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24화 (24/202)

Master Smith (24)

몇 시간 전

“론, 노엘. 너희들은 먼저 약속 장소로 가 있어. 모든 것은 작전대로 실행한다.”

“넵, 알겠습니다!”

“응······.”

엠페러 길드를 약탈······ 아니지, 때려 부수는 목적은 한 가지다. 레이나가 토라진 탓을 자꾸만 내게로 돌리는 이사벨라의 눈총 때문이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엠페러 길드에게 볼일이 있었으니 미리 만나두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놈들은 분명 나의 묠니르를 노리고 있다. 묠니르를 손에 넣는 대로 천금협곡을 뒤집어엎으며 파지천금을 찾겠지?

‘하지만 파지천금은 이미 갑옷으로 변했다네. 이 사람들아.’

***

‘제길 길을 잃어버렸잖아. 난감한걸?’

아무도 없는 숲길 한가운데 오도카니 서 있는 것은 뇌까지 근육으로 차버린 대장장이 바드다. 아무리 그의 레벨이 천하제일이라 한들, 길을 찾아내는 스킬 따위는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토니오라는 남자에게 위치라도 물어보는 거였는데.

이래가지곤 내가 엠페러 길드를 찾아가기 전에 전투가 끝나버릴 것이다. 숲속을 헤매는 것만 벌써 몇 시간이란 말인가? 대충 정리하고 굶주린 배를 채울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말짱 도루묵이다. 그란다 씨하고 술 약속도 해놨는데!

바드는 사방으로 뻗힌 고슴도치 같은 머리카락을 북북 긁적이면서 발이 움직이는 대로 향했다. 어쨌든 한쪽방향으로 이동하다보면 언젠가 길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득 바드의 눈에 비쳐진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멀리서 달려오는 하나의 인영이었다. 가쁘게 호흡하며 전력 질주하는 그의 얼굴은 최근에 본적 있는 얼굴이다.

‘안토니오? 저 녀석이 왜 저기서 튀어나와?’

앞도 보지 않고 무작정 달려댔으니 안토니오는 내 상체에 치여서 뒤로 넘어졌다. 이윽고 잔뜩 기겁하며 꼴사나운 자세로 뒤로 물러선다.

안토니오는 절박하면서도 공포에 찌든 표정이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이며, 눈에 보일정도로 선명하게 후들거리는 동공이 그 증거다.

‘아자! 내가 길을 맞게 왔구만. 이 근방이었어!’

사실 나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노리고 설계한 빅퓨쳐······.

‘아니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바드는 설레발치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쪽 맞지? 엠페러 길드와 접촉한 장소가.”

“······그걸 어떻게?”

네 얼굴을 보면 대충 감이 오거든. 완전히 참패했고 가까스로 목숨을 보전해서 어찌어찌 혼자 도망쳐 온 것.

“박살내러 왔거든. 그 놈들 말이야. 보아하니 급해 보이는데 빨리 가봐야 하지 않겠어?”

바드는 루비 수정 같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떤 적이든 자신의 상대가 될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색이 된 안토니오는 양손을 꼼지락 거리며 우물쭈물 거렸다. 눈앞의 남자를 믿어야할지 아니면 냅다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금발의 벽안의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이내 결심한 듯 목울대를 넘기며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구해야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게 내 잘못인데 어찌 나 혼자 도망칠 수 있겠어?

바드는 안토니오를 번쩍 들어 올려 어께에 짊어지고 후딱 달리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각력과 강철 같은 몸뚱이는 빽빽하게 솟아오른 나무들을 수수깡마냥 꺾어내며 돌진했다.

“으아아아!”

“가만있어. 이쪽 길로 쭉 가면 되는 거지?”

“마, 맞긴 맞는데 너무 빨라요! 거기서 왼쪽! 왼쪽 커브으으으!!”

나는 안토니오의 안내대로 척척 맞춰 움직였다. 슬슬 느껴진다. 수많은 인기척과 마력의 기운. 여기까지 풍겨오는 비릿한 철내음까지. 전투는 일방적으로 끝나가는 모양이다.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을까? 15분 이상을 달려서 숲 안쪽까지 들어간 안토니오와 다르게 바드는 1분 만에 숲에서 빠져나왔다.

“당신의 직업은?”

바드는 가을을 맞이한 단풍나무 아래 있는 고독한 남자의 미소를 띠며 잔잔한 어조로 말했다.

“내 직업이라. 이제와 생각해보니, 난 항상 천하무쌍 제일의 검사가 되고 싶었지.”

안토니오는 바드의 허리춤에 착용한 칼집을 힐끔 보고 이어서 질문했다.

“그래서 전사계열의 직업을?”

바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래서 대장장이를 했지.”

“······.”

할 말을 잃은 안토니오에 시선은 동정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필 많고 많은 직업 중에 대장장이? 그거 레벨올리기도 힘들고 숙련도 올리기는 극악 중에 극악이라며?

애당초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사람 한명가지고 뭘 어쩌겠단 말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돌아가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요. 이대로 가면 개죽음일 뿐이에요.”

“갑자기 왜? 자신감이라도 잃었어?”

‘그거 전부 당신 때문이거든?’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안토니오.

“빨리 돌아가! 엠페러 길드는 당신 같은 조무래기가 상대할 수 있는 길드가 아니야! 최소한 왕실의 친위대가 있어야 한다고!”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안내나 똑바로 해. 구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며?”

처음과 다르게 진지함과 기합이 팍! 들어간 바드의 모습에 안토니오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정 이것이 대장장이가 풍길 수 있는 살기란 말인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전투계열도 이만한 살기를 띄우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간다!”

“응? 자, 잠깐!? 이봐요 아저······씨 꾸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비슷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과 오장육부가 몸 안쪽해서 둥실둥실 떠다니는 부유감 때문이다. 꽉 막혔던 시야는 갑자기 탁 트인 공간으로 바뀌었고,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폐 속을 넘나들었다.

‘뛰, 뛰어 오른 거야? 이 높이를?!!’

바드의 부풀어 오른 종아리와 허벅지근육이 성을 냈다. 곧바로 엄청난 탄성과 함께 지면을 부숴먹으며 급상승. 안토니오는 경악했다.

“이게 어떻게 되먹은 점프력이냐고!”

열변을 토해내지만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바드의 귀에 이르지 못했다. 귓전을 때리는 바람이 모든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능숙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황을 살펴보는 것은 전투의 기본 중에 기본.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2천명이라는 인파는 수백으로 줄었고, 하나같이 싸울 의지를 잃은 모양이다.

나는 어깨에 짊어진 귀족을 매도하듯이 질문했다.

“지랄 좀 했군. 너 여기 있는 동안 뭘 하고 있던 거냐? 이사벨라의 말 대로 전혀 상대가 되지 않고 있어.”

협곡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은 싸움에 임하지도 않았다. 그 말은 엠페러 길드의 일부 전력만으로 2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쓸어버렸다는 말이 된다.

나는 안토니에게 소리쳤다.

“네가 말하는 사람은 어디 있지? 보이나?”

안토니오는 근례에 없던 힘까지 전부 쥐어짜내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번에는 제발 알아들어달라는 바램을 가지고 말이다.

“바로 아래, 붉은 머리 여검사!!!!”

떨어지는 압력을 이겨내며 힘겹게 들어 올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킨다. 상황은 총체적 난국.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 칭찬할 만 하다. 피칠갑이 되어서 무기를 떨어트린 지금 더 이상의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위, 위험해! 저 여검사 진짜로 죽는다고!’

나를 끌고 온 남자가 어떤 변수를 보여줄지는 몰라도 절망적인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옳은 판단을 내린 걸까?

***

놈들은 강하다. 눈이 의식하기 전에 급소를 노리는 날카로운 공격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반격은커녕 막아내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승리는 개뿔! 도망칠 기회조차 엿볼 수가 없었다.

‘여기서 죽는 건가······.’

동료들은 이미 죽었다. 나 또한 죽음을 각오한 몸. 상대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한이 되는 것이 있다면 검사로서 놈들에게 제대로 된 일격조차 먹이지 못했다는 것?

잡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동안에 은빛을 두른 휘광이 양쪽 다리와 어께를 스쳐지나갔다. 타오를 듯한 격통과 솟구치는 뜨거운 혈액. 나의 HP는 야금야금 깎여나가고 있었다.

“크윽!”

오른쪽 상단의 시선에 떠오른 수많은 아이콘은 현재 나의 상태이상을 의미한다. 마비, 중독, 출혈, 혼란, 환각 등. 온갖 디버프가 걸린 것으로 모자라 일정 시간으로 HP가 줄어들고 있다. 놈들은 이미 나를 죽일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나를 가지고 놀고 있어······!’

어차피 죽는다. 하지만 한명쯤은 길동무로 데려가는 찬스가 분명 생길 것이다. 분명히!

HP와 MP아래에 이어진 보라색의 게이지가 깜빡이는 것은 필살기가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붉은 포니테일의 여검사는 각오했다. 이 일격에 모든 것을 내걸기로.

폭풍같이 몰아치는 암살자들의 공격이 재개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HP가 줄어들었지만 그 속도는 확실하면서 착실하게 깎여나가고 있었다.

동요하지 말자. 죽음을 각오한 이상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냉정한 시선으로 놈들의 움직임을 잡고, 일격필살을 멋지게 꽂아주는 거다.

“크하하하! 이제 자포자기인가? 방어조차 하지 않는구나!”

“············.”

집중해라. 놈들의 공격에, 소리에, 살기에 반응해서 움직여라.

여검사는 검을 단단히 부여 쥐고 눈을 감았다. 감각을 넓히고 귀를 기울였다. 무기가 몸을 스쳐나가는 방향과 궤도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한 놈은······.

“잡는다!”

그녀의 두 눈이 열리고 작아진 동공 안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담겨졌다. 그녀의 검에서 회오리모양의 불기둥이 휘감겼고 지글거리는 열기를 담은 칼날은 눈앞까지 다가온 암살자의 정수리에 작렬하였다. 검의 끝 날이 두개골을 꿰뚫고 단단한 지면으로 깊게 박히더니 바닥은 방사형으로 쪼개지며 깊은 구덩이를 만든다.

“저지먼트 블로우(Judgment blow)!!!!”

최후의 일격을 날린 그녀는 끝에 길동무를 만들었다. 비록 놈의 형체는 흔적도 없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말이다. 갑작스런 그녀의 반격 때문이었을까? 암살자들은 적잖게 당황하며 공격을 멈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기술이 본인들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깊게 함몰된 바닥과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홍염.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검신이 살기를 풍겼다.

여검사는 힘없는 어조로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 사람을 너무 몰아세웠어.”

“이, 이년이······!”

“사람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세우면 눈이 뒤집어지거든. 너희들이 잘못된 판단 한 거야.”

말은 당당하게 하면서도 그녀에겐 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 필살게이지는 이미 소모했으며 남은 HP또한 화상 데미지로 몇 분 뒤에 제로(Death)에 이를 것이니까.

“이제 몸도 가누지 못할 년이 허세는!”

얼굴을 구기며 돌진해오는 검은 그림자. 놈의 칼날을 피할 여력이 없다. 이젠 죽는다······ 정도?

그녀가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안토니오도 지금쯤이면 먼 거리까지 도망쳤을 테지. 이제 된 거다. 동료들의 곁으로 가자.

콰아아아아앙!!!!!!!!!!!!!!!!!!!!!!!!!!!!!!!!!!!!!!!!!!!!!!!!!!

폭발? 아니다. 그것은 폭발이 아니라 충돌에 가까웠다. 육중한 무언가가 내 앞으로 떨어진 소리였다. 풀풀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검은 암영이 일렁인다.

봉두난발의 마른체구의 덩치. 허리춤에는 화려한 망치 하나와 밋밋한 무늬의 망치 한 쌍이 매달려있다. 얼핏 보면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의 어께위로 또 다른 그림자가 짊어져있다.

앳된 얼굴과 노란색 금발, 하얀 피부. 몇 분전에 반드시 살아남기를 약속한 청년이 틀림없다.

“너가 어떻게······?”

시야를 가린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 그 속에서 드러난 믿을 수 없는 장면. 대뜸 등장한 남자가 암살자를 발로 뭉개서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기괴하게 꺾여버린 모가지와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팔과 다리. 곧, 암살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군. 기껏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 도망치라고 말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요. 제가 뿌린 재앙의 씨는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

오글거리는 발언을 더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안토니오를 내려놓으며 카스티바의 상태를 확인했다.

“손 내밀어.”

“누, 누구야? 당신은.”

그녀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는데 그 눈빛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왜 그렇게 봐?”

나의 질문에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갸름하게 뜬 눈. 뭐라도 말하고 싶은 우물쭈물한 입술. 움츠린 어깨와 소녀 같은 반응. 이상하게 얼굴도 빨개진다.

“많이 다친 모양이네.”

“응······.”

“마비, 중독, 출혈, 혼란, 환각에 화상까지. 이 몸으로 잘도 싸웠군. 상태이상 내성이 꽤 높은가봐?”

나는 가방 안에서 상태이상 해제 물약과 HP즉시 회복 포션을 꺼내들었다. 민트 색으로 빛나는 담뱃갑모양의 물약이 상태이상 포션. 빨간색 액체가 찰랑이는 호리병 모양의 물병이 HP즉시 회복 포션이다.

“이 귀한걸······?”

“요놈이 꼭 구해달라고 했으니까 별 수 있나.”

나는 안토니오를 가리켜며 한숨을 내쉬었다.

HP즉시 회복 물량은 한 병에 수십만 실링이나 하는 귀한 소비 아이템이다. 목숨을 유지해주는 귀한 물건이니 당연하다. 게다가 상태이상 포션 또한 백만 실링이 넘는 귀한 아이템. 연금술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매우 높다.

그녀는 거의 빈사상태나 다름없다. 이것들을 마시지 않으면 죽음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필요 없어. 나도 동료들 따라서 이곳에서 죽을 거야.”

나 혼자 살아서 뭐해?

“고집하고는······. 이 애송이가 당신 하나 구하겠다고 허겁지겁 달려온 건 생각 안 해? 억지로 마실래. 그냥 마실래?”

“당신이 알아? 지금 내 심정을!”

살아봐야 의미 없다. 모든 걸 잃고 혼자 남겨졌으니까.

“네 사정 내 알 바 아니고. 당장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이 계집애야.”

동료 따라서 황천길 가겠다고? 내가 보기엔 그거 쓸데없는 오기다.

‘살아야 할 사람은 살아야지. 멍청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건 무슨 심보야?’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흐느꼈다.

“당신이야 말로······ 나랑은 아무 상관없잖아. 왜 살리려는 건데? 왜 도와주려는 건데? 아무 상관없는 나를 왜!”

이번엔 안토니오가 나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당신도 아무 상관없는 나를 구해줬잖아요. 그러니까 살아주세요······.”

그녀가 우물쭈물 포션을 받아들였다. 다소곳이 무릎 꿇은 그녀가 눈치 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마신다?”

“갚으라고 안 할 테니까 들이켜기나 해.”

그녀가 갈등의 눈빛으로 빨간 물을 바라보았다. 떨리는 손과 입술이 움직였고 포션을 목안으로 넘겼다.

포션을 들이켜는 그녀의 눈가에 작은 물방을 입자가 맺혔다. 이제 그녀의 상태이상이 전부 해제되고 HP가 20%가량 차오를 것이다.

프롤로그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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