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27화 (32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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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리버풀 선수들이 골 세레모니가 한창일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메시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그리말도의 어깨를 잡고 살짝 흔들었다.

"잊어 버려. 니가 못한게 아니야. 말했잖아. 원래 저런 녀석이라고."

"......"

"실망하지마. 아직 경기 안 끝났어. 저 팀을 상대로 한 골 승부를 벌일 거라고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그래, 레오 말이 맞아."

어느새 다가 온 네이마르가 씩 웃으며 가슴을 탕탕 두드린다. 마치 자신을 믿으라는 듯한 모션, 사기가 떨어진 수비진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준다.

"한 골 정도는 금방 만회해 줄게. 나도 꽤 쓸만 하지 않아? 이번 시즌에 그래도 믿을 만한 모습 자주 보여 준 것 같은데?"

"그래. 부탁할게. 우리도 이제 좀 더 집중할 거야. 방금 전처럼 무력하게 우리 골문을 허용하는 일은 없도록 할게. 알레! 너도 고개 들어. 너만 실수한거 아니야."

"...미안합니다. 다음 번엔 발을 걸어서라도 쉽게 보내지 않겠어요,"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기에 의욕도 가장 컸다. 본인의 커리어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초반에 일격을 맞자 충격도 컸는데 다행히 동료들의 독려로 어느 정도 멘탈을 수습한 모양새였다.

"편하게 해. 너무 굳어 있지 말라고. 빼앗기면 되찾아 줄테니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네이마르, 조금은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발언, 하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는 구원의 메시지였고 희망의 소리였다.

"그래. 패스 잘 밀어 줄테니까 놓치지 말라고."

메시가 파트너의 기를 살려준다. 네이마르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메시는 박수를 치며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상대의 압박은 세계 최고 수준이야. 평소보다 볼 간수에 좀 더 신경쓰자. 패스 한 번 한 번에 집중해. 시간은 많아. 우리의 축구를 하면 기회는 분명 올거야."

"방심하지 말자. 저 팀이랑 다들 징하게 만나봐서 알잖아? 이대로 끝날 팀이 절대 아니야."

세레모니를 마치고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오는 리버풀 선수들, 데이빗은 선수들에게 선제골의 기쁨을 잊어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알지. 진짜 징그러운 녀석들이야."

데이빗과 함께 팀의 베테랑으로 성장한 마틴 켈리가 고개를 흔들며 동감을 표시한다. 아직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강력한 공격진은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징글징글하게 잘하는 그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온다며 한숨을 쉰다.

"우리 팀이 할 말은 아니지만 저쪽도 공격진이 너무 흉악해!"

"어이...우리가 흉악하다는 거야?"

수아레즈가 사람을 괴물취급하지 말라며 장난스럽게 투덜댄다.

"뭐...우리 쪽 괴물들이 좀 더 질이 안 좋긴 하지."

"그래, 그러니까 이적하지 않고 이 팀에 있는 거니까."

"야 방금 진심이 나온 거 같은데?"

"사실이잖아?"

"어이 어이..."

데이빗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고만다. 이 팀은 언제나 그랬다.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유머가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감이 강했다. 직장 동료라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의 모임과 같은 느낌, 데이빗은 이런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여지껏 이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 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오늘 한 골 이하로 막으면 내가 샤보이에서 한 턱 제대로 쏜다."

주장의 통 큰 발언에 선수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우와 정말이지?"

"주장 끝내 주는데? 이렇게 된 이상 무실점으로 간다!"

"샤보이라니, 런던에 있는 그 끝내주는 호텔 말하는 거 아냐?"

"근데 주장 괜찮겠어? 나중에 와이프한테 바가지 긁히는 거 아냐?"

"야 주장 정도 주급이면 그래도 괜찮아."

선수들의 열광적인 반응, 사실 리버풀의 주전 선수 정도 되면 최고급 호텔에 한 번 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공짜 호텔에 대한 기쁨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말하며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함이었다.

"그래! 리그에서 가장 비싼 남자라고! 니들 호텔 한 번 데려가는 건 일도 아니란 말씀!"

"우와! 맞는 말이긴 한데 진짜 재수없다..."

"원래는 더러워서 안 간다고 해야 할텐데, 재수없으니까 제대로 뜯어 먹어 보자."

콧대를 세우는 데이빗이 영 아니꼽다는듯 선수들이 장난스러운 야유를 보낸다. 물론 장난은 거기까지였다. 슬슬 경기가 재개될 타이밍이었고 하나 둘 자신들의 포지션을 찾아간다. 그리고 센터 서클 주변에 자리한 데이빗과 수아레즈, 수아레즈는 괜찮겠냐며 은근히 물어온다.

"근데 너 괜찮겠어? 너 돈 많이 버는 거야 잘 알고 있는데 샤보이는 좀 많이 비싸잖아? 거기 빌리려면 돈 꽤나 들어갈텐데? 너 와이프한테 아주 꽉 잡혀 살잖아."

"괜찮아. 얼마 전에 내가 그 호텔 CF 찍은 거 기억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너 설마?"

눈매가 가늘어지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씩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때 그 호텔 소유주하고도 만났거든.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님 말이야. 그때 선물로 주더라. 언제고 하루 찾아 오면 호텔을 마음대로 이용하게 해 주겠다고."

"...그럼 그렇지."

패기의 근원을 알았다며 수아레즈가 짜게 식은 눈빛을 보낸다. 데이빗은 괜히 울컥하여 투덜댄다.

"공짜라고해도 내꺼잖아. 가족들하고도 갈 수 있는데 그걸 팀원들하고 가겠다고 한 거니까 충분하잖아. 안 그래?"

"누가 뭐래? 난 아무말도 안 했다만?"

"...말을 말자."

"아무튼 뭐 굳이 한 골 이하라고 이야기한 건 무실점은 힘들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장난기를 지우고 조금은 진지한 어조로 물어오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조금은 쓰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알잖아. 저 팀의 공격력도 장난 아니라는 걸. 우리 팀 수비가 어디가서 빠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슬쩍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마침 센터 서클 안에서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을 기다리고 있던 네이마르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보고 살짝 미소 짓는 모습, 데이빗도 마주 웃어 주고는 한 마디를 더 남긴다.

"그러니까 너도 긴장 풀지마. 오늘 최소 한 골은 더 필요할테니까."

데이빗의 말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수아레즈, 30대가 되었어도 그의 강한 승부욕과 골에 대한 집념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내가 언제 한 골에 만족하는 거 봤어?"

"못 봤지."

"그럼 믿어."

"그래. 그럼."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루카스 레이바는 올 해로 31살이 되었다. 비록 20대 초, 중반에 잦은 부상을 당하며 인저리 프론이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최고 수준에 어울리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타고난 강골은 아닌지라 간간히 부상에 시달리긴 했지만 건강한 상태의 그는 리버풀의 주전 미드필더였고 든든한 방파제였다.

"둘러싸!"

경험이 쌓이며 더해진 노련미로 동료들에게 적절히 지시를 내리며 수비를 조율한다. 공격에 있어서 데이빗 장과 마르코 로이스가 주축이 되었다면 수비에 있어서는 루카스 레이바의 존재감이 가장 큰 리버풀이었다. 오스카가 그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해 주며 팀의 밸런스를 잡아 주었고 다른 선수들 역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리버풀이 유럽 최강의 팀으로 꼽히는 이유는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컸다.

하지만 그것은 바르셀로나, 그리고 메시도 마찬가지였다. 20대 후반이 지나고 확실히 전성기에 비해 육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레벨이 떨어진 메시, 하지만 특유의 축구 센스와 지능은 여전했다. 그는 원래 자신이 했던 역할을 자신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시작했다. 마치 그가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리!!"

우측 사이드로 벌려선 이성우에게 공을 연결시킨다. 루카스와 오스카의 압박 속에서도 안정된 볼 컨트롤을 기반으로 공을 지켜내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시켜주는 모습에서 그의 클래스를 짐작할 수 있었다. 패스를 이어받은 동양인 청년, 화려한 금발로 염색한 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이 강렬하다. 어린 시절부터 포스트 메시라 불리며 기대감을 자아 냈던 선수.

'아직 좀 더 커야하지만 말이지.'

개인 기량이 우수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 친구였다. 이제 20살이 된 유망주였으니 말이다. 앞으로 좀 더 성장한다면 자신과 네이마르의 뒤를 이어 이 팀의 에이스가 될만한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공을 이어받은 이성우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한 차례 다리를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메시에게 공을 돌려 주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메시는 예상한 것처럼 지체없이 다시 공을 그에게 돌려준다. 좁은 지역에서 터져 나오는 깔끔한 원 투 리턴. 너무나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리버풀의 수비벽 일부가 무너진다. 페널티 박스 우측을 파고드는 이성우,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버풀의 수비수와 대치한다. 오른발로 공을 멈춰 세우며 드리블을 시작하려는 모션, 하지만 이것은 속임수였다.

"젠장...!"

오른발로 공을 멈춰 놓는 동작에서 잠깐 발이 굳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성우는 공을 멈춰 세우고는 곧바로 왼발로 공을 다시 오른쪽으로 밀고 나갔다. 반응이 늦어버린 수비수가 따라가기란 힘들었고 전혀 견제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엔드라인 쪽을 파고드는 이성우였다. 그리고 한 명의 수비수를 더 끌어 들인 뒤 낮고 빠른 크로스를 뿌린다.

절묘하게 수비진의 빈틈을 관통하는 패스, 그리고 본인의 민첩함을 살린 네이마르가 자리를 선점했다. 뒤늦게 몸을 날려오는 수비수들, 하지만 네이마르의 슈팅을 제어하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편안하게 다이렉트로 인사이드에 맞추는 네이마르, 부드럽게 감겨 날아가는 슈팅은 골키퍼의 손을 희롱하듯 피하며 그물을 흔들었다.

[역시 두 팀간의 대결은 쉽게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나 명승부를 연출해 왔던 두 팀이 오늘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네요! 전반 17분! 네이마르의 동점골이 터지며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정말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이 그대로 담긴 골입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확보한 뒤 라인을 차츰 끌어 올립니다. 마치 상대의 목을 서서히 조이는 듯한 무브죠. 좁은 지역에서 펼치는 정교한 원 투 패스, 선수들의 볼 컨트롤과 패싱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 전술입니다. 그리고 아크 주변에서는 뛰어난 드리블러를 활용한 돌파, 그리고 마무리. 정말 아름다운 골입니다.]

[양 팀의 골을 살펴 보면 두 팀의 전술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죠. 리버풀은 강력한 압박에 이은 빠른 속공이 주된 루트라면 바르셀로나는 지금 보신 것처럼 상대 진영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국지전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모습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하기 어렵네요! 양 팀의 수준은 정말 세계 최고입니다!]

[전반 20분도 지나기 전에 벌써 두 골이 나왔습니다. 정말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입니다!]

"아빠, 아빠."

소파에 편히 앉아 아들 앤디와 함께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에리카, 올해 만 세 살이 된 앤디는 쉴새 없이 조잘거렸다.

"그래 아빠 나왔네."

"아빠 이기고 있어?"

"아직 이기진 않았네. 좀 더 기다려 보자. 아빠는 언제나 이기잖아?"

"응! 아빠는 언제나 이겨!"

TV에 데이빗이 잡히자 신이 난 앤디, 에리카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빠가 빵-하고 차면 골이 들어 가는데."

"그렇게 될 거란다."

"아빠는 언제 와? 이기면 오는 거야?"

"아빠는 하룻밤 더 자고 올거야."

"왜?"

고개를 갸우뚱하며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쳐 오는 앤디, 에리카는 아이가 알아 듣기 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앤디 얼마 전에 동물원 구경간 적 있었지?"

"응! 호랑이도 보고 악어도 보고...원숭이도 보고 했어! 뱀은 싫었어!"

"그때 차 타고 오래 걸렸지?"

"웅..."

정확히 기억이 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앤디.

"아빠는 지금 동물원보다 훨씬 먼 곳에서 축구를 하고 있단다."

"그럼 하룻밤 자면 오는 거야?"

"그럴 거야.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

"응! 빨리 왔으면 좋겠어!"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말에 에리카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나 공 차는 법도 알려줬다? 이렇게 차면 공이 더 잘 나간대!"

그러더니 신이나서 공을 가져오는 앤디, 그리고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공을 향해 도움 닫기를 시작한다. 그래봤자 아장대는 수준이라 귀엽기만 했지만 말이다. 찬다기 보다는 건드리는 느낌에 가까웠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 하지만 에리카는 크게 박수를 쳐주며 칭찬해 주었다.

"정말 잘하네 앤디. 앤디는 나중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응! 난 아빠처럼 축구 선수 할거야. 아빠보다 더 잘할 거야."

"그렇구나."

내심 피는 못 속이겠다며 웃음을 흘리는 에리카, 그리고 앤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TV로 돌렸다.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야."

TV에서는 진지한 표정의 데이빗이 슈팅이 빗나가자 아쉬운 마음에 머리를 부여 잡는 모습이 들어 왔다. 옆에서 앤디도 그 모습을 따라하는 모습, 에리카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두 편 쓰네요

-E-북 작업은 아직 못했는데

-그냥 오늘 좀 손이 잘 움직이는 느낌이라

-이런 날은 교정작업보다는 연재를 한 편 더 하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원고 보내야 하는 날짜는 늦었...

-존경하는 담당자님, 제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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