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89화 (89/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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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는 사장입니다

형제들과 헤어져서, 나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사장실까지 올라가려고 했건만 도중에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아, 지크인가.」

지크는 날 보면서 인사하듯, 고개를 살짝 까닥거리더니 곧 먹고있던 도넛을 입에서 때어놓으면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확실히, 예전에는 피하기만 했던 아이가 이렇게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지. 내심, 불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기쁜 마음이 살짝 드는 것을 느꼈다.

「아아, 이틀 전의 임무는 무척이나 잘 해주었어. 보수는 마리에게서 받았었지? 역시 지크라는 소리가 나오는게 자네는...」

「마이렌.」

지크가 말을 끊고 들어와서, 순간적으로 내 몸은 놀라서 살짝 움츠러들었다. 지크는 그저 그 신비한 금빛 눈으로 날 뜷어져라 쳐다보더니, 곧 손을 뻗어서 내 얼굴로 향했다. 왠지 모를 거부감에 내가 한발짝 물러나자 지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손을 내렸다.

「종이봉지, 구겨졌는걸.」

아무래도 내가 쓰고있는 이 종이봉지가 구겨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지려고 한 모양이다. 지크는 자기 뒷머리를 긁으면서 살짝 멋쩍어하는 것 같았다.

바보같이, 왜 뒷걸음질친거야. 내 자신을 탓하면서 나는 오버액션을 취하며 지크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아, 미안하네! 그야 그렇게 갑작스럽게 손을 얼굴로 뻗는다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겠나~ 헤헷!」

「..」

지크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저 이번에는 천천히 두 손을 뻗어 내 종이봉지를 살짝 잡았다. 이번에는 나도 피하지 않았다. 지크는 두 손을 쓰기 위해 도넛을 입으로 물고는, 내 종이봉지의 주름을 피려고 조금 힘을 주어 양 끝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몇번 잡아당기더니, 지크는 손을 떼고 다시 도넛을 오른쪽 손에 들었다.

「이제 주름이 없어졌나?」

「.. 응.」

지크는 뿌듯해보였다.

「그렇다면 이만, 나는 사장실로 올라가야 한다네! 고맙다네 지크군-.」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와 손동작을 취한 다음에 등을 돌리고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지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기, 괜찮아..?」

그러게 말이야, 오히려 이쪽이 묻고싶은걸? 지크. 지금 나는 괜찮은거야? 이 상황은 괜찮은거야? ... 앞으로도, 괜찮은걸까. 괜시리 화가 나는 듯 응어리진 감정들이 목을 짓누르며 괴롭혀온다. 그래도..

「물론이지! 지금 매우 쌩쌩하다만?」

나는 팟!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화려하게 뒤를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지크는 잠시 놀란 듯 멍하게 있다가 '그러면 다행이야'라고 중얼거린 다음에 도넛을 한입 더 베어먹더니, 다시 고개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나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잠시동안 혼자 남은 복도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다시 목적지였던 엘리베이터의 앞으로 걸어간다.

쌩쌩하다. 아무렴, 쌩쌩하지 않아도, 이 상황이 싫어도 쌩쌩하고 좋게 만들어야만 한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나는 미간사이를 찌푸린다. 요즘들어서 갑자기 마음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몇년동안이나 잘 살아왔을 터인데, 왜 이런 생각들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형한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버린다. 그것은 죽어도 싫었다. 형의 대리를 완벽히 해내서, 전혀 억울하거나 힘들지 않다는 연기를 완벽히 해내겠다고 처음 형을 만났을때부터 다짐했다. 사실, 그저 이건 내 자존심이였을 뿐이였지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나는 종이봉지를 벗는다. 어떡하지, 모처럼 지크가 구겨진 주름을 펴줬는데 또다시 접게 생겼다. 하지만 어쩔수 없지. 나는 종이봉지를 이번에는 구기지 않고 단정하게 접어서 정장 마이의 안 주머니에 잘 넣었다.

띵동- 하는 도착음이 울리자, 내 발은 반사적으로 내릴 준비를 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사장실의 뒷쪽 문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뒷쪽 문의 열쇠는 나와 형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라고 해도 형은 거의 쓰지 않지만.

형쪽에서 사장실에 올라오라고 했으니 분명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딱히 의심하지 않고 나는 거침없이 사장실 뒷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남색의 머리를 반 묶음 하고 나와 똑같은 양복을 입은 남자. 그 남자의 초록색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러더니 남자는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내 이름을 부른다.

「마이렌!」

그래, 바로 이 남자가 나의 형. 폴 크라우스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 서 있는, 위엄있게 서있는 은발의 중년 남성을 보고 살짝 목 뒤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아버지.」

나는 입을 열어서, 조용하게 말한다.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형은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이며, 아버지는 옛날과 같은 표정으로, 그저 무신경하게 우리들을, 아니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와 눈을 맞출 자신은 없어서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부속된 연구기관이 제 멋대로 일을 저질렀더군.」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겠느냐, 무능한 녀석.」

「.. 죄송합니다.」

아버지의 말은 나에게 있어서 곧 법 그 자체. 그렇게나 싫어하지만 역시, 아버지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크고 두려운 존재였다.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던 아버지의 생각은 적중한 듯 하다. 지금도, 아버지의 앞에 선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정도로 위축되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되도록이면 몸이 떨리는 것을 보이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에이, 왜그래요 아버지! 그건 마이렌이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요? 거기다가 oraTio에 부속된 연구기관의 수가 얼마인데 그걸 다 관리하고 있어요.」

형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 속 편하게도.

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형을 바라보다가, 곧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시선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돌아가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고는 있을 것이다. 」

아버지는 중후한 걸음걸이로 사장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더니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는, 그대로 사장실을 나가버렸다.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밀려오는 안도의 한숨을 나는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방금 아버지가 내게 던진 시선의 의미는 십중팔구 '형을 보좌해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알고 이다, 그런거 일부로 저렇게 전해주지 않아도.

그런데 정말 뜬금없게도 내가 참았던 안도의 한숨을 옆에 있는 형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내뱉었다. 그러더니, 형은 말했다.

「와, 정말. 아버지는 너무 딱딱하신 분이라니까. 그치, 마이렌?」

나는 형을 싫어하지만, 역시 제일 싫어하는 것은 형이 항상 짓고있는 웃음이다.

「미안미안, 열심히 해외에서 도망다니고 있었는데 결국 잡혀버렸어. 또 신세를 지게됬네. 아! 하지만 조만간 탈출할테니까!」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웃음이라는 것이 더더욱 싫다.

「그런짓을 하면 아버님이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괜찮아 괜찮아! 그런거 잘 넘어가면 되고~」

아니, 나를 용서하지 않을걸?

「우와, 이거 다 처리해야될 일인거네.. 하하, 이거 또 마이렌의 도움만 엄청 받겠는걸!」

형은 데스크 위에 널려있는 서류들을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 네, 명령하시면 됩니다.」

============================ 작품 후기 ============================

추석 잘 보내셨나요? 작가는 잘 보냈답니다 -

잘 읽어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

<코멘트 답>

비공사님- 작품내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워낙 빠른 편이니까요.. ㅋㅋㅋㅋ 한 에피소드가 지나면 최소 한 계절이 지납니다 ㅋㅋㅋㅋ

외로운사신님-흐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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