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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35화 (35/202)

Master Smith (35)

일주일이 지났다. 다잔으로 떠날 팀은 나, 게르덱, 쿠샨, 카스티바, 안토니오로 정해졌다. 레이나를 데리고 가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노엘 역시 마찬가지다.

계획을 알게 된 레이나는 나를 따라오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옆에 있던 이사벨라가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아주 귀찮아질 뻔했지.

목적지는 동쪽땅 끝자락에 붙어있는 어둠의 도시 다잔. 목표는 게르덱이 말했던 전설등급 재료의 제조법 탈환이다. 거리로 치면 수백 킬로미터가 떨어졌지만 쿠샨덕분에 지름길을 거쳐 갈 수 있으며 엠페러 본거지의 지리를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정보는 놈들이 어떤 목적으로 전설의 재료를 제조하려고 하는지에 관한 정보다.

쿠샨과 게르덱의 의견을 듣자하니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확실한 것 같군. 지금의 국왕군은 마족과의 전쟁으로 한창 바쁜 시기. 그들이 엠페러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손쓸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다.

아무튼 이번 원정대의 이름은 ‘타도, 엠페러 길드!’ 정도가 좋겠다.

“원정대 이름이 유치하게 그게 뭐야?”

카스티바가 난데없이 태클을 걸어왔다.

“그럼 뭐가 좋은데?”

“엥? 가, 갑자기? 그러니까······. 엠페러 길드 타도?”

“솔직히 말해 봐. 본인이 생각해도 쪽팔리지?”

카스티바는 발검자세를 취하며 이를 갈아마셨다.

“지, 지금 시비 거는 거야?”

“누가 먼저 시비 붙였더라?”

바드와 카스티바 사이에 맹렬한 스파크가 불똥을 튀겼다. 당장이라도 유혈사태가 발생할 분위기. 쿠샨은 두 사람을 달래며 끼어들었다.

“그만하지. 원정대 이름이야 어떻든 상관없으니까 슬슬 출발하는 것이 어때?”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바드 조심히 다녀와! 다치면 내 손에 죽어!”

레이나가 마을 밖까지 마중을 나와서 내게 인사했다. 쿠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 옆에 서있는 또 다른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봐?”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까칠한 토끼 씨의 반응은 역시나. 쿠샨은 짐짓 무거운 몸을 돌이켰다. 그가 짊어진 짐이 오늘따라 더욱 무거워 보인다.

***

남동쪽 끝자락에 붙어있는 코지부락에서 동쪽대륙 끝에 붙어있는 다잔까지 수백 킬로미터. 오로지 걷기만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테지만 우리에겐 엠페러 길드의 공작님 쿠샨이 있다.

“이쪽 숲으로 들어가면 여우 숲까지 워프할 수 있는 게이트가 숨겨져 있다. 거기서 하루정도 꼬박 날을 새서 걸어가면 다잔까지는 금방이다.”

바드는 감탄하며 무릎을 쳤다.

“멋지군. 역시, 범죄를 저지르려면 이런 편리한 시스템도 있어야 된단 말이지.”

“뭐, 그런 셈이다.”

딱히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범죄에 이용되는 게이트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을 셈인 듯하다. 하기야 이제 와서 거짓말 할 이유도 없다.

“그러고 보니 쿠샨. 엠페러 길드는 분명 전설등급의 재료 아이템으로 장비를 제작한다고 했었지. 그러려면 숙련된 대장장이도 있다는 소린가?”

“아, 있었지. 엄청 노쇠하긴 했지만 한평생 장비 제작에만 몰두한 노인 말이야. 물론 얼마 전에 죽었다고 들었다. 코지부락을 습격했을 당시에 정체불명의 적에게 일격으로 죽었다고 하더군.”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바드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코지부락을 습격한 사례가 있다면······.

《몬스터 침공》

‘대장장이 마스터.’

그랬군. 그 영감이 전설의 장비를 만들 대장장이였다 이거지? 미안하지만 엠페러 길드는 처음부터 판단미스였다. 그 노인은 전설의 망치를 만들 수 없거든.

‘스텟을 근력에다 투자한 할배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그 레벨에 그만한 근력이 나올 수가 없지. 아무리 숙련도를 마스터 했다하더라도······.’

“그 할배가 정말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물론이다. 너보다도 훨씬.”

그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단언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영감하고 나는 수준자체가 틀려. 내가 하늘 꼭대기라면 그 영감은 밑바닥이란 말이야.

“뭐. 그렇다고 해두지.”

대충 웃어넘기는 바드를 보며 쿠샨은 재차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그 날 이후로 코지부락에 관한 일은 방치하기로 했었다. 놀랍게도 우리를 먼저 공격한 것은 코지부락에서 편성한 오합지졸들 이었지······.”

쿠샨이 지난날의 과거를 떠올리며 가볍게 조소했다. 그와 동시에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금속성 울림이 쿠샨의 목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 입······ 닥쳐!”

반쯤 광분한 눈동자를 그리며 칼을 뽑아든 사람은 카스티바였다. 상당 수준의 발검속도. 그녀는 역하게 호흡하며 팔을 떨었다.

“네놈 때문에 내 동료는 전부 몰살당했어. 그래놓고서 한다는 말이······! 당장은 적이 아니지만 지난 과거의 일은 절대 묻히지 않을 거야. 내 동료, 안토니오의 고향, 그 외에도 네놈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희생된 모든 사람들의 삶속에서 네놈들의 행동은 결코 잊히지 않을 거란 말이야!”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려간다. 지금 당장 쿠샨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팔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꽤나 볼거리긴 한데······. 이대로 두면 위험하려나? 쿠샨 녀석도 반격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말이야. 쿠샨의 잘못이 크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스티바의 동료가 전멸한 이유는 지들 멋대로 공격한 탓이잖아?

물론 직설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쿠샨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고 있는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 테니까.

잠시 후 게르덱이 나서서 카스티바를 말렸다.

“그만하세요. 카스티바님. 지난일은 유감이지만 저희끼리 싸울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쿠샨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알고 있어. 하지만 이 녀석이 대놓고 비웃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

“······?”

카스티바가 혼란한 얼굴을 들어올렸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쿠샨은 우리들의 적이 아니지만 아군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니까.

“네 동료를 죽인 것은 분명히 내 부하들이었다. 명령을 내린 것 또한 나였다. 네 동료뿐 아니라 수천 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도 저세상으로 보내버렸지. 용서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믿어주지 않겠나? 나는 더 이상 엠페러 길드에 몸을 담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이젠 변해야할 때야······.”

털썩.

“이, 이봐? 갑자기 무슨?”

쿠샨이 우리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 그렇게 강하던 녀석이 이렇게 쉽게?

“약속하겠다.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지난 실수는 다신 하지 않겠다고.”

볼수록 사나이답군. 엠페러 길드같이 쓰레기 집단에 몸만 담그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와 좋은 관계를 맺었을 텐데.

‘최소한 짐꾼은 안 시켰겠지.’

“그만하고 일어나. 사람 당황스럽게 왜 그래?”

“네 동료에 대한 일은 유감이다.”

“······알면 됐어.”

카스티바의 눈가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바드뿐이었다. 울고 있던 건가? 아니면······ 역시 용서할 수 없는 건가?

‘흐음.’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겠다. 밤이 깊었을 때 움직이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이다. 이 이상 움직이면 길을 잃을 수 있어. 보초는 2명이서 번갈아 쉬도록 하지. 근처에 엠페러의 잔당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저는 결계를 치고 오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잠자리를 준비해 주십쇼.”

게르덱은 근처 숲속으로 사라졌다. 원정 첫날밤. 숲 안쪽에서 몰려오는 스산한 어둠이 곧 그들을 뒤덮었다.

‘배고프군.’

그렇다. 생각해보니까 저녁밥을 먹지 못했다.

별 수 있나? 지금은 엠페러의 보물을 가져갈 생각으로 위안 삼는 수밖에 없다. 배고픔 따위야 금방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각종 희귀재료들, 수많은 장신구와 장비들, 그리고 각종 마법비서까지. 팔면 전부 돈이다. 무기 한 점당 기본 200만 실링이라고 가정하면 100자루에 2억 실링. 1000자루면 20억 실링. 그 정도면 성 하나 짓고도 남을 돈이다. 아니, 초거대 대장간을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20억? 그것도 극히 일부의 돈이다. 놈들의 소굴을 깡그리 털어버리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인 수치로 환산될 것이다. 어떤 적이든 무찌를 수 있다는 가정 한다면 그렇게 계산된다.

바드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토니오와 카스티바가 불안의 눈초리를 보내며 생각했다.

‘가끔씩 저 사람 이상해진단 말이야······.’

“일단 첫 보초는 나와 카스티바가 선다. 다음은 쿠샨과 나, 그 다음은 게르덱과 안토니오야.”

나는 둘째 치고 이 사람들에게 쿠샨은 아직까지 못미더운 존재이다. 내가 붙어있지 않으면 이들이 맘 놓고 쉴 수 없을 것이다.

적막이 감도는 암흑의 밤. 카스티바와 바드는 연신 하늘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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