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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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모험가의 시즌’ 여관 숙박금액 할인. ※ 타 대륙 포함, 용병단 / 길드 등의 단체 할인.
◈ 새로운 메뉴 추가 ‘우정을 잇는 물고기 껍질 튀김.’ ※ 아주 얇은 3겹의 튀김으로 이루어져 식감 우수. ※ 10가지의 여관 소스 중 3가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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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돌아오자마자 찾아오는 휴무라 나에게는 좋은 일이 틀림없었다.
‘내일 용 두 마리를 데리고 검찰관에게 검사 맡은 뒤에 집으로 쏜살같이 튀어 온 다음, 내가 사랑하는 잔디에 누워 요리 삼인방이 타다 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테다.’라고 뜬 밤 고요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일어나자마자, 양옆으로 붙어있는 붉은색과 푸른색은 틀림없는 렌과 아이리스였다. 상당히 불쾌한 느낌을 받으며 ‘나오라니까.’를 수백 번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음냐’가 전부였다.
자기 방을 놔두고 내 방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심보는 무엇인가? 이를테면 하렘 만화에 나오는 그것이냐?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싶다.
생각해보라, 자기 방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프라이버시 공간이다. 좋은 예를 들어 부모님이 아들 방을 열 때 노크하는 것이 기본 매너가 아니한가,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물론 내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아무튼 어디까지나 개인 생활이 내포되어 있는 이 사각형 공간에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엄연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빌어먹을 붉은 용에게, 이 빌어먹을 푸른 용이 찾아왔을 때도 ‘내 영역을 침범하다니, 목숨으로 갚도록 해라.’ 실제로 이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살기를 가득 내포한 목소리를 내뱉지 않았던가.
“자기들 영역은 소중하면서, 내 영역은 말도 없이 침범하다니….”
“음냐… 마스터 조금만, 더 잘래요.”
“임자… 시끄럽구나.”
내 고요한 아침을 시끄럽게 만든 건 너희들이라고 말했지만,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녀석들의 흘러내린 침조차 내 이불에 묻기 시작했다. 과연 ‘아서의 분노 게이지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의 올바른 채택이다. 100점.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있었더라면 최소 ‘하델의 마안’을 사용해서라도 녀석들을 가루, 아니 분자 단위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버렸을 것이다. 까짓것 안구를 한 번 더 교체하지 뭐!
사실 그렇게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엄연히 마스코트(?)로 매출을 담당하는 일원들이자 따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닌 소중한 가게의 자원이니까.
어쨌거나.
내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발레포르의 탑을 공략하고 여관으로 복귀한 지가 2일째, 시력은 아직 회복 중이었고, 신경계가 전체적으로 손상이 되었는지 근육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나 황당한 것은 놈들의 잠입 실력이라는 것이다. 마안의 뭉치 이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다소 복잡하고 많은 능력 중 ‘암살 방지’라는 것이 있다. 이름은 내가 정했다.
나는 깊은 잠을 자고 있을 때, 주변의 소리는 일절 듣지 못한다. 공중폭격이 시작되어도 Z를 머리맡에 띄우며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이때 혹여 모를 암살자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나는 사백안을 뜨고 단도를 쥐고 있는 녀석의 손목을 잡고서 ‘꺼져’라고 말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가 그것을 느끼고 암살을 방지했다기보다는, 무의식적 본능이 그것을 먼저 알아챈다.
그러니까 내가 의식적으로 적의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이라면 천천히 움직이며 다가온다 한들 사백안을 뜨고 그것의 횡포를 막는다는 말인데, 또한 ‘마력이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반응하기 때문에 더욱 파악하기 쉽다.
아이리스가 없을 때, 렌이 여러 차례 내 방으로 잠입을 시도했으나 이러한 본능의 방어 덕에 늘 엉덩이를 차며 문밖으로 내쫓을 수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잠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인가? 은퇴 후… 인간미가 떨어진다며 늘 독백하길, 이따위 힘은 필요 없다고 말해서?
내 힘이 ‘에잇, 그럼 때려치워.’하고 스스로 고장나 버린 것인가?
“하… 도대체 어떻게.”
“음냐, 음냐.”
“…임자, 조용히… 하라.”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방법이 뭐야?”
“음냐… 심장을… 잠시 멈췄어요, 마스터.”
들었는가? 또라이다. 진짜 드래곤은 광란의 뱀이라더니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했다. 잠입을 위해, 아니 마력을 숨기기 위해 자기 심장을 멈춘다고? 로봇이냐? 나도 그건 못하는데.
드래곤 하트를 일시적으로 멈추어서 마력의 흐름을 막는다. 이 말이 무엇이냐면 심장마비가 온 상태로 침대까지 기어들어 왔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문을 열고 그 짓을 했다는 건데, 상상만 해도 그 모습이 떠올라서 별안간 공포감에 휩쓸린다.
‘끄으윽…! 같은 표정을 짓고, 천천히 접근했다는 거잖아.’
그다음은 내 본능이 알아채지 못하게 5분 정도를 그 상태로 버텼다는 소리인데, 심정지 골든타임 4분이라는 지식을 알고 있는가, 맷돌의 손잡이를 빼며 어이가 없네… 라며 외치고 싶다.
“마스터….”
“임자….”
“아, 아….”
녀석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꼬리가 내 몸을 무겁게 했다. 크기는 원래의 것보다 훨씬 작았으나… 전 신경계가 고장 나버린 나를 압사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래… 오늘만, 오늘만 참자.”
“…따뜻해요. 마스터.”
“36.5도 정상 체온이다. 내일부터 너흰 출퇴근이니 알아둬라.”
“임자의 잠옷은… 몽글몽글… 하군.”
“고급원단이란다. 그리고 망할 남대륙으로 가버려라. 너도.”
너 방금 ‘좋으면서 왜 그래.’라고 했지, 나한테 죽어 너, 하델의 마안으로 한 방이야 너, 분명히 말하는데 언젠간 지구로 돌아가면 발레포르 공략하듯 너부터 보러 갈 거니까 알아둬라.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내심 녀석들이 귀엽게 보였던 건 사실이라, 마냥 혐오스러운 느낌보다는 ‘오늘만 이렇게 놔두자….’ 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츤데레 맞는데요, 일본산 츤데레 말고, 한국산입니다.’ 한국산은 ‘데레’ 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어도 입자 단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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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륙 : 델타 제국 검찰 기사단 ]
‘그냥 용으로 변해서 갑시다.’는 식의 아이리스에게 당수를 꼽으며, 결국은 퍼플이 해골 마차로 검찰 기사단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어떻게 길을 이렇게 잘 아는가, 망자이기 전에는 델타 출신이었나 보군.’이라며 아이리스가 퍼플에게 말했지만 ‘달그락.’이라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 달그락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다.
문제는 셋이 입구로 들어가기까지, 그러니까 ‘아서 전용 담당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검찰 기사 ‘아이덴’에게 가는 단계가 순조롭지는 않았다.
입구에 신사 해골들보다 살점이 조금 붙어있는 좀비처럼 ‘마법 기자’들이 떼거리로 몰려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중 ‘메이’도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모였는지 물어보았더니 ‘외교적인 문제.’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데크 에던’과 ‘아크론’ 전쟁에 대한 문제였겠거니, 기자 사이를 파고들어 어렵사리 오기도 싫은 이곳에 결국 도착.
“자, 그럼 드래곤분들의 심문… 아니 심사를 하겠습니다.”
“아이덴, 형님인 아이단이 자주 가는 여관이 ‘용사의 쉼터’입니다.”
“그,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아서 님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델타의 늑대 수장인 아네스 님도 아시겠죠.”
“네… 그,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어찌 저희에게 심문을.”
“크흠, 그건 말실수였습니다. 늘 하는 일이다 보니.”
“넘어가도록 하죠.”
‘왜 제가 심문당하는 느낌이죠?’라며 울상을 짓던 아이덴은 우리 여관의 가끔 찾아오는 ‘아이단’의 동생이었다. 그래 그 형이 사냥꾼 마커스의 친구 ‘아이단’이 맞다.
그렇게 부유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 검찰 기사를 꿈꾸고 노력한 나머지 이렇게 우리를 심문… 아니 심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형 ‘아이단’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 어릴 적부터 많이 맞고 자랐단다. 설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계급으로 따지면 자신보다 아래인 ‘아이단’이었지만, ‘계급장 떼고 한판 붙읍시다.’라는 말을 꺼내기는커녕 그는 ‘형의 눈빛만 마주쳐도 지려버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렌 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네!”
“최근 인간을 잡아먹은 적이 있습니까.”
“저는 채식주의 드래곤… 이젠 아니지만, 인간은 먹지 않습니다.”
“최근 델타 시민을 위협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럼 인간을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
“……네?”
“죄, 죄송합니다. 아이리스 님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아이덴은 처음부터 형식적으로만 심사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기관에서 출제한 질문 사항을 생각 없이 읽다 보니까 그런 항목이 있었다고.
‘인간을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대답에 렌의 급격한 표정 변화와 떨리는 동공으로부터 나오는 기색, 흐려지는 문장이 내 동료이기에 더욱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느낀 아이덴이었다.
“아이리스 님은 인간을 잡아먹어….”
“없다. 짐은 물고기를 좋아하느니라.”
“최근 델타 시민을 위협한 적이 있습니까.”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여관에 찾아왔던 인간들, 아니 용사들.”
“그, 그렇군요. 앞으로도 시민을 위협할 의향이 있습니까.”
“없다. 내가 위협했던 이들에게도 짐이 정중히 사과했느니라.”
“네 알겠습니다. 심사를 마치도록….”
“왜 짐에게는 인간을 죽여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지 않는 거지.”
“아하하… 그건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짐은 인간을 죽여본 적이 있다. 특히 용을 죽이는 자라면 더욱.”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실… 거죠?”
“임자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이 아니라면.”
울상을 지으며 다시 나를 바라보는 아이덴이었다. 그렇게 쳐다봐도 이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어서 아이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렌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또한 저 붉은 용도 짐과 같을 것이다.”
“만약… 임자를 해치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단번에 그것을 죽일 수 있음을 표명한다.”
인간을 무시하는 경향이 다분한 용들을 어떤 방법으로 자신이 키우는 셰퍼드보다 충성심을 강하게 만들었냐는 물음을 던진 아이덴, 나는 대답했다.
“밥.”
레드드래곤은 마당 뒤편에 떨어져 죽기 일보 직전이었고, 녀석이 누워있던 마력초가 시들어 갈 때 동안 마력을 회복시킨 뒤, 밥을 먹이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다.
블루드래곤은 우리 여관에 쳐들어왔다가, 우리 여관에 거주 중인 레드드래곤에게 ‘영역 침범’이라는 빌미로 흠씬 두들겨 맞으며 분노한 나머지 죽음을 각오한 일격을 내뿜으려고 했는데, 그것을 막아주었고 그다음은 밥을 먹인 것이 전부다.
“공통점은 밥을 먹인 것이네요.”
렌과 아이리스는 ‘아니, 목숨을 살려준 것이지.’라는 대답을 던지자, 흉흉한 마력을 발산하는 이들에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고 또다시 아이덴은 울상을 지었다.
기사라기엔 겁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며 물었으나,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검찰 기사가 되었죠.’라는 지구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현실적인 대답으로 돌아오더라.
이후 홉스에게 물었더니, 서적에 기재된 정보를 읊어주기를.
용은 본래 다른 생명체보다 긴 시간을 살아가는 개체라서 절체절명의 상황이나 죽음을 임박한 사고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이들에게 본능적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살아만 있다면 기나긴 시간을 존재할 수 있음으로, 그 시간을 다시 쥐여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파릇파릇한(?) 나이의 렌과 아이리스를 살려주었기 때문이란다.
그들이 개인적인 가치관을 더해 ‘아서’라는 존재를 ‘보호자’나 ‘동반인’으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객관적인 추측을 더 하는 홉스. 개소리하는 홉스에게 내 마음을 대변했다.
‘그런 추측을 더 했다간, 홉스라도 용서하지 않아. 나를 고블린 학살자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