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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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여관의 ‘적립포인트제’ 시작.
※ 적립된 포인트로 주문 가능.
◈ 적립 쿠폰 / 10회 도장 찍을 시.
※ 케피탄 맥주 및 포도주 2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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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똑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용사의 쉼터, 이를테면 중세시대가 떠오르는 전형적인 여관이다. 다만 직원들이 조금 특이할 뿐.
게다가 찾아오는 단골들도 그렇다. 드워프에 마법사에 엘프에… 내가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분위기에 주점을 한국에서 창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아깝다. 아까워. 백만장자는 되었을 것 같은데. 돌아가게 된다면 반드시 ‘용사의 쉼터’를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다.
시끌벅적한 여관이라 매일 미간을 누르고 있기 바쁘다만, 그렇게 힘들면 왜 여관을 운영하고 난리냐며 으름장을 내게 놓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잘될 줄 몰랐다니까, 결코.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노튼 프리실라’의 문제가 야기되어 그런 것이었다. 분명히 그녀가 일종의 범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욱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고.
사실 범법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상당히 애매한 부분은 사실이다. 제국에서 이에 대해 그냥 넘어갔어도 문제가 없을 부분일 텐데.
역시 그놈의 외교적인 문제가 제국의 발목을 잡으니, 용병단 해체라던가 프리실라의 길드 마스터 권한을 해지한다거나, 전자의 방법으로 대처를 해야 했던 것이 맞다.
여관 테이블마다 ‘프리실라가…’라는 한숨과 함께 걱정이 담긴 그녀의 이름이 자주 들려왔다. 우리는 가뜩이나 여관에 출몰이 적은 프리실라를 걱정할 뿐이었다.
‘얼굴이라도 비추지.’
그래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녀에게 실례가 될지 모른다.
분명 찾아오더라도 프리실라 본연이 가지고 있는 그 강렬한 기운은 퇴색되고, 온갖 평지풍파를 겪은 표정을 하고 있을 테니. 그 표정으로 딸랑이는 여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은 우리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끼리 잔뜩 위로해주고 있으니 얼른 오세요.’ 마음속으로 천 번을 외쳐봐야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여관의 주인으로서 단골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임이 틀림없다. 그것도 원년 멤버에 가까운 그녀가 말이다.
괜히 본인의 안구를 녹여가며 ‘레니’의 복수를 도와준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여관을 3년째 운영 중이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단골들은 나에게 가족이며 친구니까.
용사에 쉼터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레니를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계를 직접 밟은 지 10년이 족히 넘었고, 진정한 인연은 여관을 운영하고 나서 처음이었다. 그전에는 늘 절망을 토하는 구멍 속에서 마물들을 죽이느라 바빴으니까.
사실은 내게 친근감을 미친 듯이 토해내는 신사 해골들이나 홉스, 그리고 렌이나 아이리스, 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을 떠올리면 어느 때보다 관자놀이를 강하게 누르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갑자기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거지.’
어쩌면 케피탄 맥주 냄새가 잔뜩 피어오르는 레니가 내게 신성 마법을 거는 탓에 고유영역이라도 만들어진 듯. 망할 초록빛의 기운 때문에 더욱 ‘사색이니.’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 아… 단장님 얼른 오시라고요, 적립제 시작인데.”
“히끅… 아서, 프리실라가 걱정되나 봐요.”
“암, 단골이 줄면 큰일이니 말이야.”
“또 봐, 다들 심란한데… 혼자 괜찮은 척하고.”
“레니, 오늘 많이 마신 것 같아, 그만 마시지.”
“싫은, 히끅… 데요.”
“그래….”
반쯤 눈이 풀린 레니를 보며, ‘알아서 하세요, 용사의 쉼터 서비스를 마음껏 즐기고, 오늘은 투숙 시설이 꽤 비었으니, 제게 돈을 바치면 됩니다. 하하.’라며 다시금 홀을 돌아다녔다.
분주한 홀을 돌아다니는 렌은 이미 용사의 쉼터에 완전히 적응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전에는 손님들과 수다를 떨기 바빴지만.
그래도 요즘은 일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모양인지 문제없이 대화를 끊고 다른 테이블의 주문을 수월하게 접수하더라.
눈이 마주쳤다. ‘마스터!’라며 쓸데없는 말과 함께 나를 부를지도 모르니 얼른 시선을 다른 쪽으로 피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벌써 코앞에 나타났다.
“마스터,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거죠.”
“그냥, 일솜씨가 나쁘지 않아서.”
“오호, 드디어 저에게도 관심을 두시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직원 체크는 사장의 기본이지.”
“호호, 알겠습니다. 저는 마스터가 너무 뚫어지라 보기에.”
“….”
“변신이 풀려, 얼굴이 순간 용으로 변한 줄 알았네요.”
음흉한 미소와 함께 눈앞에서 사라진 렌이었다. 여전히 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녀석의 유니폼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더욱이나 ‘아이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아이리스가 ‘짐도 그대들과 비슷한 느낌으로 유니폼을 맞추겠다.’라는 발언 덕에 그나마 커플이라는 횡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입술을 쭉 빼내거나, 볼에 바람을 집어넣는 등, 심각하게 삐져있던 렌은 어쩔 수 없었지만.
“임자여, 무슨 걱정을 그리하는가.”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표정이군.”
“넌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서 문제라니까.”
“그때, 검찰기관 앞에서 마주한 여인을 말하는 것인가.”
“그래, 모두가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야.”
“모, 모두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있었군그래.”
“걱정하지 마, 그렇게 쉽게 무너질 인간은 아니니까.”
“딱히 임자의 일이 아니라 걱정하지 않는다만.”
아이리스는 아직 프리실라를 손님으로서 접대해본 이력이 없다. 물론 비슷한 구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잘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한들, 아이리스가 프리실라를 접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프리실라’라는 사람과 대화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대화해본 사람은 없다며,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친화력 하나만큼은 특급이다.
홉스도 말하길 직업 특성상 프리실라가 여관에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지만, 그녀가 찾아올 때면 여관의 분위기가 보다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얼른 프리실라의 여관 복귀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바드인 ‘웨라’도 요즘 들어 ‘태양 새의 용병단’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용맹한 맹금류’라는 노래를 자주 켜기도 했다. 게다가 이 주제가 또한 프리실라가 웨라에게 부탁해서 만든 노래이기도 했다.
측은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는 손님들이었다. 여관의 분위기가 활발하고 금방이라도 대축제가 일어날 것만 같은 텐션이 좋은 것이기도 하다만, 현재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이 어울렸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시끄럽지 못했던 여관이라, 더욱 정적은 고조되며 사람들의 시선은 문을 향하고 있었다. 물론 프리실라였으면 하는 표정으로.
“어, 어라… 오늘따라 아주 조용하네요.”
“크하하, 뭐야, 메이였군.”
“제, 제가… 욕먹을 짓이라도 했을까요, 브라운 아저씨?”
“메이, 전부 프리실라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
“아서… 그, 그렇군요.”
메이가 용사의 쉼터로 찾아온 이유는 시원한 케피탄 맥주와 비비큐를 음미하기 위해 온 것도 맞으나, 내게 프리실라에 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전달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주빈석에 앉아 주문한 뒤, 조금씩 그 이후에 있었던 제국의 대처와 아크론, 데크 에던 사이에 놓인 상황을 전달했다.
먼저 프리실라에 관한 부분이었다.
프리실라는 현재 제국의 결단으로 ‘길드 마스터 박탈’은 확정된 상황이고, ‘벌금’에 대한 부분은 용병단의 공적을 봐서 무효 처리를 한다는 식이었다. 물론 따라오는 ‘용병단 해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매일 같이 검찰기관에 넘나들며, 심문을 통해 ‘어째서 제국 소속의 용병단이, 동맹국의 적대국 세력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받는다.
프리실라는 기자들이 있는 가운데, 단호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와 공개 심문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으며, 그 용맹함은 확실히 프리실라였다.
‘저는 한 번도 제국 소속의 용병단으로 조직을 이끈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델타 제국은 전투력이 좋은 우리 용병단을 델타의 늑대들이 은퇴한 이후 대체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강제적인 계약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계약 조건, 외곽지역의 개발.’
‘위 사항을 제국은 끝까지 지키지 않았습니다.’
‘아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 맞습니다.’
‘해준 것 하나 없는 제국 소속의 용병단?’
‘지금 당장이라도 델타 3세의 면상을 후려갈기고 싶습니다.’
마지막 발언에 대해 경솔했다고 생각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심문관은 이미 ‘프리실라’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국 소속의 고위 직책을 겸하고 있는 기사들이라면 모두가 ‘태양 새의 용병단’에 대한 계약 조건을 모를 리가 없었을 테고.
이것은 제국에 드리운 그림자.
이를테면 비리.
델타는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 제국이다. 그저 쉽게 보이지 않을 뿐, 모두가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곳.
외곽의 지역을 개발했다가는, 중심구역에 있는 마력 순환의 전력이 낮아지고, 그것은 곧 무역과 상인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는 델타의 ‘경제력’을 낮추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들과 더럽게 이어져 있는, 귀족들과 고위 직책 정치가들은 수입원에 타격이 넘어가는데 델타 3세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외곽개발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남아있다면, 결코 외곽은 개발되지 못한다.
설령 외곽 또한 ‘델타’라고 부른다고 한들, 이들이 보았을 때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땅덩어리에 불과하지 않으니까.
‘데크 에던에서 넘어온 델타의 권력자들’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델타를 먹여 살릴 시민들만 이들에게 좋은 쪽으로 관리된다.
어떻게 보면 내가 굳이 ‘주요 시민’으로 등재된 이유란, 용사의 쉼터에서 나오는 매출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
“녀석이, 기껏 델타가 좋은 곳이라고 해서 왔더니.”
“마스터, 누가요?”
“동료인 것 같은 원수가 한 명 있었어.”
“있었다니요, 지금은 그럼….”
“죽은 건 아니고.”
쭉 이어지는 여관의 시간, ‘마감입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해골 마차를 탑승하는 손님들이었다.
퍼플이 내게 남아있는 모든 손님을 태우고, 시내로 출발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는 마차를 바라보며 ‘야호.’를 외친다.
“오늘도 깔끔한 마감이네요, 마스터.”
“임자, 오늘은 치울 것이 생각보다 없는 것 같다.”
“사장님, 모두가 조용한 나머지 이렇게 깔끔한 날도 있네요.”
“맞는 말이야. 마감 준비가 금방 끝나겠어.”
―딸랑.
―들어올 사람은 없는데.
―프리실라였다.
―그것도 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하지 않은 프리실라.
여관 조명을 강렬하게 반사하는, 몹시 관리가 잘된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모습만 보았다가, 헐렁이는 로브만 착용한 그녀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아서.”
“프리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