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용병단원들에게는 오탈자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부 실직자가 되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겠어요.”

“그건….”

“델타는 어째서 벽 외부에 있는 마을은 보살피지 않는 거죠.”

이런 부분을 검찰 기사 아이덴에게 아무리 따지고 물어져 봐야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아무것도 모른 채 제국을 대변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왕들에게 찾아가거나, 델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델타 3세’에게 찾아가 ‘외곽도 좀 신경 써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관 추가 사항을… 늘려야겠어.’

다름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우울증이 도져버릴, 태양 새의 용병단을 위해서라도 ‘태양 새의 용병단 : 재직까지 여관의 전 메뉴 무료.’라고 적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 * *

아이덴과 긴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기관을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기에 붉은 석양이 델타의 건물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여전히 기관 앞에서 죽을 치고 잔뜩 모여 있는 수십 명의 마법 기자들, 돗자리라도 펴고 하루를 버티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메이’도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렇게 기자들이 버티고 있다는 건, 프리실라가 조사를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기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겠고, 메이도 기자라는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메이.”

“아서 님!”

“혹시 프리실라를 기다리고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기사를 적고 싶어서요.”

“다른 기자들은요.”

“…저랑 반대인 것 같아요, 하하.”

“이런.”

‘노튼 프리실라, 반역하다.’ 이런 식의 기사를 써 내릴 것이 분명했다.

검찰기관 측에서도 인원을 내려 이들을 돌려보내려 했으나, 모아이 석상이나 골렘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기자들.

그들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뭐 어떠냐.’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눈빛은 전혀 진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볼 때 이미 뒤틀려버린 왜곡의 마안이나 마찬가지인데.

멀리서 웅장한 발걸음이 지면을 울리기 시작했고, 모두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수십 명가량의 무리가 서서히 걸어오고 있었고, 기사는 아니지만, 전투용 플레이트를 착용한 모험가들이었다. 대찬 발걸음을 지닌 사내들의 표정은 매우 근엄하기 그지없다.

‘델타의 늑대들.’

그 중앙에는 ‘노튼 아네스’가 보였으며, 빼곡하게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이들은 전원 ‘델타의 늑대들’이었다.

‘이 짓거리를 할 바에, 여관에 와서 케피탄이나 마셔.’라며 모여 있는 기자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반항하는 그들이었으나 거대한 몸집의 델타의 늑대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별안간 옹기종기 붙어있던 마법 기자들은 부리나케 퇴근이라는 명목으로 도망갔다.

덩그러니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아네스를 포함한 델타의 늑대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메이와 나뿐이었다.

“아네스 님.”

“아서, 자네는 이곳에 무슨 일인가.”

“아이덴에게 심사를 받고 나왔어요.”

“용 아가씨들은 보이지 않는데 그래.”

“그러지 않아도 프리실라 이야기 때문에 아까 보낸 참이었어요.”

“망할 고집쟁이가, 결국 이 사단을 만들어버렸단다.”

“하하….”

“프리실라를 마중 나온 거였군요.”

“아니, 혼쭐을 내려고 찾아온 거지.”

말은 혼을 내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라고 했던 아네스의 표정은 비단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가뜩이나 주름이 빗어진 얼굴이라 그 표정이 고스란히 남아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덩달아 프리실라를 기다려 보기로 했고, 메이는 ‘제, 제가 있을 상황이 아닌 거 같아요, 하하…’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미 석양은 전부 저버렸고, 이곳을 비추는 것은 기관 앞에 놓인 여러 개의 가로등이 전부였다. 묵묵하게 뒷짐을 지고는 단 한 번의 미동도 없이 기관을 바라보는 아네스.

천애 고아 프리실라에게 자신의 성인 ‘노튼’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녀가 아네스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프리실라 또한 아네스에게 버릇없이 ‘할매.’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오는군,”

“할매, 아서도 왔군.”

“괜찮아요?”

욕을 실컷 퍼부어주겠다며 단언한 아네스는 막상 프리실라를 보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건강미가 넘친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프리실라, 이렇게 수척해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그렇게 하려무나.”

“아서도 고맙군, 기다려 준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저도 볼일이 있어서 왔을 뿐.”

“다들 미안하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 얘기는 네 상태가 정상일 때 해도, 늦지 않다.”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것인지 발을 절며 걷는 프리실라 뒷모습, 생채기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델타로 복귀하자마자 검찰기관으로 향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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