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9)
이름: 묠니르+0(전설)
내구도: 10/43210
레벨제한: 800
공격력: 441(특수공격력 부여:+1)
속성: 번개(電)
특수능력: 전기면역력, 전기속성, 강림
전기면역력(레벨10)- 전기속성 공격에 대한 면역력이 99% 증가합니다.
전기속성(레벨10)- 무기 자체에 전기속성이 부여됩니다. 묠니르의 공격에 맞은 대상은 40%확률로 감전 상태가 되며 스킬 및 기본공격이 불가능해 집니다.
강림(레벨없음)- 번개의 신 토르가 강림합니다. 신의 강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와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설명: 내구도가 50%이상 감소했습니다. 공격력 및 특수능력 효과가 반감됩니다. 묠니르를 강화/수리하기 위해선 특수한 광물이 필요합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이 무기에 감히 대적하기 위해선 같은 등급의 무기가 존재해야할 것입니다.
묠니르에 특수공격력+1이 부여되어있습니다. 특수공격력은 평범한 공격력과 다르게 차원이 다른 추가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현재 묠니르는 당신에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묠니르를 남용한다면 묠니르는 당신을 공격할 것입니다.
“······.”
읽기 귀찮을 정도로 긴 설명글이 쓰여 있다. 등급이 전설이라고? 파지천금으로 만든 내 갑주도 기껏해야 에픽. 전설이라는 영역에는 도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내 손안에는 도달해보지 못한 그 영역이 쥐여져 있다. 누굴까? 이 아이템을 제작한 대장장이는.
“세상은 넓고 대장장이는 많다더니.”
묠니르의 특수능력은 강림. 이걸 보면 신이 사용하던 무기가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물론, 강림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마도 묠니르의 호감도가 높아지면 강림이 발동하지 않을까 싶은데······.
“설마 신이 쓰던 거겠어?”
“끄우응······! 흠냐흠냐.”
의식이 돌아온 레이나가 내 무릎위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눈을 비비적거리며 귀여운 신음소리를 끌어올렸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금지구역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 척 하는 것이 좋겠다.
“일어났어?”
“어라? 자, 잠깐만! 내가 무슨 실수라도? 미안! 일단 미안!”
그녀가 뒤늦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거듭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금지구역으로 무작정 달려온 내 잘못이 컸지만 말이다.
“별일 없었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꼴이 왜 그 모양이야? 온몸이 피투성이잖아!”
“아, 그러고 보니······.”
묠니르를 뽑는 과정에서 무리했더니 크고 작은 외상을 입었다. 나도 지금 막 일어난 터라 몸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 살가죽이 타고 피가 지글지글 끓어오를 정도였으니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자체 치유력으로 잘 넘어간 모양이다.
“치료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레이나는 사제답게 쾌속 치유주문을 영창했다. 푸른빛이 그녀의 몸을 감싸더니 따스한 기운이 나의 전신으로 옮겨왔다. 그녀의 치유주문보다 내 자연 치유속도가 빠르지만 잠자코 있었다. 잠시 후 찢어지고 벗겨진 살가죽이 재생되었다. 초보자 사제치고는 상당한 실력이다.
“나쁘지 않네.”
“그래? 아직 화상이 심한데.”
“이정도면 된장 바르고 한숨자면 멀쩡하지. 그보다 너는?”
레이나는 자신의 신체능력을 벗어난 힘으로 두 차례의 공격을 감행했다. 일시적이지만 몸에 가는 반동이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었다.
“딱히? 그런데 내가 왜 쓰러져 있던 거지?”
아무래도 그녀는 금지구역 안으로 들어온 기억까지 몽땅 잊어버린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굳이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해서 충격을 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은 레이나를 조금 더 쉬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곧 해가 저물어.”
“아, 그렇지! 적당한 방을 알고 있으니까 따라와.”
레이나는 몇 번이나 이 마을에 왔을 테니 저렴한 숙박업소를 알고 있을 것이다.
“지인이 운영하는 숙소거든. 유일한 친구랄까?”
“싸겠네. 방 잡아둬. 금방 돌아갈 테니까.”
레이나는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자신의 지팡이가 보이지 않자 눈동자 안에 물음표를 가득 채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지팡이가 어디 갔지?”
“아, 그 지팡이 말이야.”
레이나가 무지막지한 근력으로 지팡이를 휘두른 탓에 두 조각났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그냥 내가 깔고 누워서 부러졌다고 해야 하나?
“아앗! 그, 그거 설마?”
“미안. 실수로 부러뜨렸어.”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마냥 두 조각 난 지팡이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도 잠시.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였다.
“뻥치네. 네 탓 아니잖아?”
“무기는 책임지고 구해줄게.”
“그럴 필요는 없는데······. 나도 돈 있으니까 세걸 구하면······”
상점에서 파는 물건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이겨낸단 말인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모험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상의 장비를 맞춰야 할 것이다.
머릿속에서 할 일이 정리되었다. 레이나의 무기를 만드는 것. 최강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하는 것. 장인의 혼을 가지고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
황혼으로 젖어가는 저녁노을이 바드의 얼굴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
주점은 정보를 얻기 쉬운 장소중 하나이다. 술에 쩔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야깃거리나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주점장에게 돈 몇 푼 쥐어주면 고급 정보도 입수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 레이나의 무기는 어쩌고 남정네들 웃통 까고 술주정 부리는 이곳에서 무슨 정보를 얻으려고 가만히 앉아있는 걸까?
“껄껄껄! 자네 이제 보니까 쭉정이는 아니구먼! 생긴 것과는 다르게 상남자야!”
주점장은 맥주잔에 버터맥주를 가득 담아 거품을 들이켜며 소리쳤다.
“자, 한잔 받게.”
“고맙군.”
내가 술에 강한이유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상당한 술꾼이었던 탓이다. 내게 알코올 농도 31도짜리 백사주를 사흘 밤낮으로 쉬지 않고 먹여댔으니, 술에 약해지려해도 불가능한 소리다. 고로 알코올 농도 15도채 안 되는 코지부락표 매실주는 내게 있어서 음료수와 다름없다.
“이 마을에선 처음 보는 얼굴인데 모험가인가?”
“그래. 이 마을은 둘러볼 것이 많더군.”
“그건 그렇지.”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등 뒤에서 구역질을 하는 불쾌한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구역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둘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아무튼. 모험가는 언제나 환영하네. 알다시피 주점은 모험가들로 먹고 살거든. 특히 자네 같은 술꾼이라면 대 환영이야!”
“나도 버터맥주 한 잔 부탁하지.”
“하하! 좋지!”
둘의 사이가 언제 그렇게 돈독해졌는지, 바드와 주점장은 금방 터놓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바드에겐 정보꾼이, 주점장에겐 뛰어난 술친구가 생긴 것이니 서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리라.
“바드라고 불러.”
“그란다라고 하네. 보시다시피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지. 이제 보니까 자네였구먼! 아침에 대거+9강화를 제작한 남자가!”
그란다는 뒤늦게 놀라움을 표했다. 이런 왜소한 지역에서 +9라는 중급강화에 도달할 수 있는 대장장이가 존재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뭣보다 그 대장장이가 자신의 눈앞에 있으니 그의 눈빛은 존경과 덕망의 눈으로 변했다.
“운이 좋았지.”
“겸손하구만. 볼수록 마음에 들어. 한잔 더 들게. 이건 내가 사는걸세.”
술값만 해도 13만 실링어치는 마셨다. 값도 안 치르고 계속 퍼부어 마시는 것은 내 성미에도 맞지 않거니와 그와의 친분을 위해서라도 정산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괜히 뒷일을 남기다가 똥 밟는 격이 안 되는 것이 좋으니까.
나는 그의 앞에 술값 13만 실링과 1만 실링을 추가로 넣은 돈주머니를 앞으로 밀어내며 속삭이듯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인데.”
“말만하게.”
돈주머니안의 실링을 확인한 그란다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별 거 아냐. 그냥 이 주변에 떠도는 소문이나 정보 같은 것만 있으면 돼.”
“주는 것에 비해서 소박한 질문이군. 대답해주도록하지.”
주황색 팔자수염을 돌돌 말아 올리는 그란다가 버터맥주를 비운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문이라면 이건 어떻겠나? 엠페러에 관한 것인데 요즘 이 주변을 활개를 치더군. 일종의 길드로 알려져 있는데, 규모가 아주 어마어마하지.”
“엠페러?”
길드는 목적을 위해 크고 작은 조직으로 뭉쳐서 단합하는 연맹체를 말한다. 변두리 지역인 코지부락에서 활개를 칠 정도라면 커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그 길드는 몇 년 전 국왕이 선포한 최고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저런 재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 과정이 하도 악독해서 왕실병사들이 그들을 수배중인 상황이지만······.”
“그리 쉽게 잡히지 않다는 건가?”
“그렇지! 요점은 그거야. 엠페러가 꽁쳐 둔 재료들은 가히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들에게 손댈 생각은 말게나. 여차하면 모가지가 댕겅~”
“흥미롭군.”
“흥미?”
술배가 불룩 튀어나온 그란다가 킥킥거리며 바드를 비웃었다.
“괜한 흥미 때문에 목숨이라도 버릴 생각인가? 꿈도 꾸지 말게. 자네 같은 대장장이가 상대할 수 있는 길드가 아니니까. 그들은 모험가도 가차 없이 죽이는 무지막지한 녀석들이라고. 허갤이라고 들어는 봤나? 엠페러의 90%는 허갤이라더군.”
바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묵직한 주머니를 더 꺼내들었다.
“엠페러에 대해서 아는 대로 전부 알려줘. 필요하다면 더 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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