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90화 (90/133)
  • 0090 / 0133 ----------------------------------------------

    7. 나는 사장입니다

    「명령이라니, 그런 서운한 소리 하는거야?」

    형은 진심으로 서운한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형이 그냥 지껄이는 말 따위 진지하게 신경쓸 여유는 없으므로 그냥 대충 넘겼다.

    「아버지도 그런식으로 표현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형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괜시리 어색함을 지우려는 듯 눈길을 돌려 사무실 이곳 저곳을 바라 보았다. 그러더니,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

    「사이좋은 형제가 되고 싶은걸.」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나도 모르게 내 주먹을 꽉 쥐어졌고, 피가 쏠리는 듯이 힘이 들어간 두 팔은 덜덜덜 떨린다. 뇌는 잠시동안 형의 말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만히 멍을 때리는 듯 하였으나, 이윽고 상황을 인지하고 분노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참아,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말은 튀어나간 후 였다.

    「지금 사이좋은 형제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형의 몸이 움찔 떨렸다. 형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토끼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볼 뿐이였다.

    감정이 실려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

    「머릿속에 상식이 있다면 그런 소리 못할겁니다!!」

    내가 지금 형에게 드러내고 있는 감정은 확연하게 적의였다.

    「그저 사생아따위일 뿐인 저와 당신이 사이좋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될 리가..!」

    이제서야 뇌가 분노를 반쯤 몰아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이런 말을 한 것을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용서하지 않을 텐데.

    나는 내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거친숨을 내쉬면서 형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형은,

    「.. 역시 그렇구나.」

    어째서 그렇게, 슬픈 듯이.

    「마이렌은 역시.. 내가 싫은 거겠지?」

    웃고 있는 걸까.

    「... 큿..」

    그런 형을 보고 겨우 눌렀던 감정들이 다시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막아도, 다시 성난 말들이 비집고 뛰쳐나오기 시작한다.

    「어,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바보같이..!」

    눈꺼풀과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것은 분노가 아니였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싫어야 정상일텐데..!」

    점점 제대로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목이 메여서.

    「바보같은...」

    나는 홱 몸을 돌려서 내가 아까 나왔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최대한 차분하게 형에게 말했다.

    「.. 명령하실게 있다면, 전화로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나서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문을 소리나게 쾅 닫았다. 닫는 순간, 형이 '응'이라고 대답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큼성큼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가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다음 거칠게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에 아릿함이 느껴질 정도로. 그런다음 엘리베이터 벽에 기댔다.

    「제길...」

    왠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였다. 형에게 우는 모습따위 죽어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제길, 제길!!」

    어쩌면 나는 형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것에게 화가 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표적이 형에게로 향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와서 '내가 증오했던 건 형이 아니에요' 라고 말해봤자 아까 한 말은 취소할 수 없으니까. 나는 대충 눈물을 닦고 마이 안주머니에서 아까 접어 넣었던 종이봉지를 꺼내서 얼굴에 썼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계속 -  형을 증오할 것이다.

    이런 변변찮은 가면을 쓰고 말이지.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향하지 않았다. 소리가 나면서, 도착한 곳은 옥상이다. 발을 내딛자마자 이제 여름이 끝났다고 가을 초의 바람이 불어오는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음이다.

    옥상은 꽤나 오래전부터 출입금지였다.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는, 지하에 있는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공기를 쐬게 해주고 싶어서.

    좋아, 여기서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가자. 형한테는 나중에 전화가 오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겨버리면 된다. 나는 옥상 난간을 잡는다. 그 밑을 내려다보자 꽤나 온몸에 아찔한 느낌이 감도는 것이 무서워진다.

    그래도 밑이 아닌, 앞을 바라보면 꽤나 대도시의 풍경이 멋지니까.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 어렸을 때는 이런거 상상도 못했을 텐데. 어렸을 적 내가 살았던 곳의 매연냄새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가난했던 꼬마는 나중에 자라서 사장의 대리노릇을 하며 지내게 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까 점점 더 기억은 깊은 곳으로, 좀 더 옛날로 파고들어가게 된다. 이왕이니까, 떠올려보자. 추억들을... 나는 눈을 감는다. 다시 한번 바람이 불어온다.

    내가 살던 곳은 폭력과 범죄가 가득한, 특히나 사창가가 많았던 지역의 빈민촌이였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속된 말로 몸을 파는 여자. 엄마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해주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어쩌다가 그렇게 나락까지 떨어졌는지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나는 것은, 엄마는 좋은 사람이였다는 것이였다.

    엄마는 젊고 특출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일하던 가게에서도 꽤나 간판 취급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엄마는 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가끔씩 날 위해서 과자를 사들고 오시기도 했다. 그리고 절대로, 집에는 남자를 들여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 자라서 학교에 다닐 나이쯤이 되었을 때, 나는 엄마가 나를 안고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뜻하지 않은 임신이였어... 하지만 마이렌, 난 너를 얻은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단다. 너가 없었으면 나는 끝없이 망가졌을거야. 내 사랑.」

    엄마는 내 이마에 작게 키스를 하고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손님.. 그 사람은 엄청나게 부자야. 사장이지. 그래서 나는 너를 지켜야 한단다. 분명 너가 알려지게 되면 너에게 해가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 시절에는 엄마의 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렌 캐럿. 그것이 나의 이름이였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생활이였다. 비록 나는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엄마라는 제일 믿을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런데, 그러다가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이 일어나 버린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답>

    비공사님- 속이 부글부글 끓는 마이렌...

    외로운사신님- 지크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과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