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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25화 (25/202)

Master Smith (25)

살아남은 파티원은 300명 남짓. 궤멸이나 다름없는 현 상황에서 이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했다.

“여자를 부탁한다. 살고 싶으면 어서 도망쳐.”

“이, 이봐! 너 혼자서 가려는 속셈이야? 운이 좋아서 어찌어찌 한명 처리한 걸로 자만하지 말란 말이야! 놈들은 상상이상으로······!”

“패배한 사람이 말도 많군. 목숨 건졌으면 겸손해지라고 이 사람아. 애당초 생존할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 훈계 받을 생각 없어.”

나는 도끼눈으로 독설을 툭 내뱉으며 장비를 꺼내들었다. 바람의 기운을 담아낸 순백색의 전신갑주와 고풍스런 무늬가 그려진 건틀렛과 신발. 다름 아닌 전설의 4대 광물중 하나인 파지천금으로 만들어낸 장비이다.

《윈드 마스터 세트를 장비하였습니다. 세트효과를 보정 받습니다. 장착중인 장비와 세트효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윈드 럭시안 아머(상의) -장비중

윈드 제럴(하의) -장비중

윈드 프로브(장갑) -장비중

윈드 리프트(신발) -장비중

윈드 숄더(어께견장) -장비중

윈드 헤롤(귀고리) -장비중

윈드 브레이브러(팔 보호대) -장비중

4세트 효과: 바람속성 공격력 30% 증가, 기본 스텟 10% 증가.

5세트 효과: 둔화 저항력 30%증가, 속도관련 패시브 효과 +1단계.

6세트 효과: 이동속도 50%증가, 공격속도 3단계 증가.

7세트 효과: 치명타 확률 10%증가, 정확도 10%증가, 바람속성 저항력 100%증가

설명: 전설의 4대 광물 중 하나인 파지천금으로 만든 방어구입니다. 수천 년간 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이 광물은 바람의 여신 바알(Baal)의 손에 빚어졌습니다. 소지하는 것만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알의 숨결이 몸을 감쌉니다. 무의식 회피가 가능해집니다.》

“무, 무슨 장비가 그렇게 화려해?”

탱커야? 아니······. 그보단 대검을 사용하는 돌진계열 같기도 하고. 보기엔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저런 걸입고 싸우겠다고?

“내가 만든 장비거든.”

풀 세트로 장비를 맞춰 입은 것은 오랜만이다. 몇 개월 전 대장간을 습격한 레비아탄(Leviathan)과 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이던가?

“당신 대장장이였어?”

대장장이가 싸운다고? 그것도 엠페러 길드를 상대로?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아무래도 안토니오가 괜한 사람을 끌고 왔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바드는 파천도를 꺼내들어 양손에 거머쥐었다. 푸르스름한 청기(靑氣)가 잔잔히 흘러나와 주변 분위기를 완전히 가라앉힌다. 여검사는 마른침을 삼키며 극도의 긴장감에 짓눌렸다.

‘무, 무슨 무기가 저래?’

“이만 가요.”

안토니오가 여검사를 부추겨 일으켰다. 그녀는 돌아선 바드를 붙잡았다.

“내 이름은 카스티바야. 꼭 살아서 돌아와. 대장장이 씨.”

“그럴 생각이다. 그리고 부탁할게 있는데 만약 엠페러 길드가 코지부락으로 가게 된다면 메리데이 여관에 있는 두 사람을 데리고 도망쳐줘. 한 사람은 엄청 예쁜 사제고, 다른 한 사람은 토끼 수인이야. 딱 보면 알 거다.”

카스티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바드다. 생명의 은인이니까 잊지 말라고.”

나는 전장으로 눈을 돌렸다. 통찰숙련도 마스터의 위엄이랄까? 전장을 빼곡하게 채운 수많은 정보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협곡 아래에 있는 적들은 대략 3500명. 협곡위로 올라온 암살자는 300명이다. 설마 저런 소수로 2000명을 괴멸시킬 줄은 몰랐다.

소문이 괜한 것은 아닌 것 같군. 정말 일당백만 모아둔 건가?

나는 하늘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소란스럽게 전장에 난입! 바닥에 착지한 순간 주변으로 휘황찬란한 순백의 빛이 번쩍였다. 당연하게도 주변이 술렁였다.

“뭐, 뭐야! 갑자기 뭐가 날아왔······.”

“입 다물어!!”

쩌억!

나는 적들이 당황할 여지도 주지 않고 파천도를 휘둘렀다. 검은 복면을 둘러쓴 암살자의 후두부가 쉽사리 갈라지고 끈적한 점성이 흘러나왔다. 암살자들은 대거 몰려와 소리쳤다.

“웨, 웬 놈이냐!”

촤아악!

두 마리. 이놈들 무기를 보아하니 꽤나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도륙해주겠어.

암살자들은 순식간에 내 주위를 둘러쌓다. 그 속도는 가히 본능적이고 빈틈이 없었다.

바드는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호오? 훈련은 제대로 했나보군. 정말 순식간인걸?”

“누군지 몰라도 엠페러 길드를 건드린 이상엔 살아서 돌아갈 생각······.”

콰악!

또 한 번의 소름끼치는 소리가 공중으로 녹아내렸다. 지면을 박찬 바드가 소리 없이 움직여서 또 한명의 암살자를 절반으로 도륙 낸 것이다. 암살자 이상의 암살자.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던 엠페러 길드는 본인들의 눈을 의심했다.

“어, 어느새?”

“너도 죽어. 인마.”

바드의 눈은 영혼이 담겨 있지 않은 싸늘한 눈으로 변해있었다. 척박한 바닥 위에 덩그러니 꽃을 피워낸 장미마냥 고독함이 그들을 향한다.

암살자은 바드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게 무슨!’

“그래그래. 드디어 입을 닥치셨군. 아까부터 쫑알거리는 목소리가 여간 거슬렸거든. 거기 생존자! 저쪽 너희는 어서 사라져. 이 싸움은 원정대의 패배다.”

싸움에 휘말리기 싫으면 빨리 도망치는 게 좋을걸?

“저, 저기! 혹시 코지부락에서 봤던 바드님 아니십니까?”

“날 아가?”

“지난번에 +9강 대거를 제작하는 모습을 얼핏 봤습니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팬입니다!”

예기치 않게 팬을 만들어 버렸군. 그렇게 느긋한 소리 할 때가 아닐 텐데?

“됐으니까 빨리 사라지기나 하라고.”

“네, 네! 부디 살아서 만날 수 있기를······.”

“이 자식! 적을 앞에 두고 무슨 여유를······”

퍼엉!

무심결에 입을 연 암살자는 바드의 정권에 안면이 송두리째 터져나갔다. 바드의 입에선 싸늘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누가 말해도 된다고 했지? 게임은 지금부터니까 입 닥치고 임하시지. 이 게임은 사람이 적을수록 살아남기 어렵거든.”

“······.”

나는 피로 물든 파천도를 몇 번 흔든 뒤. 오른쪽 어깨위로 짊어졌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게임규칙 그 첫 번째. 도망치면 죽음이다. 내 속도를 따라온 사람은 없었잖아? 뒤지게 맞기 싫으면 멋대로들 판단해. 두 번째는 발언권을 주기 전에 말하면 죽음이다. 아까부터 말 끊던 새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했지? 마지막 규칙. 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무작위로 누구든 한명 죽는다. 이걸로 게임설명 끝. 질문은 없겠지?”

“저, 저기. 만약 답했는데 죽이는 건 아니지?”

암살자 무리 중에서 한명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겁먹은 어조로 질문했다. 나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답변했다.

“오호~ 성실한 녀석이군. 이 와중에 손까지 들고 질문할 줄이야······. 좋아,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도록 하지.”

푹!

“어?”

나는 옆에 있는 암살자의 심장에 검을 밀어 넣었다.

“답변을 하면 그놈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또 다른 녀석이 죽어. 빨리빨리 대답 안하면 다른 놈들이 답변해서 네놈이 죽을지도?”

“너 이 자식 잘도 내 친구를!”

“삐빅~ 두 번째. 발언권을 주기 전에 말하면 죽음이라고 말했을 텐데?”

나는 손등으로 그의 안면에 과감히 찍어 눌렀다. 각종 패시브와 아이템, 그리고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근력수치로 보정된 평타는 그의 이빨을 송두리째 부숴버리는 걸로 모자라서 얼굴의 형체를 완전히 함몰시켰다.

“크하악!”

“너희들에게 거부권은 없어.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실로 잔인한 게임이다. 죽지 않기 위해선 누구보다 빠르게 답변해야 한다. 자기 손으로 동료를 죽이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 암살자들은 바드의 잔혹성에 진저리를 쳤다.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들이닥쳤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규칙은 배신을 합리화 시켰기 때문이다.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모두가 똑같은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료를 버리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기 때문에······.

“엠페러 길드는 협곡아래에 있는 저놈들을 포함에서 숫자가 저게 전부인가?”

바드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가 일제히 소리치기 시작한다. 왁왁! 바락바락! 떠벌떠벌 등. 생사를 건 게임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이래가지고 제대로 된 게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바드는 주먹으로 지면을 내리쳐 소란을 잠재웠다.

“다 큰 아저씨들이 이게 무슨 꼴사나운 모습이야? 이러면 게임진행이 안 되잖아? 다음부터는 내 쪽으로 가장먼저 단검을 투척한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겠어. 일단은 제일먼저 입을 연 아저씨부터 답해주실까?”

멀리 있는 암살자 한명을 가리켜며 발언권 부여. 그는 고조된 목소리로 주저리주저리 답하기 시작했다.

“에, 엠페러 길드는 이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야. 동쪽대륙에 다잔(Dazan)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하나있는데, 그곳전부가 엠페러 길드의 주거지나 다름없다고 보면 돼.”

“오케이.”

푸욱!

파천도가 뿜어낸 검풍은 복면의 남자를 무참히 찢어발겼다. 보이지 않는 공격속도. 암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금을 저렸다. 겁먹은 몇 명은 방향을 나누어 도주를 시도했으나 그래봐야 내 손바닥 안 이었다.

“새끼들이 빠져가지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데, 니들은 학습능력이 있냐? 없냐?”

파천도가 연달아 검기(劍氣)를 토해냈다. 탈출을 감행한 암살자들은 힘없이 격추당했고 팔과 다리가 절단 되었다.

게임은 같은 방식으로 5분정도 이어졌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단검을 한 개도 빠짐없이 받아내면서 발언권을 주는 바드. 남은 인원도 겨우 10명 남짓이다. 이제 물어볼 정보도 다 물어보았으니······.

“게임 클리어.”

“그, 그럼······! 우리는 살려주는 거지?”

“물론 내가 클리어.”

잔혹하게 웃어 보이는 바드. 협곡위에서 울려 퍼지는 단말마의 비명이 협곡 아래까지 구슬프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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